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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OLKONG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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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DDOL KONG 2017. 8. 20. 03:33

- 한국에서 '고독'은 아직 낯선 단어다. 고독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우리 문화에서 고독은 실패한 인생의 특징일 따름이다. 그래서 아직 건강할 때, 그렇게들 죽어라고 남들 경조사에 쫒아다니는 거다. 내 경조사에 외로워 보이면 절대 안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토록 바쁜 이유는 고독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 '고독 저항 사회'인 까닭이다. 쉬어야 하는 주말조차 각종 경조사로 길거리가 미어터지는 이 한국적 현상을 달리 설명할 수 있을까?

- 모든 상호작용에는 지켜야 하는 물리적 거리가 있다. 권력이나 친밀도에 따라 달라지는 공간의 양상을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은 '근접학proxemics'이라는 학문으로 정리했다. 홀에 따르면 인간이 공간을 분류하는 양상은 다음 네 가지로 나뉜다. 친밀한 거리, 개인적 거리, 사회적 거리, 공적 거리.

- 모든 인간에게는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보장받을 수 있는 사적 공간, 즉 배후 공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인간의 존엄은 이 최소한의 배후 공간이 있어야 유지된다.

- 불확실성의 용기와 실패의 대담함은 노력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큰 틀에서 보자면 재능이나 성격도 다 운이라는 이야기다. 미국의 문화사학자 스티븐 컨은 원인과 결과를 규정하는 인과론적 설명 자체가 19세기 중반의 산물이라고 설명한다. 인류의 역사상 가장 급변한 변화가 일어난 시기였기 때문이다. 변화의 속도를 도무지 따라잡을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미래를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다고 믿게 해주는 변화의 인과론적 설명은 종교적 위안에 가까웠다.

- 노력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대충 살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자신의 작은 성공을 '열씨미'만으로 설명하지는 말자는 거다. '열씨미의 통제 강박'에 빠지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불안하지 않아야 성공한 삶이다. 잠푹 자고, 많이 웃는 삶이 진짜 성공이다.

- 사회 구조가 과거에 비해 훨씬 복잡해진 오늘날, 운이 차지하는 비율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아졌다. 그런데도 수 많은 성공 처세서는 여전히 '우공이산愚公移山'을 주장한다. 어리석은 늙은이의 무모한 시도도 끈질기게 계속되면 산을 옮길 수 있듯이, 쉬지 않고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는 신념이다. 이 같은 성공 처세서의 배후에는 모든 사태의 책임이 개인에게 있다는 '개인주의적 세계관'이 숨겨져 있다.

- 노스탤지어야말로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기능을 한다고 주장했다. 노스탤지어의 심리적 기능을 세 가지로 정의한다. 긍정적 기분, 의미부여, 관계 형성.

- 우리말에서 '그리움'은 세계 그 어떤 단어보다도 아름다운 말이다. '그리움'은 그림, 글과 어원이 같다. 모두 '긁다'라는 동사에서 유래된 말이다. 긁는다는 것이 뾰족한 도구로 대상에 그 흔적을 새기는 행위라고 할 때, 활자의 형태로 긁는 것은 '글'로, 선이나 색을 화폭 위에 긁는 것은 '그림'이라는 말로 변형되었다고 볼 수 있다. 어떤 생각이나 이미지를 미음속에 긁는 것은 '그리움'이 된다. 참으로 기막히게 아름다운 말이다.

- 해결이 안 되는 심각한 문제로부터 잠시 떠나 전혀 다른 생각에 몰두하고 있을 때, 문제 해결을 위한 통찰이 불현듯 찾아온다는 것이다. 마치 닭이 알을 품고 있는 부화의 시간처럼, 창조적 해결을 위한 침묵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옳다. 안 풀리는 문제를 계속 끌어안고 있어봐야 아무 도움이 안 된다. 풀리지 않는 문제로 괴롭고 힘들면 무조건 그 문제로부터 잠시 벗어나야 한다.

- 삶이란 이 전경과 배경의 관계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과정이다. 삶의 어떤 부분이 관심의 초점이 되어 전경이 되면 나머지는 배경이 된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맥락이 바뀌면 지금까지의 전경은 배경으로 물러나고, 배경이었던 부분이 전경으로 올라온다. 이러한 게슈탈트의 끊임없는 형성과 해소의 과정이 내 삶의 '내러티브narrative'가 되는 것이다. 

  삶의 게슈탈트를 바꾸는 방법은 대충 세 가지다. 첫째, '사람'을 바꾸는 거다. 둘째, '장소'를 바꿔야 한다. 마지막으로 '관심'을 바꾸는 것이다. 전혀 몰랐던 세상에 대해 흥미가 생기면 공부하게 된다. 새로운 사실을 깨치고 경험하게 되는 것처럼 기쁜일은 없다. 긍정적인 게슈탈트 전환이다. 이 세가지 중에서 관심을 바꾸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관심이 바뀌면 사람도 바뀌고 삶의 장소도 바뀌기 때문이다.

- 내가 원하는 것이 구체적이지 않으면 절대 행복해질 수 없다. 돈은 아주 막연한 거다. 그 돈으로 뭘 하고 싶은지 분명하지 않으면 돈은 재앙이다. 사회적 지위도 마찬가지다. 그 지위를 가지고 내가 뭘 하고 싶은 것인지 분명하지 않으니 다른 사람들 굴복시키는 헛된 권력만 탐하게 된다.  행복은 아주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경험이다.

  자신의 구체적 생활 언어로 번역할 수 없다면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행복뿐 만이 아니다. 삶을 지탱하는 모든 가치와 이념이 그렇다. 추상적 언어가 현실에서 제대로 기능하려면 구체적 어휘로 번역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아름답게 포장되었다 할지라도, 내 삶에서 구체활될 수 없다면 그건 순 가짜다.

- 현상학적 지리학을 대표하는 캐나다 토론토 대학교의 이푸투안 교수는 막연하고 추상적인 '공간space'과 구체적인 감각적 경험을 통해 의미가 부여되는 '장소place'으로 개념적으로 구분한다. 그에 따르면 공간은 구체적 행위나 상호작용을 통해 가치 있는 장소로 바뀐다. ....... 시공간적 좌료를 갖는 삶의 구체성이 상실되었기 때문이다.

- 숟가락을 잡으면 뜨게 되고, 포크를 잡으면 찌르게 된다. 도구가 행위를 규정한다는 말이다. 도구는 의식을 규정하기도 한다.

- 나와 다른 삶의 방식에 대한 존중과 호기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삶이 지속적으로 창조적이 된다. 사람은 나이 들수록 재미있어야 한다. 그렇게 쓸쓸하고, 지루하고, 고통스럽게 늙어갈거면 오래 살 이유가 전혀 없다. 아닌가?

- 진짜 심각한 문제는 금지가 반복되고 지속될 때 생긴다. 처음에는 심리적으로 저항하고 분노하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부터 금지에 익숙해지기 시작한다. 나중에는 외적 금지가 없어도 스스로 금지하고 체념하는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에 빠지게 된다. 금지를 내면화하고 체념하는 것처럼 무서운 질병은 세상에 없다.

- 타인에 의해 의식된 '목적격 자아(Me)'와 스스로 인식하는 '주격 자아(I)의 불일치는 인정투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인정투쟁은 목적격 자아에 포함되지 않는 주격 자아의 내용을 드러내려는 과정이다.

- 심리학적으로 자유란 '선택의 자유 freedom of choice'를 뜻한다.

- 메타적 시선으로 여유롭게 보는 능력을 유머 감각이라 한다.

- 조절은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쉐마schema에 맞춰 새로운 경험을 이해하는 과정이다. 동화는 새로운 경험이 자신의 쉐마로 설명되지 않을 때, 기존의 쉐마를 수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조절과 동화를 통해 인간의 인지구조는 균형상태equilibrium를 이루게 된다.  아무리 새로운 자극이 있어도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인지구조를 전혀 바꾸지 않는 경우를 편견이라고 한다. '조절'만 일어나고 '동화'는 전혀 일어나지 않는 경우다. 이분법적 사고도 전형적인 편견의 한 유형이다. 나이가 들면서 가장 주의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이 같은 인지구조의 불균형이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에 노출되어야 하는 거다.

- 러시아 문화심리학자 비고츠키는 문화란 '기호 혹은 상징으로 매개된 활동'이라고 정의한다.  의미를 공유할 때 인간은 행복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먹고사는 것과 아무 상관없는 문화가 필요한 거다.

- 아동은 자라면서 언어와 같은 문화적 기호를 내면화한다. 이는 단순한 기호의 내면화가 아니다. 기호로 매개된 행위, 즉 문화적 '활동Tatigkeit'을 내면화하는 것이다. 비고츠키의 제자인 레온티에프는 '활동' 개념을 보다 확장해 '활동Tatigkeit - 행위Handlung - 동작Operation'의  세 가지 차원으로 세분화한다.

- 어떤 대상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할때 먼저 그 대상을 함께 봐야 한다. 시선을 먼저 공유해야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는 까닭이다.

-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려면 해당 단어의 의미를 공유해야 한다.

- 상호주관성이란 주체들 간의 의미 공유를 철학적으로 개념화한 것이다.

  인간은 서로 시선을 마주치며 정서 공유를 한다. 가장 신리 깊은 정서 공유의 소통 행위인 마주 보기는 인간에게만 가능하다.

- 산책은 우울함에 대항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걷다 보면 주의attention가 분산되면서 우울함과 상관없는 전혀 다른 생각이 떠오른다. 걷기에 동반되는 몸의 리듬은 유쾌한 감정을 일으킨다.

- 월급쟁이 생활을 때려치우기만하면 바로 내 삶의 주인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면 정말 큰 착각이다. 평생 추구해야 할 공부의 목표가 없음을 돈의 문제로 환원시키며 자신의 쫒기는 삶을 정당화하는 것 또한 참으로 비겁하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놓치지 않을 관심의 대상과 목표가 있어야 주체적 삶이다.

- 빨리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없다. 느리게 걷고, 천천히 말하며, 기분 좋은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그래야 행복한 거다. 행복은 추상적 사유를 통한 자기 설득이 아니라 아주 구체적인 감각적 경험이기 때문이다.

- 소설<그리스인 조르바>의 감동은 명확하다. 과연 '내켜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있느냐는 본질적인 질문이다. 도대체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고 있느냐는 질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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