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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경제 2025. 1(트럼프 2기, 한국경제의 살길은?) - KDI 본문
세계경제 불확실성 높이는 트럼프 행정부… 한미 협상 여지와 기회요인도 있어
2024년은 경기변동이 비교적 큰 한 해였다. 1분기에는 한 분기 만에 1.3%나 성장하며 출발이 좋았다. 그러나 2분기 .0.2%의 역성장이 나타났으며, 3분기에도 0.1% 성장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다수의 전망기관은 2024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대 중반에서 초반으로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2024년 연간으로 보면 수출이 반도체 경기 호조세에 힘입어 높은 성장세를 보였으나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내수는 부진했다.
2022년 한국은행은 고물가를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급속히 인상했는데,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고금리 기간에 수주가 부진했던 건설업은 빠르게 위축되면서 경기 개선을 지연시키고 있다. 고용 증가세도 건설업을 중심으로 둔화하고 있다. 이러한 내수 부진이 반영되면서 물가상승률은 지난 9월 이후 목표 수준인 2%를 오히려 하회하고 있다. 수출은 여전히 양호하다고 볼 수 있겠으나, 10월 이후 증가세가 눈에 띄게 조정되고 있다. 수출이 우리 경제의 성장을 이끌어나가기 어려운 상황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25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2.0%···
민간소비 회복 기대되나 설비투자·수출 부진 전망
2025년 우리 경제는 어떤 모습일까? 우선 민간소비는 다소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고금리 기조가 소비를 상당히 제약해 왔는데, 이제는 물가상승률이 낮아짐에 따라 기준금리가 점차 인하되고 대출 상환 부담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양호했던 수출이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소득 여건도 개선될 수 있다. 다만 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민간소비의 강한 회복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아울러 중장기적 성장세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소비만 빠르게 증가할 수는 없다. 따라서 2025년 민간소비는 2024년의 1.3%보다 높은 1.8% 증가할 전망이다. 반면 건설투자는 2025년에도 가시적인 회복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그동안 누적된 수주 부진의 영향으로 건설투자는 2024년에 1.8% 감소하고 2025년에도 0.7% 추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따른 미국의 정책 변화는 설비투자와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국제통상환경이 급속히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의 통상정책에 대한 불확실성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중국을 비롯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관세 인상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언제, 어느 국가를 대상으로, 얼마만큼 관세를 인상할지 여전히 확실하지 않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한국의 철강기업에 적용했던 것처럼 관세 인상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수입물량 할당제도(쿼터제)를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인상 폭, 대상, 속도에 따라 세계경제 여건이 상당히 악화할 수도 있다. 관세 인상이 2026년 이후로 늦춰지더라도 경제환경의 불확실성만으로도 설비투자와 수출에 부정적 영향은 불가피하다.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기업이 과감하게 투자에 나서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리 하락에도 설비투자는 2025년에 2.1%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불확실성의 확대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대부분의 기업에 해당된다. 따라서 글로벌투자 수요가 둔화되고 이 수요에 크게 의존하는 우리 수출도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된다. 2025년 수출은 2024년의 7.0%보다 낮은 2.1% 증가할 전망이다. 이처럼 내수가 일부 회복되지만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2025년 우리 경제는 2024년의 2.2%보다 낮은 2.0%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다가올 트럼프 정부에서 관세를 2025년부터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에 상당한 하방 위험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더군다나 부동산경기 침체로 경제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는 중국이 미국과의 통상전쟁으로 경기가 하락한다면 중국 수요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 경제도 부정적 파급을 피하기 어렵다.
트럼프 정책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그럼에도 공통된 특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흔히 트럼프 정책이 자국우선주의로 불리지만 국제사회에서 자국 이익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특별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동맹국에게도 관세를 인상하고 친환경정책을 되돌리는 한편, 재정 적자를 크게 확대시키는 정책은 명분보다는 경제적 실리를, 중장기적 번영보다는 근시안적 성과를 추구하는 정책이다. 국가 간 협력이 장기적으로는 유리하지만 단기적 이익을 앞세우며 대립도 불사하고, 기후위기에도 저렴한 화석연료 사용을 유도하며, 국가채무 증가에 따른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는 뒤로하고 경기부양을 우선한다.
이런 관점에서 트럼프 정부의 정책을 이해하고 대응 방향을 생각해 보자. IMF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이 전 세계적으로 통상전쟁을 진행하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도 미국이다. 따라서 트럼프의 관세 인상 공약이 그대로 실현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고 우리도 미국과 협상할 여지가 많을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트럼프 정책이 우리 경제에 미칠 긍정적 요인도 존재한다. 트럼프 정부에서 기후위기 대응 대신 석유화학산업을 부양하고 유가 하락을 유도한다면 원유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경제에도 단기적으로는 유리하다. 아울러 미국의 재정 확대에 따른 미국 경기 상승은 우리 수출품에 대한 미국의 수요를 증가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기업은 혁신기술 확보 및 제품 차별화에 주력하고
정부는 포용적 제도로 혁신기업 뒷받침할 필요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극단적인 통상분쟁보다는 미국과 한국 모두에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해 나갈 필요가 있다. 국내 정치 불안으로 외교통상의 동력이 다소 약화됐을 수 있겠지만 정치 상황과 무관하게 경제정책이 시스템에 따라 작동할 수 있다면 어려운 환경을 최대한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통상 협상에도 미국 기업과 경합 관계에 있거나 가격경쟁 위주로 대응하는 기업들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평소 핵심기술을 확보해 차별적 제품을 생산해 온 기업은 다양한 환경 변화에 적응하며 번성할 수 있다. 우리 경제에 많은 혁신기업이 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신생기업이 유망산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추는 일이다.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고 각자 성공의 결실을 누릴 수 있는 유인을 제공하는 포용적 제도의 중요성을 제기한 경제학자들에게 2024년 노벨 경제학상이 돌아간 것이 이 시점에서 우리가 배우고 실천해야 할 가장 중요한 교훈이 아닐까.
경제전문가 65% “트럼프 2기 정책 중 관세정책 영향 가장 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