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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몰라요" 금융사기 뒤에 도사린 금융 문맹 본문

투자/주식

"주식 몰라요" 금융사기 뒤에 도사린 금융 문맹

DDOL KONG 2023. 5. 27. 08:00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차액결제계좌(CFD)발 주가 급락 사태는 이제 소송전으로 돌입했다. 피해자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 중이거나 준비 중인 법무법인은 대략 4~5곳 정도로 알려진다. 그중 한 법무법인의 변호사는 기자에게 "상담을 해보곤 약간 놀랐다"고 했다.

"상담을 해보면 모두가 자신이 피해자란 걸 강조하고 이렇게 투자할 줄은 몰랐다고 한다. 어떤 분은 자신이 주식 자체를 해본 적이 없고 잘 몰라서 실수했다고 한다. 라덕연 등이 통정거래를 했는지 몰랐다가 아니라 주식 자체를 모른다는 얘기다. 상담 내용이 진실이라고 해도 문제인 게, 꽤 재산도 가지고 배우신 분들인데 이렇게나 투자에 관해서 지식이 없다는 것도 의아한 일이었다."

금융지식 높은데 "주변 추천으로 투자"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 수사에서 중요한 쟁점은 피해자와 피의자의 구분법이다. 투자자 대부분은 주가 폭락 때문에 손실을 입었고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시세 조작으로 투자한다는 걸 알았다면 공범이 될 수도 있다.

만약 정말 몰랐더라도 문제다. 보통 '금융 문맹자'를 걱정할 때 그 대상은 젊은이들인 경우가 많았다. 대출이나 투자를 경험해보지 못한 20대들이 불법 사금융에 작업당해 피해를 입을 때나 등장했던 게 금융 문맹의 문제점이었다. 그들에게는 크고 부담스러운 액수였을지 몰라도 피해자들이 입은 금전적 손실은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미미한 정도였다. 하지만 SG증권발 주가폭락처럼 추정 손실 1조원이 정말 그런 무지함에서 상당 부분 비롯됐다고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리네 금융 이해력은 그 정도로 떨어지는 걸까.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은 2년에 한 번씩 전 국민 금융이해력 조사를 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금융이해력은 금융지식, 금융행위, 금융태도 등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인데 지난 3월 29일 발표된 2022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성인(만 18~79세)의 금융이해력 점수는 66.5점으로 조사됐다. 2년 전(65.1점)과 비교했을 때 1.4점 올랐다.

전체적으로는 올랐다지만 격차는 존재한다. 학력이 높을수록, 소득이 높을수록 금융이해력 점수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학력별로 보면 대졸 이상은 68.7점, 고졸은 65.4점, 고졸 미만은 59.3점을 얻었다. 소득별로는 연소득 7000만원 이상이 68.7점, 3000만~7000만원 구간이 68.0점, 3000만원 미만이 63.2점을 기록했다. 연령대별로 볼 때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나이는 30대(69.0점)였다. 반면 20대(48.9점)와 70대(61.1점)의 양 끝단 점수는 가장 낮았다.

격차 외에도 눈여겨볼 대목은 금융지식과 일부 금융행위(재무계획 및 예산관리, 정보에 입각한 금융상품 선택 등 금융과 관련하여 소비자가 하는 행위)의 부조화다. 금융 이해력을 구성하는 항목 중 '금융지식'은 75.5점을 기록해 전체 금융이해력 점수(66.5점)보다 9점이나 높았다. 아는 게 많다는 뜻인데 동학개미와 서학개미가 주식시장을 점령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투자와 가깝게 지냈던 시기였기에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런데 금융행위 항목 중 정보에 입각한 금융상품 선택 점수가 50.8점이라는 부분을 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이 점수가 저조한 이유는 58.4%에 달하는 응답자가 금융상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할 때 친구나 가족, 지인의 추천에 의존한다고 답해서다. 금융기관 직원이 제공하는 정보(46.2%)보다 내 곁의 비전문적 정보에 기대고 투자했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금융지식이 늘었다면 스스로 학습해 투자할 법도 한데 여전히 "이거 하니까 대박 났어"라는 주변 정보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주가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라덕연 H투자자문업체 대표에게 투자했던 사람들도 대부분 주변 지인의 권유로 투자가 이루어졌다.

국가별로 비교해보면 우리의 금융이해력은 어느 정도일까. 그리 떨어지진 않는다. 2020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조사를 보면 OECD 회원국들의 금융이해력 점수 평균은 60.5점인데 우리는 62.1점(2018년 조사가 반영)이었다. 평균치보다 높았는데 우리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곳은 에스토니아·독일·홍콩·인도네시아·포르투갈·슬로베니아 등 6개 나라에 불과했다.

다만 점수가 낮지 않다는 말이 우리네 금융이해력이 좋은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과 같은 뜻은 아니다. '자신의 금융지식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묻는 질문에 한국의 경우 "지식 수준이 높다"고 응답한 사람이 두 번째로 적은 국가(7.1%)였다. 자신의 금융 지식에 관해 얼마나 자신이 있는지, 그 지식을 바탕으로 금융 상품 등을 주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질문인데 꽤나 뒤처진 결과였다.

금융지식에 격차가 있고, 그 지식보다는 주변 네트워크에 의존한다는 흐름은 적지 않은 금융사고와 연결된다. 핀테크로 첫 금융 경험을 맞고 있는 10대나, 높은 은행 문턱 대신 2금융권 혹은 대부업체를 찾는 20대를 향한 금융 이해력 문제는 그간 제기돼 왔다. 이들 개인투자자들의 실패는 과잉부채나 신용불량, 빈곤율 증가 같은 사회문제로도 이어진다.

하지만 보다 큰 사회적 문제로 비화됐던 금융사고의 주된 피해자는 자산을 어느 정도 축적했던 60대 이상이다. '금융사기에 취약한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논문을 통해 관련 연구를 했던 주소현 이화여대 교수는 "60대와 비교하면 20대의 경우 다른 변수를 통제한 상황에서는 금융사기의 피해자가 될 확률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금융문맹, 사회적 손실로 연결돼

2011년의 저축은행 사태와 2019년 이후 벌어졌던 여러 사모펀드 사태(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를 복기해 보면 60세 이상 피해자가 많았다. 당시 금융사고 피해자 3만2000명 중 60세 이상이 1만4000명으로 44%에 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시에는 피해자들이 옵티머스가 투자했다던 매출채권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돈을 투자했다"고 전했다. 이번 주가폭락 사태에서도 60세 이상의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어느 정도 자산을 축적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투자자를 모집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금융 문맹으로 생기는 부작용은 사회적 손실로 전가된다. 대규모 투자자 손실을 부른 사모펀드 사태 때 펀드 판매사들은 위험성 고지 등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책임론에 휩싸였다. 결국 당시 펀드를 팔았던 증권사와 은행 등은 투자원금의 전부 혹은 일부를 보상했다. 이런 보상 책임은 결국 주주 손실로 이어진다. 이번 SG사태에서 손실을 본 투자자들도 비대면으로 개설된 CFD 계좌를 개설해 준 증권사를 대상으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불완전 판매'를 문제 삼고 있다는 점에서도 펀드 사태 때의 전개와 비슷하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53/0000036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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