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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곳이 운명이다 본문
- 땅이란 인간과 마찬가지로 살아 있는 존재다. 땅은 고요하고 수동적인 존재도 아니고 잠자고 있는 존재도 아니다. 오히려 땅은 적극적으로 주변을 지배하면서 영구적으로 활동한다. 땅은 죽지도 않는 존재다. 인간은 자신이 땅을 소유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땅이 인간을 소유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 길쭉한 땅은? 양이다. 밖으로 휑하니 뚫린 땅은? 양이다. 꽉 막힌 땅은? 음이다. 높게 깎아지른 땅은? 양이다. 납작하게 엎드린 땅은? 음이다. 계곡은? 음이다. 능선 위의 묫자리는? 양이다. 땅이 아름답다면? 여자, 즉 음이다. 땅에 조화가 없다면? 이는 제멋대로라는 뜻이다. 자유로움(?)을 뜻하므로, 이것은 양이다.
땅에 힘이 없어 보인다? 음이다. 땅이 용처럼 꿈틀거리는 것 같다? 양이다. 고목이 많다? 음이다. 나무가 어리면? 양이다. 잔디는? 음이다. 물이 없는 땅은? 음이다. 햇볕이 잘 드는 땅은? 양이다. 소음이 많은 땅은? 양이다. 지대가 낮으면? 음이다. 남들이 다 바라볼 수 있게 노출된 땅은? 여자가 아니라 남자다. 즉 양이다.
- 풍수란 음인 땅을 잘 배치하여 그 안에 양인 영혼의 작용을 나타나게 하는 원리를 규명하는 학문이다. '음으로 양을 다룬다'는 것이 풍수의 결론이다.
- 마찬가지로 우리 동네의 풍수를 대충 살펴보고자 한다면 동네 밖의 지역들이 우리 동네를 보호하고 있는 듯한지를 보면 된다. 풍수는 양파 껍질처럼 속으로 파고들 수도 있고, 밖으로 한없이 확장될 수도 있다.
이러한 방식은 산이 방패를 의미하는 것에서 나온 것이다. 우리의 인생은 밖에서 침투하는 기운을 막아야 하기 때문에 항상 산에 의지하게 되어 있다.
- 천장은 입체감이 있어야 좋다. 가장 흔한 것은 천장 둘레에 사각형으로 두툼한 나무를 붙여놓은 것이다. 이렇게 해놓으면 천장 가운데 부분이 약간 위로 올라간 것처럼 보인다. 이로써 방은 더 넓어 보이고 여유가 생긴다. 거기에 추가로 등을 아름답게 설치해놓으면 천장은 생명력을 갖게 된다.
- 문은 원래 풍이지만 닫혔을 때는 산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서 문 근처를 꾸미기가 가장 어렵다. 한 가지 기억할 것은, 문은 육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알루미늄이라든가 허름한 합판이어서는 안 된다. 좋은 기운이 새어나가고 나쁜 기운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 방의 다른 조건을 보자. 이번에는 가구나 살림살이 등이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짐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방을 창고처럼 만들지 말라는 뜻이다. 방안의 물건들은 꼭, 당장, 아주 많이 필요한 경우에만 있어야 한다. 의미 없는 물건은 빨리 치워버려야 운명에 좋다.
- 좁은데다 걸리적 거리는 것이 많으면 위험이 발생한다. 사무실의 경우는 약간 다르지만 가정집의 경우에는 문제가 심각하다.
- 일단 아파트에 살면 땅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으므로 항상 이러한 단점을 보충하는 데 신경써야 한다. 전망을 즐기는 것보다는 나와서 산책을 하거나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며 땅의 기운을 자주 접하는 것이 좋다.
- 깊고 깊은 곳을 조심하라. 입구가 너무 먼 장소는 들어가는 것조차 나쁘다. 하물며 이런 곳에 살아서야 되겠는가!
- 굳이 아파트에 살기 원한다면 가장 높은 층이 낫다. 이곳은 뇌수해로서 혼란으로부터 탈출한다는 뜻이 있다.
- 물을 보면 산의 상태를 알 수 있다. 약수가 땅에서 솟아오르면 조은 산이고, 이 자리가 바로 명당이다. 흐르는 물이 깨끗하면 산은 단단히 굳어 있는 것이다. 산이란 단단히 굳어 있는 것을 최고로 친다. 산에 바위가 많으면 아주 좋다.
- 소통보다는 고집이 센 민족인 것이다. 우리 국토의 풍수 때문이다. 하지만 강한 면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 품성인가! 인간은 강해지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산의 요소를 품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 땅의 위치는 가급적 높은 곳이 좋으나 가장 높은 곳에 있으면 안 된다. 사방으로 뚫려 있고 하늘이 휑하니 보이면 안 된다는 뜻이다. 높되 그보다 더 높은 곳에 기댈 수 있으면 아주 좋다. 땅이 낮으면 이는 기력이 약한 것이다. 또한 누구나 내려다볼 수 있어 천박한 땅이 된다. 귀한 땅은 낮은 곳에 드러나 있지 않고 적당한 높이에서 품위를 지키는 땅이다.
- 산의 어떤 돌이 동물의 눈알처럼 생겼다. 이는 그런 느낌을 주는 형상일 뿐 대단한 것은 아니다. 그 눈을 보고 있으면 사람이 위축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눈이 건너편에 있는 산신령의 집을 공격하고 실제로 손상을 주는 것은 아니다.
이는 풍수가 아니고 단순한 경치의 문제일 뿐이다. 눈에 거슬린다는 것인데, 내가 보기에는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 땅이란 좋다고 다 좋은 것이 아니고, 나쁘다고 다 나쁜 것도 아니다. 어느 정도까지는 사람에게 달려 있다. 땅이란 그곳에 와주는 인간에 의해 용도가 달라지는 법이다.
- 무턱대고 아무 물건이나 쌓아놓으면 그것만으로도 풍수가 나빠질 수 있다. 반면 귀한 물건 하나로 방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다.
- 그는 언젠가부터 그 모든 역사의 물증들을 자신이 사는 공간에 진열해놓았다. 그 사람은 영업을 하기 위해 진열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진열을 하기 위해 영업을 한다는 것이다. 그는 그 물건들을 최근에 인사동으로 옮겨 놓았다. 고마움의 표시가 담겨 있는 수천 개의 물품들이 삶이 현장에 늘 함께 있다면 이는 과거의 영광과 함께 사는 것이다. 어떤 터에 이런 물건들이 있으면 당연히 풍수가 좋아진다.
- 집은 온통 나무 천지가 되었다. 이 사람은 밥그릇도 목기를 사용하고 젓가락도 나무였다. 잘한 일이다. 나무는 대게 좋은 물품이다.
- 쇳덩이가 많은 이 집은 지뢰복이다. 뜻은 회복, 저력, 소식, 희망 등인데 쉽게 망하지는 않는다. 다만 좋아할 바에는 큼직큼직한 것이 더욱 좋다. 그래야 지뢰복의 운이 더욱 분명해진다.
- 술을 대접하는 G는 좋은 사람이지만 그 집의 풍수는 더 좋다. 집에 좋은 술이 많으면 터를 완전히 바꾸어놓는다. 그 집의 풍수는 지풍승이었다. 이는 생명력을 품고 있다는 뜻인바 이런 집에서는 오래 살고 각종 사업에 성공한다. 자식도 잘되고 명망도 높아진다.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이 그런 일을 만들어놓았다니 이는 천복이 아닐 수 없다.
대규모 공사가 아니더라도 생활의 지혜를 활용해 터의 뜻을 완전히 바꾸어놓을 수도 있다.
- 방갈로는 또 하나의 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땅이 기울었다는 것이다.이는 천지부로서 아주 흉하다. 땅이란 평평해야 한다. 기울었거나 울퉁불퉁하다면 이는 양이 침투하여 땅의 음이 패한 결과로 만들어진 것이다.
땅이란 반듯해야 하고 집은 노출이 적어야 한다.
- 만물이 하나의 괘상을 이루면 그와 뜻을 가진 현상을 이끌어낸다. 오늘날 과학자들이 말하는 프렉탈 구조도 바로 이것이다. 이는 자연이 서로 닮아가려는 성질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땅의 원리, 즉 풍수가 역사를 이끌어낸다는 것도 모두 여기서 기인하는 것이다.
- 은행나무가 오래 되었기 때문에 주역의 괘상으로 같은 뜻이 되고, 그것과 함께 지내는 존재는 화산과 같은 기운을 받는다. 또한 지산겸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이니 모든 것이 안정된다. 사람이 사는 곳에는 지산겸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영혼이 안심하고 뿌리를 내릴 수 있다.
- 연못을 향해 쭉 뻗어나간 땅은 대체로 좋다는 것이다. 특별한 결격사유만 없으면 대게 명당으로 간주할 수 있다. 유의할 것은 밖에서 물을 막아주는 요소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남이섬 같은 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