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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부동산을 생각한다 본문
- 이런 시대를 나는 상품가치의 시대라고 부른다. 비유하자면 종전에는 '입지'의 시대였는데, 이제는 '입지+상품'이 결합된 시대가 됐다. 입지의 시대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상품'으로 보다 더 보강된 것이다. 따라서 부동산을 투자의 관점에서 볼 때 '입지'만 보는 것은 이제 절반만 보는 것과 같다. 제대로 따져보려면 '입지+상품'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설령 입지가치가 낮은 지역이라도, 상품가치만 높으면 충분히 가격 상승과 투자 수익을 안겨다줄 수 있기 때문이다.
- 부동산은 어떤 관점에서 어떤 기준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이 중에 가치 측면에서 상품가치와 물리적 실체에서 건물, 권리에서 사용가치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다. 즉, 선호도가 높은 신축-대단지-커뮤니티-조경이 잘된 단지는 상품가치가 높다. 이는 토지-건물에서 건물이라는 물리적 실체의 가치가 높다는 것이고, 처분하기보다 실제 사용하거나 수익을 내는(임대를 해서) 쪽이 낫다는 것이므로 이 셋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 중요한 점은 그동안의 부동산 투자에서 핵심적으로 바라보던 입지가치나 상품가치, 혹은 수요와 공급을 통한 시장 전망과 같은 요소들이 이제 먹히지 않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세그먼트의 시대는 시장이 정부가 제공하는 기준에 따라서 완전히 나뉘어 따로 움직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8.2 대책 때는 2가지 세그먼트로 나뉜다. '면적'을 기준으로 85㎡ 이하와 초과의 세그먼트다. 그러다 9.13 대책을 만나서 4가지 세그먼트로 나뉘었다.
85㎡ 이하, 공시가격 6억 원 이하
85㎡ 이하, 공시가격 6억 원 초과
85㎡ 초과, 공시가격 6억 원 이하
85㎡ 초과, 공시가격 6억 원 초과
- 지금 상황은 외부 충격과는 다른 세금 폭탄이 부동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서울시 부동산을 저점에서 잘 샀다고 하더라도 자산 가격이 오르는 것과 별개로 양도소득세를 최고세율로 내고 종합부동산세를 내고 나면 결과적으로 남는 게 없는 장사다. 이쯤 되면 "대체 집에 왜 투자하는가?"를 다시 물어야 한다. 유주택자들이 집을 사는 이유는 임대공급이라는 거창한 국가적 목표를 대신 수행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들은 재테크 수단으로, 노후를 위해, 부의 축적을 위해 집을 구입한다. 정부가 임대주택을 충분히 짓지 못하니까 무주택 가구를 위해 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국가적 어젠다에 관심이 높아서 집을 산 것이 아니다. 때문에 양도소득세를 높이고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함으로써 '부를 쌓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그 집은 당연히 선택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정부 정책은 서울시의 고가 주택을 '투자하지 말아야 할 세그먼트'로 만들어버리면서 투자수요를 확 낮췄다. 이에 해당 시장은 가격 하락 압력을 받게 됐다. 매수가 사라지면 가격 상승도 없다.
- 9.13 대책이 나온 이후 달라졌다. '공시가격 6억' 기준이 새롭게 생기면서 서울시의 입주권에 그야말로 거대한 타격이 생겼다. 입주권에는 공시가격이라는 기준 금액이 없기 때문이다. 공시가격은 주택을 준공했을 때 받을 수 있다. 입주권에는 분양가나 시장 가격은 있으나 공시가격이 없다. 주택이 준공되어야 공시가격을 받는데 그 시점이 지금으로부터 1~3년 후다. 그때쯤엔 공시가격이 6억 원을 넘어서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임대 개시일 기준으로 공시가격이 6억 원이 넘는 고가 주택이 되면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더라도 장기보유특별공제가 0%가 되어버린다. 즉, 4개의 세그먼트화된 시장에서 장차 고가 주택으로 예상되는 입주권 역시 투자수요가 급격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
투자를 목적으로 입주권을 보유한 다주택자들이 앞으로 입주권 매각에 대한 압박을 많이 받을 것이다. 역으로 생각하면 실수요자들은 신규 분양 단지의 입주권을 노려볼 만한 세상이 열린 셈이다.
- 2020년 1월 1일 이후 1주택자의 양도분부터, 2년 이상 거주 요건(점유)을 충족하지 못하면 장기보유특별공제 80%를 받을 수 없다. 최대 15년간 보유했을 때 일반 장기보유특별공제 30%를 적용 받는다. 즉, 2019년 12월 31일까지 매도하면 종전의 10년 이상 보유한 경우 양도소득세의 최대 80%까지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받고, 2020년 1월 1일 이후 매도하면 15년 이상 보유해야만 30%를 감면 받는 것으로 감면 혜택이 대폭 낮아진다.
때문에 현재 1주택자 중 고가 주택을 보유하고 있으며, 2년 실거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장기 보유자라면 2019년 12월 31일까지 매도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요컨대 2019년에 부동산 시장에 나올 매도에는 정상적인 시장의 매도 외에 크게 두 주체가 추가될 가능성이 크다. 하나는 4월 말 이후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보고 난 후 보유세 부과 기준일인 6월 1일 이전에 급매로 팔고자 하는 경우, 두 번째는 2019년 12월 31일까지 고가 주택을 오래 보유했으나 거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장기보유 특별공제가 10년 80%에서 15년 30%로 낮아지면서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 가구에서 매도하는 경우다.
장기 보유 1주택자는 양도소득세 감면과 장기보유특별공제 80%를 적용받는다면 사실상 내야 하는 세금은 상당히 낮아지나, 공제율이 15년 30%로 바뀌면 내야 할 세금이 상당히 올라간다. 때문에 연말로 갈수록 이런 매물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은, 가뜩이나 고가 주택에 대한 투자수요가 하락한 부동산 규제 시대에서 주택 가격 하락을 부추길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 9.13 대책이 본격적으로 작동해 투자 세그먼트가 탄생하는 2019년에 실수요자들은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가장 유리할까?
먼저, '투자 세그먼트'인 85㎡ 이하, 공시가격 6억 원 이하의 주택을 사고자 하는 실수요자라면, 이 세그먼트는 단기적으로는 '적극 매수'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 구간은 2019년에 다주택자들의 투자수요가 집중되는 구간이기 때문에, 향후 가장 높은 시세 상승이 예상되는 세그먼트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경우에는 노원구, 도봉구, 강북구, 성북구, 금천구, 구로구, 강서구, 영등포구, 관악구의 구축 아파트들도 이 세그먼트에 포함된다. 사실 입지나 상품성을 배제하고, 순수하게 투자 세그먼트로 보아서 투자 자금이 집중되는 것이 현재 시장의 경향이므로, 실수요자라면 먼저 매입하는 것이 효과적인 전략이다.
- 소형-고가 주택의 매수는 천천히
왜냐하면 2019년에는 이 세그먼트의 매도 압력이 사실상 가장 높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 주택(재건축 대상 아파트를 제외한 기 준공 주택)도 매도 압력이 높지만, 아직 주택으로 준공되지 못한 조합원 입주권 역시 매도 압력이 높다.
강남 4구와 용산구-마포구-성동구나 양천구-영등포구-강서구 그리고 노원구 등 투기지구 11개 지역은 그 이름에 걸맞게 투자수요가 높다. 다만 영등포구와 마포구, 노원구는 투기지구임에도 불구하고, 투자수요 비중이 다른 구에 비해 확실히 낮다고 앞서 설명한 바 있다.
사실 투기지구나 투기과열지구를 굳이 구분하기보다는, 시장이 생각하는 '투자 대상으로 매력적'인 곳이 곧 투자수요 비중도 높고 자신이 직접 들어가서 살아도 괜찮은 지역이다. 서울에서는 투자수요 비중이 높은 곳을 잘 살펴서 자신이 원하는 가격대가 됐을 때 구입하는 전략을 구사하라. 사실 몇 년 이내에 두 번 다시 없을 기회가 아닐까 싶다.
- '똘똘한 한 채'가 중요하다
1주택과 장기임대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는 규제의 시대에 가장 잘 적응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들 역시 자산 가격이 하락하는 기간에는 자신이 거주하는 한 채를 1)입지가 더 좋은 환경으로 이동, 2) 대형 평형 아파트로 이동, 3) 신축 아파트로 이동과 같은 3가지 옵션 중 하나를 선택해 볼 만한 시점이다.
2019년 세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진정한 1주택자가 아니면 양도소득세 감면이나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게 했다.
개정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1세대 1주택 양도세 비과세 보유 기간 요건 강화다. 1세대가 1주택 이상을 보유한 경우 다른 주택들을 모두 양도하고 최종적으로 1주택만 보유하게 된 날로부터 기산한다는 것이다(2021년 1월 1일 이후 양도분부터 적용함). 가령 다주택자가 2020년 12월 31일까지 보유하던 주택을 모두 양도하고 1주택 상태에서 양도 시에는 마지막 주택은 바로 비과세가 적용되지만 2021년 1월 1일 이후에 마지막 주택을 팔게 되면 최종 1주택을 보유한 기간이 2년을 경과해야만 비과세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다만 일시적 2주택자나 상속 · 동거 봉양 등 부득이한 사유로 인해 1주택 비과세를 받는 주택은 제외한다.
더욱이 이와 보조를 맞추어 주택임대사업자 거주 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를 평생 1회로 제한하는 제도도 시행한다. 시행일 이후 취득하는 주택분부터 바로 적용하는 것으로, 시행일 이전에 취득 중이거나 계약금을 지급한 사실이 확인되는 주택만 규정처럼 비과세를 받는다(반복 가능). 그러나 시행일 이후 신규 취득했다면 비과세를 1회로 제한받는다.
- 늘 그랬듯 역사는 반복된다. 부동산은 매년 경기에 민감한 듯 보이지만, 실상은 그런 경기의 주된 변곡점마다 정부 정책이 반드시 등장했다. 너무 과열되면 냉각시키고, 너무 냉각되면 다시 과열을 위한 정책을 썼다.
- 미래에는 3기 신도시와 2기 신도시 중 GTX를 통해 30분 안에 서울로 통근 · 통학이 가능하고 주거환경이 양호한 경기도 지역이 각광을 받을 것이다. 단순히 지하철이 연결되면서 입지가치가 상승하는 수준을 넘어설 것이다. 특히 시대적 요구가 담길 만한 대규모 주거 밀집 지역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80년대 도시화되던 서울시에서, 2000년대 버블세븐의 1기 신도시에서, 2010년 교통을 잡았던 강북권에서 목도했던 역사적 사실이다. 이들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은 놀라울 정도였고, 그것은 시대적 요구에 가장 부합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