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OLKONG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본문
- 이 책은 기억과 놓음에 대한 이야기다. 한 남자와 그의 손자, 한 아버지와 아들이 주고받는 연서이자 느린 작별 인사다.
- 선생님께서는 어른이 돼서 뭐가 되고 싶은지 쓰라고 하셨어요."
노아가 얘기한다.
"그래서 뭐라고 썼는데?"
"먼저 어린아이로 사는 데 집중하고 싶다고 썼어요."
"아주 훌륭한 답변이로구나."
"그렇죠? 저는 어른이 아니라 노인이 되고 싶어요. 어른들은 화만 내고, 웃는 건 어린애들이랑 노인들뿐이잖아요."
"그 얘기도 썼니?"
"네"
"선생님께서 뭐라고 하시던?"
"과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너는 뭐라고 했니?"
"선생님이 제 답변을 이해하지 못하신 거라고 했어요."
"사랑한다."
- "모든 게 사라지고 있어서, 노아노아야. 너는 가장 늦게까지 붙잡고 있고 싶거든."
- "머릿속 말이에요. 머릿속이 아프냐고요."
"아픈 느낌이 점점 줄어들고 있단다. 건망증이 하나 좋은 게 그거야. 아픈 것도 깜빡하게 된다는 거."
"어떤 기분이세요?"
"주머니에서 뭔가를 계속 찾는 기분. 처음에는 사소한걸 잃어버리다 나중에 큰 걸 잃어버리지. 열쇠로 시작해서 사람들로 끝나는 거야."
- "걱정 마세요. 풍선을 드릴게요, 할아버지. 우주로 갈때 들고 가실 수 있게."
"풍선이 있어도 내가 사라지는 건 막을 수 없을 게다. 노아노아"
- "한번은 선생님이 인생의 의미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쓰라고 한 적도 있어요."
"그래서 뭐라고 썼는데?"
"함께하는 거요."
- 아니, 죽음은 느린 북이에요. 심장이 뛸 때마다 숫자를 세는. 그래서 조금만 더 시간을 달라고 실랑이를 벌일수가 없어요."
- "할아버지가 잊어버리면 제가 할머니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매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제일 먼저 할머니 이야기부터 들려드릴게요."
할아버지는 손자의 팔을 꼭 붙잡는다.
"우리가 춤을 추었다고 얘기해주려무나, 노아노아야. 사랑에 빠지는 기분이 그런 거라고, 내 발이 그 사람만을 위해 존재하는 듯한 기분이라고."
- "노아노아야,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약속해주겠니? 완벽하게 작별 인사를 할 수 있게 되면 나를 떠나서 돌아보지 않겠다고. 네 인생을 살겠다고 말이다. 아직 남아 있는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건 끔찍한 일이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