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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OLKONG

빚으로 지은 집 본문

Book/부동산

빚으로 지은 집

DDOL KONG 2017. 11. 24. 04:11

-명탐정 셜록 홈즈는 추리 소설 <보헤미아의 스캔들>에서 이런 유명한 말을 남겼다. <자료를 보기 전에 이론부터 세우는 것은 중대한 실수다. 왜냐하면 그럴 경우 사실에 부합하는 이론을 만드는 대신 부지불식간에 이론에 부합하도록 사실을 비틀기 때문이다.> 심각한 경제 불황의 미스터리는 셜록 홈즈가 풀어야 했던 난제들에 견줄 수 있다. 경제학자들도 실제로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제대로 알기도 전에 이론부터 서둘러 세우는 우를 범하기 쉽다. 하지만 우리는 자료를 먼저 살펴보는 셜록 홈즈의 문제 해결 방식을 따라야만 한다. 

- 대침체 이전 어떤 나라에서 얼마만큼 가계 부채가 증가했는지 알 수 있다면, 대침체기 동안 어떤 나라에서 소비 지출이 가장 크게 감소하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 선진국들의 현대 경제사에 대한 한 세기 또는 그 이상에 걸친 연구를 통해 우리는 호황 시 부채의 누적과 뒤이은 불황의 심각성 사이에는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최초로 보였다. 또한 우리는 금융 위기의 경제적 비용이 위기 직전시기 부채 비율에 따라 매우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였다. 

  경제적 재앙에는 거의 언제나 가계 부채의 급격한 증가라는 현상이 선행에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 가계로 하여금 과도하게 빚을 지게 함으로써 돌아가는 금융 시스템은 우리가 원하는 바와 정반대의 시스템이다. 왜냐하면 빚은 오직 채무자에게만 위험을 지우기 때문이다. 우리는 집값 하락 같은 충격에 대비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을 원하지만 현재의 금융 시스템 아래에서는 집값 하락의 충격은 고스란히 해당 주택의 소유자만 받게 된다. 현재의 금융 시스템은 우리 같은 대중들에게 유리하게 작동하지 않고 불리하게 작동한다. 

- 오히려 불황은 너무 많은 가계 부채를 양산하는 금융 시스템 때문에 발생한다. 경제적 불황은 자연의 섭리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 저소득층의 부채는 고소득층의 자산이다.

  자금의 공급이 빚을 이용한 자금 조달 방식 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부자들이 은행의 주식과 채권을 소유한다는 것은 은행이 발생한 모기지 대출을 소유하는 것과 다름없다. 따라서 주택 소유자들이 지불하는 대출 이자도 금융 시스템을 돌고 돌아 부자들에게로 흘러들어 간다.

- 빚은 보험과 정반대로 위험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빚은 주택 소유와 관련된 위험을 분산시키기는커녕 그 위험을 감당할 능력이 가장 적은 사람들에게 위험을 전가시킨다.

- levered losses. <levered>라는 단어에는 <빛을 지다leveraged>라는 의미와 작은 힘으로 무거운 물건을 들어올리는 <지렛대lever>라는 의미가 중의적으로 담겨 있다. 풀어서 설명하면 <레버드 로스>는 빚 때문에 발생했으며 그로 인해 피해가 증폭된 손실을 의미한다.

- 주택 소유자들은 집값이 올랐다고 해서 더 부자가 되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주식과 같은 다른 투자 자산과 달리 집은 소유주가 직접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살 곳이 필요하며 집값은 결국 그곳에서 사는 비용을 반영한다. 살고 있는 곳의 집값이 올라가면 주택 소유자가 보유한 집의 가치가 올라가지만 이와 함께 주거 비용도 함께 올라간다. 집의 가치가 올라가면 더 부자로 느껴지듯이 주거 비용이 올라가면 더 가난해졌다고 느끼게 된다. 두 가지 효과는 서로 상쇄된다.

- 자산가격의 하락은 결코 달가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자산이 많은 빚으로 이루어져 있을 때 자산 가격의 하락은 큰 재앙이 될 수 있다. 높은 레버리지와 자산 가격의 급락이 결합해서 소비 지출의 급격한 축소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 한 경제가 채무자 섬과 채권자 섬, 두개의 섬으로 이루어 졌다고 가정해 보자. 채무자가 섬에 사는 사람들은 많은 빚을 지고 있는 반면 채권자 섬에 사는 사람들은 빚이 전혀 없다. 그리고 두 개의 섬 거주자 모두 자동차와 이발 서비스 두 가지 상품을 소비한다고 하자. 자동차는 두 섬 간에 거래가 자유로운 반면 이발 서비스는 그렇지 않다. 따라서 각 섬 자동차 산업의 고용은 두 섬의 자동차 수요를 모두 합친 것의 함수가 되나 각 섬의 이발소 고용은 해당 섬의 수요에만 달려 있다. 또한 사람들은 두 섬을 오고 갈 수 없다고 가정하자.

 이제 채무자 섬의 주택 가격이 폭락했다고 하자. 수요를 급격하게 줄이므로 채무자 섬의 자동차 판매와 이발 서비스 수요가 급감한다. 만약에 임금과 상품 가격이 신축적으로 움직인다면 어떻게 될까? 채무자 섬의 이발 서비스는 채무자 섬 거주자들만 이용하므로 수요 감소는 이발 서비스의 가격을 하락시킨다. 이는 다시 채무자 섬 이발사들의 임금을 감소시킨다. 떨어진 임금이 너무 낮다고 생각한 이발사들은 이발사를 그만두고 자동차 산업에서 일하려 한다. 그러나 자동차 산업에 대한 노동 공급이 증가하면서 자동차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임금은 이발사가 받는 임금과 같아지게 될 때까지 떨어진다. 결과적으로 채무자 섬의 자동차 산업 근로자 수는 증가하고, 이발자 수는 감소하고, 두 산업 모두 임금이 낮아진다. 하지만 전체 일자리 수는 변하지 않는다. 근로자들이 이발소에서 자동차 산업으로 이동하고, 그들은 낮아진 임금을 수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채권자 섬과 채무자 섬은 자동차 산업을 통해 연결되어 있다. 채무자 섬 자동차 산업의 임금이 떨어졌기 때문에 채무자 섬의 자동차 생산자는 자동차를 더 싸게 팔 수 있게 된다. 채무자 섬에서 생산된 자동차가 채권자 섬에서도 팔릴 수 있으므로 채권자 섬의 자동차 생산자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자동차 가격을 낮춰야 한다. 이는 임금의 하락을 의미한다. 자동차 산업의 임금이 하락하면 근로자들은 자동차 산업을 떠나 이발사가 되길 원하며 이는 다시 이발사 임금의 하락을 초래한다. 이 과정은 채권자 섬 자동차 산업의 임금과 이발사 임금이 같아질 때까지 지속된다. 임금과 상품 가격이 신축적으로 조정되는 이 모형에서조차 채무자 섬의 레버드 로스는 채권자 섬의 가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채무자 섬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채권자 섬 사람들도 임금 삭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임금과 가격이 신축적으로 반응하지 않는다고 가정할 경우 문제는 훨씬 더 심각해진다. 이제 임금과 가격은 완전히 경직적이라 채무자 섬의 수요가 감소한다 해도 전혀 움직이지 않고 고정되어 있다고 해보자. 위의 예와 마찬가지로 채무자 섬의 집값이 폭락하면 가계는 자동차와 이발 서비스에 대한 소비를 줄일 것이다. 그러면 자동차 생산자와 이발소의 수입은 줄어들 것이고, 이에 대처하기 위해 이들은 생산에 투입되는 비용을 줄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수요 감소를 임금 삭감으로 대응할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은 근로자들을 정리해고 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채무자 섬에는 실업이 크게 증가하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강조하고자 하는 바는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부채가 없었던 채권자 섬도 높은 실업률로 고통받게 된다는 것이다.

- 우리는 무책임한 사람들이 빚을 너무 많이 져서 집을 산 결과이므로 그 사람들이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러나 이런식의 도덕적 훈계는 위기 상황에서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경제 전체로 빠르게 퍼져 가며 빚을 진 가계의 수요 감소는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 집값의 폭락은 빚을 지고 있는 가난한 주택 소유자들의 순자산을 허공에 날려 버리면서 부의 불평등을 증폭시켰다.

  빚은 거품이 터질 때뿐만 아니라 경기가 호황일 때도 지극히 위험하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 원금 탕감은 주택 시장 붕괴에 따른 손실을 고르게 부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채무자가 모든 손실을 감당하는 것이 아니라 채무자와 채권자 모두 손실을 나누어 져야만 한다. 채권자에 비해 채무자가 소득 수준이 낮고 레버리지가 높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손실을 보다 공평하게 나누는 것은 한계 소비 성향이 낮은 계층으로부터 높은 계층으로 부를 이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채권자는 지갑 속의 1달러가 없어질 때 소비를 거의 줄이지 않지만, 채무자는 지갑 속의 1달러를 채워 주면 이를 적극적으로 소비한다. 채무 가계는 부의 변화에 따른 한계 소비 성향이 다른 계층에 비해 세배 내지 다섯 배 크기 때문이다.

  모든 경제 정책이 한계 소비 성향이 가장 큰 계층에게 자금을 몰아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심각한 불황인 경우 이야기는 달라진다. 왜냐하면 총수요 감소가 경제 전체에 미치는 효과를 고려해서 거시적 실패를 방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 2000년 기술주 급락과 2007년 주택시장 붕괴의 차이를 명백하게 인식해야 한다. 논의한 바와 같이 주택 시장 붕괴의 여파가 기술주 급락의 경우보다 훨씬 컸던 이유는 상대적으로 순자산이 적은 가게들이 빚을 져 가며 집을 샀고, 이들 가계의 집값 변화에 따른 한계 소비 성향이 훨씬 컸기 때문이다. 기술주를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부자들이었고 순자산이 많았던 이들은 기술주 가격 하락에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주택 시장 붕괴가 기술주 급락보다 경제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빚을 진 가계의 한계 소비 성향이 더 컸다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만 한다.

- 금융 계약에 주식의 성격을 강화하면 경제 전체의 위험 분담 능력은 향상 될 수 있다. 집값이 오를 때는 채무자와 채권자 모두 능력은 향상될 수 있다. 집값이 오를 때는 채무자와 채권자 모두 이득을 얻고, 집값이 폭락해서 손실이 발생할 때는 손실을 분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방 위험으로 인한 손실을 채권자가 부당하게 감당하게 하라는 주장이 아니다.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득이 발생할 때는 이득을 나누고, 손실이 발생할 때는 손실을 나누는 금융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손실을 나누는 금융 계약 형태는 거품을 방지할 수 있고 거품이 터지더라도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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