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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과 우리 기업에 대한 영향 -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본문
11월 6일(한국 시각)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의 미 대통령 당선이 사실상 확정되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와 많은 부분에서 다른 정책을 취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의 정책 방향은 단순히 특정한 인물의 대통령 취임 뿐만 아니라 미 상원과 하원의 선거 결과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대통령 선거만으로 미국의 정책 방향을 모두 알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의회의 관여 없이 미 행정부가 취할 수 있는 행정권한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향후 트럼프 행정부가 취할 정책의 방향, 특히 우리 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 향방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I. 무역·통상정책
1. 보편적 관세와 보복 관세
트럼프는 스스로를 tariff man이라고 지칭할 만큼 관세를 중시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적자를 개선하고, 미국 내 제조업을 보호한다는 명목 하에 모든 수입품에 대해 최소 10%, 중국산 수입품에 최소 60%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로 보편적 관세를 부과한다면, 다른 국가 역시 이에 대응하여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은 트럼프가 공언한 관세가 실제 부과되면서 즉각적으로 그에 상응하는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한 바 있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호간의 관세 부과는 국제무역에 커다란 불확실성을 안기게 될 것입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편적 관세 부과와 다른 국가의 보복 관세 부과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자유무역협정(FTA) 등 통상규범에 위반될 가능성이 크나, 현재 WTO 분쟁해결절차가 마비되어 있으므로 WTO를 통한 분쟁해결과 갈등의 완화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국가들은 상호 간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미국과 다른 국가 간에 무역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2. 상응 관세 부과
트럼프 행정부는 상응관세법(Reciprocal Tariff Act)를 도입하여, 무역 상대국이 미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율을 동일하게 무역상대국으부터의 수입품에 대하여 부과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많은 국가들이 미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반면 미국에 수출할 때는 저율의 관세만을 부담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인식에 근거하고, 미국산 제품에 대한 무역 상대국의 관세율 인하를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됩니다.
3. USMCA 개정 시도
과거 트럼프 행정부 시절 체결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상 자동차 원산지 규정1 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여전히 미국 외에서 자동차 제조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이유로 원산지 규정을 강화할 의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므로 트럼프 행정부는 2026년 7월 예정된 USMCA 검토 절차에서 자동차 원산지 규정을 개정하고자 시도할 가능성이 큽니다.
4. 생산시설의 국내 이전 정책 – “America First”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 통상정책은 미국 내에 제조시설과 일자리를 만드는 것을 중시합니다. 이를 위하여 보편적 관세를 비롯하여 수입산이 미국산 제품과 경쟁하기 어렵도록 하는 조치를 취하여 미국 내 생산을 촉진하는 정책을 취할 것입니다. 예컨대, 미국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제3국으로 이전할 경우에는 100%에서 200%까지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5. 철강, 알루미늄, 태양광,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 부과 등 무역조치
과거 트럼프 행정부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태양광 및 세탁기에 대해 세이프가드 조치를 부과하고, 자동차에 대해서도 25% 관세 부과를 시도한 바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번 트럼프 행정부 역시 과거와 마찬가지로 철강, 알루미늄, 태양광, 자동차 등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거나 세이프가드 등 무역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II.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
트럼프 행정부 역시 바이든 행정부와 유사하게 중국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나 해리스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인권, 민주주의, 환경 등 가치 보다는 통상, 안보 및 경제적 측면에서 라이벌 관계를 강조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그리고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대만 방어를 지원할 것인지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취하지 않을 수 있는데, 이러한 모호한 입장은 대만해협에서의 지정학적 관계를 불안정하게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와는 달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하여 미국의 관여와 지원을 최소화하면서 유럽 국가들이 더 많이 지원하는 것을 선호하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을 통해 전쟁을 최대한 빨리 종식하고자 시도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러시아가 현재까지 차지한 영토에 만족하지 않고 있고, 우크라이나 역시 설사 미국의 지원이 줄어들더라도 쉽게 러시아와 휴전을 할 의사가 커 보이지 않으므로, 트럼프 행정부가 원하는 바와 같이 전쟁이 신속하게 종식될 가능성이 크지는 않아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긴장관계가 고조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기존 바이든 행정부에 비하여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긴장관계가 완화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III. 한반도 정책
트럼프는 미국이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지나치게 많이 부담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으므로,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주한미군 주둔과 관련하여 한국이 보다 많은 비용을 부담(cost-sharing)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할 것입니다. 또한, 한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전통적인 동맹적 관계를 중시하기 보다는 경제적이고 거래적인 관계를 보다 중시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주한미군 주둔이나 한반도에서의 분쟁 발생시 미국의 개입 여부에 대하여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습니다.
한편, 과거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정부가 직접 외교 교섭을 하고 세 차례의 정상회담을 개최하였으며, 북한 지도자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언급을 하는 등 기존의 미국 행정부와 다른 접근법을 취하였다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기존의 정상회담 실패에 비추어 보았을 때 트럼프 행정부가 기존과 같은 접근법을 취할지는 미지수일 뿐만 아니라 북한 정부 역시 대화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생각됩니다.
IV. 전통적인 에너지 사업 중시와 환경 규제 완화
트럼프 행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에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태양광, 풍력 등 청정에너지 사업보다는 석유 등 전통적인 에너지 사업과 화석연료 기반 산업을 중시하고, 이러한 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는 환경 규제를 완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나아가, 트럼프 행정부는 파리협정이 미국에 지나친 부담을 부과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협정으로부터 재탈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는 재생에너지 사용을 증가하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취하지 않고, 오히려 청정에너지 사업에 대한 연방정부의 지원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보입니다.
V. 반도체·배터리 산업
트럼프 행정부는 청정에너지 촉진과 기후변화 대응에 많은 예산을 소요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여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공화당 소속 하원의장인 마이크 존슨(Mike Johnson) 등이 IRA나 칩스법을 폐지 또는 상당 부분 개정하겠다고 언급하였고,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차지할 가능성을 고려하면, 향후 IRA와 칩스법을 폐지하거나 중요 부분을 개정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IRA와 칩스법에 따른 지원을 바라고 미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들은 불의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VI. 우리 산업과 기업에 대한 영향
1. 보편적 관세 부과와 미국산 제품 우대에 따른 경쟁력 저하 가능성
트럼프 행정부의 보편적 관세와 미국산 제품 우대 조치들은 우리 기업의 수출 제품 가격을 상승시켜 미국 시장에서 미국산 제품과의 경쟁을 어렵게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수출주도형 경제를 가진 한국에 큰 부담이 될 수 있고, 한국 기업은 가격 정책을 재검토하거나 미국 현지에서 직접 제조하여 판매하는 방안을 더욱 적극적으로 검토하여야 할 수 있습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60% 보편적 관세 부과가 실현된다면, 우리 기업의 수출 제품은 중국산 제품에 비하여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으므로 우리 기업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기업의 공급망은 중국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특히 전자제품, 자동차, 배터리 등에 중국산 물품을 사용하거나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경우가 상당하므로, 고율의 보편적 관세를 피하기 위하여 공급망을 재조정해야 할 필요성이 클 수 있습니다.
2. 반도체 및 첨단기술 산업의 미국 내 제조 장려
트럼프는 반도체 및 첨단기술 산업의 미국 내 제조를 강조하고, 중국과의 기술 경쟁을 강화하는 정책을 취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우리나라의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기술 기업들은 미국 내 투자나 현지 파트너십 구축 등 현지화 전략을 보다 강화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3. 첨단기술의 수출통제
트럼프 역시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수출통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큽니다. 반도체, 인공지능, 배터리 등 첨단기술에 강점을 가진 우리 기업들은 이러한 수출통제로부터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기업은 미국의 수출 통제 정책에 따라 특정 국가로의 수출을 제한하여야 하는 사업상 리스크를 부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중국 등 일부 시장에서의 기회를 상실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 기업들은 중국 등 일부 국가의 기업에 비해 미국과 유럽 등에서 신뢰할 수 있는 중요한 사업 파트너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이 안정적인 공급망 파트너를 찾고자 할 때 우리 기업들이 주요 협력 대상으로 고려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은 미국의 수출 통제 정책에 맞춰 전략적 대응을 준비하면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할 수 있는 기술 파트너로서의 입지를 강화할 기회를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4. 재생에너지 산업
트럼프 행정부는 전통적인 에너지 산업을 중시하여 재생에너지 산업을 상대적으로 경시하고 지원을 줄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미국 재생에너지 산업 성장 속도를 늦출 수 있고, 미국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우리나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기업들에게 큰 도전과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들 기업들은 미국 시장 내 재생에너지 수요가 감소할 가능성까지 고려하여 미국 투자 등 계획을 조정할 필요성을 점검할 필요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최소 60%의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다면,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기업들은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강화하여 미국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이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