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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푸어 본문
- 일반적으로 고점 가격에서 집을 산 사람들은 집값이 떨어지더라도 한동안은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인지부조화 현상(사람은 자신의 태도 간에 혹은 태도와 행동 간에 일관되지 않거나 모순이 존재할 때 이러한 비일관성이나 모순을 불쾌하게 여겨 이것을 줄이려고 한다. 이를 위해 태도나 행동을 바꾸려 시도하는데, 태도는 다른 사람이 모르지만 행동은 이미 다른 사람들이 알고 있으므로, 행동에 맞게 태도를 바꾸게 된다는 심리학적 용어) 때문이다.
- 금융기관들은 부동산 대출을 늘리면서 건설업체들의 고분양가 전략과 투기 선동에도 이해를 같이 할 수밖에 없었다. 건설업체들이 분양가를 높이고, 투기 바람이 불어 일반 가계가 대출을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금융기관들에게는 이득이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2000년대 내내 이들 금융기관 부설 연구소들이 건설업계 부설 연구소나 건설업체들을 끼고 있는 재벌계 경제연구소와 거의 비슷한 톤으로 '부동산 경기 부양'을 주문했던 것도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 주택 선분양 제도는 1977년 아파트 분양가 규제가 도입됨에 따라 주택건설업체들의 채산성이 악화될 것으로 판단한 정책당국이 주택건설업체들의 금융비용을 줄여준다는 명목으로 도입한 제도다. 주택건설업체들이 제도권 금융에 이자를 물지 않고 주택 수요자로부터 주택건설자금을 무이자로 직접 조달해 주택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같은 선분양제는 당시 영세하고 자금력이 부족했던 민간 주택건설업체들의 자금 회전을 도와주어 급속한 도시화와 수도권 인구유입 가속화에 따른 주택공급 부족을 비교적 단기간에 해소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한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선분양제는 시장가격 이하로 책정된 분양가와 실제 시장 거래가격 간의 차익을 노리는 투기적 수요를 유발시켰으며 공급자 우위 시장을 고착화시켰다는 점에서 부정적 측면 또한 작지 않았다. 반복적인 부동산 투기 파동과 경기 침체기의 미분양 증가에 따른 주택 구입자 피해가 두드러지자 그 부정적 측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선분양제 하에서는 주택 소비자들이 갑작스러운 집값 하락으로 피해를 볼 가능성이 후분양제에 비해 훨씬 높다. 선분양제에서 주택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소액인 계약금만 있으면 되므로 예산제약 범위를 벗어나 주택청약을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부동산 투기 붐이 극심할 때는 분양만 받으면 몇 억 원을 벌 수 있다는 생각으로 너나 할 것 없이 주택 청약에 나서게 된다.
- 모델하우스는 건설업체들이 구매력이 충분하지 않은 가계들을 대상으로 '내 집'을 갖고 싶은 욕구와 시세차익에 대한 탐욕을 충동질 하는 공간이다. 그 벌거벗은 탐욕이 증폭되는 모델하우스라는 공간은 수많은 이들을 하우스 푸어로 전락하게 한다. 모델하우스는 아파트 이야기를 만드는 성전이다. 아직 만들어지지 않는 프리미엄의 신들을 모셔놓은 신전이다. 그러므로 모델하우스에서 만들어진 이야기들은 신화이다. 입구부터 사람들은 이야기의 주체에 압도된다.
건설사들은 단지 모델하우스를 만들 뿐이다. 건설사가 모델 하우스 안에 만든 가상의 현실은 모두 계약자들의 돈에서 나온다. 사람들이 아파트를 분양 받지 않으면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미리 약속(?)하는 것이다. 이는 바로 대한민국에만 존재한다는 '선분양' 시스템 때문이다. 우리는 가상의 현실만 목격했지, 실제 현실이 어떠할 것이라는 아무런 약속도 없이, 덜컥 우리의 모든 인생을 저당 잡힐 수도 있는 이른바 '계약'이라는 것을 체결한다.
- 어느 젊은 회사원의 주택 구입 사례
어떤 젊은 회사원이 강북에 3억 4,000만 원짜리 아파트를 한채 샀다. 자기 돈 8,000만 원+세입자 보증금 6,000만 원+은행대출 2억 원=3억 4,000만 원.
1) 앞으로 집값이 과거 2,000~2008년처럼 폭등할 경우
매수는 성공적이다.
2) 앞으로 집값이 과거 1991~2000년의 경우처럼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할 경우
매수는 실패작이다. 9.3년(약 1억 6,000만 원)이면 해결할 수 있는 2억 원을 20년(약 3억 6,000만 원)에 걸쳐 해결하기 때문에 매우 비효율적이다. 은행 배만 불려주는 짓이다. 아파트 가격이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전세가 효율적이다(재테크를 잘해서 전세금을 월세 지출보다 높은 이율로 불릴 줄 아는 사람은 무보증금 월세가 더 효율적이다).
3) 앞으로 집값이 일본처럼 15년 장기 약세장으로 갈 경우
전세보증금이 위험해질 수 있다. 월세가 안전하다. 단 월세보증금은 안전이 확보되는 한도에서 가능한 크게 가져가고 월세는 가능하면 작게 가져간다. 주인집이 경매로 넘어가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수준의 보증금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월세로 전환한다.
- 시골의사 박경철 생각
Q : 고가의 아파트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기회비용이나 거래비용은 고려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A : 쉽게 예를 들어볼까요? 지금 서울의 유명 주상복합 아파트들 경우에 최소 20억 원에서 최대 60억 원까지 호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 경우 고층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그 전체 투자자들의 대지 지분을 나눠본다면 한 가구당 11평남짓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건축물이라는 것은 아무리 콘크리트 건축물이라고 하더라도 20년이 지나면 노후화되고 3,40년이 지나면 결국은 새로 지어야 되거나 파괴해야 되지 않습니까?
결국 실시간으로 감가삼각되고 있는 재산을 두고 실시간으로 가치가 올라갈 것이라고 믿고 있다는 것이 근본적으로 우리가 비이성적 이라는 증거입니다.
Q : 실제로 자기가 투자하는 기회비용을 생각하지 않는 풍토가 생기게 된 이유는 투자하는 기회비용을 항상 상쇄한 것이 바로 아파트였기 때문입니다.
A : 나라가 망하는 데 가장 빠른 방법은 전쟁에서 지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투기 바람이 일게 하는 건데요, 특히 지금 부동산 시장과 같은 곳에 투기 바람이 불게 되면 사람들이 장부가치에 의존해서 살게 됩니다. 집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 입장에서 집값이 열 배가 오르든 백 배가 오르든 내가 그것을 되팔아서 다른 집으로 이사가기 위해서는 기회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지요. 그 가격이 설령 폭락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실거주 목적이라면 그 장부가치라는 것은 내 삶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Q : 알아갈수록 어려운 것이 부동산인 것 같습니다.
A : 대출을 통해서 집을 살 경우 보이지 않은 부분, 즉 거래비용과 기회비용 등에서 잃는 부분을 복리 계산해보면 생각보다 섬뜩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Q : 대개 돈의 가치를 수평적이라고 생각하기 쉬워서 생기는 일인 것 같습니다.
A : 투자자들이 가격을 수평으로 바라본다는 것에 문제가 있습니다. 자신이 구입한 가격 대비 상승이냐 하락이냐는 수평적 사고롤 바라보는데 사실은 자산이나 돈의 가치는 실시간으로 하락하기 때문에 그것을 수평적으로 바라보면 안 됩니다. 일단 이것이 추세를 가지고 있다고 봐라봐야 합니다. 이 추세라는 것은 돈의 가치를 갉아먹지요.
- 선대인 부소장
A : 지금 많은 분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국토부 실거래가, 즉 시장에서 실제로 거래되고 있는 주택 가격과 부동산 정보업체들이 호가 위주로 불러대는 시세 사이에 상당히 큰 괴리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Q : 호가와 실거래가의 괴리가 심각해지고 있는 건가요?
이는 버블 붕괴의 전조현상입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이미 집값이 너무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집값이 오른다'고 언론에서 조장하거나 선동하더라도 매도 호가는 거기에 따라 올라가지만 실거래가는 따라 올라가지 못하는 겁니다. 일정한 시점이 지나서 매도 호가가 버티지 못할 때는 실제로 실거래가 수준으로 수렴해서 내려오면서 급매물이 점점 더 많이 나오기 시작하고 가격이 빠른 속도로 빠질 가능성이 굉장히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