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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주가는 많이 오르지 않을까?

DDOL KONG 2022. 1. 4. 05:21

벼락부자와 벼락거지를 양산했던 2021년도 저물었습니다. 2021년 자산 시장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세계적인 돈가치 하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통화량 증가율은 10월말 기준으로 연 12.4%입니다. 시중의 돈이 1년 전에 비해 12.4%나 늘어났다는 뜻입니다. 미국의 경우는 더 심합니다. 12월 초 기준으로 1년전에 비해 12.7%나 통화량이 늘었습니다.

 

시중에 이렇게 통화량이 늘어나게 되면 여유 자금이 늘어나면서 부동산이나 주식 시장으로 돈이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가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2021년 집값은 15.0%나 상승했습니다. 아파트로 국한한다면 20.2%나 상승한 대단한 한 해였지요.

 

그런데 주식 시장은 부동산 시장에 비해 주춤한 경향이 있습니다. 2021년 말 코스피는 2977.65포인트로 장을 마감하여 전년 대비 3.6% 상승했습니다. 이는 코스피 주식에 투자한 사람은 평균적으로 3.6% 정도의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의미입니다. 은행 금리에 돈을 넣어둔 것보다는 높은 수익률이지만 역대급 통화량 증가세나 부동산 투자 수익률에 비하자면 저조한 편입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요? 몇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그 중 몇 가지를 꼽아보겠습니다.

 

첫째, 2020년의 높은 상승률이 부담이 된 것입니다. 2021년의 상승률은 3.6%에 그쳤지만, 2020년의 상승률은 무려 30.8%나 되었습니다. 한마디로 2020년의 너무 높은 상승이 2021년에는 부담이 되었던 것입니다. 2020년 주요 20개국(G20) 국가 중 1위였던 KOSPI 상승률이 올해 18위에 그쳤다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 증시는 다른 나라에 비해 2020년에 너무 많이 올랐기에 2021년은 저조했다는 의미입니다.

 

둘째, 늘어난 여유 자금이 주식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기는 했지만 모두 우리나라 주식을 사는데 쓰이지 않았다는 것에 있습니다. 2020년이 동학 개미의 승리의 해라면, 2021년은 서학 개미의 승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코스피가 3.6% 상승하는데 비해, 미국 다우 지수는 무려 18.7%나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미국도 경기가 나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즐겨가던 식당들 중에 문을 닫은 곳이 많더군요. 백화점도 망하고, 고급 브랜드 옷 회사도 망해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미국 주가가 많이 오른 것은 시중에 워낙 돈이 흔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도 돈을 많이 풀었지만 미국에 비할 바 아닙니다. 지난 2년간 (2019 10~ 2021 10) 우리나라 통화량(M2) 증가율은 23.3%입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동안 미국 통화량 증가율은 무려 40.9%에 달합니다. 통계가 시작된 후 가장 빠른 통화량 증가세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나라에서 돈이 많이 풀리면 그 나라 자산 가격이 많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지만, 이를 다른 나라에까지 적용하기에는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환율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A라는 나라의 총 통화량이 1000억 알파고 B라는 나라의 총 통화량이 1000억 베타라고 하면, (두 나라의 경제 규모가 비슷하다고 할 때) 알파라는 통화의 가치와 베타라는 통화의 가치는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A라는 나라에서 B라는 나라로 여행하는 사람은 100알파를 100베타로 환전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B라는 나라에서 통화량을 두 배로 늘려서 2000억 베타가 되었다고 가정해보죠. 그러면 A 나라의 입장에서는 1알파를 1베타로 교환해주는 것이 억울하겠지요. 1:1로 교환해준다면 A나라 돈을 모두 바꾸어도 B나라 통화량 절반 밖에 안되어서 손해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2베타를 1알파로 교환해주기 시작합니다. 이렇듯 두 국가의 통화량에 변화가 있으면 두 통화 간의 교환 비율, 바로 환율이 달라지게 됩니다.   

 

한편 B나라의 경우 통화량이 두 배로 늘었으므로 B나라 자산 가격은 두 배로 오르게 됩니다. 예를 들어 통화량이 1000억 베타에서 2000억 베타로 늘었지만 주택 수는 전혀 늘어나지 않았다면 B나라 집값은 자연스럽게 두 배로 오르는 것입니다. 그런데 주식도 마찬가지거든요. 이에 따라 B나라 주가도 자연스럽게 두 배가 오릅니다.   

 

투자 이야기로 다시 돌아와보죠. A나라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 예전에 교환비율이 1:1이었을 때 B나라 주식에 투자했다고 가정해보죠. 그런데 B나라 통화량이 두 배가 되어 B나라 주가가 두 배가 되었습니다. 그러면 B나라 주식에 투자한 A나라 사람의 자산은 두 배가 되었을까요? 아닙니다. B나라에서 거둔 수익을 A나라 돈인 알파로 환전하는 순간 교환 비율이 1:2이기 때문에 이론적인 이익은 한 푼도 없습니다. 기분만 좋았던 거죠.

 

다시 말해 A나라에 사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통화량을 늘리지 않은 A나라 주식에 투자한 것이나 통화량을 두 배로 늘린 B나라 주식에 투자한 것이나 큰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세계에서는 이것이 다릅니다. 앞서 지난 2년간 우리나라 통화량이 23.3% 늘어나는 동안 미국 통화량은 40.9%나 늘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1000억 알파가 1233억 알파로 늘어나는 것이고, 1000억 베타가 1409억 베타로 늘어난 것입니다. 이러면 당연히 교환 비율이 달라져야요. 이론적으로 보면 달러 값이 원화 대비 15.9%나 내려야 합니다.

 

그런데 지난 2년간 환율이 이렇게 떨어졌나요? 아주 길게 지난 10년간을 살펴보더라도 우리나라 통화량이 203% 증가하는 동안 미국 통화량은 222%나 늘어났습니다. 그런데 지난 2년간뿐 아니라 지난 10년간 환율은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러니 동학개미보다 서학개미의 수익이 구조적으로 더 높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론적으로는 미국에서의 수익이 더 높다라도 달러가치가 떨어지면서 원화 표시 수익은 같아야 하지만, 환율이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환율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정부에서 환율조작까지는 아니더라도 환율조정을 하기 때문인데, 이렇게 하는 이유는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원화가 강세가 되면 수출이 잘되지 않기 때문에, 플라자 합의이후 일본이 폭망한 것처럼 될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미국 재무성에서 정한 기준 세 가지 중 세 개에 해당되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는데, 우리나라는 두 가지만 해당하는 상태입니다. 근데 이런 기준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과의 관계가 틀어지면 언제든 환율 조정을 통해 미국 수출이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무튼 현재 상황은 미국에게 밉보이지 않을 정도로 환율 조정(?)을 하고 있는 것이고, 이 정도면 한국은행에서 잘 하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이 환율 조정 덕(?)을 서학 개미들이 보고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 때문에 국내 증시에 들어올 돈이 미국 등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 증시가 2021년에 생각보다 적게 오른 것입니다. 미국 증시가 우리보다 활황이니 그리로 빠져나간 것이지요. 우려되는 것은 우리나라 주요 증권사에서는 올해 2022년에도 우리나라 보다는 미국의 증시에 투자하라고 추천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우리나라 증시가 통화량 증가에 비해 적게 오르는 세 번째 이유는 주식의 공급 과잉입니다. 2021년에 코스피는 3.6% 밖에 상승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코스피의 시가총액은 2203조 원으로 2020년말의 1980조 원에 비해 11.3%나 늘었습니다. 증시에 돈이 11.3% 더 들어왔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주가도 11.3%가 올라야 하는데,  3.6% 밖에 오르지 못했을까요?

 

공급이 그만큼 많았다는 것입니다. 소위 IPO라고 하는 것이지요. 새로운 회사들이 상장되어 시장에 진입하게 되면, (외부 자금이 일부 유입되기는 하지만) 기존에 다른 주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기존 주식을 팔아서 새 회사의 주식을 사기 때문에 새로운 주식이 많이 상장될수록 기존 주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손해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LG화학입니다. LG화학에서 밧데리 부문이 독립해서 LG에너지솔루션으로 상장된다고 합니다. 기존에 LG화학에 투자한 사람 중에는 전기차 시장이 커짐에 따라 LG화학의 2차 전지 사업의 미래를 좋게 보고 투자한 사람이 많을 텐데, 앞으로는 LG화학은 2차 전지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회사가 된 것입니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에 투자를 했더니 삼성전자에서 핵심 사업인 반도체 사업을 분사시키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이런 일이 앞으로 마구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요? 현대자동차에 투자했더니, 현대자동차의 내수부문이 다른 회사로 독립 상장하고, SK텔레콤에 투자했더니 이동통신사업부가 분사해서 상장하고 한다면, 기존 주주들은 닭 쫓던 멍멍이 신세가 되는 것입니다. 다른 나라에도 이런 사례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에 대해 금융당국에서는 명확한 기준으로 만들어야 기존 소액 주주들을 보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튼 2020년부터 증시가 활황을 보이자 너도 나도 상장을 하면서 역대 최고의 공모 기록을 세웠습니다. 코스피 시장에서만 SK바이오사이언스, 카카오뱅크 등 23개가 상장하면서 공모금액만 17 2천억에 달해서 역대 최고 기록을 갱신하였습니다. 2020년에 비해서도 4.2배 규모라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부동산은 투기이고, 주식은 투자라고 합니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주식 시장이 활성화되면 잉여 자금이 산업 자금화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진짜 그럴까요? 어떤 회사가 상장하면 가장 이득을 보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그 회사의 오너라 할 수 있는 지배주주와 대주주들입니다. 돈 많은 그 사람들에게 돈을 더 갖다 바치면서 마치 애국이나 하는 냥 착각하는 개미들이 문제지요. 주식 투자는 애국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수익을 거두기 위해 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증시가 통화량 증가에 비해 적게 오르는 네 번째 이유를 공매도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장기적인 시각으로 볼 때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공매도가 없으면 주가가 더 오르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그렇게 쌓이는 거품은 어느 순간 폭락하기 때문입니다. 공매도는 고평가된 주식, 다시 말해 거품이 낀 주식을 사서 파는 것이기 때문에, 공매도의 순기능은 주식 시장에 거품이 끼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투자측면에서 보면 신용으로 주식을 사는 것의 대척점에 있다고 보면 됩니다. 자기 돈 없이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서 주식을 사는 것과 균형점을 맞추려면 자기 주식 없이 증권사에 주식을 빌려서 파는 것이 허용되야 한다는 논리로 만들어진 제도가 공매도이지요. 우리나라에만 새로 생긴 제도가 아니라 예전에도 있었던 제도이고, 다른 나라에도 있는 제도입니다.

 

문제는 공매도 제도 운용에 있어서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에 적용하는 기준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이는 투자자 간의 경쟁에 대한 이슈이지, 장기적인 시각으로 보았을 때 공매도 때문에 주가가 오르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도 공매도라는 제도로 수익을 크게 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리스크가 큰 투자 모델입니다. 예를 들어 1만 원짜리 주식을 증권사에서 빌려서 팔았다고 가정해보죠. 그런데 그 주식이 1천 원이 되었다면, 그때 그 주식을 사서 갚으면 되니까 9천 원의 수익이 생기는 것입니다. 수익률이 90%나 되지요. 이런 이유로 공매도로 얻을 수 있는 최대 수익률은 100%입니다. 그런데 반대로 1만 원에 판 주식이 100만 원이 되었다고 가정해 보죠. 그러면 손실은 99만 원, 손실률은 9900%입니다. 공매도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최대 100%이지만 입을 수 있는 손실은 이론적으로 무한대입니다. 주식 투자했을 때 입을 수 있는 손실은 원금(100%)뿐이지만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이론적으로는 무한대인 것과 정반대라 보면 됩니다. 이런 이유로 기관도 공매도를 남발할 수 없습니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거품이 많아서 떨어질 것 같은 종목만 제한적으로 하는 것입니다.

 

이상 주식 시장의 상승률이 통화량 증가에 크게 못 미치는 이유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이 글의 목적이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들에게 겁을 주려는 것도 아니고, 말리려는 것도 아닙니다. 저 자신도 한국에서 주식 투자를 하고 있고, 미국에서도 하고 있습니다. 주식 투자 경험으로 보면 35년이나 되니 결코 짧다고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투자하고 있는 시장이 어떤 것인지는 정확하게 알아야 우리의 돈을 지킬 수 있는 것입니다.

 

정부를 포함해서 누구도 당신의 돈을 지켜주지 않습니다. 당신의 돈은 당신이 지켜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당신이 경쟁자보다 더 똑똑해져야 이길 수 있는 것이 투자의 세계입니다. 끊임없이 자료를 찾아보고, 그 자료의 의미가 무엇인지 고민해 보고, 그래도 모르겠다면 찾아와서 공부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최근에 국토부에서 나온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주택 부족 현상이 얼마나 심각한지가 나옵니다. 2019년 주택보급률에 비해 2020년 주택보급률이 더 떨어진 것이지요. 통계가 시작된 후 주택보급률이 전년도에 비하여 떨어진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어용 전문가들을 제외한) 시장 전문가들이 공급 부족 때문에 집값이 오르고 있다고 하는 말이 거짓이 아님을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확인하고 있는 것입니다.

 

립 서비스로 하는 말을 믿는 것이 아니라 이런 데이터 하나 하나의 의미가 무엇인지 정확히 인식해야 엉뚱한 결정을 하지 않게 되고, 나아가 남보다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아기곰 (‘재테크 불변의 법칙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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