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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애니멀 본문
- 결국 인간은 의사결정을 하는 존재가 아니라 그저 방랑자일 뿐이다. 지난 세기 동안 사람들은 의사결정이 어느 한순간에 이루어지는 현상이라고 파악했다. 여러 사실과 환경 요소 및 증거를 모은 다음 어떤 결정이 내려진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의사결정 과정을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인간은 사회적인 풍경 속을 걸어가는 방랑자라고 하는 쪽이 더 정확하다. 우리는 수많은 사람과 온갖 가능성으로 만들어진 환경 속을 걸어가고 있다. 걸어가면서 마음은 무한대에 가까울 정도로 많은 가치 판단을 하고, 이것이 쌓여서 목표가 되고, 야망이 되고, 꿈이 되고, 욕망이 된다. 행복하고 만족한 삶을 살 수 있는 열쇠는 감정을 훈련하고, 감정이 올바른 신호를 보내게 하는 것,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독특한 서명을 가지고 있다. 미소도 사람마다 다르다. 또 샤워를 한 뒤에 물기를 닦는 동작도 제각각 다르다. 왜냐하면 이런 동작을 반복할 때마다 뇌 속 해당 영역에 관련된 시냅스가 그만큼 빽빽하게 많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독자는 알파벳을 A부터 Z까지 암기할 수 있을 것이다. 반복을 통해서 알파벳의 모형을 머릿속에 세워두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Z에서 A까지 거꾸로 외워보라면? 아마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연속적 모형은 경험을 통해 강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언어 습득에 있어 가장 빠른 방법은 일대일 대면 교수법이다. 가장 느린 학습 방법은 비디오 교재나 오디오 교재를 이용하는 것이다.
- 많은 사람들은 책을 읽는 장소를 따로 정해둬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수많은 실험 결과를 놓고 보면, 책 읽는 장소를 이리저리 바꿀 때 습득한 정보를 더 적게 잊어먹는다. 바뀐 환경이 정신을 자극해서 기억의 거미줄을 더 촘촘하게 만들어준다.
- 스탠퍼드대학교의 심리학 교수 캐롤 드웩Carol Dweck은, 열심히 공부한 학생을 칭찬하면, 그 학생의 정체성을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으로 규정하며 이 정체성을 더욱 강화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런 마음을 가진 학생은 어렵고 힘든 과제도 기꺼이 떠맡고, 실수하더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만일 어떤 학생에게 똑똑하다고 칭찬한다고 치자. 똑똑하다는 말은 타고난 천성 덕분에 성취를 이루어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런 칭찬을 들은 학생은 앞으로도 계속 똑똑해 보이기를 바라기 때문에 어렵고 힘든 과제를 꺼리는 경향을 보인다. 왜냐하면 실수하거나 멍청해 보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 인간의 뇌는 의식적인 지식을 받아들여 무의식적인 지식으로 변환하도록 되어 있다.
- '뻗어나감과 동질성reach and reciprocity' _ 리처드 오글
어떤 분야의 핵심 지식에서 출발해서 과감하게 밖으로 나가 새로운 것을 배운다. 그리고는 다시 돌아와 새로 확보한 것을 기존에 알고 있던 것과 통합한다. 그런 다음 다시 나가 모험을 하고, 돌아온다. 나갔다가 돌아오는 과정을 반복한다. 오글이 주장하듯이, 한 집단의 순결성을 지나치게 주장하면 폐쇄적인 공간에 갇혀서 편협해진다. 지나치게 밖으로만 돌면 노력에 따르는 성과가 축적되지 않는다. 테일러 선생은 해럴드가 확장과 통합의 리듬을 자연스럽게 타길 바랐다.
- 심리학자인 안젤라 덕워드Angela Duckworth와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은 실험을 통해 고등학교 때의 성적, 출석률, 최종 성적을 예측하는 데는 자기통제력이 지능지수보다 두 배나 더 정확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물론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 학자들이 있긴 하지만, 충만한 삶을 사는 데 자기통제력이 본질적인 요소임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 천재성은 대부분 만들어지는 것이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는 게 현재 지배적인 견해이다. 모차르트가 어릴 때 작곡한 음악도 천재성의 결과가 아니라고 학자들은 주장한다. 모차르트는 어린 나이에 이미 훌륭한 연주자였지만, 오늘날 이 분야에서 뛰어난 기량을 보이는 어린이들과 섞여 있다면 결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할 것이라는 게 학자들의 견해이다.
이들의 주장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이렇다. 모차르트가 가지고 있던 재능은, 매우 조숙한 어린 연주자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과 같았다. 그것은 바로 타고난 능력, 오랜 시간 동안 집중할 수 있는 능력, 솜씨를 연마하겠다는 어른스러운 자세였다. 모차르트는 아주 어린 나이에 피아노를 꽤 잘 연주했다. 그래서 이미 어린 나이에 연습 총량이 1만 시간이나 될 수 있었다. 이런 바탕이 있었기에 위대한 업적을 쌓아나갈 수 있었다는 말이다.
- 교토대학교 키타야마 시노부와 스탠퍼드대학교 헤이즐 마커스Hazel Markus, 미시건대학교 리처드 니스벳Richard Nisbett 같은 학자들은 여러 해에 걸쳐 아시아인과 서양인의 사고 및 인식 방식의 차이를 연구해왔다. 니스벳 교수의 연구가 제시하는 핵심 내용은 저 유명한 실험 속에 담겨 있다. 그는 수족관 그림을 미국인 집단과 일본인 집단에게 보여주고 눈에 보이는 것을 그리라고 했다. 그러자 미국인은 수족관에서 가장 크고 눈에 띄는 물고기를 묘사했다. 이에 비해 일본인은 그림의 맥락과 배경이 되는 요소, 즉 물, 바위, 거품, 해초 등을 60퍼센트 이상 언급했다.
니스벳 교수가 내린 결론은, 서양인은 개인이 취하는 행동에 초점을 맞추는 데 비해 아시아인은 맥락과 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닭과 소, 풀밭이 있는 그림을 보여주는 대상을 관계있는 것끼리 묶으라고 하면, 미국 학생은 보통 닭과 소를 같은 범주로 묶는다. 둘 다 동물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중국 학생들은 보통 소와 풀밭은 같은 범주로 묶는다. 소가 풀을 먹기 때문에 이 둘이 서로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하루 생활을 묘사하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미국의 여섯 살짜리 아이들은 중국의 여섯 살짜리 아이들보다 '나'라는 말을 세 배나 더 많이 한다.
- 눈부신 천재 몇 명이 불후의 대작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인간이 특별한 게 아니다. 집단으로 구성된 사람들이 공동적으로 정신적인 틀을 만들고, 이것을 미래로 나아가는 지침으로 삼기 때문이다. 혼자서는 제트비행기를 만들 수 없다. 그러나 개인들이 모인 집단인 기업은 제도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어서 제트비행기를 설계하고 만들어낸다.
- 짐 콜린스는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라는 베스트셀러를 출간했다. 그들은 겸손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으며 부지런하고 단호한 영혼의 소유자로, 자신이 정말로 잘하는 것을 찾아내 그것을 반복적으로 실행한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내적인 동기부여에 대해서는 많은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다. 이들은 규율과 효율을 요구했다.
- 지혜는 특정한 사실을 안다거나 어떤 분야의 지식을 소유하는 것과 전혀 다르다. 지식을 어떻게 다룰지 아는 것이 바로 지혜다. 자신감이 있지만 지나쳐서는 안 되고, 모험을 무릅쓰지만 충분한 근거를 가져야 한다. 반증에 기꺼이 맞서며, 이미 알려진 것 너머의 광대한 공간을 느낌으로 느껴야 한다.
- 발견법에는 닻내림효과anchoring effect 라는 것도 있다(닻내림효과: 사람들이 먼저들은 특정 숫자를 마음에 닻으로 삼아, 그 숫자를 기준 삼아 다음 선택을 결정하는 행동 패턴). 어떤 정보도 단일하게 처리되지 않는다. 정신적인 모형은 전염성이 있으며, 모든 것은 다른 것과의 비교 속에서 판단된다. 30달러짜리 와인은 9달러짜리 와인과 섞여 있을 때 비싸 보인다. 하지만 149달러짜리 와인 속에 섞여 있을 때는 싸 보인다.
- 작가 안드레아 돈데리Andrea Donderi는 세상은 묻는 사람과 추측하는 사람으로 나뉜다고 주장한다. 묻는 사람은 요청할 때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으며, 거절당하면서도 마음에 상처를 받지 않으므로 언제나 기꺼이 거절당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들은 돈을 빌려달라고 하기도 하고 자동차나 요트를 빌려달라고 하기도 한다. 심지어 여자 친구를 빌려달라고도 한다. 그러면서 양심에 조금도 거리낌이 없고 또 거절당해도 화내지 않는다.
추측하는 사람은 남에게 부탁하는 것을 싫어하며, 다른 사람의 부탁을 거절할 때 죄의식을 느낀다. 추측하는 문화에서는 긍정의 대답을 확신하지 않는 한 어떤 요청도 입 밖으로 내지 않는다고 한다. 이 문화에서는 부탁을 받을 때 결코 직접적으로 싫다고 말하지 않고 그럴 듯한 핑계를 댄다. 어떤 부탁이든 간에 부탁을 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정서적이고 사회적인 위기를 느낀다.
해럴드는 자기가 일생 동안 무엇을 하게 될 것인지 궁금해서 미칠 것 같았다. 모든 불확실성을 한방에 날려 보내고 자기 인생에 의미를 부여해줄 신의 계시가 짜잔 하고 나타나주길 꿈꾸었다. 또 언젠가는 모든 걸 다 아는 지혜로운 멘토가 나타나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왜 지금 여기에 있는지 속 시원하게 가르쳐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가슴 한쪽에 품고 살았다. 그러나 초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물론 이런 사람이 나타날 리가 없다. 왜냐하면 실제로 어떤 일을 해보고 나서 자기에게 맞는다는 느낌이 드는지 확인해야만 직업으로 삼을지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삶을 시도해보고, 자기에게 딱 맞는 삶을 찾아보는 과정은 몸소 실행해야만 한다.
- 학자들은 지난 몇 년 동안 사회적 네트워크를 분석하는 작업과 관련해서 많은 연구를 했다. 그리고 거의 모든 것이 전염성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친구들이 뚱뚱하면 본인도 뚱뚱할 가능성이 높다. 친구들이 행복하면 본인도 행복할 가능성이 높다. 친구들이 담배를 피우면 본인도 담배를 피운다. 친구들이 외로움을 많이 타면 본인도 외로움을 많이 탄다. 실제로 니콜라스 크리스태키스와 제임스 파울러는 <<행복은 전염된다>>에서 어떤 사람이 뚱뚱할지 날씬할지 여부는 배우자보다 친구들에게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썼다.
- 최근에 학자들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조사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 학자들이 발견한 첫 번째 사실은, 돈과 행복의 상관성은 명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부유한 나라일수록 행복한 나라일 경향이 높고, 부유한 사람일수록 행복할 경향이 높다. 그러나 이 상관성은 행복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복권 당첨은 단기적으로는 행복을 안겨준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이것이 미치는 효과는 미미하다. 빈민층에서 중산층으로 올라설 때 느끼는 행복은 중산층에서 상류층으로 올라설 때 얻는 행복보다 더 크다. 행복 증가율은 위로 올라갈수록 제로에 접근한다. 중년에 가장 많이 승진하지만 이 시기에 가장 행복하지는 않다. 사회적인 경력을 막 시작하는 20대와 경력을 접고 물러나는 60대에 가장 행복하다. 물질적으로 잘 사는 것을 강조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덜 행복해하는 경향이 있다.
학자들이 밝혀낸 또 하나의 분명한 사실은, 무엇이 자기를 행복하게 만드는지 판단하는 데 무척 서툴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일과 돈, 부동산을 지나치게 높게 평가한다. 또 친밀한 유대감이나 한 해에 9만 달러만 벌 수 있다면 '모든 꿈을 이룰 수 있을 텐데.'라고 말한다. 그러나 증거를 보면 그렇지 않다.
돈과 행복 사이의 상관성은 복잡하지만, 사회적인 유대와 행복 사이의 상관성은 단순하고 명쾌하다. 인간관계가 깊으면 깊을수록 사람은 더 행복하게 산다. 결혼 생활을 오랜 세월 지속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행복하다. 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결혼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한 해에 10만 달러를 버는 것과 심리적 이득 면에서 동일하다. 또 다른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한 달에 한 차례 만나는 모임에 회원이 되는 것은 소득이 두 배로 오를 때와 동일한 행복을 가져다준다. 친구가 많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스트레스 지수가 낮으며 더 오래 산다.
- 플로리다 주립대학교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 교수는 이런 사실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어떤 사람이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있는가 아니면 외롭게 살고 있는가 하는 점은 그 사람이 느끼는 행복감의 정도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다."
- 인간의 무의식이 가지고 있는 힘과 약점에 대해서 우리는 아직 공통된 의견을 가지고 있지 않다. 몇몇 학자들은 비록 무의식이 장점을 가지고 있을지 모르지만, 무의식은 원시적인 괴물 혹은 성숙하지 않은 어린아이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무의식은 주관적이다. 정보가 뇌에 저장될 때, 이 정보는 그냥 한 자리를 차지하고 가만히 있는 게 아니다. 기억은 어떤 정보를 단순히 되살리는 것이 아니다. 정보를 다시 조직하는 것이다. 나중에 일어난 일이 그 전에 일어난 일의 기억을 변형시킬 수 있다.
무의식은 전체적인 맥락에 극닥적으로 민감하다. 어떤 사람이 현재 느끼는 감정은 그 사람이 하는 모든 종류의 정신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
무의식은 충동적이다. 그래서 지금 당장 좋은 느낌을 원한다.
무의식은 모형을 찾는다. 고정관념이라는 문제가 있다.
무의식은 수학에는 무척 약하다. 1차적 인식은 위험이 매우 크고 빈도가 낮은 위협을 과도하게 경계한다. 반면 일상생활에 존재하는 평범한 위험은 무시한다.
- 직관과 논리는 파트너로 존재한다.
- 메티스는 1차적인 인식과 2차적 인식 사이의 대화에서 비롯되는 지혜의 상태이다. 메티스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상황의 일반적인 속성을 이해할 뿐만 아니라 그 상황의 특별한 속성까지도 이해한다.
- 윌킨슨과 픽케트는 영국 공무원을 조사한 보고서를 지적한다. 공무원들 가운데 일부는 높은 지위에 있으면서 강도 높은 업무를 담당한다. 또 일부는 낮은 지위에 있으면서 강도가 낮은 업무를 담당한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강도가 높은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심장병이나 위장병 등에 더 많이 노출될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강도가 낮은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질병에 더 많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낮은 지위가 그만큼 심리적인 비용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 어떤 아이들은 인적 자본 개발을 장려하는 분위기, 즉 책, 토론, 독서, 질문, 장래 희망 토론을 장려하는 분위기에서 자란다. 하지만 어떤 아이들은 산만한 환경에서 자란다. 부유층이 사는 동네의 유치원에서 어떤 이야기의 일부를 들려주면, 아이들 가운데 절반이 다음에 어떤 내용이 전개될지 예측한다. 그러나 똑같은 내용을 가난한 동네 어린이들에게 들려줄 때 그다음에 이어질 내용을 예측하는 어린이는 약 10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은 미래의 성공에 결정적일 정도로 중요하다.
- "국가의 진정한 기능은 경쟁의 기회를 더 평등하게 만드는 것이지 경쟁을 없애는 게 아니다." - 테오도르 루즈벨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