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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OLKONG

열한 계단 본문

Book

열한 계단

DDOL KONG 2017. 7. 14. 03:23

 

- 인생이라는 제한된 시간 속에서 세계의 다양한 영역을 모험하는 가장 괜찮은 방법은 불편한 책을 읽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책이 불편한가? 그것은 자신만이 안다.

- 불편함은 설렌다. 어떤 책 속에서 불편함이 느껴진다면 그것은 당신이 방금 새로운 대륙에 도착했다는 존재론적 신호다. 이제 기존의 세계는 해체될 것이고, 새로운 세계와 만나 더 높은 단계에서 나의 세계가 재구성될 것이다. 하나의 계단을 더 올라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당신에게 불편함을 권한다.

- 여행을 마친 사람이 여행을 시작하는 사람에게 아무리 여행의 장단점과 주의사항을 말해줘봤자 소용없다. 스스로 밟아가야 한다. 직접 경험하고 실패하고 배우는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그래야만 여행을 시작한 사람은 여행이 끝날 무렵에 자신이 처음 들었던 이야기들이 무엇을 의미했는지 이해하게 된다. 당신도 기억하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세계가 무너지는 것을 처음으로 목도했을 때를 말이다. 견고하던 세계에 균열이 가고 삶의 방향을 크게 바꿔야만 했던 시점을. 나는 비교적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그건 고등학교 2학년이 끝나가던 겨울방학, <죄와 벌>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다. 나의 첫 번째 계단은 문학이었다.

- 세상에 대한 우월감을 갖고 자신이 선택받은 사람 이라는 느낌을 가져야 하는 시기는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이러한 경험은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며 세상과 대결해야 할 때 그 힘을 비축하게 하고, 세상에 무릎 꿇게 되었을 때에는 다시 일어서게 하는 자존감의 근원이 되기 때문이다.

- 완전함과 충만함이란 아이러니 하게도 미숙함의 다른 표현이라는 것을 말이다. 현실에서 멀어질수록, 세계의 복잡성을 이해하지 못할 수록 세상은 단순하고 명쾌하게 보인다. 세상을 그렇게 단순하게 파악할 때에만 우리가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슬픈일이다. 어른으로 성숙해간다는 것은 세계의 복잡성을 초연하게 받아들임을 의미한다.

- 차라투스트라가 군중을 향해서 외친다. "나는 그대들에게 초인을 가르치려고 한다." 군중이 그를 본다. 그는 말을 잇는다. "인간은 극복되어야 할 그 무엇이다. 그대들은 자신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했는가?"

  초인은 무엇인가? 니체는 차라투스트라의 입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인간이란 짐승과 초인 사이에 놓인 밧줄이라고. 인간은 스스로 몰락해야 한다. 왜냐하면 초인으로 건너가야 하기 때문이다. 초인은 삶의 태도를 바꿈으로써 자기 자신을 극복한 존재를 말한다.

- 소중한 가정을 위해 스스로 하나의 노동자로, 하나의 전문가로 살아가기를 결심한 부모는 결국 자녀의 가슴에 슬픔을 남긴다. 자신의 날개와 다리를 자르고 우물을 파 내려가는 부모의 영혼은 거울 같은 자녀의 영혼에 깊은 잔상을 남긴다. 만약 인간에게 원죄라는 것이 있고, 그 원죄가 인간의 영혼을 갉아먹는 것이라면, 원죄의 본질은 자녀의 영혼에 깊이 새겨진 부모의 잔상이다. 날개와 다리를 스스로 꺽은 채 우물을 파내려가는 부모의 뒷모습. 그 뒷모습은 자녀가 자신의 날개와 다리를 스스로 꺾어야 할 당위와 필연을 제공한다.

  우리는 다시 여행자가 되어야 한다. 자녀도, 부모도, 모든 우물을 파는 영혼은 다시 여행길에 올라야 한다. 사회, 국가, 종교, 가정, 학교, 직장이 요구하는 의무와 평가에 저항해야 한다. 그들이 당신에게 전문성을 강요하고, 당신이 할 수 있는 일로만 당신을 평가하려 한다고 해서 그것을 삶의 목표로 삼고, 그것이 전부인양 맹목적으로 살아가서는 안된다. 사회와 국가는 당신의 영혼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사회와 국가는 오직 당신의 노동력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 당신은 노동자로 살기 위해 이곳에 태어난 것이 아니다. 전문성의 요구에 저항해야 한다. 그때 우리는 비로소 노동자가 아니라 나 자신으로, 국가와 사회가 규정해주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를 규정해 나가는 주체적인 존재로 변모하게 될 것이다.

- 이상적인 인간이 있지. 그런 이는 보통 숨겨져 있어서, 극한의 상황이 찾아왔을 때, 타인의 시선 때문에 허세를 부리던 사람들마저도 지쳤을 때, 누가 진짜 이상적인 인간이었는지가 밝혀져. 그는 상황을 핑계 사지 않고, 부조리에 불평하지 않으며, 자기 삶의 임무를 소홀히 하지 않지. 말이 아니라 실천하는 이상적인 인간. 자기 삶의 입법자. "혹시 '체 게바라'에 대해서 들어봤어?"

- 체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그가 이상주의자이며, 특히 인간에 대한 기대가 컸다는 점이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윤 때문에 일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의 신성한 의미를 깨달아 일하고,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이상적인 사회를 꿈꿨다. 노동과 헌신을 통해 유지되는 사회주의 낙원을 이룩하고자 했던 것이다.

- 20세기 미국의 물리학자 존 휠러는 우주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관찰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  지적인 존재들로부터 완벽하게 은폐된 동시에 자기 충족적이고, 그 안에 어떠한 지적인 생명체도 보유하지 않은 우주를 과연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고 대답한다면, 도대체 그 대답을 할 수 잇는 존재는 누구인가?

- 이상과 현실은 서로 모순되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 한 사람의 삶 속에서 통합된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만들어내는 고통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때, 우리는 삶이 우리에게 진정으로 주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할 수 있다.

- 죽은 자를 위한 안내서 '티벳 사자의 서(바르도 퇴돌Bardo Thos-grol)'  듣는 것을 통해 벗어남을 뜻한다. '죽음 이후에 한 번 듣는 것만으로 영원한 자유에 이르게 함'을  의미한다. 이 책의 궁극적인 목적은 두 가지다. 첫째는 본질적인 목적으로, 죽는 자가 다시 태어남을 멈추고, 그 자리에서 해탈하게 한다. 둘째는 차선의 목적으로, 죽은 자가 다시 태어남을 멈추지 못했을 때, 그나마 더 나은 삶으로 환생할 수 있도록 사자를 인도한다.

- 죽음 이후의 세계는 단지 내 마음의 환영이다. 그리고 죽음과 삶은 동일하니, 삶의 세계도 사실은 내 마음의 환영일 뿐이다.

- 그 사소한 것들(Aquellas Pequenas Cosas)

  시간이 흐르면 잊히리라 생각하겠지만 떠나간 기차는 다시 돌아온다네.

  그리움에 사무치게 하는 건 언젠가 스쳐지나갔던 사소한 기억들.

  함께 걷던 골목길에 핀 장미 낡은 서랍속의 편지 그것들은 마치 도둑처럼 문 뒤에 숨어 있다가 살그머니 우리 곁에 다가와서는

  바람이 낙엽을 이리저리 흩날리듯 우리의 마음을 휘저어 놓겠죠.

  그러다가 문득 그 기억들이 슬픈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바라보면 더 이상 할께일 수 없는 우리는 눈물짓고 있겠죠.

- 이제 투명한 빛이 밝아온다. 빛이 내 앞에 나타난다. 이 빛은 정광명(淨光明)이라 하는데, 영어로는 단순히 'clear light'로 번역한다. 말 그대로 순수한 빛이며, 모든 존재의 근원이 되는 빛이다.  본래 텅 비어 있고, 모습도 없고, 색깔도 없는 빛. 이러한 빛이 곧 나의 마음, 나의 '의식'이다.

  허망해하지 마라. 너는 잘하고 있다. 좋은 생각을 하고, 좋은 행동을 해라. 미련과 아쉬움과 후회를 만들지 마라. 심판받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다. 너를 심판하는 존재 같은 것은 없다. 삶과 죽음이 바로 너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세상으로부터 당신을 보호하는 방법은 그들로부터 멀어지는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아니라, 그들을 그리워하는 시간이다. 그리워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외로운 시간이 필요하고, 아무 말도 없이 깊은 내면으로 고독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 <우파니샤드>는 명쾌하게 설명한다.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것은 범아일여의 깨달음이다. <찬도기야 우파니샤드>는 이렇게 기록한다.

  "네가 바로 그것이다.(Tat tram asi)." 

  자신이 바로 그것, 즉 아트만이고 또한 브라흐만임을 깨닫게 될때, 우리는 내가 누구인지를 명확하게 이해하게 된다. 나는 세상에 던져진 그저 하찮은 존재가 아니다. 나를 비롯한 모든 존재는 우주의 근원과 이어진 위대한 존재인 것이다.

- 야마는 말한다. 아트만은 누구에 의해서 생겨나는 것도, 누구에 의해서 죽게 되는 것도 아니다. 자기 자신 이외의 다른 어떤 근원에서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아트만은 태어난 적이 없으며 죽거나 사라지지도 않는다. 이러한 아트만이 존재하는 곳은 세상의 모든 곳이며 동시에 지혜의 동굴인 인간의 마음속에도 머문다. 아트만의 존재를 알 수 있는 것은 '나'이외에는 없다. 왜냐하면 그 존재가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모든 곳에 존재하는 위대한 아트만이 바로 자신임을 깨달은 현명한 사람은 아무런 슬픔도 고통도 갖지 않는다. 야마는 말한다. "아트만을 알게 되면 그는 그 순간에 죽음에서 풀려나리라."

- 우리는 자신이 체험한 만큼의 시야 안에서 세상을 해석하며 살아갑니다. (티벳사자의 서)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이 책은 닫힌 책으로 시작해서 닫힌 책으로 남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다만 영적인 이해력을 가진 사람에게만 열리는 책이기 때문이다. 닫힌 책으로 시작해서 닫힌 책으로 남는다. 이 문장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어떻게 하면 숨겨진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요? 그것은 바로 그 텍스트에 대한 선이해입니다. 무엇인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미 그 무엇인가를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세상의 모든 텍스트는 우리에게 새로운 지식을 제공하지 못합니다. 우리가 텍스트에 새로운 지식을 얻었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이미 우리가 그 지식에 대해 앞서 이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책은 우리가 알고는 있지만 정리하지 못했던 것들을 언어화해줄 뿐입니다. 나의 체험을 벗어난 것들은 나에게 체험되지 않습니다.

- 여행자 그것이 모든 나라는 존재의 직업이고 숙명이다. 나는 노동자가 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아니라, 세상을 보고 즐기며 배우기 위해 이곳에 왔다. 그리고 그러한 길고 긴 여행 중에서 우리는 운명처럼 성장할 것이다.

  [ 열한 계단 ]

1. 첫 번째 계단, 문학 - 죄와 벌

2. 두 번째 계단, 기독교 - 신약성서

3. 세 번째 계단, 불교 - 붓다

4. 네 번째 계단, 철학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5. 다섯 번째 계단, 과학 - 우주

6. 여섯 번째 계단, 이상 - 체 게바라

7. 일곱 번째 계단, 현실 - 공산당 선언

8. 여덟 번째 계단, 삶 - 메르세데스 소사

9. 아홉 번째 계단, 죽음 - 티벳 사자의 서

10. 열 번째 계단, 나 - 우파니샤드

11. 열한 번째 계단, 초월 - 경계를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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