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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은 끝났다 본문
- 우리는 왜 집값 변화에 이렇게 민감하고, 심각하게 반응하는 것일까? 여기에는 두 가지 점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집값 상승률이 국제적으로는 낮았다고 하나 소득 대비 주택가격은 매우 높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 생각할 것은 우리 부동산 시장 구조 그 자체의 문제이다. 가계자산의 80% 이상이 부동산에 잠겨 있는데다 주기적인 가격 상승에 따른 학습효과, 공공임대주택 등 주거안정망이 취약한 상황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되어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청약통장에 가입해 있다. 부동산에 인질로 잡힌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풍경이라고 할 수 있다.
- 부동산의 수요-공급은 머지않아 균형에 도달하고 만다. 구매력 한도를 넘어 집값이 끝없이 오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경험상 보면 아무리 집값이 오르더라도 연간 소득의 10배 이상을 넘어서기는 불가능하다. 1990년 일본에서 거품 붕괴가 일어나기 직전 집값은 소득의 8배에 달했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직전 미국의 집값은 그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 집값에 영향을 끼치는 장기변수는 인구와 산업구조 변화이다. 인구가 증가하고 산업생산이 확대되는 시점에는 부동산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기 마련이다.
- 정부의 역할은 시장을 부추기거나 조정하는 데 있는 것만은 아니다. 시장에서 적절한 주거를 구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인간다운 주거를 제공해야 할 책임이 있다. 집은 상품이기 이전에 인간 생활의 필수품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문명국가라면, 국가가 그에 합당한 최소한의 주거를 보장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불량한 주거, 극단적으로는 주거 자체가 없는 홈리스가 증가한다면 사회통합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궁극적으로는 자본주의 경제 성장을 훼손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과 실제 그것이 추진되었을 때 나타나는 반응은 다르게 마련인 것이다. 때문에 부동산 정책은 드러내놓고 하는 얘기와 실제 움직이는 반응은 다르기 십상이다. 집이 투기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지만, 이른바 '건전한 투자'는 장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결국 부동산 세금은 매우 정치적인 문제이다. 바람직한 방향은 있지만 정치적으로 실행 가능한 정책을 찾기는 쉽지 않다. 세금은 이미 교과서적으로 국가재정 조달이라는 중립적 목적 외에도 '재분배 기능 강화', '특정 분양의 조장과 억제'와 같은 계층차별적인 정책 목적을 포함하고 있다. 부동산 관련 세금이 부동산에 따른 부의 편중을 막고, 부동산 시장의 과열이나 침체를 보정하는 기능을 갖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우리나라 국부의 대다수를 부동산이 차지하고 있는 한, 그 세금이 정치적 쟁점이 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모두가 동의하고, 흔쾌히 부담하려고 하는 세금 체제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정부나 정치권이 이런 사실을 이해하고 예민하게 인식하는 세금 정책이 중요할 뿐이다.
- 결국 우리나라에서 전세제도가 유지되는 가장 큰 이유는 빠른 집값 상승을 예상하고 남의 돈을 빌려서 주택을 구입하려는 시장 관행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 결국 진보적 주택 정책을 우라나라의 맥락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선진국 혹은 복지국가들의 주택 정책에서 배울 것은 있되, 어느 하나의 모델이 최선이라고 고집해서는 안 된다. 보유세, 금융규제, 분양가, 공공임대주택, 세입자 보호. 그 어느 하나가 '종결자'가 될 수는 없다. 진보적 주택 정채에 '한방'은 없는 것이다. 이 점을 인정한다면 좀 더 겸손하게, 좀 더 조심스럽게 한국적 진보주택 정책을 함께 만들 일이다. 환상 없는 우리의 목표를 정하고, 그에 이르는 단계적이며 패키지화된 로드맵이 필요하다.
-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주택시장은 집값이 소득에 비해 너무 높지 않으면서도, 주택의 질이나 주거환경 수준도 개선된 그런 시장이다. 또한 이런 상황에서도 내 집이든 남의 집이든 중요치 않게 될 것이며, 따라서 공공임대도 고르게 발전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 민간임대주택은 관련 세제, 임대차 제도 등을 근본적으로 혁신 할 필요가 있다. 그 방향은 민간임대주택을 다주택자라는 시각이 아니라, 국민에게 적절한 주거를 제공하는 공급자라는 관점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다주택자 방식의 접근이 아니라 임대사업자 방식의 접근이 사실은 투기꾼들에게 더 큰 손해일수 있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자신이 거주하지 않는 주택은 무조건 등록하도록 하며, 등록된 주택은 세입자가 계약 갱신 청구권을 가지고 또한 일정률 이상 임대료 인상을 억제하는 제도는 대부분 선진국들이 이미 채택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임대사업소에 따른 소득은 소득세 부과 대상이 되어야 하며 여기에는 전세도 예외로 할 필요가 없다. 또한 민간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저소득 세입자들이 소득의 일정 비율 이상을 임대료로 지출할 경우 임대료 보조를 제공하고, 임대사업자에게도 필요 시 자금 지원이나 세제 지원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규제와 지원을 병행함으로써 민간임대 부문이 그냥 시장에 맡겨진 것이 아니라 공공이 개입하는 영역으로 변화시켜야 하는 것이다.
-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좋은 부동산 정책'에 대한 기대와 현실에서의 실망, 그 간극이 클수록 우리는 부동산 문제에 대해 냉소하게 된다. "그래봐야 되겠어?"라는 식이다. 심지어 정부의 정책에 반대로만 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설문에는 공익적 응답을 하지만, 실제 행동은 내 살 길을 찾는 식이다. 투기는 비난하면서도 나는 집 살 시점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인 것이다. 또한 집값이 오르는 데 분노 하지만, 내리면 더 크게 낙담하는 것도 현실이다.
- 이제 집이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삶의 자리라는 생각을 실천에 옮길 때가 되었다. 정부에게 진짜 공공성을 요구하자. 임대주택을 많이 지으라고 할 뿐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시장 규칙을 수립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토건 정치인, 부동산 언론, 무책임한 전문가들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 집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10가지 지침
1. '집의 생애 계획'을 세우라
결혼 전 독립할 때, 신혼집 얻을 때, 자녀가 생겨 집을 늘릴 때, 은퇴 후 집을 줄일 때, 각 단계의 그림을 그려보자. 또 생애주기와 경제 능력에 따라 주택 상향이동 계획을 세우자. 집은 각 생애 단계에 맞춰 '필요할 때, 필요한 방식'으로 구하는 것이다.
2. 부동산 신화를 믿지 마라.
부동산 불패신화는 고도성장기, 우리 부모세대들의 성공신화이기도 하다. 집은 생활수단이지 돈벌이 방법이 아니다.
3. 집 사는 데 빌리는 돈은 연소득의 5배를 넘지 말자.
원리금 지출이 소득의 30%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4. 전세 보증금 대출제도를 이용하자.
생각보다 전세 보증금 대출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적극 활용하자.
5. 공공임대주택은 선망하는 주택이다.
공공임대주택을 꺼리지 말자. 내 집이 아니어도 오랫동안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다.
6. 부동산 언론에 속지 말자.
너무 많은 언론들이 부동산 광고에 의존하고 있다. 더 무서운 것은 책임지지 않는 논조다. 현장에 가서 확인하자.
7. 집은 과시적 소비재가 아니다.
예전에는 큰 집이 돈 버는 집이었다. 이제 내 가족에게 맞는 크기를 찾아 합리적으로 소비하자.
8. 집은 오래 썼따고 버리는 물건이 아니다, 고치며 살자.
'100년 쓰는 주택'이 당연한 사회를 만들자. 처음부터 튼튼히 짓고 또 고치며 살자.
9. 집은 이웃과 동네의 일부다. 마을 만들기에 참여하자.
집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웃과 함께 마을 만들기를 시작하자.
10. 부동산 관련 정보를 직접 찾아보자.
선정적 언론, 무책임한 전문가에 의존하지 말고, 내가 직접 정보를 찾고 정리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