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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바이오리더] “동네 병원서 항암제 맞는 시대 열린다” 본문
전태연 알테오젠 부사장 인터뷰
미 머크(MSD) 독점 변경 계약 체결
단계별 기술료 총 1조 3372억원
로열티 연 8000억원 매출 기대
“단군 이래 최대의 기술이전”
-MSD와 독점 계약 체결을 공시했다. 언제 어떻게 계약을 체결했나.
“지난주 금요일 미국에서 전체적인 내용에 합의를 했다. 영화를 보면, 커다란 원목 책상에 앉아 양측이 만년필로 사인하고 기념사진을 찍는데, 현장은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 회의실에 양쪽에서 변호사가 서너 명씩 들어와 계약서를 검토하는 작업이 길게 이어진다. 우리는 2020년 체결한 계약서가 있으니, 양쪽 계약서를 보면서 문구를 맞추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내용 합의는 금요일(16일)했는데 계약 체결 공시는 다음주 목요일(22일)에 나왔다.
“시차도 있고, 월요일이 미국 공휴일이라서 세부 내용 협의 과정에서 계약 체결 시점이 늦춰졌다. 계약에 합의는 했지만, 양측이 계약서에 넣어야 할 세부 문항이 남아있었다. 사실 공시 직전까지도 정말 긴장했다. 오죽하면 혹시나 정보가 새 나갈까 봐 토요일 밤에 귀국했다.”
-미국행 비행기를 타기 전에 계약이 성사될 것을 예상했나.
“그렇진 않다. 오히려 계약이 성사되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우리 물질에 자산이 있었으니, 다른 파트너를 찾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세일즈맨이 물건을 팔 때 품질이 변변치 않으면 정말 힘들지 않나. 그런데 우린 자신감이 있었다. 바이오USA와 같은 국제 대회를 가면, 글로벌 빅파마들이 먼저 말을 걸어온다.”
-하지만 처음부터 글로벌 빅파마들이 찾진 않았을텐데.
“그건 사실이다. 지난 2021년 MSD가 키트루다SC 임상 1상에 착수하면서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그 때도 MSD가 우리 물질로 제형 변경을 한다고는 알리지 않았지만 업계는 다 알고 있었다. MSD로부터 얻은 것이 많다. 신약 개발은 연구개발(R&D)과 상업화로 나뉜다. 한국이 연구(R)은 잘 하지만, 개발과 상업화는 엉망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MSD와 협업으로 개발과 상업화 과정을 정말 많이 배울 수 있었다. 글로벌 스탠다드 매뉴얼을 익혔다. 신약을 만들어 낸다는 건 정말 존경스러운 작업이다.”
-MSD의 임상을 비롯해 경쟁사 동향은 어떤가.
“BMS는 작년 11월 임상 3상에 할로자임의 기술을 활용한 옵디보 피하주사제 임상 3상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MSD가 알테오젠의 기술을 활용해 개발하는 키트루다SC는 오는 9월 임상 3상 결과가 나온다. MSD는 내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키트루다SC의 승인을 받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항체약물접합체(ADC) 신약을 피하주사 제형으로 바꾸는 것도 기술적으로 가능한가.
“ADC를 상업화한 기업과 물질이전 계약 체결 단계에 있다. 이 회사가 동물실험에서 ADC도 피하주사로 변경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으로 안다. ADC 뿐만 아니라, 이중항체, RNA(립보핵산)의약품도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에피소드는 없나.
“우리 물질을 활용하면 신약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IRA(인플레이션감축법)를 피해갈 수 있다. 한 파트너 회사에 이런 팁을 줬더니, 줌 회의 내내 조용히 있던 그 회사 변호사가 튀어나와서 설명을 요청했다. 그 만큼 글로벌 빅파마들이 의약품 제형 변경에 관심이 많다는 뜻이다. "
-항암제를 피하주사 제형으로 바꾸는 것이 IRA와는 무슨 상관이 있나.
“미국은 의료비가 비싸다. IRA는 미국 정부가 제약사들에게 자신들이 운영하는 메디케어(공보험)에 등재된 약 가운데, 수요가 많은 약들에 대해서 약값을 낮추라고 요구하는 정책이라고 보면 이해하면 쉽다. 미국 기술을 보호해 줘야 하는 최신 신약을 제외하고는, 모두 약가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메디케어는 미국 의료보험 시장의 40%가량을 차지하기 때문에 제약사들이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 그런데 기존의 항암제라도 SC제형으로 개발하면 가격 인하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제형 변경에 쓰이는 물질이 API(의약 물질)이라면, 신약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증권사 리포트를 보면 MSD가 키트루다 공급의 절반을 피하주사 제형으로 바꿀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수년 안에 MSD가 키트루다를 피하주사 제형으로 대부분 교체할 것이라고 본다. 정맥주사 방식의 저렴한 바이오시밀러에 시장을 내주지 않으려면, 최대한 빨리 환자와 의료진들이 키트루다SC에 적응하게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그리고 MSD가 키트루다SC로 전환을 빨리 할 수록, 누적 매출이 빨리 늘어날 것이고, 그러면 알테오젠으로 돈이 더 빨리 입금될 것이다.(웃음)”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입금되나.
“키트루다SC의 글로벌 임상 3상이 올해 9월 끝난다. 마일스톤은 내년에 제품이 시장에 출시되고 팔리기 시작할 때까지 들어온다. 또 키트루다SC 누적 판매 금액을 달성하면 그 때부터 로열티를 받게 된다. ”
-명문인 위스콘신대학에서 생화학 박사를 받고, 로스쿨에 다시 진학해 미국 변호사가 된 이력이 특이하다. 왜 진로를 바꿨나
“박사를 받고, 연구를 하다보니 전세계에 뛰어난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다. 연구개발로 성공하기가 정말 쉽지 않다. 요즘 한국에서도. 다들 의대를 가려고 하지 않나.”
-MSD와의 계약을 성공시켰다. 알테오젠의 기술력이 가장 주효했겠지만, 이 밖에도 딜을 성사시킬 수 있는 비결이 있나.
“알테오젠의 박순재 대표가 해 주신 말씀이 있다. 사업개발(BD)을 잘 하려면 4가지가 필요하다. 영어, 기술에 대한 이해도, 사회성, 사람들과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정치 문화 예술 상식. 그런데 일을 막상 해 보니, 여기에 하나를 추가해야 하더라. 법에 대한 이해다. 기술을 법으로 해석해 내는 것은 단순히 번역만 잘한다고, 기술만 잘 안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결국 커뮤니케이션이다.”
https://n.news.naver.com/article/366/0000972939?sid=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