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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 엔캐리트레이드는 끝났나?

DDOL KONG 2024. 8. 8. 17:59

잠시 수면 아래로 내려 앉았을 가능성 높아
낮은 금리의 엔화를 빌려 수익 높은 곳에 투자
해외에서 엔화를 빌려 미 국채 투자자가 타격 커
환위험 헤지 엔캐리트레이드의 최대 위험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이코노미21 양영빈] 일본은행(Bank of Japan, BOJ)의 작은 날개 짓이 전세계 금융시장을 혼돈의 도가니로 몰았던 한 주였다. 금융판 “로렌츠 나비효과”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BOJ의 금리인상으로 촉발된 엔캐리트레이드의 위기가 가져온 충격은 비록 일회성 이벤트로 끝났지만 깊이는 매우 깊었다. 문제는 이 위험 요소가 여전히 상존하고 있으며 잠시 수면 아래로 조용히 내려 앉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해프닝이었는지 아니면 앞으로도 여전히 잠재적 위기를 내포하고 있는 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캐리트레이드(Carry Trade)는 범위를 넓혀서 본다면 조달 비용이 낮은 자금을 조달해서 수익이 높은 곳에 투자하는 것을 일컫는다. 미국 헤지펀드의 베이시스트레이드, 과거 리먼브라더즈의 레포시장 투자 등도 넒은 의미에서 캐리트레이드로 분류할 수 있다. 캐리트레이드의 고전적인 형태인 통화캐리트레이드는 금리가 싼 나라에서 자금을 조달해 금리가 높은 나라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낮은 금리의 엔화로 자금을 조달해 높은 금리를 주는 미국 장기국채에 투자했던 방식이 주를 이룬다. 캐리트레이드의 대상이 반드시 장기국채일 필요는 없다. 투자자 입장에서 높은 수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판단하는 모든 투자 상품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여기서는 전형적인 캐리트레이드인 엔캐리트레이드를 중심으로 살펴 보고자 한다.

엔캐리트레이드 분류

엔캐리트레이드는 크게 환위험을 헤지 유무로 분류할 수 있다. 현재 일본 금융기관에서 환위험을 헤지하면서 엔캐리트레이드를 하는 곳은 보험사, 일반은행, 농림은행 등이 있다. 환위험을 헤지하지 않는 곳은 일본 재무성(일본은 재무성이 해외 국채를 관리함), 연기금 등이 있다.

환위험을 헤지 하지 않는 경우에 장점은 달러 절상이다. 1000엔당 10달러 환율로 미국국채를 10달러에 매입한 경우를 보자. 만약 달러가 엔화대비 절상돼 환율이 1000엔당 5달러로 바뀌면 보유한 미국국채를 팔아 엔화로 환전해서 일본 내로 들여오면 2000엔을 가져올 수 있다. 정반대로 엔화가 절상되면 엔화로 생활하는 일본 투자자는 손실이 발생한다.

다음은 2020년부터 최근까지 $1당 엔화 환율 차트다.


최근 급격한 엔화의 절상이 있었음을 볼 수 있다. 전통적으로 환위험 헤지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일본 재무성이나 공적 연기금은 미국국채 포지션을 매각하지 않는 이상 미실현 손실로만 기록된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일본은행(BOJ)의 독립성은 선진국에서도 최하 수준이다. 따라서 보통 일본의 외화자산 포지션을 볼 때는 정부기관과 BOJ의 대차대조표를 병합해서 보는 것이 유용한 분석틀을 제공한다. 다음은 세인트루이스 연준의 연구원들이 발표한 GDP 대비로 본 일본의 병합된 대차대조표다.


일본의 정부기관과 BOJ를 병합한 대차대조표를 보면 해외증권은 55%를 차지하고 있으며 당시 이론 GDP(560조엔)와 환율($1=145엔)을 고려하면 대략 3.86조달러가 된다. 일본 정부만 따로 본 현재 부채 비율은 260%를 상회하고 있다.

일본 정부기관과 BOJ를 병합한 대차대조표에서 자금 조달(부채)을 보면 GDP 대비 통화와 지급준비금이 113%, 국채가 114%다. 일본의 국채 수익률이 매우 낮았음을 감안하면 일본은 전체적으로 매우 싼 금리로 자금 조달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의 10년물 국채 과거 10년간 평균 수익률은 0.4% 정도였다. 또한 통화는 금리가 당연히 0%이며 초과지급준비금에 대한 금리는 현재 0.25%이다. 따라서 일본 정부 전체(정부기관+BOJ)는 매우 싼 금리로 자금 조달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 정부 기관이 헤지를 안하고도 버틸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낮은 자금 조달 비용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사태에서 타격을 받은 엔캐리트레이드는 일본 정부기관 보다는 해외에서 엔화를 빌려 미국국채(또는 주식 등 금융상품)에 투자한 측이라고 볼 수 있다.

환위험을 헤지하는 투자자

엔캐리트레이드에서 환위험을 헤지하는 일본 투자자는 크게 보험사, 일반은행, 농림은행 등이 있다. 농림은행은 이미 엔캐리트레이드에서 대규모 손실을 떠 앉고 있으며 손실을 곧 확정할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환위험을 헤지하는 방식은 주로 외환 스와프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10년물 미국국채를 매입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엔화를 달러로 환전해야 한다. 그런데 10년후 엔화와 달러를 사전에 정한 비율로 교환하는 외환 스와프 거래는 거의 없으므로 대체로 시장에서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는 3개월 외환 스와프 거래를 통해 환위험을 헤지한다. 외환 스와프 거래를 통하면 첫째 엔화 보유자는 시장 환율로 엔화를 달러로 바꾸고 3개월 후에 당사자들끼리 합의한 환율로(3개월 후의 시장환율의 고저에 관계없이) 다시 달러를 엔화로 바꾼다.

외환 스와프 거래의 장점은 환위험을 헤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사, 일반은행, 농림은행 등은 민간 기업이기 때문에 정부 기관이 누리는 정부의 지원을 100% 보장받을 수 없어 헤지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외환 스와프는 만병통치는 아니었다. 환위험을 헤지한다고 해도 남는 위험이 여전히 있기 때문이다. 환위험을 헤지한 엔캐리트레이드가 직면한 위험은 3개월마다 자금 조달을 롤오버 할 때 조달 비용이 변동금리라는 점이다. 환위험 헤지 엔캐리트레이드는 거래를 시작하는 순간 매입한 국채의 수익률은 정해진다. 그러나 환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외환 스와프 거래는 본질적으로 변동금리이며 그 기준은 3개월 미국국채 수익률(+α)가 된다. 따라서 환위험 헤지 엔캐리트레이드의 최대 위험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다.

다음은 미국 국채 수익률 곡선의 변화를 보여준다.


2021년 12월(파란색)에서 환위험 헤지 엔캐리트레이드를 진입했다고 가정해 보자. 10년물은 1.4%, 3개월물은 거의 0%로 대략 연 1.4%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엄밀하게 보자면 엔달러 외환 스와프에서는 달러에 대한 비용을 이론가보다 더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는 논의를 간단히 하기 위해 이 비용은 제외하기로 한다). 2022년 4월이 되면 연준의 금리인상 여파로 3개월물은 0.5%, 10년물은 2.4%가 된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1.4%에서 2.4%로 올랐기 때문에 2021년 12월에 진입한 포지션에서 10년물 국채는 평가 손실 상태다. 그러나 엔캐리트레이드 포지션을 추가한다면 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이전에는 1.4%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1.9%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최근의 수익률 곡선 상태를 보여준다. 3개월물은 5.34%, 10년물은 3.96%로 오히려 단기국채 수익률이 1.38%나 높다.


환위험을 헤지한 엔캐리트레이드가 수익률 곡선 역전이라는 복병을 만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환위험을 헤지하는 것은 두 종류의 손실을 가져온다. 첫째, 2021년 12월에 진입한 장기국채의 평가손실이 크게 악화됐다. 수익률이 당시 1.4%에서 현재 3.96%로 무려 2.56%나 올랐기 때문이다. 둘째, 만기까지 이 포지션을 유지하면서 환위험 헤지를 한다면 단기 조달 비용이 0%에서 무려 5.34%로 상승했다. 이 헤지 비용은 장부에 평가손실로 기입할 수 없는 3개월 마다 지급해야하는 확정 비용이다.

일본 농림은행이 항복선언을 한 것이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수익률 곡선 역전이 일어나면서 환위험 헤지를 통한 엔캐리트레이드 상황이 안 좋아지자 일부 금융기관들은 환위험 헤지 비율을 줄이는 것으로 대응했다. 달러가 절상하면서 엔달러 환율이 160엔을 돌파할 때까지는 모든 것이 순조롭게 보였다.

다음은 일본 금융기관의 해외 증권 투자에서 환위험 헤지를 한 것과 안한 것의 비율을 보여준다.


하얀색은 헤지를 하지 않는 경우다. 진한 파란색과 하늘색은 헤지를 한 경우다. 검은색 선은 헤지를 한 비율이며 2022년에 60%에서 50% 아래로 하락했음을 알 수 있다. 헤지를 하지 않은 경우는 달러 절상 시기에는 유리했지만 달러가 절하되면 불리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에는 평가손실이 늘어나게 되며 주어진 시간이 많다면 훗날을 기약하며 기다릴 수도 있겠지만 여러 이유로 인해 포지션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어쩔 수 없이 손실을 확정하게 된다.

BOJ의 금리 인상

이번 사태 직전에 BOJ의 금리 인상이 있었다. 다음은 BOJ의 기준금리 인상 추이다.


파란색이 BOJ 기준금리(콜금리)의 평균이다. 지난 3월에 기준금리를 올린 후 4개월 만에 당시 인상폭보다 두 배 가량 많이 인상했으며 대략 0.227% 정도다. 이번 인상 직전 평균이 0.077%이었으므로 0.15% 인상 효과가 있었다.

BOJ의 기준금리 인상이 이번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번 사태는 단기간 과도한 달러 절상을 뒤 이은 엔화 절상과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엔화 절상의 가속화, 그리고 이미 상태가 매우 안 좋아진 엔캐리트레이드 포지션 등 모두 결합해 만들어 낸 이벤트라고 보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 이미 한계를 넘어선 짐을 지고 있었던 낙타의 등에 마지막 지푸라기(the last straw)를 얹었던 것이다.

캐리트레이드의 속성

캐리트레이드는 기본적으로 낮은 변동성에 배팅하는 방식이다. 캐리트레이드를 둘러싼 제반 환경들의 변화가 작아야 캐리트레이드는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 캐리트레이드는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해서 높은 수익률 줄 것이라 예상하는 곳에 투자하므로 기본적으로 레버리지 성격을 띈다. 레버리지를 사용하면 상황이 악화됐을 때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악순환의 고리에 갇히게 된다. 현재 엔캐리트레이드 강렬한 인상을 주고 즉시 잠잠해졌지만 아직도 완벽하게 해결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미국 헤지펀드의 베이시스트레이드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베이시스트레이드는 국채선물과 국채현물의 가격차를 이용하는 거래인데 의미있는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레버리지를 키워 국채현물을 매입해야 한다. 베이시스트레이드는 또한 대체로 만기가 하루이거나 며칠 정도인 매우 짧은 레포 시장 대출에 의존한다. 문제가 생기면 일파만파로 확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자본주의 금융시장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하이먼 민스키는 일찍이 “안정성이 불안정성을 배태한다(Stability breeds Instablity)."는 말을 남겼다. 안정적이라고 생각한 거래 방식이 레버리지와 결합하면 조금만 충격을 줄만한 요소가 나타나도 바로 시장 전체의 불안정성으로 나타날 수 있다. 금융위기 이후 연준과 전세계 중앙은행의 QE는 금융시장의 안정화에 상당한 도움을 주었지만 그런 안정성은 다른 영역에서 레버리지를 키우는 자양분을 공급한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레버리지 관리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할 때다.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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