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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부동산심리 본문
- '가격의 우상향'맹신
그동안 아파트를 사두기만 하면 돈이 된다는 믿음은 오랜 신화처럼 우리 사회를 지배해왔다. 그러나 그 믿음은 근거 없는 '가격의 우상향' 맹신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맹신은 아파트 값이 계속 올라갈 때 더 심하게 나타나며 위기 때에는 속절없이 사라지는 거품과도 같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던 그 믿음은 허무하게 무너졌다. 사실 그토록 믿었던 아파트로부터 배반당한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과거와 현재를 통해 미래를 내다보려는 경향이 강하다. 미래는 과거와 현재의 그림자 혹은 연장선일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오늘의 추세가 내일에도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 믿는 '모멘텀 편향'의 일종이다. 설사 다른 집은 다 떨어지더라도 내가 선택한 우리 집은 예외일 것이라고 애써 억지 믿음을 만든다. 나는 일반인과 다르고 특별할 것이라는 착오의 또 다른 발로다. 우리 집 주변에 새로운 전철이 들어서고 있거나 자체적으로 재건축 추진 같은 재료를 갖고 있다는 그럴듯한 이유를 댄다.
하지만 이는 누워서 침을 뱉으면 내 얼굴에 안 떨어질 것이라고 믿는 것과 같다. 부동산은 시차가 있거나 폭이 다를 뿐 대체로 떨어질 때에는 다 같이 떨어지고 오를 때에도 다 같이 오른다. 더욱이 그 부동산이 단순한 이용 공간이 아니라 투자 자산이 되면 예외는 더욱 없다. 집의 투자 자산화는 곧 가격의 상승이나 하락의 변동 폭을 의미하는 '변동성'이 더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집이 투자 자산으로 변질되면 투기적 수요는 항상 기승을 부린다. 투기적 수요는 시장이 활활 타오를 때에는 기름을 붓지만 시장이 냉각되면 폭락의 원인이 된다.
- 단기간의 역사를 만드는 것은 심리다
부동산 가격은 장기적으로 인구, 구매력, 수급 등 변수에 따라 움직임이 달라진다. 그런데 단기적으로는 심리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심리는 변화무쌍하게 움직이는 가격을 이해하는 데 핵심 변수가 된다는 얘기다.
부동산 가격이 단기적으로 출렁이는 것은 다분히 심리적인 이유에서다. 단기적으로 매수자와 매도자 간의 심리 게임 결과로 가격이 움직인다. 가격이 하락한 것은 매도자가 심리적으로 매수자에게 밀렸다는 얘기고, 상승한 것은 그 반대일 것이다. 가격이 내재가치를 넘어 폭등하는 것은 다른 어떤 요인보다 순전히 심리의 문제다. 흥미로운 것은 심리는 자체적으로 움직이는 독립적 성격의 변수보다 다른 변수의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예컨대 매수 심리가 살아났다면 부동산 거래 활성화 정책 같은 다른 변수가 심리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심리 변수는 파생 변수 역할을 하면서도 여러 변수들을 합친 총합 변수가 되기도 한다. 부동산 시장에서 심리는 대표적인 단기 변수다. 심리는 쉽게 바뀌는 마음 작용의 또 다른 표현이므로 대체로 단기에 그친다는 얘기다. 중장기 부동산 시장의 가격은 심리보다는 펀더멘털이나 시장 기본 가치에 의해 결정된다.
- 인간은 이익보다 손실에 더 예민하다
이제는 많이 알려진 '손실 회피(Loss aversion)' 이론의 핵심은 사람들이 손실과 이익에 대해 비대칭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이다. 즉, 인간은 이익보다 손실에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 가령, 100만 원을 얻는 것 보다는 100만 원을 잃어버리는 것이 훨씬 고통스러울 것이다. '전망이론'을 통해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심리학자이자 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이익으로 얻은 즐거움보다는 손실로 얻는 고통이 2배 정도(1.5~2.5배) 크다고 했다.
- 심리적 거리와 시간적 거리
새 교통수단으로 천안·아산에서 서울 도심까지 진입하는 시간이 서울 변두리보다 짧아졌다고 하더라도 충청권이라는 인식은 그대로 남아 있다. 그 심리적 거리의 벽을 허물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마찬가지로 2010년 경춘복선전철이 개통된 뒤 춘천에서 1시간이면 서울에 진입할 수 있게 되었지만 춘천은 지리적으로 여전히 강원도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바로 '시간적 거리의 단축 = 심리적 거리의 단축'이라는 정비례 관계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교통 혁명으로 통근 시간이 짧아지면 서울이나 부산에서 직장이 있는 샐러리맨들의 주거지 선택 반경도 넓어진다. 하지만 주거지를 이동하더라도 일정 범위를 넘어가지는 않는다. 많은 샐러리맨들이 여전히 서울이나 부산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단축된 시간적 거리만큼 심리적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 전세는 소멸하나
현재 우리나라 주택 임대 시장은 전세에서 월세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주택 전세의 월세 전환 현상이 나타나면서 전세 유통 물량이 감소하고, 이에 따라 전세 시장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모든 주택이 월세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전반적으로 당분간 보증부 월세 비중이 크게 늘어나는 가운데 전세, 반전세, 월세가 공존하는 다층적 구조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전세에서 월세로 바꾸려면 빚(전세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데, 전셋값이 비싼 대형 고가 아파트는 반환이 여의치 않다. 목돈이 없는 집주인은 빚을 상환하기 위해 또 다른 빚을 조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형 고가 아파트는 당분간 전세 형태의 임대가 유지될 것이다. 하지만 전세금 반환에 큰 부담이 없는 저가 소형 주택은 전세가 월세로 넘어가는 현상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나타날 것이다.
- 우리는 사실 어떤 대상에 대한 호감과 비호감의 이유를 대기 전에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무조건 좋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심리학적으로는 '단순 노출 효과(Mere exposure effect)'라고 한다. 브랜드를 알고 있다는 이유로 우리는 품질을 제대로 따지지 않고 덜컥 물건을 고른다.
- 요즘 기획부동산은 과거처럼 무작정 전화를 걸어 "사모님, 좋은 땅 있으니 사세요" 식의 수법을 쓰지 않는다. 인적 네트워크를 많이 이용한다. 지인을 통하면 상대방의 경계심이 줄어서다. 기획부동산의 주타킷은 투자 금액이 2,000만~5,000만 원 정도인 소액 투자자다. 쌈짓돈을 잃어도 손실 고통이 크지 않은 인간 심리를 악용하려는 것이다. 또 과거와는 달리 땅 현장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초보자들은 막상 현장을 가봐도 자신이 산 땅이 어딘지 잘 모른다. 땅 시세도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와 짜고 미리 입을 맞춰놓기에 정확히 알기 어렵다.
- 아파트를 판 조직원은 본부장 등에게 건네야 하는 운영 비용을 제외하고도 한 채를 팔면 200만~500만 원을 번다. 아파트 한 채만 팔면 거의 한달 월급을 받으니 '죽자 사자' 영업에 나서는 것이다.
벌떼 분양 현장에서 계약을 한 40대 여성은 자신이 귀신에 홀린 것 같았다고 한다. 그 여성은 "로열층은 이제 동났는데 겨우 구해 오늘 당신에게만 특별히 주는 것이라는 말에 덜컥 서명을 했다'고 털어놨다. 분양 직원의 달콤한 말에 넘어간 것은 이 여성이 바로 심리적으로 '희소성 편향'에 빠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늘만 한정 판매", "마감 임박", "마지막 찬스"라는 말에 쉽게 움직인다. 희소성에 마음의 평정을 잃는다. 그래서 지금 사지 않으면 더 이상 기회가 없을 것 같은 조급함에 쫓겨 결국 나중에 후회할 결정을 하고 만다.
- 사기꾼은 서류를 조작해 가짜 집주인으로 변신한다. 그다음 전세를 놓고 세입자와 계약을 한 뒤 전세 보증금을 받아 도주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건물 등기부등본, 중개업소 개설 등록증, 집주인의 주민등록증과 인감증명서 등 거래에 필요한 서류를 거의 완벽하게 위조한다. 게다가 가짜 집주인이 진짜 집주인인 것처럼 위장해 태연하게 옆에 앉아 있다면 어지간한 법률 전문가라도 쉽게 걸려든다. 사실 사회에서 통용되는 믿음을 악용해 사기를 치는 경우 100%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신뢰를 쌓은 토박이 중개업소를 활용하는 것도 위험을 줄이는 방법이다. 지역사회의 평판조회라는 필터링을 활용하라는 얘기다.
- 소유하는 순간, 많은 것이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인간은 변화를 꺼린다. 한 번 선택한 것을 쉽게 바꾸지 않으려는 것은 변화에 대한 두려움의 반증이다. 내 것은 소중하고, 내가 가진 것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보다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려고 하는 것, 이러한 현상을 행동경제학에서는 '소유 효과(Endowment effect)'라고 한다. 일단 내 수중에 들어오면 그것이 값비싼 물건이 아니더라도 애착이 생긴다.
- 모델하우스는 철저히 계산된 욕망의 무대다
모델하우스가 호화로워진 것은 1999년 분양가 자율화 시대 이후였다. 분양가가 통제받던 시절에는 지어놓기만 하면 팔렸으므로 모델하우스를 화려하게 장식할 필요가 없었다. 지금 모델 하우스는 단순한 견본주택을 넘어 고급 인테리어와 마감재를 사용하면서 '꿈의 오아시스'가 되었다. 1층 출입구에 배치돼 있는 실내화는 유난히 납작하다. 결국 납작한 실내화는 모델하우스의 아파트 내부가 더 넓고 높게 보이도록 하기 위한 심리 전략이다. 전시용으로 비치된 거실의 소파, 주방의 4인용 식탁, 안방의 침대, 자녀 방의 책상은 실제보다 약간 폭이 좁고 길이도 짧다. '넓은 집 효과'를 내기 위해서다. 널찍한 확장형 발코니, 유난히 밝은 조명과 할로겐 램프, 베이지색의 은은한 벽지, 곳곳에 설치된 장식용 거울..... 이것들 역시 실내를 넓게 보이기 위한 전시용이다. 소형 아파트에서는 실내가 좁아 보일 때 소파와 식탁의 크기를 확 줄이거나 아예 빼버리기도 한다.
모델하우스는 왜 건설 현장에서 동떨어진 곳에 세워지는 경우가 많을까? 수도권 외곽의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모델하우스는 서울 강남이나 대도시 번화가 한복판에 짓는다. 이는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하도록 편의성을 고려한 측면도 있지만 입지적 단점을 무마시키려는 전략도 없지 않다. 화려한 마감재에 현혹되면 주변 환경을 주의 깊게 보지 않는 성향을 노린 것이다.
간혹 건설업체들의 '회사 보유분' 분양 마케팅도 얄팍한 마케팅 수법일 수 있으므로 주의하는 게 좋다. 단순한 미분양이라고 하면 이미 한 차례 분양에 실패한 것을 의미하므로 소비자들이 외면할 것이다. 하지만 회사 보유분이라고 하면 실제로는 미분양이라도 회사가 몰래 감춰놓은 아파트를 나한테만 파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어쨌든 모델하우스는 꿈을 파는 곳이 아니라 철저하게 계산된 비즈니스의 세계라는 점을 잊지 말자.
- 요즘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셰어 하우스(Share house)도 '이야기'가 매개된다. 셰어 하우스는 입주자가 한 집에서 거실, 주방, 식당, 욕실을 공유하면서 사는 주택이다. 독신자들의 외로움을 달랠 수 있으면서도 비싼 월세 비용을 서로 나눠 낼 수 있는 것이 매력이다. 갈수록 개인화되는 삭막한 도시에서 셰어 하우스에서 나누는 이야기는 고독을 이기는 면역제다. 생면부지의 사람도 밥을 같이 먹고 정을 나누다보면 한 가족이 된다. 한솥밥의 힘이다. 셰어하우스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1인 가구의 주거 불안을 해결할 방안으로 떠오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 공짜 점심은 없다
환매 보장제 아파트는 분양가의 30%만 내고 2년만 살아본 뒤 분양을 받을지, 아니면 환매할지 결정하는 방식이다. 환매는 아파트를 판 시행사가 나중에 소비자들에게 사들이는 것이다. 요즘 주택 건설사나 시행사들이 불황 마케팅으로 내거는 '환매 보장제', '원금 보장제', '프리미엄 보장제' 등은 다소 위험한 상술이다. 당초 약속이 잘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사업장에서 환매 주체는 시공사인 메이저 건설사가 아니라 자금력이 취약한 소규모 시행사다. 개발의 주체는 시행사이고, 메이저 건설사는 단순히 공사를 해주는 역할에 불과하다.
3년간 연 10%의 임대 수익을 보장한다는 조건으로 분양받았지만 보장 기간이 끝나자 임대료 지원은 끊어졌다. 그랬더니 임대 수익률이 연 2%로 뚝 떨어졌다. 세입자가 장사가 안 된다는 이유로 임대료를 낮춰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세입자는 조건을 들어 주지 않는다면 나가겠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요청을 받아들였지만 이 세입자도 언제 나갈지 알 수 없어 불안하기만 하다. 박 씨는 "상가를 노후생활의 로망으로 생각하고 분양을 받았는데 애물단지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 다운계약서는 주로 매도자의 요구로 작성된다. 그래서 대부분 매도자는 다운 계약서를 받는 대가로 매수자에게 매매 금액을 깎아주는 '당근'을 제시한다. 다운계약서는 엄연한 불법 계약이므로 중개업자는 빠지고 매도자와 매수자 간 직거래 방식으로 위장된다. 다운 계약서는 비록 타인이지만 약속을 잘 지킬 것이라는 굳은 믿음 아래 작성된다. 그런데 그 약속은 양도세 부정행위 제척기간인 10년 동안이나 지켜져야 한다. 만약 그 이전에 매수자의 마음이 변해 사실을 실토하게 되면 약속은 물거품이 된다.
다운계약서 효력이 주로 매수자의 '선의'가 유지되어야 성립될 수 있는 것과는 달리 분양권 불법 전매는 그 반대다. 일반적으로 분양권 불법 전매에서 우월적 지위는 매수자가 아니라 매도자(원매자)다. 다운계약서에서 매수자는 매도자가 부담해야 할 취득세, 양도세를 떠안는 조건으로 계약한다. 계약에서 아쉬운 사람은 잃을 게 많은 사람, 즉 매수자다. 매수자는 매도자가 나중에 딴소리하지 않도록 분양권에 각종 공증을 한다. 하지만 입주 때 분양권 가치가 올라 추가로 웃돈이 더 붙으면 매도자의 마음은 변한다. 소유권 이전 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넘겨주는 대가로 돈을 추가로 요구하는 것이다. 매도자와 매수자 간 '신사 협정'은 당초 계약 때와 시세 등 상황이 달라지지 않아야 유지될 수 있다.
- 심적 회계는 사람들이 같은 돈이라 하더라도 출처나 용도에 따라 마음속으로 따로 구분하여 달리 사용하는 성향을 말한다. 현금이 있는데도 고금리의 카드빚을 갚지 않거나 빚을 지고도 펀드를 불입하는 것도 심적 회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 누구도 비켜가지 못하는 앵커링 효과
배가 닻을 내리면 물결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여도 닻 내린 곳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닻 내림(앵커링anchoring) 효과는 처음 형성된 정보가 기준점이 돼 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처음에 매겨진 가격이 임의적인 것인데도 불구하고 한 번 뇌리에 자리를 잡으면 현재뿐만 아니라 그 이후의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빌딩 임대 시장에 요즘 '렌트 프리(Rent free, 무상 임대)'가 유행하고 있다. 말 그대로 일정 기간 사무실을 공짜로 빌려주는 임대 방식이다. 빌딩을 계약하는 임차인에게 2~6개월 정도 임대료를 내지 않고 무료로 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만큼 실질 임대료가 할인되는 효과가 있다. 그런데 공개적으로 임대료를 낮추지 않고 왜 암암리에 렌트 프리 방식을 쓰는 걸까? 렌트 프리를 이용하면 빌딩 매매 가격 산정 기준이 되는 명목 임대료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빌딩 매매 가격은 미래에 발생하는 임대료를 현재 가치로 할인한 것이다. 따라서 실질 임대료 인하에도 불구하고 빌딩의 가치에는 변동이 없어 건물주 입장에서는 손실 부담이 덜하다. 임대료는 재계약 때 올려 받으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일부 건물주는 명목 임대료를 유지하기 위해 인테리어 비용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요컨대 렌트 프리는 임대료를 깎아줄지어정 원래 설정된 임대료는 낮추지 않는 방법으로 건물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닻 내림 기술이 스며 있는 셈이다. 이같은 렌트 프리 착시 효과로 실질 임대료는 떨어지는데 건물 가격은 제자리이거나 오히려 오르는 기현상이 나타난다.
- 부동산 정책을 수립하거나 발표할 때 시장의 특성에 따라 구분하는 정교하고 치밀한 접근법이 필요한다. 시장이 갈수록 세분화되고 있어서다. 부동산 심리까지 고려해 정책을 펴야 하는 곳은 투기적 수요가 항상 넘치는 '자산 시장(Assets market)'이다. 자산 시장은 소유 욕망이 무한대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주택 시장이 자산 시장으로 바뀌면 공급만으로는 시장을 안정시키기가 쉽지 않다. 주택 시장이 자산 시장 성격을 띨수록 공급뿐만 아니라 합리적 수요 관리, 심리적 접근이 병행 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 또 시장 참여자들이 심리적으로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일괄된 정책 메시지, 투명한 정보 공개, 적절한 홍보 등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사용가치 중심의 '상품 시장(Goods market)'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상품 시장은 가수요보다는 실수요 위주로 형성되는 곳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다.
- 규칙성 깨진 전세 시장 짝수 해
전세 시장의 짝수 해 패턴이 생긴 것은 제도 변경에서 기인한다. 지난 1989년 12월 30일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시행으로 임대차보호 기간이 종전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났다. 법 시행 이틀 뒤인 그다음해부터 2년 주기로 이사 수요가 몰렸다. 이러다보니 짝수 해에 전세값이 오르는 패턴이 나타난 것이다. KB부동산 조사 결과 실제로 2009년 서울 지역 주택 전셋값 상승률(5.97%)은 2008년(1.15%)보다 높았다. 또 2011년(10.85%)은 2010년(6.36%)보다, 2013년(6.78%)은 2012년(2.06%)보다 각각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앞으로 홀수 해의 전셋값 강세 흐름 역시 계속 이어질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 좋을 때와 나쁠 때는 시소처럼 서로 오간다
내재가치는 애덤 스미스가 설명하는 '원가에 평균이윤을 합친 자연 가격'과 비슷한 개념이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자연 가격은 시장 가격을 이끄는 중심 가격이다. 시장 가격은 오랜 세월 동안 자연 가격 이하로 머물 수는 없고 자연 가격까지 오른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소형 아파트 전성시대가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 예상한다. 중대형보다 소형 아파트를 사면 돈을 많이 벌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우리나라 인구 구조상 1~2인 가구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소형이 강세인 트렌드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중단기적으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최근 소형 아파트는 공급이 많이 몰리면서 어느 기간에서는 공급 초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가격도 많이 올라 메리트까지 떨어진다.
-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자신이 사는 아파트 가격이 얼마인지 시세를 확인한다면 그 행위는 무슨 뜻일까? 자신이 사는 아파트는 더 이상 '집'이 아니라 교환의 대상인 '투자 자산'이라는 의미다.
- 아주 긴 세월로 따져본다면 주택 가격은 물가상승률만큼 상승한다고 볼 수 있다. 주택이 물가 상승에 대한 헷지 기능이 있다는 것이다. 거꾸로 이야기를 하면 주택 가격은 올라봐야 물가상승률 이상 오르기 힘들다고볼 수 있다. 부동산 가격은 곧 물가라는 인식을 갖게 되면 장기적으로는 부동산은 대박도 쪽박도 아닌 평범한 상품이 된다.
주택 가격은 물가를 포함한 '명목 주택 가격'과 물가를 뺀 '실질 주택 가격'으로 구분해서 판단해야 한다. 멀리 볼 때 우리 경제가 성장하는 한, 명목 주택 가격이 하락하기는 매우 어렵다.
- 경제의 핵심은 부채와 수익의 균형
베스트셀러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로 유명한 로버트 기요사키는 신용카드 빚과 투자를 위한 빚을 구분하라고 강조한다. 소비를 위해 쓰는 신용카드 빚은 '나쁜 빚', 임대료를 받기 위해 건물을 구입하는 빚은 '좋은 빚'이라고 한다.
미국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키는 금융의 본질적 속성을 3가지 그룹으로 나눈다. 우선 '헤지 금융'은 투자에서 얻은 현금 수입으로 원금과 이자를 갚는 부류다. 호황으로 본격적인 투자 열풍이 일어나기 전에 나타나는 것으로, 가장 이상적이고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다. 두 번째는 '투기 금융'으로 투자에서 얻는 현금 수입으로 이자는 갚을 수 있으나 원금 상환을 위해서는 자산을 처분해야 하는 부류다. 마지막으로 '폰지 금융'은 현금 수입으로 원금은커녕 이자도 갚기 어려운 부류다.
- 행복은 여러 차례 나눠 받는 지혜에서 온다
미국에서는 시세 차익형 투자자인 토지 투자자를 악어 사육업자에 빗댄다. 사실상 자본 이득을 추구하는 투자자는 투자 과정에서 얻는 행복보다는 오로지 시세 차익이라는 결과에만 관심을 가진다. 시세 차익이 없으면 불행을 느낀다. 하지만 젖소 사육업자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젖소는 나중에 고기로도 팔 수 있지만, 사육하는 동안 짜내는 우유라는 운용 수익을 더 큰 목적으로 생각한다. 부동산 시장이 저성장체제로 접어든 만큼 부동산을 보는 눈은 달라져야 한다. 바로 악어 사육업자에서 젖소 사육업자의 마인드로 바꾸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