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5/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DDOLKONG

상처의 인문학 본문

Book

상처의 인문학

DDOL KONG 2017. 7. 6. 03:47

 

 

- 자신을 똑바로 응시하는 것처럼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은 없다. 이 용기에 나이라든가, 여자라든가, 엄마라는 역할은 거추장스러운 변명일 뿐이다. 박완서는 그녀의 삶에서 가장 지쳐 있고 위안이 필요할 때, 진이 다 빠져 빈 껍질만 남은 것 같은 허탈한 시기에 여자도, 엄마도 아닌 개인으로서 자신을 똑바로 응시하는 용기를 보여줬다. 그녀가 거둔 성공은 행운도 아니며, 그녀에게 아주 특별한 재능이 넘쳐났던 것도 아니다. 용기를 가진 한 인간의 기나긴 투쟁이었을 뿐이다. 타인이 알아주고 인정해주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문득문득 당장의 생활에 습관처럼 살아가는 내 모습이 역겨워질 때가 있다. 구원은 누구의 몫도 아니다. 해방은 현실과 조건을 계산하고 수용한다고해서 얻어지지는 않는다. 현실을 만들어가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 나이가 들수록 인생에 대한 고민이 늘어나면서 그동안 살아온 시간들을 반추해볼 때가 많은데 우리를 둘러싼 고민들을 여전히 바깥을 향하고 있다. 바깥의 시선, 바깥의 상황에 따라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시도한다. 인생은 우리가 풀어야 할 가장 어려운 시험문제다. 객관식처럼 한 개의 정답을 고를 수 있다면 편하겠다 싶어 몇개의 근사치적인 대안을 추려놓고 보면 내가 직면한 문제의 답은 아니다 싶어 또 다른 고민이 생긴다. 문제의 지문에 답이 있다는 충고를 떠올리며 주관식으로 써놓아도 내가 살아가야 할 인생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후회없이 최선을 다해 살고 싶다. 비록 성공한 사람들처럼 부와 명예와 권력을 누려보지는 못해도 세상에서 나 한 명 만큼은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그 마음을 지켜나가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며, 따라서 가장 큰 행복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 인생에 정답은 없다. 인생에는 비밀도 없다. 인생에 정답이 있어야 한다면 우리가 정답을 만들어나갈 뿐이다. 인생에 비밀이 있다고 한다면 우리가 그 비밀을 푸는 열쇠가 되는 수밖에 없다. 내가 살아온 모든 시간들이 내 삶의 정답이 되어주리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어야 한다.

- 오늘날 나를 괴롭히는 고통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 또다시 좌절하고 마는 이유는 무엇인가.....  혹시라도 내 앞에 펼쳐진 세계를 바라보지 못한데서 생겨난 마음의 고통은 아니었을까.  그냥 이대로 순순히 주저앉아버린 게으름이 원인은 아니었을까.

- 출발선에서 시작된 불평등한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지는 것 같고,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 참아내야 하는 기나긴 시간의 소모는 헛수고로 사라지게 될까 두렵다. 하지만 언제가는 깨닫게 될 것이다. 그 무의미한 인내와 노력이 훗날 창조의 에너지, 성공의 에니지로 작용하게 된다는 것을 말이다.

- 세상에는 처음부터 나를 적셔줄 물한 모금도 없었다. 나의 피와 수고로 내 인생을 적셔주지 못한다면 인생에는 희망이 없다.

- 내가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내 인생 어딘가에 뿌리 내린 사랑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양분을 얻게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는 기본적인 이해와 협력에서도 많은 양의 재능이 요구된다. 지속적이고 끈질기고 지치지 않는 재능이 필요하다.

- 생명을 품에 안는다는 행위는 인간의 전제조건이 아니다.

  돈과 명예, 권력, 향상이라는 개인적 소망을 뛰어넘는 거대한 자아의 실현이 부모다. 분명 고달프다. 희생도 따른다. 맨 정신이라면 아픔없이 기쁨과 행복만 가득하다는 말에 속아 넘어갈 리 없다. 그러나 우리를 한계로 몰아넣는 새 새명이 나 혼자였으면 이뤄내지 못했을 환희를 불러오는 시발점이 되고, 나 혼자였다면 불가능했을 한계를 뛰어넘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생명에는 신비로운 힘이 깃들어있기 때문이다. 단언컨대 생명에의 포기는 마법과도 같은 힘을 인생에서 포기하는 어리석은 짓이다.

- 인생이란 그 자체가 하나의 목적이 아닌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다리에 불과하다. 우리가 누리는 오늘은 어제를 살아간 수많은 인생들이 남겨놓은 성과들의 결론이다. 따라서 우리의 오늘은 내일의 결론이다. 현재를 통해 인생의 결과가 확인되는 법은 없다. 생명의 지속은 우리의 내일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생명을 포기하는 섣부른 판단은 자칫 내게 주어졌을지도 모르는 보다 나은 내일을 미리 포기하고 사멸시키는 행위가 될지도 모른다.

- 나는 목격자일 뿐, 그것이 공범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자기변명은 매우 편리한 수단이 된다.

- 우리는 떠나간 후에야, 잃어버린 후에야 그리워하는 못된 습성이 있다. 혼자가 되었을 때, 더 이상 나 자신을 의지할 수도, 믿지도 못하게 되었을 때, 아무렇지 않게 여겼던 평범한 날들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 나를 괴롭히고 힘들게 만들었던 것들이 실제로는 내 인생의 숨은 그림이 되어 나를 완성시켜주는 퍼즐이 된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게 되었다.

-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숨은 그림이다. 인생이라는 이 거대한 화폭은 겉으로 드러난 붓의 흔적이 전부는 아니다. 그 사이사이에 나라는 숨은 그림이 도사리고 있다. 그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최선의 삶이다.

- 그저 한 가지 기대해보는 것은 절망에 익숙해지는 인간의 타고난 매집이다. 고난과 역경이 길어질수록 이를 버텨내는 내 안의 힘과 끈기가 자연스레 성장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성장한 힘이 닥쳐온 시련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계획하고 실천해야 되는 인생의 분기점에 도달했을 때 과거의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특별하고 존귀한 나를 만들어 주지 않을까 기대해 보는 것이다.

  이것이 절망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단 하나의 희망이다.

- 인간은 집단에 소속되어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으려고 시도한다. 그러나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수단이 목적으로부터 독립되어 거꾸로 수단의 지배를 받기에 이르렀다. 이제는 직업이라는 가치가 인간을 지배하고 있다. 남들이 선망하는 직업, 사회적으로 대접받는 기능을 익히기 위해 우리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왜 직업을 가져야 하는지, 왜 다른 이들과 어울려 집단의 일원이 되어야 하는지를 망각하게 되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