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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OLKONG

돈의 사이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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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사이클

DDOL KONG 2022. 12. 12. 00:36

 

역사는 반복된다

- 골디락스 경제로 긴 시간 물가는 안정되고 경제는 성장한 미국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는 전 국민이 다 잘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주택 구입이었다. 주식이나 주택 등의 자산 가격이 상승하면 실제로 소득이 늘어난 것은 없는데도 부자가 됐다는 착각에 소비를 더 많이 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러한 효과를 '부의 효과(Wealth Effect)'라고 부른다.

- 싫어도 좋아도 알아야 할 기본적인 경제 상식이 있다. 인플레이션, 금리, 환율이다. 나에게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도 못할 것 같지만 아니다. 절대적이다. 경제 활동에 막대한 영향을 미쳐 내 자산까지도 움직인다. 인플레이션, 금리, 환율이 결합하면서 작동하는 사이클은 내 생활을 지배한다. 여기에 미국은 강력한 원인이 된다. 

- 안타깝게도 경제 사이클은 10~20년에 걸쳐서 반복된다. 되풀이되면서도 바보처럼 또다시 당하는 이유다. 경험에서 배울 줄 모른다기보다는 망각한다. 작년에 벌어지고 올해에 다시 반복되면 누구나 쉽게 대처하겠지만 경제 사이클은 몇 년 동안 진행된다. 이를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다.

1부 대공황

- 아쉽게도 경제는 인과 법칙이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인과 법칙을 제일 좋아한다. 누구나 나에게 벌어진 일을 이해하길 원한다. 결과가 있다면 그 이유를 궁금해하는 것은 당연하다. 경제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일은 인과관계보다는 복잡계에 조금 더 가깝다. 중국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으로 미국에 태풍이 분다는 표현처럼 세상에는 도저히 인과를 따질 수 없는 일이 많다.

- 경기 침체 차체는 자본주의 역사에서 피할 수 없다. 과거에도 개별 국가가 경기 침체를 넘는 공황을 겪었지만 국지적이었다. 지금과 같이 전 세계가 하나의 밸류체인으로 엮인 상황에서는 파급 효과가 과거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일정 경제 규모 이상의 국가가 위기에 빠지면 단순히 한 국가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파급 효과가 크다. 

- 대공황은 재정적인 측면과 통화 측면으로 나눠서 볼 수 있다.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재정적인 대응보다는 통화 대응이 잘못이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를 결정했던 정치 지도자들이 자국의 이득만을 취하려 했던 점도 문제였다. 함께 풀어낼 생각보다는 자신의 국가만 생각하며 이기적으로 대응한 결과 오히려 대공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나락으로 더 빠지게 했다. 금본위제에 묶여 있던 각국 통화와 환율은 한계가 명확했다. 위기가 왔을 때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다. 통화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공황을 초래하고 이를 빨리 벗어나지 못했다.

- 은행의 위기가 대공황의 발단은 아니다. 대공황으로 인해 벌어진 사건 중 하나로 봐야 한다. 

다만 통화량을 늘렸다면 그토록 극심한 물가 하락과 소득 하락은 피할 수 있었다. 충분한 통화를 공급했다면 경기 침체를 조금 더 빨리 종식하지 못했더라도 더 나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통화가 경제에서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진통제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으니 말이다.

-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상품이 과잉 생산된 후에 불황에 빠졌을 때 유연하게 무역으로 풀었어야 했다. 관세를 낮추면 각 국가에서 과잉 생산했던 재고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오히려 관세 등으로 문을 걸어 잠가 더 깊은 수렁에 빠졌다. 경기가 침체되었을 때는 무역이 드물었던 중세시대가 아닌 근대였다.

해외에서 차입 등으로 통화를 유통했어야 했다. 경기가 좋아지면 해외에서 대여한 돈은 외국으로 자연스럽게 다시 나간다. 이처럼 해외에서 들어오는 차입을 활용하면 경기 침체에서 충분히 벗어날 수 있었다.

2부 잃어버린 30년

- 기업은 투자가 아닌 매출과 이익이라는 실적으로 평가받아서 주가가 상승해야 하는데 주객이 전도됐다. 실적은 전혀 상관하지도 않고 늘어난 자산에만 주목하며 주가가 상승했다. 주식의 가치를 평가하는 PER(주가수익비율)이 60을 넘을 정도였다. 개인도 마찬가지였다. 토지 가격의 200퍼센트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심지어 100년 만기 대출 상품까지 나왔다.

불행히도 일본이 세계 최고이자 일류였던 시기는 서서히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일장춘몽처럼 너무 짧았다. 도쿄를 팔면 미국을 살 수 있다고 할 정도였던 일본의 경제 상황은 곧 거품경제를 일컫는 용어가 되어버렸다.

3부 대침체

- 교육은 소득을 올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미국 정부는 저소득층의 소득을 올리는 가장 빠른 방법을 찾아냈다. 바로 저소득층에게 주택을 직접 공급하는 것이다.

- 주택 가격이 오를 것 같다고 느끼자 소득이 별로 없는 사람도 주택을 구입했다. 내 돈 없이 대출만으로도 가능했다. 부의 효과가 제대로 작동했다. 소득이 없어도 대출로 받아 구입한 주택의 가격이 오르자 대출을 더 받아서 소비를 했다. 이런 상황이 미국에서 계속 펼쳐졌다. 고소득층과 달리 저소득층이 쓴 돈은 노동이 아닌 정부로부터 나온 돈이나 마찬가지였다.

- 단순하게 이야기해서 위험이 서로 다른 모기지 채권을 모아 조합한 것이 CDO다. 위험과 수익이 서로 다른 모기지로 구성된 CDO는 지급 불능이 될 확률을 5퍼센트로 보고 있다.

신용평가회사들은 불확실성을 위험이라고 인지하고 가격을 산정했다. 위험은 가격을 정할 수 있지만 불확실성은 가격을 정할 수 없다. 위험을 얼마나 감당할 것인지 계산한 후에 베팅하면 된다. 불확실성은 이런 위험을 측정할 수 없다. 위험(risk)과 불확실성(uncertainty)을 이렇게 구분해야 했다. 신용평가회사는 모든 불확실성을 예측 가능한 위험으로 여기고 등급별로 가격을 매겨 거래했다. 심지어 신용평가회사는 지급 불능의 위험을 200배나 낮게 예측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계산했다. 

- 경기침체는 호황 뒤에 벌어지는 결과다. 경기 침체가 일어나기 전에는 언제나 가계 부채가 급증한다. 가계 부채는 양날의 검이다. 가계는 지렛대로 무거운 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처럼 대출을 지렛대로 삼아 적은 자본으로 비싼 주택을 구입할 수 있었다. 돌이 너무 무거우면 지렛대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부러진다. 과도한 가계 부채는 무게를 견디지 못하는 지렛대와 같이 가계를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 모두가 술에 취해 흥청망청할 때는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인다.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사람을 봐도 나도 술에 취했기에 춤추는 것처럼 보인다. 증가하는 가계 부채로 만든 CDO로 파티를 벌인 미국과 전 세계는 난리가 난 것을 깨달았다. 대출을 통한 자산 가격 상승은 종말을 맞이했고 그 대가는 고통스러웠다. 화마가 옆집으로 번지듯이 미국에서 시작한 금융위기는 전 세계를, 특히 경제적으로 취약한 국가부터 집어삼켰다.

- 미국의 위기는 미국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미국의 가벼운 기침에도 한국은 몸살을 앓는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파급 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는 미국의 영향력 아래에 놓여 있다. 특히나 전 세계 금융은 미국의 시스템으로 구축되었다.

- 언제나 공포에 휩싸여 끝이 보이지 않을 때 바닥이었고, 다들 환호에 차서 기쁨이 넘칠 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이었다. 이런 사이클은 계속 반복되고 또 반복된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은 그러지 않았을까.

4부 흥망성쇠

- 고금리는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한 방법이었다. 돈은 수익이 나오는 곳으로 움직이게 되어 있다. 한국이 고금리를 제시하니 외국에서 달러가 수익을 찾아 들어오게 된다. 자연스럽게 외환이 쌓였지만 20퍼센트까지 올라간 기준금리에 직격탄을 맞은 곳곳에서 곡소리가 났다. IMF 외완위기로 가격이 폭락한 자산을 외국인들이 헐값에 취득해서 후에 두고두고 논란이 됐다. 공식적인 정부 지출이 적게 노출되도록 이 당시 수많은 공기업을 만들었다.

- 언제나 버블은 새로운 기술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옥석을 잘 가린다면 보석 같은 기업에 투자해서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

- 재개발과 재건축으로 아파트를 신축하면서 가격이 급상승했다. 2008년 금융위기 직전까지 아파트를 비롯한 주택의 가격 상승을 목격한 사람들은 주택 투자로 부자가 되려는 욕망에 사로잡혔다.

재정비촉진사업, 즉 뉴타운 사업이 전국에서 펼쳐졌다. 노후 주택을 부수고 다시 짓는 재건축과 달리 뉴타운 사업은 낙후한 지역 전체를 전부 갈아엎고 기반 시설을 건설하는 대규모 사업이었다. 구도심 내에 신도시가 들어서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수많은 규제가 나왔지만 아파트 가격은 아랑곳하지 않고 연일 상승했다. 더 이상 참지 못한 30~40대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매수하기 시작했다. 금융 위기가 터진 후에도 가격은 하락하지 않았다. 가격이 유지되거나 오르기도 했으니 이미 매수한 사람들은 마음이 편했다. 

2010년이 되자 드디어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이자를 내며 버티면 된다고 생각했다.

- 시간이 지나도 아파트 가격이 반등하지 못하고 하락세를 이어가자 하우스푸어가 쏟아졌다. 무리하게 받은 대출을 매월 상환해야 하는 부담이 더욱 가중됐다. 대출을 워낙 많이 받은 결과 주택 가격이 하락해서 대출 금액과 비슷해진 사람도 있었다. 누군가는 아파트를 팔아도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몰렸다. 아파트 가격은 하락하는데 전세가가 상승해서 아파트 매매가보다 비싼 전세가도 나오던 시절이었다.

2000을 넘었던 주가지수는 2007년 금융위기와 함께 892포인트까지 하락했다. 2009년부터 다시 상승하기 시작해서 2011년 다시 2231포인트가 됐다. 2010년대 내내 주가지수는 2000 근처에서 끊임없이 엎치락뒤치락하다 2018년에 2607포인트로 높이 상승했다. 또다시 조금씩 밀리던 주가는 2020년 팬데믹과 함께 1439포인트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이 일어나 2020년 4월부터 6월까지 겨우 두 달 만에 3316포인트까지 상승했다.

아파트 시장도 2013년에 바닥을 치고 상승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서울의 아파트는 2021년까지 한 해도 하락 없이 상승을 이어갔다. 2000년대 아파트 시장이 하락과 상승을 반복했다면 2010년대의 아파트 가격 상승은 2013년 이후 상승 일변도였다. 수도권 아파트 가격만 상승한 것이 아니라 전국이 동시에 상승했다는 특징이 있다.

- 2020년 팬데믹과 함께 전 세계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엄청난 유동성을 시중에 뿌렸다. 개인에게 돈을 주면서 유동성 파티를 즐겼다. 그로 인해 주식, 부동산, 가상자산 등 오르지 않은 자산이 없었다. 이때 동참하지 않은 사람들이 상대적 박탈감에 '벼락거지'라는 표현을 썼다.

자산 시장의 상승과 하락은 국가 경제는 물론이고 전 세계 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세계 경제는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로 바닥을 치고 조금씩 조금씩 계속 올라갔다. 큰 위기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호황이 온다고 해서 무한정 오르지 않고 불황으로 언젠가는 진입한다. 불황이 오더라도 영원하지 않고 호황으로 다시 들어간다. 

5부 돌고 도는 경제

- 경제 성장률을 웃도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문제가 생긴다. 경제 성장률이 3퍼센트인데 인플레이션이 6퍼센트면 자신의 덩치보다 훨씬 더 큰 짐을 드는 것과 같다. 무리하면 몸이 축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플레이션은 적당한 선일 때 모두가 행복하다.

- 인플레이션은 돈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의미다. 자산 시장은 인플레이션에 맞춰 올라간다. 자산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를 보통 실질 상승률이라고 표현한다. 자산 가격의 상승률에서 물가 상승률을 차감해야 한다. 자산이 엄청나게 상승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 상승률로 본다면 결국에는 거의 0퍼센트에 수렴한다. 물가가 상승한 만큼 자산이 오른다는 뜻이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는 것은 자산 가격이 상승했다는 의미다. 현금이 아닌 자산을 취득해서 보유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다. 자본주의가 끝나지 않는 한 인플레이션은 필수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는 것은 돈의 가치가 하락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 금리가 높을 때 위험을 감수하고 부동산 등의 자산을 굳이 취득할 이유가 없다. 이미 살펴본 것처럼 자산의 가격은 상승할 때도 있지만 하락할 때도 있다. 고금리 시절 자산 시장이 안 좋은 가장 큰 이유다. 한국도 2000년대 초반까지는 고금리였기 때문에 투자를 해야 할 동인이 하나도 없었다. 은행에 맡기기만 해도 이자가 높아서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었다. 우리 부모님들은 합리적인 선택을 하셨다. 한 가지 놓친 점은 자본주의에서 인플레이션은 필연이라는 점이었다. 인플레이션은 현금의 가장 큰 적이다.

- 시중에 돈을 풀어 경제 곳곳에 스며들며 윤기가 돌게 하는 것이 금리 인하의 가장 큰 목적이다. 풀린 돈이 당장 먹고살기 힘든 사람에게는 소비를 진작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금리가 낮으면 대출을 받아도 이자가 싸다. 돈의 가격이 낮아졌으니 자산을 구입하는 데 쓰게 된다. 자산을 사려는 사람이 많아지지만 자산은 한정되어 있다. 풀린 유동성은 자산으로 몰려가면서 자산 가격을 상승시킨다. 상승한 자산 가격은 또 다시 사람들을 유혹한다. 자산을 취득하지 않으면 나만 뒤쳐진다는 심정으로 추격매수를 하게 된다.

- 금리를 올리면 경제에 압박을 주지만 현 상황이 좋다고 볼 수 있다. 경기가 나쁜데 금리를 올리려고 하지는 않는다. 조금씩 올린 금리는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자산 시장을 서서히 끌어당긴다. 자산 시장이 상승할 때는 사람들의 욕망이 커진다. 욕망이 커질수록 자산 시장의 버블도 불어난다. 불어난 버블이 꺼지면서 하나의 사이클이 마무리된다. 긴 호흡을 갖고 보려면 고금리에서 금리를 내리기 시작할 무렵에 투자를 시작하고 저금리에서 금리를 상승으로 전환될 때 투자를 마무리하면 된다.

- 보통 '원·달러'라고 표현하지만 '달러·원'이라는 표현을 써야 조금 더 명확하게 개념이 잡힌다. 기준이 되는 통화가 앞에 있고 변동되는 통화가 뒤에 있어야 변화를 확실히 알게 된다.

환율도 수요와 공급에 따라 변한다. 원화를 찾는 곳이 많으면 원화 가격은 하락한다. 원화를 팔려고 하는 곳이 많으면 원화 가격은 상승한다. 여기서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점은 우리가 알고 있는 자산 가격은 찾는 사람이 많을 수록 상승하지만 환율은 반대라는 것이다.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이다. 달러를 기준으로 생각해야 한다.

- 통화는 신용이다. 해당 국가에서 보장하지 않으면 아무 쓸모없는 종이 쪼가리에 불과하다. 세계 경제에 위기가 올 때 신용이 가장 확실한 국가의 통화를 갖고 있는 편이 좋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각국은 위기가 왔을 때마다 달러를 보유하려 한다. 반대로 세계 경제에 위기가 올 때 달러는 미국으로 회귀한다. 흔히 안전자산 회귀 현상으로 불리는 일이다.

- 미국 금리 상승은 조만간 경기가 나빠질 것을 의미한다. 경제에 위기감이 피어오르면 자연스럽게 전 세계에 풀린 달러가 미국으로 돌아간다. 채찍을 휘두르면 채찍의 끝으로 갈수록 더욱 크게 요동친다. 한국은 채찍 효과의 끝에 있다.

한국 경제를 전망하려면 한국의 경제 지표보다 미국의 경제 지표를 보는 것이 훨씬 더 확실하다. 미국 상황이 좋으면 한국의 모든 경제지표가 시차를 두고 좋아지고 미국의 경제가 나빠지면 한국 경제도 하락한다. 미국으로부터 자유로운 국가는 하나도 없지만 한국이 더욱 그렇다는 점을 유념하고 주시해야 한다.

6부 어떻게 될 것인가

- 한국 주택은 아직까지 외환위기를 제외하면 가격이 폭락한 적도 없고 주택 공급이 넘친 적도 없다. 언제나 가격이 하락하면 공급을 중단해서 가격이 상승할 계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가격 상승 말기에 대규모 공급 정책을 발표했다. 가격 하락 시기에 공교롭게도 예정된 물량이 시장에 나오면서 하락을 더욱 채찍질했다. 안타깝게도 실거주자는 언제나 하락기에는 주택 구매에 관심을 갖지 않고 상승기 중반 이후부터 매수한다. 경기 사이클이 반복된다는 걸 알았다면 하지 않았을 행동이다.

- 서울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메가시티가 갈수록 비대해지는 경향이 있다. 서울 신축 아파트는 수요가 풍부하다. 구축 아파트와 빌라도 재개발 사업과 재건축 사업을 통해 신축 아파트로 재탄생할 것이다. 특히 중앙 정부와 서울시에서 적극 추진하는 모아타운과 신속통합기획 등도 주목할 만하다.

- 최근 발표한 '2040 서울시 도시 계획'에 따르면 서울에 수많은 하천인 한강을 필두로 권역 하천, 지류 하천, 소하천을 이용해서 수변 테라스 카페, 수변 쉼터, 공연 무대를 마련하려 한다. 또한 기존과 달리 규제와 용적률을 완화해서 복합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검토 중이다. 기존 주거 시설은 35층 이하, 상업복합 시설은 50층 이하로 건축하던 틀을 넘어 '비욘드 조닝(Beyond Zoning)'으로 다양한 층수의 건물 설계가 가능할 것이다. 동일 용적률이라고 해도 다채로운 스카이라인을 형성하면 미관상 아름다움을 추구할 수 있다. 또한 지상철을 지하화해서 단절됐던 공간을 연결하고 지상에 데크를 설치해서 상업 시설을 조성할 것이다. 서울의 고질적인 교통 문제 해결을 위해 자율주행 자동차와 버스를 교통 신호와 연결해서 막힘없이 이동할 수 있게 만든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보행 일상권'이라 할 수 있다. 주거지와 상업지가 명확하게 구분된 지금의 도시 체계를 변모시켜 주거와 업무와 여가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도시 체계를 완성할 키워드다.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 출퇴근 시간이 줄어들고 거주 공간에서 많은 것을 하는 시대로 변했다. 보행 일상권 개념은 서울 곳곳을 업무와 쇼핑과 여가를 한꺼번에 할 수 있는 용도로 변경한다. 강남, 광화문 등으로 출퇴근하지 않아도 지역별로 거점이 생길 것이다. 

- 인천,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을 비롯한 광역시도 큰 문제는 없다. 100만 명 이상의 대도시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힘이 있다. 서울처럼 블랙홀 정도의 위력은 아니라도 광역시만 해도 기반 시설이 갖춰져 있고 일자리도 어느 정도 보장되어 있다. 핀란드는 인구가 약 555만 명이다. 광역시면 100만 명 이상이 모여 있는 곳으로 국가 단위 인구는 아닐지라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현재 부동산 가격이 향후에도 쉼 없이 상승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사이클은 자본이 들어가는 모든 곳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부동산도 자본에 종속된 자산 중 하나다. 본인 현금만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대출을 활용해서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갈수록 많아질 것이다. 대부분 국가에서 부동산 시장은 주택 공급과 금융으로 통제한다. 일본 정부의 갑작스러운 대출 규제가 부동산 폭락이 시작된 이유 중 하나였다는 것을 상기하자.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 높이 올라갈수록 깊게 추락한다. 부동산 시장도 똑같다. 주택 가격이 상승할수록 조급해지는 마음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심리다. 하지만 언제나 상승하는 것은 하락하고, 하락하는 것은 다시 상승한다. 부동산도 이런 사이클을 반복한다는 점을 기억하고 들여다보면 된다.

- 내가 투자하는 기업이 어떤 분야에서 무엇으로 돈을 벌어 매출과 이익을 내는지도 모르고 소중한 내 돈을 넣는다. 이건 투자라기보다는 투기다. 직접 투자를 한다면 해당 기업을 연구하는 노력이 쌓였을 때 시간이 지날수록 투자 수익이 올라갈 것이다.

- 시장은 사이클을 타고 상승과 하락을 반복할 테니 하락했을 때 오히려 기회라고 여기고 매수하면 된다. 문제는 지금이 하락기인지 상승기인지를 정확히 알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이럴 때는 매수 타이밍을 맞추려 하지 말고 평균 매입 단가 효과를 이용하면 좋다. 적금을 하는 것처럼 매월 꾸준히 적립하는 것이다. 

- 적립식 투자는 경제의 사이클을 이용하는 투자 방법이다. 큰돈이 아니더라도 매월 몇십만 원이라도 적립식으로 꾸준히 투자한다면 시간이 지나 쌓인 돈이 당신에게 행복을 안결줄 것이다.

- 경기 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각국 정부는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금리를 급격히 내리면서 이자 부담을 없애고 시중에 돈을 풀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한다. 코로나 팬데믹 때는 국민에게 직접 돈을 주기도 했다. 이전까지는 국민에게 직접 돈을 준 적은 거의 없었다. 미국의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이었던 버냉키는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려서라도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만큼 시장에 돈이 돌게 만들어야 경제가 원활하게 회복한다는 뜻이었다. 그때만 해도 국민 개개인에게 돈을 주는 해결책에 관해 설왕설래가 있었다. 시중에 돈이 돈다고 당장 경기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실물경제까지 영향을 미치려면 지속성이 있어야 한다.

- 자산 가격이 오르면 사람들은 버블이라는 표현을 한다. '지금 시작하면 늦은 게 아닐까?'라고 생각했던 사람도 쉬지 않고 오르는 자산 가격을 보면서 결국 뛰어든다. 거대한 블랙홀처럼 시중에 있는 돈이 빨려 들어간다. 버블이라는 이야기는 어느 순간 쏙 들어간다. 너도나도 돈을 벌겠다는 일념으로 전력투구한다. 이런 상황이 무한정 지속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걸 우리는 이제 안다.

평균 회귀의 법칙이다. 오른 것은 떨어지고, 떨어진 것은 오른다. 많이 오르면 오를수록 많이 떨어진다.

사람들이 버블이라고 할 때 뭔가를 하는 것이 맞다. 대체적으로 진짜 버블은 누구도 버블이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버블이라고 이야기할 때는 대부분 자산 가격 상승을 이제 막 인식할 때다. 자산 시장에서 버블이라는 표현이 나왔을 때는 버블이라는 표현을 오히려 즐길 필요가 있다.

- 버블은 최소한 사람들을 기쁘게 만들고 새로운 기술이 세상에 나오게 한다. 버블이 없다면 사람들은 새로운 기술에 돈을 넣으려 하지 않는다. 새로운 기술이 성공하면 큰돈으로 연결된다.

역사는 돌고 돈다. 언제나 우리에게 다른 모습을 하고 나타난다. 사람들은 언제나 이번은 다를 것이라며 바라본다. 과거의 역사는 이미 벌어진 일이라 확실히 보인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당사자도 잘 모른다. 작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조차 우리는 잘 기억하지 못한다. 안타깝게도 인간은 과거의 일을 망각한다.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모든 걸 잊고 다시 시작하게 만든다. 스페인 철학자이자 작가인 조지 산타야나의 말로 이 책을 끝맺는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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