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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관세 부과와 약가 인하 추진하는 미국, 제약 업계 공급망 영향은?

DDOL KONG 2025. 5. 27. 03:33

트럼프 행정부, 수입 의약품 관세·약가 인하 추진
제약업계, 공급망 재편 및 투자 전략 마련 분주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세웠던 ‘약가 인하’와 ‘의약품 공급망 강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수입 의약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예고하며 자국 내 생산 확대를 유도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힌 데 이어, 5월 12일에는 약가 인하와 관련된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수입 의약품의 관세 범위와 수준, 규제 기관의 대응 등 여러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가운데, 제약 산업 전반은 관망세를 유지하며, 정책 변화에 따른 유연한 대응 전략 마련에 분주하다.  

트럼프 대통령 “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으로 약가 낮출 것”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가장 유리한 국가(Most Favored Nation, MFN) 정책을 도입하고, 미국 내 처방약 가격을 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으로 낮추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백악관은 MFN 정책을 통해 미국인의 약가 부담을 최대 90% 줄이고, 외국의 ‘무임승차’를 방지하여 제약 산업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약사들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개발한 신약을 유럽 등 선진국이 자국의 약가 정책을 통해 저렴한 가격에 구매해 왔다며, 높은 약가를 지불하는 미국이 제약사의 R&D 비용을 사실상 부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행정명령에는 제약 산업의 구조적 개혁을 통해 제약사의 독점 유지 및 약가 인상 관행을 근절하고, 제네릭 및 바이오시밀러 승인 절차 간소화를 통한 시장 경쟁 촉진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미정부는 약가 인하를 위해 제약사와 협상을 시도하고, 180일 이내에 의미 있는 진전이 없을 경우 규제 기관을 통해 의약품 수입 확대, 수출 제한, 불공정 행위 단속 강화 등의 조치를 예고했다. 또 약가 정보에 투명성을 제공해 환자가 더 나은 선택을 ㅁ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소비자와 제약사 간 직접 거래가 가능한 메커니즘 구축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이밖에 국제 시장에서의 불공정한 가격 책정 관행을 조사해 이를 시정하고, 미국 제약 산업의 공정한 경쟁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이에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외국산 의약품 및 원료 의약품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도록 지시하고, 조만간 의약품에 대한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만약 의약품 관세가 부과된다면 철강∙알루미늄, 자동차∙자동차 부품에 이어 세 번째 품목별 관세가 된다.

관세 대비로 분주한 미 의약품 유통업계

트럼프 대통령이 의약품 관세 부과를 예고한 이후, 미 약국들은 당뇨∙혈압 등 수요가 높은 처방약 비축에 나선 모습이다. 미국 공영방송 NPR은 5월 13일 약국들이 관세 부과로 주요 의약품의 가격이 크게 인상될 것에 대비해 최대한 많은 양의 의약품을 사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마진 폭을 줄여 대형 약국 체인과 경쟁하는 소규모 약국의 약사들은 의약품 관세가 부과될 경우 미국이 오랫동안 겪어온 의약품 부족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전체적인 가격 인상도 피할 수 없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벤자민 졸리 약사는 NPR과의 인터뷰에서 판매할 6개월 치 의약품을 확보해 두었다며, 향후 의약품 가격이 크게 인상될 것을 우려했다. 그는 “원칙적으로는 미국이 높은 의존도를 보이는 중국이나 인도 등이 전쟁 등을 이유로 수출을 중단할 경우를 대비해, 의약품을 미국 내에서 제조하는 것이 맞지만 이를 유도하기 위한 방법이 관세가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의약품 구입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은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분기별 의약품 부족 현황>
(단위: 개)


실제로 지난 3월 미국의 의약품 수입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미 센서스가 지난 5월 6일 발표한 미국 수출입 동향 데이터에 따르면 3월 한 달간 미국으로 수입된 의약품은 500억 달러로 이는 지난 2024년 한 해 동안 수입된 의약품의 20%에 달하는 규모다. 또 미국의 주요 의약품 수입국인 아일랜드의 대미 무역 흑자 규모(상품 기준)는 지난 3월 처음으로 중국을 넘어섰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매튜 마틴 시니어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3월 미국의 수입 증가는 소비재가 견인했다”며 “이 가운데 의약품이 차지하는 폭이 매우 높았으며, 이는 대부분 아일랜드에서 수입된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체중 감량 의약품을 포함해 글로벌 제약사 상당수가 아일랜드에 제조 시설을 운영하며 미국으로 의약품을 수출하고 있다.

<미국의 의약품 수입과 아일랜드로부터의 상품 수입 규모>
(단위: US$ 10억)


전문가들은 인도와 중국산 수입 의약품에 높은 의존도를 보이는 미국이 의약품 수입을 줄이는 것은 광범위한 의약품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UC 샌프란시스코 로스쿨의 로빈 펠드먼 교수는 “거대한 공급망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 만약 기업들이 제조 기지를 미국으로 옮긴다고 해도 실제 가동하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중요한 점은 이 과정에서 제약 산업과 소비자가 피해나 고통을 입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의약품 정책에 따른 시장 및 공급망 변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 의약품에 관세 부과 계획을 밝힌 데 이어 약가 인하를 위한 수입 의약품 확대 가능성이 발표되자 업계는 혼란에 빠졌다. 제약 산업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고, 미국인들에게 보다 저렴하게 의약품을 제공하자는 취지는 이해하나 수입 의약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면서도 약가 인하를 위해 의약품 수입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정책이 서로 상충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과 제약 업계 관계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정책이 글로벌 시장에서 미 제약산업의 리더십 지위를 약화하고, 향후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제약협회(PhRMA)의 스티븐 우블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약가 인하 행정명령 서명 소식이 전해진 지난 5월 12일 성명을 통해 “약가 인하 정책은 회원사의 수천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위태롭게 하고, 일자리와 경제를 위협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원가 절감을 위해 중국 등 저비용 국가에 대한 의약품 및 원료 의존도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라며 “약가 인하를 위해서는 중간 유통 단계에서 지불되는 높은 비용을 먼저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바이오협회(BIO) 역시 같은 날 성명을 발표하고, 중국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로부터의 의약품 수입은 미국의 경제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미 일부 제약사는 약가 인하 행정명령 발표 이후 미국 투자 계획에 변경을 예고했다. 지난 4월 미국에 의약품 생산 시설과 R&D 센터에 총 500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했던 로슈는 이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 투자 계획 재검토 가능성을 내비쳤다. 로슈 대변인은 바이오 제약 전문매체인 피어스파마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동 행정명령이 시행될 경우 로슈가 지난달 발표한 투자 계획에 큰 의문점이 생기게 된다”며 “이번 발표는 전반적으로 세계 제약과 헬스케어 생태계를 주도하는 미국의 위치를 흔들리게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미 경제 성장의 저하와 일자리 감소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관세 부과 역시 미국을 중심으로 의약품 제조 공급망을 재편하겠다는 미정부의 목표 달성에 큰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관세 부과가 일부 품목의 리쇼어링을 이끌 수 있겠으나 제네릭 의약품 의존도가 높은 미국 의약품 소비 시장의 구조상 그 효과가 광범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마르타 보신스카 수석 연구원은 의약품 제조 공장과 주사기 공장을 예로 들었다. 그는 “의약품 제조 공장은 10억 달러의 비용과 3~5년의 시간이 필요할 수 있지만 주사기 공장을 짓는 것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며 “주사기 공장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국이 제품을 덤핑하면서 철수했다”라고 설명했다. 또 노바티스, 일라이릴리 같은 대형 제약사들은 트럼프의 이 같은 정책을 유럽 정부를 상대로 한 약가 협상의 레버리지로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4월 글로벌 제약사들은 유럽 정부에 더 많은 약값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미국으로 생산 시설을 이전할 것이라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내 처방약의 90%를 차지하는 제네릭 제조업체의 경우 지불 구조와 여러 가지 경쟁 상황을 고려할 때 미국으로 생산 기지를 옮기는 것은 경제적 자멸 행위에 가깝다는 것이 보신스카 연구원의 의견이다. 미 제네릭 의약품 및 바이오시밀러 산업을 대표하는 의약품 접근성 향상 협회(AAM)의 존 머피 회장은 “지난 수십 년간 제네릭 의약품 생산 기업들이 파산하거나 문을 닫았다”라며 “이 기업들을 미국으로 돌아오게 할 마법 같은 수준의 관세는 없다”고 말했다.

<미 처방약의 제네릭 의약품 비중>


또 원료 의약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미국 내 의약품 생산 라인의 해외 이전을 부추길 가능성도 제기됐다. 미국 내 여덟 곳에 제조 시설을 둔 독일 제약사 프레지니우스 카비는 미 무역대표부에 서한을 보내 의약품 원료에도 관세가 부과된다면 역설적이게도 완제 의약품 제조가 해외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전망 및 시사점

제약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행정명령이 약가 인하로 이어질지 여부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입장이다. 이번 행정명령 시행과 관련, 제약업계와 미정부 간 법적 공방 가능성으로 정책 실행에 불확실성이 높은데다 생산 인프라가 부족한 현 상황에 부과되는 관세는 오히려 의약품 가격을 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PhRMA가 지난 4월 미 상무부에 제출한 미 제약 산업에 대한 잠재적 관세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의약품과 원료에 25%의 관세 부과 시 예상되는 미국 약가 인상률은 12.9%로 연간 부담액은 508억 달러 늘어나게 된다.

수입 의약품 확대 역시 실현이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제약바이오 전문매체인 스탯은 지난 5월 12일 업계 관계자를 인용, 미정부가 제약사와의 약가 인하 협상에서 이를 정책적 레버지로 활용하려는 것일 뿐 실제로 의약품 수입을 늘리려는 것은 아니라고 보도했다. 제약 업계 측은 오히려 이번 행정명령을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폭넓은 협상의 기회로 보고 있다. 전 FDA 국장을 지낸 스콧 고틀립 화이자 이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발표 이후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국이 고소득 국가에서 동일한 가격으로 신약을 출시하는 조건으로 미국이 무역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약가 인하 방식이 미국 외 다른 국가의 약가 인상을 불러올 수 있으며, 저소득 국가의 의약품 접근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의약품 지출 절감을 위한 제네릭 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 수요 확대는 국내 기업의 미 시장 확대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 내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KOTRA 뉴욕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미정부가 제네릭, 바이오시밀러 도입 확대를 위해 FDA 절차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최근 연방정부 대규모 감원 사태 등으로 현실화 될 수 있을지 여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은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 중심 전략 강화를 위한 관련 포트폴리오 확대 전략을 고려할 수 있으며, 미국 내 생산 및 유통망 강화를 통해 정책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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