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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4-32호] 팬데믹 이후 칩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 불평등 본문
1 같은 품목예:소시지류에도 다양한 브랜드의 상품예:A소시지,B햄이 있지만 공식 물가지수는 대표성이 있는 특정 상품만을 대상으로 조사하여 발표된다. 그러나 각 가계가 주로 구매하는 상품 브랜드의 가격수준과 상승률이 다르다면 실제 체감하는 물가실효물가와 공식 물가지수도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팬데믹 이후 주요국에서는 저렴한 상품의 가격이 더 빠르게 상승한 칩플레이션cheapflation현상이 나타났는데 이로 인해 취약계층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컸던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본고에서는 팬데믹 이후 국내 가공식품의 가격수준별 상승률에 어떤 차이가 있었고 이로 인해 가계 소득계층별로 실효물가에 어떤 변화가 나타났는지 분석하였다.
2 대한상공회의소의 스캐너 데이터를 활용하여 상품 가격수준별 4분위로 물가지수를 산출해 본 결과, 팬데믹 이후 우리나라에서 저가 상품의 가격상승률이 더욱 높게 나타나는 칩플레이션이 발생하였다. 실제로 2020.1월~2023.9월 기간 중 1분위 저가상품의 가격이 16.4% 상승하였으나 4분위 고가 상품의 가격은 5.6% 상승하는 데 그쳤다. 저가·고가 상품 간 상승률의 격차가 팬데믹 이전에는 미미했으나 인플레이션 급등기에 크게 확대된 것이다.
3 국내 칩플레이션은 주로 ① 수입 원자재가격의 급격한 상승공급요인, ② 저렴한 상품으로의 지출 전환수요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공급 측면에서는 저가 상품이 마진이 작아 비용충격에 대한 흡수력이 낮기 때문에 팬데믹 이후 수입 원자재가격의 급등이 상당 부분 저가 상품 가격으로 전가된 것으로 판단된다. 수요 측면에서는 인플레이션이 높은 상황에서 가계가 부담을 줄이기 위하여 저가 상품이나 판매점으로 소비를 이동시키면서 이들 상품의 가격이 고가 상품에 비해 더욱 크게 상승하였다.
4 칩플레이션은 가계 소득계층 간 실효물가의 격차를 벌림으로써 인플레이션 불평등inflation inequality을 심화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일반적으로 각 가계가 소비하는 품목의 구성이 다르기 때문에 실제로 경험하는 물가에 차이가 있는데, 소비품목 구성이 완전히 동일한 경우에도 저가·고가 상품 간 상승률이 다르다면 실효물가에 차이가 발생한다. 따라서 소비품목 구성의 차이에 따른 물가상승률 격차에 팬데믹 이후 칩플레이션 효과까지 더해지게 되면서 가계 소득계층 간 인플레이션 불평등은 더욱 심화된 것이다.
5 이러한 분석 결과로부터 두 가지 교훈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첫째, 저소득층이 더 고통받는 칩플레이션은 물가급등기에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통화정책을 통해 전체적으로 물가안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결국 저소득층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길이다. 둘째, 정부 정책 측면에서는 향후 인플레이션이 높은 시기에 특히 중·저가 상품의 가격안정에 집중함으로써 취약계층의 부담을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 해외공급 충격을 완충하기 위한 할당관세나, 가격급등 품목에 대한 할인지원 시 중·저가 상품에 선별 지원을 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