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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은 어떻게 반복되는가 본문
- 사람들은 잊는다. 매우 많이, 매우 자주, 매우 빠르게 잊는다. 얼마 지나지 않은 일도 자주 잊는다. 이 때문에 투자에서 실수를 저지른다. 터무니없는 실수를 자주 저지른다.
우리는 사건, 원인, 결과, 심지어 기분까지도 잊는다. 이렇게 잊는 탓에 지금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만 외골수로 집중하는 경향이 생긴다.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이른바 근시안 행태다. 우리는 우리가 접하는 것이 새롭고 독특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역사를 통해 그 대부분이 과거에 이미 똑같이 존재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고통을 잊는 습성은 생존 본능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는 교훈마저 잊는다. 그러나 시장은 잊지 않는다. 사실 역사가 똑같이 반복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강세장과 약세장은 각각의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 해도 사람의 행동은 바뀌지 않는다. 바뀌더라도 뒤늦게 조금 바뀔 뿐이다. 투자자는 과거에 커다란 공포감이나 도취감에 휩싸였던 사실도 기억하지 못한다. 과거에도 부채, 적자, 어리석은 정치인, 고유가, 저유가, 과도한 소비 지출, 빈약한 소비 지출 등에 대해 똑같은 공포를 느꼈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시장은 기억한다. 각각의 세부 사항은 바뀌어도 투자자의 전반적인 행태는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기억한다.
똑똑한 사업가조차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 얼마나 극단적인 것인지를 강조한다. 그러나 역사를 돌아보면 최근 현상은 극단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이례적이지도 않다. 우리가 누눈가의 틀린 주장을 지적한다 해도 그는 전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대중매체와 인터넷에서 읽었고 친구도 동의한 내용'을 사실이라 믿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토록 쉽게 잊지 않았다면 누구든 금방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인데도 말이다. 이렇듯 개인이 잊으면서 사회도 잊는다. 이것이 바로 투자자가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이유다.
-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고 비관론에 자주 사로잡히는 사람이라면 비관적인 뉴스에만 이목을 집중하게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과도하게 낙관론에 빠지는 사람이라면 낙관적인 뉴스에만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 "영어에서 가장 값비싼 한마디는 '이번에는 다르다 This time it's different'이다." 존 템플턴 경이 한 말로, 영원무궁토록 옳은 말이다.
· '뉴 노멀(new normal,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떠오르는 기준), '신시대', '신경제': '이번에는 다르다'라는 생각이 항상 비관론으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과도한 낙관론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 경제가 활발하게 성장하는 기간에도 실업률은 높을 수 있다. 그리고 실업자들은 여전히 몹시 괴롭다. 그러므로 분위기는 유요한 경제 지표라고 보기가 어렵다. 그러한데도 언론은 '경기 침체는 아닐지 몰라도 분위기는 확실히 경기 침체다'라는 메시지를 '고용 없는 경기 회복'으로 포장한다. 사실 경기 회복기에 증가하는 취업자 수는 그다지 많지 않다. 이는 새삼스로운 현상도 아니다. 투자자, 전문가, 정치인 등 모두가 잊었을 뿐이다.
- 실업률은 경기 침체 시작 직전이나 시작 직후부터 증가한다는 사실에 주목하라. 그러나 지금까지 경제사를 통틀어 실업률은 경기 침체가 끝난 뒤에도 예외 없이 계속 상승했다. 실업률 상승 기간이 수개월 ~1년 이상 이어졌다.
- 흥미롭게도 사람들은 새로운 강세장을 의심하는 태도가 신중하다고 생각한다. 지나치게 낙관하다가 틀리는 것보다는 지나치게 비관하다가 틀리는 편이 낫다고 믿는다. 그러나 역사를 돌아보면 성장 투자자는 지나치게 비관하다가 틀렸을 때 더 큰 기회 손실을 입는다.
- 장기 수익률에는 항상 손실 연도가 포함되었으며 앞으로도 손실 연도가 계속 포함될 것이다. 손실 연도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래도 잘 분산된(몇 몇 종목이나 업종 비중이 과도하지 않은)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면서 적정투자 전략을 고수하면, 손실 연도의 실적은 나중에 만회된다. 이후 찾아오는 강세장은 기간도 더 길고 수익률도 훨씬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장 지향형 장기 투자자는 적절하게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유지해야 하며, 가끔 찾아오는 손실 연도에 지나치게 관심을 기울이지 말아야 한다. 강세장은 더 길고 강하며, 평균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 과거를 돌아보면 약세장 하락세가 더 깊고 빠를수록 이후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강세장 상승세도 더 높고 빨랐다.
- 약세장이 끝나면 대개 V자 패턴의 강세장이 찾아온다. 약세장 하락세가 더 크고 가파를수록 이후 찾아오는 강세장 상승세도 더 크고 가파르다.
- 다소 하락해도 겁먹지 마라
향후 12개월 동안 주가의 소폭 하락이 예상될 때 장기 성장 투자자라면 주식 비중을 대폭 줄여야 할까? 아니면 소폭 줄여야 할까? 고민할 필요 없다. 강세장이 계속 이어진다고 믿는다면, 심지어 약세장도 의심되지만 확신할 수 없다면 대게 주식을 계속 보유하는 편이 낫다. 왜 그럴까? 우선 당신의 판단이 틀릴 수 있다. 주식을 매도했는데 주가가 소폭 상승한다면? 또는 대폭 상승한다면? 장기 성장 투자자에게는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것이야말로 가장 심각한 손실이다. 15% 수익 기회를 놓쳤다고 가정하자. 이 기회 손실을 만회하려면 이후 15년 동안 비용 차감 후 초과수익률 연 1%를 달성해야 한다. 주식의 비중을 줄이려면 당신의 예측이 아주 정확하게 적중해야 한다. 예측이 적중하기는 지극히 어렵다. 게다가 거래 비용과 세금까지 고려하면 비중 조절은 그다지 실속이 없다. 게다가 이후 절호의 진입 시점을 놓친다면 미래 수익 기회를 날려버릴 수 있다. 비중 조절은 대개 소용이 없다.
- 기억하지 못하면, 아무리 점을 많이 발견해도 선으로 연결해낼 수 없는 법이다.
- 거듭말하지만, 투자는 확실성이나 가능성의 게임이 아니라 확률의 게임이다.
- 어떤 주식이 오랫동안 시장을 주도했다고 해서 이제 곧 그 주도 기간이 끝나리라고 예측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항상 오해한다. 강세장이 너무 오래 지속되면, 즉 평균보다 오래가면, 그 강세장은 곧 끝날 것이라고 믿는다. 아니다. 평균에는 어마어마한 편차가 있고, 어떤 범주는 평균보다 더 오랫동안 뛰어난 수익률을 내는 펀더멘털을 지니고 있으며, 이 펀더멘털은 계속해서 변할 수도 있다.
- 부동산 경기가 다시 달아오르고 사람들이 '부동산은 잃을 수 없는 투자'라고 말하기 시작한다면 다음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기술주건, 부동산이건, 금이건, 돼지 옆구리 살이건, 말레이시아 링깃이건, 당신이 아는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두고 "잃을 수 없다"고 말한다면, 그 투자는 잃을 수 있고, 곧 잃게 될 것이다.
- 더 넓게 투자할수록 주식 위험을 분산할 기회도 더 많아진다. 학자들과 전문가들이 모두 동의하는 것이다. 그리고 세계보다 더 광범위한 투자 대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