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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보다 이용, 스위스 ‘구독 경제’ 트렌드

DDOL KONG 2025. 5. 25. 02:40

콘텐츠 스트리밍을 넘어 식료품, 모빌리티, 패션, 통신까지 삶의 거의 모든 영역을 포괄하는 구독 경제
구독에 익숙한 스위스 소비자, 높은 소득과 디지털 친화적 라이프스타일이 특징
단기 프로모션보다는 장기적 관계 형성을 염두에 둔 접근 필요


세계 최초 카셰어링의 나라: 구독 서비스의 태생지, 스위스

2011년, Microsoft는 Office 365를, Adobe는 Photoshop, InDesign 등을 구독 방식으로 전환하며 구독 경제시대를 열었다. 구독 서비스는 전 세계적으로 소비 패턴을 재편하며 경제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 잡았다. 스포티파이와 넷플릭스 같은 디지털 플랫폼부터 친환경 생필품, 식품, 럭셔리 상품에 이르기까지, 구독 경제는 편리함과 개인화를 무기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구독 서비스에 스위스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1948년, 취리히에서는 SEFAGE라는 이름의 협동조합이 등장했다. ‘자가운전자 조합’을 의미하는 이 조직은 당시로선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긴다. 바로 차량을 소유하지 않고, 시간 단위로 공동 이용하는 서비스였다. 지금 우리가 말하는 ‘카셰어링’ 구독 서비스의 원형인 셈이다. 아쉽게도 SEFAGE는 1998년까지 운영됐지만, 이는 세계 최초의 카셰어링 실험이었고, 스위스가 ‘구독형 경제’의 태동지였음을 보여준다. 스위스는 ‘소유보다는 이용’이라는 소비 철학을 가장 먼저 제도화한 나라 중 하나다.

스위스 구독 서비스 시장규모와 성장 추이

스위스의 구독 서비스 시장은 글로벌 구독 경제의 성장세를 반영하며 꾸준히 확장되고 있다. UBS에 따르면, 2020년 글로벌 디지털 구독 경제 시장규모는 약 6500억 달러였으며, 2025년에는 1조5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스위스는 유럽 내에서 독일, 영국에 이어 높은 구독 서비스 전환율을 보이며, 특히 OTT(Over-The-Top)*와 식품 구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 주: OTT(Over-The-Top): 인터넷 기반으로 방송·영화 등 콘텐츠를 제공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로, 넷플릭스, 디즈니+, 스카이쇼 등이 있음. 다른 말로는 on-demand라고도 한다.

스위스 전체 구독경제 시장을 아우르는 현시점의 공식 통계는 부재하지만, 관련 시장으로 간주되는 로열티 프로그램* 시장의 성장세는 구독경제 시장규모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Research and Markets에 따르면, 스위스의 구독 산업 로열티 프로그램 시장규모는 2025년 5억259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2029년까지 연평균 12.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구독 기반 로열티 프로그램(subscription-based loyalty programs)*"의 확산이 주요 시장 성장의 트렌드로 꼽히고 있어, 스위스 구독 경제의 구조적 성장성과 소비자 수용도를 가늠하는 보완적 지표로 해석할 수 있다.
* 주: 로열티 프로그램(Loyalty Program): 기업이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를 반복적으로 이용하거나 구매하는 고객에게 혜택(포인트, 할인, 경품, 멤버십 등)을 제공해, 고객의 재구매율을 높이고, 장기 고객으로 전환시키려는 마케팅 전략

<스위스 구독 산업 로열티 프로그램 시장 규모>
(단위: US$ 백만)


시장 안정성과 산업별 성숙도를 보여주는 주요 지표 중 하나인 이탈률(Churn Rate)에서도 주목할 만한 흐름이 나타난다. 글로벌 구독 솔루션 기업 Zuora의 2024년도 스위스 산업별 구독 서비스 분석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하이테크 부문은 2.5%, 제조업 부문은 2.6%의 이탈률을 기록했다. 이는 두 부문 모두 전년(2023년)의 각각 2.6%. 2.9%에 비해 소폭 하락한 수치다. 특히 제조업 부문은 2022년 1.7%에서 2023년 2.9%로 다소 큰 폭 상승한 뒤, 2024년 들어 다시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이테크 부문 역시 2023년의 소폭 상승 이후 다시 감소세로 전환됐다. 이러한 최근 1년간의 이탈률 개선 흐름은, 스위스 내 B2B 중심의 구독형 서비스가 변동성 속에서도 고객 기반을 다지며 빠르게 정착해 나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부문의 2024년 이탈률은 3.4%로, 2023년의 3.9%에서 0.5% 포인트 하락하며 2022년 수준으로 회귀했다. 이는 해당 부문이 높은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고객 충성도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며 안정적인 운영 기반을 회복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스위스 구독 시장의 주요 산업들은 2023년에 다소 이탈률이 상승세를 보였으나, 2024년에는 다시 안정세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러한 이탈률 감소는 기업들이 고객 유치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인 결과로 풀이된다.

<스위스 산업별 구독 서비스 이탈률 2022~2024년>
(단위: %)


소비자 특성

스위스 소비자는 높은 소득과 디지털 친화적 라이프스타일로 인해 구독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특히 MZ세대는 개인화된 경험과 편리함을 중시해 70% 이상이 최소 하나 이상의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아울러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소비가 가속화되면서 온라인 쇼핑과 구독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2025년 기준, 스위스 인구의 98.4%가 인터넷에 접속하며, 이는 구독 서비스의 높은 접근성의 기반이 되고 있다.

스위스에서 구독 모델이 빠르게 확산하는 이유

2025년 현재, 스위스는 구독 없이는 일상이 불가능한 나라로 진화하고 있다. 네스프레소 커피 캡슐 구독으로 아침을 시작하고, 스위스 연방철도(SBB) 정기권으로 출근하며, 저녁에는 Netflix로 하루를 마감한다. 이 같은 일상은 단순한 소비 트렌드를 넘어, 스위스 기업들이 비즈니스 모델을 재정의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스위스에서 구독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확산하는 이유는 단순히 글로벌 트렌드에 동참한 결과만은 아니다. 이 흐름의 배경에는 스위스 사회 특유의 구조적 환경이 작용하고 있다. 스위스는 오래전부터 구독이라는 소비 모델이 효율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이상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다.

첫 번째 요인은 고소득·고비용 사회구조다. 스위스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고소득 국가이지만, 동시에 보험료, 의료비, 주거비, 교통비 등 필수 생활비 물가가 매우 높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불필요한 자산을 소유하는 것은 단순한 사치가 아니라 ‘비효율적 선택’으로 여겨지기 쉽다. 예를 들어 차량의 경우, 차량 자체 가격이 독일이나 프랑스보다 평균 20~30%(모델 및 시기에 따라 상이)가량 높은 편이며, 등록세, 보험료, 정기 검사(MFK), 그리고 높은 인건비로 인한 정비 비용까지 더해진다. 특히 주요 도시권에서는 연간 주차비만 수백에서 수천 프랑에 달하기 때문에, 차량 소유 자체가 상당한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많은 스위스 소비자는 ‘필요할 때만 사용하는 것’, 즉 구독형 차량 이용 서비스나 정기권 기반 대중교통 모델을 더 실용적이고 심리적으로 가벼운 선택지로 받아들이고 있다.

두 번째는 정기적이고 예측할 수 있는 재무 관리에 대한 스위스 사회의 높은 선호도다. 스위스의 금융 문화는 단기 소비보다 장기적인 예측과 계획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배경에서 매달 거의 동일한 금액이 청구되는 구독 모델은 스위스 소비자들에게 매우 직관적이고 매력적인 소비 방식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스위스는 무이자 카드 할부나 분할 결제 혜택이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대부분의 소비가 직불카드, 자동이체, 정기 인출 등 선결제 구조로 이뤄진다. 이는 소비를 직관적으로 체감하게 되는 구조로, 이러한 시스템은 소비를 유인하기보다는 지출을 통제하고 계획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면 한국은 카드 무이자 할부와 포인트 제도 등으로 소비의 유연성과 분산이 가능한 구조로 되어 있으며, 이는 일정 부분 소비를 촉진하는 경향으로 작동한다. 스위스 소비자는 불확실한 지출보다는 고정 요금 체계로 매달 동일한 지출을 반복하는 구독 모델을 선호하며, 이는 재무적 안정감과 심리적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스위스 소비자에게 구독 모델은 단순한 편의의 차원을 넘어, 금융 생활의 핵심 전략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세 번째는 환경 의식과 공유경제에 대한 높은 수용성이다. 스위스는 기후 변화 대응과 지속 가능한 소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매우 높은 국가다. 일회용 소비를 줄이고, 자원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형태의 탈소유 기반 소비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 실제로 Mobility(카셰어링), CLOTHESfriends(의류 구독), Kooky(재사용 컵 기반 커피 구독) 같은 서비스는 지속 가능성과 윤리적 소비라는 명분 아래 빠르게 확산했다. 이러한 서비스는 단순한 경제적 효율을 넘어서, 지속 가능성과 공동의 환경적 책임을 공유한다는 상징성을 통해 이용자들의 정서적 지지를 얻고 있다. 스위스의 스포츠 브랜드 On(온)이 운영하는 런닝화 구독 서비스 ‘Cyclon’은 친환경 고기능 러닝화를 일정 기간 사용한 후 반납하면 100% 재활용할 수 있는 신제품으로 교체해 주는 순환형 모델을 통해 주목받았다. 이는 단순히 운동화를 빌려 신는 개념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생산·소비 생태계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처럼 스위스에서는 ‘소유하지 않아도 충분히 윤리적이고 실용적인 삶을 누릴 수 있다‘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확산해 있으며, 환경적 책임을 공유하는 구독형 서비스 구조가 ’더 나은 선택’이라는 인식이 정착돼 있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인프라의 성숙도도 빼놓을 수 없다. 스위스는 유럽에서 디지털 정부 구현 수준이 상위권이며, 온라인 뱅킹과 SaaS(Software-as-a-Service)* 사용률 역시 높다. 이에 따라 앱 기반의 예약, 결제, 해지, 변경 기능이 일상화돼 있으며, 새로운 디지털 서비스 도입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다. 기술 친화적인 소비 환경은 새로운 구독 서비스가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배경 속에서 스위스는 구독 서비스가 가장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수 있는 유럽 내 최적의 시장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이제는 소수의 선도적인 소비층만이 아니라, 전 세대를 아우르는 새로운 일상으로 구독이 자리 잡는 중이다.
* 주: SaaS(Software as a Service): 설치 없이 클라우드에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구독 모델로, 대표적으로 Microsoft 365, Adobe Creative Cloud 등이 있다.

스위스에서 꽃핀 대표적인 구독 모델들

① 스위스 연방철도(SBB) 전국 통합 교통 정기권(GA Travelcard)

스위스 연방철도 SBB의 GA(Generalabonnement) 통합 교통 정기권은 스위스 전역의 기차, 버스, 트램, 유람선 등 160여 교통기관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스위스의 대표적인 구독형 서비스다. 이등석 기준 연간 3995프랑(약 598만 원) 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스위스 전역을 단일 생활권처럼 이동할 수 있는 점에서 압도적인 효율성을 제공한다.

2024년 기준, GA 정기권 보유자는 42만5000명으로, 전체 스위스 인구 대비 약 5%에 해당한다. 이 수치는 단일 정기권으로 전국을 커버하는 모델 가운데 매우 높은 보급률로, 글로벌 기준에서도 보기 드문 사례다. 스위스는 촘촘한 대중교통망, 높은 통근율, 도심 내 차량 억제 및 대중교통 중심의 인프라 투자 등 구조적 유인 환경을 기반으로 GA 모델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켰으며, 고소득·고비용 사회 구조 속에서 차량 소유의 비효율성과 유지비 부담이 구독 기반 대체 수요로 전환되는 계기가 됐다. GA는 단순한 교통권을 넘어, ‘차량 없이도 전국을 즐길 수 있는 삶’이라는 새로운 소비 패턴을 창출하며, ‘소유보다 이용’이라는 구독 경제 트렌드를 제도화한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전국 단위의 교통 커버리지를 갖춘 정기권 모델은 유럽 내에서도 드물며, 다수 국가가 여전히 지역 기반 패스에 머무는 것과 대조된다.

② 모빌리티(Mobility) 카셰어링: 소유 흐름을 선도하는 핵심 분야

스위스에서 가장 먼저 구독 개념이 자리 잡은 분야인 모빌리티는 1948년 SEFAGE에서 시작해 1987년 Mobility Cooperative의 전신인 ATG와 ShareCom으로 이어졌다. 이는 오늘날 스위스 전역을 아우르는 대표 구독 서비스로 발전했다. Mobility는 현재 전국 1600여 지점에 3000대 이상의 차량을 배치하고 28만5000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한 스위스 최대 카셰어링 서비스다. 가입자들은 연회비를 내고 필요할 때마다 차량을 빌려 쓰는 ‘차량 구독’ 개념으로, Mobility 소속 차 한 대가 승용차 11대를 대체할 만큼 효과적인 공유 모델로 평가된다. 협동조합 전통이 강한 스위스답게, Mobility는 6만6000명의 조합원이 공동 소유하는 형태로 운영돼 스위스 이용자들의 신뢰와 충성도가 높다. 이는 영리기업이 운영하는 타국의 카셰어링과 구별되는 점이다. Mobility의 2024년 매출은 8170만 스위스 프랑(약 1223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안정적인 성장을 기록했으며, 순손실은 110만 스위스 프랑으로 예상보다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Mobility가 환경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2024년 기준, Mobility는 전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432.7톤 감축했으며, 자사 차량의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92.6g/km(밴 차량 제외)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는 전기차 비중 확대와 함께, 하이브리드·저배출 내연기관 차량의 전략적 도입에 기인한다. Mobility는 이러한 친환경 운영 모델을 통해 단순한 교통수단 공유를 넘어, 스위스 내 지속 가능한 이동 생태계를 실현하는 구독 기반 서비스의 선도 사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③ 매직패스(Magic Pass): 스키장 정기 이용권

겨울 스포츠 강국인 스위스에서는 2017년 등장한 매직패스가 스키 산업의 구독 모델을 혁신적으로 재편하며 정착됐다. 매직패스는 스위스 서부 및 일부 중부 지역의 100여 개 스키 리조트를 하나의 시즌권으로 묶어 제공하는 구독형 서비스다. 2024/25 시즌 기준, 약 19만7000장이 판매됐고, 매출은 7480만 프랑(약 1250억 원)에 달했다. 2025/26 시즌에는 시즌권 판매량이 27만7000장으로 전년 대비 64% 이상 급증했으며, 매출은 1억800만 프랑(약 1600억 원)을 돌파했다.

매직패스는 기존의 일일권·일시권 중심 스키 산업을 정기 구독 기반 모델로 전환한 대표 사례다. 특히 이 모델은 여러 중소 규모 리조트들이 공동으로 구성한 '타리프 협동조합(Tarifverbund)' 방식으로 운영되며, 이는 스위스 고유의 수평적 연합 모델이다. 이는 미국의 Epic Pass나 Ikon Pass처럼 여러 리조트를 하나의 상품으로 묶은 통합 모델과 유사하지만, 북미 모델은 특정 대형 그룹(예: Vail Resorts, Alterra)이 리조트를 직접 소유·운영하는 수직적 구조를 기반으로 한다. 반면, 매직패스는 참여 리조트들이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공동 혜택을 만들어내는 수평적 협력 구조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이러한 수평적 연합 구조는 각 리조트가 지역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공동 마케팅, 가격 협상력, 수요 분산 등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게 하며, 산간 소규모 리조트의 생존력과 지역 균형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이탈리아의 인접 스키 리조트까지 연계하는 등 유럽 전역으로의 확장성도 확보하고 있다. 성인 기준 패스 가격은 약 419프랑(약 62만 원) 수준으로, 가격 대비 높은 접근성과 가성비로 독일어권 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특히 독일어권 지역 판매 비중이 43%에 달하며, 스위스 전역에서 고르게 수요가 증가 중이다. 매직패스는 구독 기반 정기권 모델이 전통적인 산업에도 성공적으로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자, 스위스 구독 경제의 정착을 상징하는 서비스로 평가된다.

④ 네슬레 네스프레소(Nespresso)의 커피 구독 서비스

글로벌 커피 브랜드 네스프레소(Nespresso)의 탄생지인 스위스는 커피 구독 서비스의 실험장이자 정착지로, 해당 모델이 가장 빠르고 강력하게 확산한 국가 중 하나다. 네스프레소는 머신과 캡슐을 묶은 하이브리드형 구독 모델을 운영하며, 대표적으로 머신을 1프랑에 제공하는 대신 12개월간 월 30프랑(약 4만5000원) 이상의 캡슐을 정기 구매하는 구독 조건을 제시한다. 이때 소비자는 매달 납부한 금액만큼 커피 크레딧을 적립 받아 자율적으로 캡슐을 구매할 수 있으며, 기준 가격(1개당 약 0.45~0.65프랑)을 감안하면 월 45~65잔 분량의 커피를 소비할 수 있는 수준이다. 머신 가격을 사실상 구독료에 흡수시켜 판매하는 이 전략은 “면도기–면도날” 모델의 정수를 보여주는 사례다.

스위스는 1인당 커피 소비량이 연간 약 1100잔(2023년 기준, Statista 추정)에 이를 정도로 커피 소비문화가 강한 국가이며, 가정 내 고품질 커피 수요와 맞물려 이 모델은 높은 충성도와 반복 구매를 유도해 왔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스위스 캡슐 커피 시장은 약 3억 프랑 규모로 추산되며, 이 중 네스프레소가 과반을 점유하고 있다. 네스프레소는 구독 모델을 통해 단순 소매 판매량보다 고객 유지율(LTV)을 크게 높였으며, 디지털 플랫폼(앱, 온라인 주문)을 통해 B2C 고객 행동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활용하고 있다.

⑤ 안경(Visilab Optimum) 구독 서비스

스위스에서는 고가 소비재의 하나로 여겨지던 안경조차 이제는 구독 서비스로 이용하는 트렌드가 시작됐다. 스위스 최대 안경 체인 Visilab은 2025년 “Visilab Optimum”이라는 안경 렌탈 구독 모델을 선보이며, 소비자 구매 패턴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최소 24개월 약정에 월 27프랑(약 4만 원)을 납부하면, 시력 교정용 안경 또는 선글라스 중 2개를 대여해 주는 형태가 기본이다. 여기에 연 1회의 시력 검사, 파손·분실 보험, 렌즈 교체(시력 변화 시), 안경테 연 1회 교환이 포함된 올인원 패키지다. 즉, 구독자는 고가의 안경을 일시에 구매하지 않고도 꾸준한 시력 관리와 최신 상태의 제품을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 모델은 글로벌 안경 산업을 선도하는 다국적 기업 EssilorLuxottica가 스위스를 테스트베드로 삼아 도입한 혁신적 실험이기도 하다. 스위스는 시력교정기기 보급률이 높은 국가 중 하나로, 2024년 기준 안경 사용자 비율은 약 70%에 달하는데 상당수가 2개 이상의 안경을 소유하고 있다(Eurostat, 2023). 특히 1인당 의료비 지출이 높은 스위스에서는 의료보장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 이와 같은 프라이빗 서비스가 시장성을 갖는 경우가 많다.

Visilab Optimum은 ‘구독은 비용이 아닌 합리적 관리 방식’이라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주며, 안경을 단순 소비재에서 지속 가능한 맞춤형 서비스로 재정의하고 있다. 이는 고정비로 의료·소비 지출을 관리하려는 스위스 소비자들의 금융적 선호와도 맞닿아 있다. 또한 렌즈 및 프레임 교체 주기를 서비스에 포함함으로써, 사용자의 미용적·기능적 욕구도 동시에 충족시킨다. 안경은 의료·패션·기술의 교차점에 있는 제품군으로, 이와 같은 구독형 서비스가 향후 스마트 글래스, AR 안경 등 신기술 분야와 결합할 경우 B2C 구독 모델이 고도화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향후 Visilab의 구독 실험이 유럽 인접국으로 확대될 경우, 스위스는 고가 의료 소비재의 구독화 트렌드를 주도한 테스트베드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⑥ 재사용 컵(Kooky) 구독 서비스

Kooky의 재사용 컵 구독 서비스는 스위스의 지속 가능한 소비문화를 대표하는 사례로, 환경 보호와 사용자 편의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혁신적인 모델이다. 2021년 취리히에서 설립된 스타트업 Kooky는 디지털 기술과 재사용 컵을 결합한 솔루션으로 매년 스위스에서 발생하는 약 5억 개의 일회용 컵 쓰레기(약 2700톤)를 줄이겠다는 목표로 출범했다. 초기에는 SBB 기차역 등 공공장소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운영했으나 회수율 문제로 인해 대학, 병원, 기업 등 폐쇄형 공간 중심의 B2B 구독 모델로 전략을 전환했다. 이러한 방식 전환 후 컵 회수율은 98% 이상으로 상승했고, 식음료 자판기 전문기업인 Selecta, 독일의 대표적인 커피 브랜드 Dallmayr, 식음료 분야 전문기업인 ZFV 등 대형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통해 오피스 및 교육기관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Kooky의 재사용 컵은 최대 500회까지 재사용 가능하며, 단 7회 이상만 사용해도 일회용 컵 대비 탄소 배출량이 낮아지는 구조다. 더불어 전기차 기반의 물류 시스템, 친환경 세척 공정, 디지털 기반 운영 시스템을 통해 서비스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강화했다. 앱을 통해 실시간 컵 위치 확인, 스마트 수거함 지도, 보증금 환급 등을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으며, 공공 교통 요금 결제 카드인 SwissPass 연동도 가능해 사용자의 접근성과 편의성이 높다.

2022년에는 600만 유로(약 65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독일 마인츠·비스바덴에서 파일럿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현재 오스트리아 등 유럽 시장으로의 확장을 준비 중이다. 단순한 컵 대여를 넘어, 지속 가능성을 구독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는 Kooky는 스위스 구독 경제의 환경·디지털 전환을 대표하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⑦ 치즈(Fromagerie Mauerhofer) 구독 서비스

치즈의 나라 스위스에서는 전통 치즈를 기반으로 한 구독 서비스가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Fromagerie Mauerhofer는 스위스 로컬 치즈 생산자들과 협업해 매달 엄선한 치즈 박스를 배송하는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이 서비스는 아펜젤러(Appenzeller), 그뤼에르(Gruyère), 에멘탈(Emmentaler) 등 스위스를 대표하는 전통 치즈뿐만 아니라 기타 지역 특산 치즈까지 포함해 구성된 박스를 제공하며, 단순한 식료품 제공이 아니라 경험 중심의 소비를 지향한다.

구독자는 4종 이상의 치즈를 3, 6, 12주 간격으로 받아볼 수 있으며, 제품 설명과 테이스팅 가이드도 동봉돼 있어 미식 경험을 고양한다. 구독료는 37프랑(약 6만 원)부터 시작하며, 지속 가능한 생산자 지원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가치 소비로도 주목받는다. 스위스 치즈 시장은 2023년 기준으로 약 27억 달러 규모로 평가되며, 2032년까지 연평균 5.4%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건강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통 치즈와 지역 특산 치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Fromagerie Mauerhofer는 이러한 트렌드에 부합하는 서비스로, 스위스 치즈 산업의 새로운 소비 패턴을 제시하고 있다. Fromagerie Mauerhofer는 1770년에 설립된 스위스에서 가장 오래된 치즈 유통업체 중 하나로, 2016년에 부르크도르프(Burgdorf)에서 전통 치즈 제조 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브랜드를 재정비했다. 현재 약 10곳의 스위스 치즈 제조업체와 협력해 100% 천연 원료로 만든 치즈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지역 소규모 생산자들을 지원하는 동시에 소비자에게 고품질의 치즈를 제공하는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구독 서비스는 스위스 소비자들의 높은 미식 수준과 지속 가능한 소비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며, 전통 식품 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구독 경제 모델의 성공적인 결합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⑧ 자전거 및 전동킥보드 구독 서비스

스위스의 구독형 교통 서비스는 대중교통을 넘어 자전거와 전동킥보드 등 마이크로 모빌리티 분야까지 확장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PubliBike는 전국 500개 이상의 스테이션과 5000대 이상의 자전거를 운영하며, 연간 99프랑의 B-Fit 요금제를 통해 매회 30분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구독 모델을 제공한다. 특히 PubliBike는 스위스 연방철도 SBB의 SwissPass와 연동돼 있어, 사용자 계정에 SwissPass를 등록하면 별도의 앱 실행 없이도 자전거나 전기자전거의 잠금 해제가 가능하다. SwissPass 카드 하나로 대중교통과 자전거 구독 서비스를 연동해 사용할 수 있어, 이용자 편의성과 통합성이 크게 향상됐다. 여행 중 자전거를 잠가두고 잠시 휴식한 뒤 다시 사용하는 것도 자유롭다.

전기자전거 영역에서는 Bicy.ch가 로잔과 제네바에서 월 89프랑부터 시작하는 전기자전거 구독 모델을 운영하고 있으며, 유지보수까지 포함된 통합 서비스로 젊은 직장인을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전동킥보드 분야에서는 글로벌 기업 Lime, TIER, Voi가 스위스 주요 도시에 진출해 있으며, 스위스 이용자들은 앱을 통해 원하는 시간만큼 유연하게 이용하거나 월 단위 구독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Mordor Intelligence에 따르면, 스위스의 마이크로 모빌리티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전기자전거 시장은 2025년 4억8630만 달러에서 2029년 6억2140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연평균 성장률은 6.32%에 달한다.

<스위스 마이크로 모빌리티 시장 규모>
(단위: US$ 백만)


이러한 성장세는 도시화, 친환경 교통수단에 대한 수요 증가, 그리고 정부의 지속 가능한 교통 정책 추진 등에 기인한다. 또한, 이용자들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디지털 기술의 도입과 다양한 구독 모델의 확산도 시장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처럼 스위스의 마이크로 모빌리티 구독 시장은 친환경, 디지털, 도시 중심의 이동 수요를 기반으로 급성장하고 있으며, 차량 소유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줄이면서 실용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특히 자전거와 전동킥보드는 ‘마지막 1마일’ 해결 수단으로 주목받으며, 스위스형 교통 구독 모델의 다층화에 중요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기타 구독 서비스 사례

① 식품 및 생활 소비재: 편리성과 신선함을 구독한다

식품과 생활용품 분야에서는 정기 배송 기반 구독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위스 대표적인 백화점인 Globus의 식료품 부문인 Delicatessa는 와인, 치즈, 초콜릿을 포함한 프리미엄 푸드 박스를 구독형으로 제공하며, 고정 소비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Freshbox는 신선 과일을 기업 또는 개인 가정에 정기 배송하며, Fleurop는 사무실 및 가정을 위한 꽃 구독 서비스를 제공해 정서적 만족과 공간 연출을 동시에 충족시킨다. 또한, 스위스 와인 전문 플랫폼 Amegilla는 지역 와이너리와 연계한 월간 와인 구독 서비스를 통해 스위스 와인 시장의 다양성과 생산자 네트워크를 소비자와 연결하고 있다.

② 콘텐츠 및 디지털 서비스: 일상에 스며든 스트리밍

디지털 콘텐츠 분야에서는 Netflix, Spotify, Disney+, Sky Show 등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가 보편화돼 있다. 특히 Sky Show는 HBO, Paramount 등의 콘텐츠를 다국어 자막과 함께 제공하며, 스위스의 다언어 소비 구조에 최적화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SaaS 분야에서는 Microsoft 365, Adobe Creative Suite, Dropbox 등의 생산성 도구가 정기 구독형 서비스로 제공되며, 기업뿐 아니라 개인 사용자들도 광범위하게 이용 중이다. 이처럼 디지털 구독은 소비자에게 높은 접근성과 관리 편의성을 제공하며, 콘텐츠 소비의 기본 인프라로 작동하고 있다.

③ 럭셔리 구독

스위스는 프리미엄 소비 기반이 강한 국가로, 럭셔리 제품의 구독화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명품 브랜드 TAG Heuer와 IWC는 고가 시계를 단기 임대하는 형태의 럭셔리 구독 모델을 테스트하고 있으며, 이는 자산의 유연한 소비를 원하는 MZ세대를 타깃으로 한다. 이러한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는 단순한 물건 소비를 넘어, 취향 기반의 정기적 경험 소비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형성 중이다.

스위스 구독 서비스 시장 도전 과제 및 정책 동향

스위스는 구독 경제가 고도화된 국가이지만, 몇 가지 구조적 도전 과제도 함께 안고 있다. 첫째, 프리미엄 시장 특성상 소비자 기대 수준이 매우 높아 서비스 품질과 사용자 경험 유지에 대한 부담이 크다. 한 번의 품질 하락은 즉각적인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다중 구독 피로감(subscription fatigue)도 중요한 이슈다. 다양한 영역에서 구독이 확산하며 소비자가 월 단위 지출 총액을 체감하기 시작했고, 불필요한 구독을 정리하는 소비 패턴이 등장하고 있다. 셋째, 스위스 소비자는 고관여, 고정보 소비에 익숙한 만큼 신중한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강해, 충성 고객으로 유도하기 위해선 명확한 차별화 포인트가 필요하다. 넷째, 데이터 보호와 개인정보 프라이버시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 속에서, 개인화 기반 서비스 제공과 데이터 활용 사이의 균형도 필수 과제다. EU GDPR뿐 아니라 스위스 자체의 FADP 개정안*은 기업에 높은 수준의 데이터 관리 체계를 요구하고 있다.
* 주: FADP(Federal Act on Data Protection) 개정안: EU의 GDPR과 유사한 수준의 개인정보 보호 기준을 명문화한 법률로, 기업에 데이터 처리 투명성과 이용자 동의 체계를 강화할 것을 요구

시사점

스위스는 구독 서비스 구조적 안정성과 디지털 친화적 환경을 기반으로, 유럽 내 구독 서비스의 선도 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향후 스위스 구독 시장은 단순한 정기배송을 넘어 "지속 가능성에 디지털 맞춤화와 브랜드 커뮤니티를 결합“한 고도화 모델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친환경 생활용품 정기배송 서비스와 AR 기반 홈뷰티 디바이스의 개인별 최적화 기능이 결합한 형태가 그것이다. 또한 B2B 영역에서는 건강관리, 식음료, 인사관리 솔루션의 구독화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 테크 업계에 종사 중인 A사 관계자 R씨는 KOTRA 취리히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스위스 소비자는 단순히 편리함이 아닌, 브랜드의 지속가능성과 커뮤니케이션 경험까지 중요하게 본다”라며, “한국 기업이 진입하려면 단기간 프로모션보다는 장기적 관계 형성을 염두에 둔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 기업이 진출을 고려할 경우, K-뷰티·K-푸드 기반의 프리미엄 소비재 구독 서비스와 SaaS형 디지털 솔루션이 유망 분야다. 다만, 스위스의 고관여 소비자 특성과 엄격한 데이터 보호법, 고비용 유통 환경 등을 고려해 현지 파트너와의 협업, 다언어 지원, 통합 마케팅이 병행돼야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스위스를 유럽 구독 시장 진출의 테스트베드로 삼는 전략이 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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