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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삼성, 10조 반도체 장비 투자···주가 반등 이룰까 본문
네덜란드 ASML과 EUV 50대 공급 계약설···양사 “비공개 원칙”
[이뉴스투데이 염보라 기자] 삼성전자가 ‘7만전자’ 안착에 가까스로 성공한 가운데 대규모 반도체 장비 투자로 추가 반등을 노리고 있다.
15일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추가로 들여온다.
계약상 비밀유지조항이 있어 자세한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5년간 총 50대 공급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EUV 노광장비는 삼성전자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반도체 초미세공정의 핵심 장비로 1대당 약 2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노광은 전체 공정 비용과 시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공정으로, 회로를 여러 번 반복해 그리는 구형 노광장비와 달리 EUV는 한 번에 끝낼 수 있어 시간과 비용 절감 측면에서 효율적이다.
문제는 한정된 생산량이다.
“인공위성 부품보다 복잡하다”고 알려질 만큼 연간 생산 가능 대수가 제한돼 있다. 지난해 기준 40대로 전해지며, 올해는 ASML 추산 60대다.
현재 EUV 노광장비를 필요로 하는 파운드리사는 삼성·TSMC·인텔 3개사와 메모리반도체 톱 제조사 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5개사다.
이중 TSMC 공급 비중이 약 70% 수준이다. 나머지 30% 물량을 두고 4개사가 확보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세계 유일 EUV 제조사인 ASML은 ‘슈퍼 을’로 군림해 왔다.
지난해 6월 세계 최초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도입한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 3나노 2세대 △2025년 2나노 △2027년 1.4나노 공정 진입을 목표로 세우고 EUV 노광장비 확보에 공들였다.
이재용 회장이 지난해 6월 유럽 출장길에서 첫 방문지로 네덜란드를 낙점한 이유다. 당시 이 회장은 ASML 본사를 찾아 피터 베닝크 CEO와 EUV 수급 방안을 논의했으며 그해 11월 한국을 방문한 베닝크와 추가 회동을 가졌다.
EUV 리드타임(주문 후 장비를 공급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최소 1년인 점을 감안하면 당시 미팅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낸 셈이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EUV 노광장비 추가 확보설에 긍정적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대당 2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진 EUV 노광장비를 수십대 들여온다는 건 3나노 양산을 확대하고 향후 2나노 계획까지 성사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2025년까지 EUV 노광장비 100대 보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시장은 현재 삼성전자의 EUV 보유량을 40대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 50대 추가 확보 시 2028년에는 약 100대 보유가 가능하다.
박병훈 네덜란드 응용과학연구소(TNO) 한국대표는 ‘100대 보유’의 의미에 대해 “통상 반도체 공정은 장비당 10%를 공정연구(테스트)에 쓸 수 있다”면서 “100대가 있다는 건 24시간 연구·개발용으로 활용 가능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통해 장비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공정 능력치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면서 “공정에 있어서의 시간·비용 절감, 수율 개선 등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 역시 “(EUV) 장비를 많이 확보하고 기술이 안정화되면 수율이 개선되고 미세공정의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면서 “고객사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판단했다.
증권가는 기나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 가까스로 ‘6만전자’를 탈피한 삼성전자가 EUV 추가 확보를 통해 차세대 미세공정에서 승기를 잡고 개인 투심을 자극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9월 19일 종가 기준 7만원선을 내준 뒤 한 달 반 동안 6만7000~6만9000원대에서 박스권 흐름을 이어갔으며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 첫날인 지난 6일 ‘7만전자’ 타이틀을 되찾았다.
하지만 증권가 목표주가(에프앤가이드 집계 컨센서스 9만1174원)에는 여전히 못 미친다. 7만전자 회복 후 1주일간 외인은 5131억원 순매수했지만 개인이 5022억원 순매도하며 하방 압력으로 작용 중이다.
증권가는 특히 2025년 이후 펼쳐질 2나노 이하 차세대 반도체 경쟁에서 삼성전자의 ‘한 수’를 기대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세계 최초 3나노 반도체를 양산하면서 TSMC가 3나노에 적용 중인 핀펫(FinFET) 기술보다 전력 효율 등 측면에서 진일보한 기술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를 적용했다.
TSMC는 2025년 양산할 2나노 공정부터 GAA 적용 방침이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파운드리 사업부의 미세공정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이 개선되고 있으며 TSMC보다 먼저 GAA FET으로 전환함에 따라 3나노 이하에서는 격차를 좁힐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증권가 관계자 역시 “삼성전자는 3나노 이하 공정에서 승기를 잡고자 한다”면서 “EUV 추가 확보를 통해 공정 효율성을 높이고 수율을 재고할 수 있다면 충분히 (주가 반등) 모멘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계약 상품이 기존 EUV 노광장비인지 차세대 ‘하이NA EUV’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기존 EUV가 7나노 이하 미세공정 반도체라면 하이NA EUV는 2나노 이하 미세공정 반도체 구현에 필요한 기술 사양을 갖추고 있다.
박병훈 TNO 한국대표는 “하이NA EUV는 노광장비의 성능을 좌우하는 렌즈 개구수(NA)를 기존 0.33에서 0.55로 끌어올렸기 때문에 해상도에 있어 몇 배 차이가 난다”면서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장비이기 때문에 삼성전자, TSMC 모두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이NA EUV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박 대표는 “지금 생산을 하고 있고 연말 인도할 계획으로 알고 있지만 아직은 품질 검증이 안 됐기 때문에 시생산으로 봐야 한다”면서 “캐파 플랜(생산능력 계획)도 안 나와 있는 상황에서 서플라이체인(공급망)의 귀신인 ASML이 대량 공급 계약을 맺었을 가능성은 극히 적다”고 판단했다.
ASML은 EUV 계약 사실에 대해 말을 아꼈다.
증권가 관계자는 “계약상 비밀유지조항이 있어 장비 보유 대수 등 정확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http://www.enews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57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