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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 가전 선호도가 높은 일본 가전 시장, 외국산 가전제품 뜬다 본문
자국산 우선주의에서 탈피해 외국산 백색가전 점유율이 눈에 띄게 성장하는 일본 가전 시장
중국제품은 기술력과 실용성을 갖춘 고가격·프리미엄 전략으로 진출 도모
한국 제품도 기술력과 현지화로 경쟁력 확보 가능할 것
일본 가전시장의 변화... 외국 브랜드 점유율 확대
LG전자가 12년 만에 일본에서 세탁기 등 생활가전 판매 재개에 나선다. 인공지능(AI) 기능과 의류 손상 방지 기능을 갖춘 드럼형 세탁기를 출시할 예정이다. LG전자는 과거 일본에서 세탁기, 냉장고 등 대형 가전제품을 판매했으나 2013년을 마지막으로 시장에서 철수했다. 일본은 파나소닉, 샤프, 미쓰비시 등 자국 브랜드 선호도가 높아 외국 기업이 입지를 다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역시 2007년 가전 부문의 일본 철수를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일본 가전 시장과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 영국의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일본산 냉장고의 일본 내 시장 점유율은 2014년 70.4%에서 2023년 60.6%로 약 10%p 하락했다. 같은 기간 중국산 가전제품의 점유율은 15.7%에서 28.1%로 증가했다. 특히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외국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면서 자국산 제품을 선호하던 기존의 소비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산 가전, 저가 전략으로 점유율 확대
중국 가전 제조사들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일본 시장을 공략해 왔다. 하이센스, 하이얼 등 세탁기와 냉장고를 주력으로 판매하는 기업들은 10만 엔 이하의 저가 제품을 앞세워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액정 TV 또한 일본 브랜드 대비 절반 가격으로 공급하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예를 들어, 파나소닉의 55인치 액정 TV가 약 20만 엔 전후의 가격으로 판매되는 반면, 하이센스는 동일 크기의 제품을 10만 엔 이하로 책정해 가격 경쟁력을 극대화했다.
일본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도 중국 브랜드의 성장 요인으로 작용했다. 일본은 지난 30년간 저물가·저금리 기조가 유지되었으나, 코로나19 이후 2022년부터 연평균 2~3%대의 급격한 물가 상승이 발생하면서 소비자들의 절약 의식이 강해졌다. 이에 따라 저렴한 가격의 중국 제품이 인기를 끌었고, 이는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또한, 중국 기업들은 일본 프로야구팀을 후원하며 현지 시장 침투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병행했다.
중국 가전업체들은 신규 진입 단계에서 저가 제품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쌓은 후, 프리미엄 제품으로 시장을 확대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하이센스는 2025년 봄 드럼형 세탁·건조기와 대형 냉장고를 출시할 예정이며, 가격대는 20만 엔 수준으로 설정해 기존의 10만 엔 이하 제품과 차별화할 계획이다. 하이얼 그룹도 2025년 인터넷 접속 기능이 탑재된 에어컨을, 2026년에는 드럼식 세탁·건조기를 선보이며 프리미엄 시장으로 확장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일본 가전업계, 고부가가치화 및 가격전략 강화로 반격
일본 가전업계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파나소닉이 지난해 6월 발표한 「중장기 전략의 진척」 자료에서 시장 점유율 하락을 주요 과제로 꼽았다. 파나소닉은 2021년 세탁기 부문에서 일본 내 1위를 차지했으나, 2023년 2위로 밀려났다. 전자레인지도 1위에서 2위로, 밥솥은 2위에서 3위로 순위가 하락하는 등, 주요 가전제품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다. 파나소닉은 “중국 브랜드의 부상과 가격 경쟁력 열세가 시장 점유율 하락의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위해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프리미엄 소비층을 겨냥한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집중할 방침이다. 대표 상품군을 강화하는 동시에 기능과 디자인을 차별화해 소비자들에게 매력을 보여주겠다는 전략이다.
<파나소닉의 주요 백색가전 점유율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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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가전업체들은 시장 점유율을 방어하기 위해 가격 전략 또한 강화하고 있다. 히타치는 판매가격을 제조사가 지정하는 ‘지정가격제도’의 대상 제품을 현재 10%에서 20%로 확대하기로 했다. 지정가격제도란 가전제품 양판점에서 무분별한 가격 할인을 방지하기 위해 제조업체가 제품의 반품을 수용하는 대신, 매장 내 가격을 직접 지정하는 방식이다. 반품 부담이 커지는 단점이 있지만, 제품 가격의 급격한 하락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히타치는 2023년부터 드럼식 세탁기, 스틱형 청소기에 지정가격제도를 도입했으며, 2025년부터는 냉장고에도 적용할 방침이다. 기존에는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지정가격을 적용했으나, 올해부터는 저가 모델까지 포함하면서 가격 붕괴를 방지하고 매출 및 점유율 하락을 막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파나소닉도 2022년부터 자사 제품의 40%에 지정가격제도를 적용했으며, 이를 통해 2023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00억 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지정가격제도의 도입으로 소비자들의 가격 부담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지만, 오프라인 양판점과 온라인몰 간 가격 차이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매장에서 전문 지식을 갖춘 판매 직원을 확충할 수 있어 소비자들에게 더욱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프리미엄 시장 확대되는 일본… 고가 가전제품 수요 증가
일본 가전 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 수요가 증가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일본전기공업회(JEMA)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청소기의 대당 평균 판매 가격은 1만9000엔 선에서 큰 변동이 없었다. 그러나 냉장고는 2014년 10만5338엔에서 2023년 15만6960엔으로 약 49.0% 상승했고, 세탁기의 경우 같은 기간 4만8845엔에서 8만8964엔으로 82.1% 급등했다. 특히 세탁기는 2022년 이후 8만 엔 대로 급격한 가격 상승세를 보였다.
이는 일본 소비자들이 프리미엄 가전제품에 대한 지출을 늘리고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과 일본 브랜드 간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일본 가전업체들은 프리미엄 제품의 차별화 전략을 통해 시장을 방어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일본 가전 시장의 변화 속에서 글로벌 가전업체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주요 백색가전의 1대당 단가 추이>
(단위: 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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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가전 수입시장, 중국 강세 속 한국산 점유율 확대
일본의 2024년 세탁기(HS8450) 수입액은 1552억 엔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중국산 제품이 1337억 엔을 기록하며 점유율 88.17%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태국(122억 엔, 7.9%)과 베트남(41억 엔, 2.7%)이 각각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6위로 2억6900만 엔을 기록했으나, 전년 대비 12.08% 증가하며 2022년 이후 2년 연속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의 최근 3년 세탁기 수입액>
(단위: 백만 엔, %)
순위 | 국가/지역 | 2022년 | 2023년 | 2024년 | ’24/’23 증감률 |
- | 전 세계 | 159,435 (100%) | 149,550 (100%) | 155,269 (100%) | 3.82 |
1 | 중국 | 136,782 (85.8%) | 131,222 (87.7%) | 136,894 (88.2%) | 4.32 |
2 | 태국 | 18,686 (11.7%) | 14,337 (9.6%) | 12,198 (7.9%) | -14.91 |
3 | 베트남 | 2,055 (1.3%) | 2,338 (1.6%) | 4,152 (2.7%) | 77.64 |
4 | 독일 | 501 (0.3%) | 514 (0.3%) | 830 (0.5%) | 61.43 |
5 | 스웨덴 | 469 (0.3%) | 408 (0.3%) | 391 (0.3%) | -4.29 |
6 | 한국 | 203 (0.1%) | 240 (0.2%) | 269 (0.2%) | 12.08 |
7 | 인도네시아 | 173 (0.1%) | 221 (0.1%) | 190 (0.1%) | -13.86 |
8 | 체코 | 252 (0.2%) | 61 (0.0%) | 127 (0.1%) | 108.73 |
9 | 스페인 | 31 (0.0%) | 15 (0.0%) | 71 (0.0%) | 380.48 |
10 | 미국 | 63 (0.0%) | 65 (0.0%) | 68 (0.0%) | 4.93 |
냉장고(HS8418) 시장에서도 중국산 제품의 점유율이 높았다. 일본의 2024년 냉장고 수입액은 2251억 엔으로, 이 중 중국산 제품이 1410억 엔을 차지하며 점유율 62.65%로 1위를 유지했다. 태국(359억 엔, 15.95%)이 2위, 한국(203억 엔, 9.01%)이 3위를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일본의 최근 3년 냉장고 수입액>
(단위: 백만 엔, %)
순위 | 국가/지역 | 2022년 | 2023년 | 2024년 | ’24/’23 증감률 |
- | 전 세계 | 216,762 (100%) | 213,140 (100%) | 225,106 (100%) | 5.61 |
1 | 중국 | 123,647 (57.0%) | 124,706 (58.5%) | 141,020 (62.6%) | 13.08 |
2 | 태국 | 49,723 (22.9%) | 40,951 (19.2%) | 35,911 (16.0%) | -12.31 |
3 | 한국 | 15,346 (7.1%) | 21,173 (9.9%) | 20,292 (9.0%) | -4.16 |
4 | 미국 | 3,743 (1.7%) | 3,978 (1.9%) | 4,285 (1.9%) | 7.70 |
5 | 인도네시아 | 7,563 (3.5%) | 5,164 (2.4%) | 3,742 (1.7%) | -27.54 |
6 | 호주 | 905 (0.4%) | 2,801 (1.3%) | 2,914 (1.3%) | 4.06 |
7 | 베트남 | 1,775 (0.8%) | 1,281 (0.6%) | 2,870 (1.3%) | 124.08 |
8 | 이탈리아 | 1,695 (0.8%) | 1,865 (0.9%) | 1,898 (0.8%) | 1.80 |
9 | 대만 | 2,365 (1.1%) | 2,006 (0.9%) | 1,848 (0.8%) | -7.88 |
10 | 독일 | 1,110 (0.5%) | 1,406 (0.7%) | 1,809 (0.8%) | 28.65 |
일본의 수입 가전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이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한국산 제품도 10위권 내에서 안정적인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세탁기 부문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시장 내 입지를 확대하는 모습을 보여, 일본 내 수입 가전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잠재력이 향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가전 시장, 기술력·실용성 제고가 생존 전략
최근 일본의 가전 시장은 기본 성능만으로 승부를 보았던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 최근 물가 상승으로 소비자들의 절약 성향이 강화되고 고령화·저출산으로 시장 둔화에 대한 우려도 존재하지만, 여전히 일본은 구매력이 높은 시장으로 평가된다. 후지키메라총연이 발간한 「글로벌 가전 시장 총조사 2024」에서는 2025년 일본의 가전 시장 전체 규모를 5조5640억 엔으로 전망하며, 수량 확대보다는 고단가 제품의 인기로 인한 가격 상승이 더 크게 작용할 것으로 예측한다. 이에 따라 단순한 저가 전략보다는 기술력과 실용성을 충족하는 제품 출시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맞벌이 가정이 증가하면서 가격이 다소 높더라도 가사 부담을 줄여주는 프리미엄 가전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가전제품 양판점의 영업 담당자 Y 씨는 KOTRA 도쿄무역관과의 유선 인터뷰에서 “높은 물가상승률로 인해 여전히 저가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지만, 가격만으로는 시장에서 차별성을 갖기 어렵다”라며, “가전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뛰어넘어 소비자들에게 자사의 특장점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일본 가전업체들도 중국 기업의 시장 공략에 대응하기 위해 고기능 가전 시장 개척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가전 시장의 경쟁 구도가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 기업들은 외국산 가전에 대한 경계가 허물어지는 틈새를 파고들어 차별화된 제품 전략과 마케팅 방안을 마련한다면 일본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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