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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중국 문화재, 젊은 세대에 통했다

DDOL KONG 2024. 11. 28. 03:17

중국 Z세대가 사랑하는 박물관 관람 열풍
문화와 유행이 결합된 제품 및 관광지 탐방이 인기


최근 중국 내 박물관이 단순한 문화유산 보존 공간을 넘어, 다양한 세대가 찾는 인기 관광지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국경절 연휴 동안 주요 박물관들이 예약 매진과 역대 최대 관람객 수를 기록하면서 문화 소비의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또한 전통문화와 현대적 감각을 결합한 다양한 협업 사례들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박물관과 브랜드가 협력해 전통을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하려는 시도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본 기사는 중국 내 박물관 인기 현황과 그 배경, 박물관-브랜드의 협업 사례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인기 관광지로 예약조차 어려워진 박물관

중국 문물국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올해 국경절 연휴(10월 1~7일) 동안 중국 내 박물관 방문객 수는 총 7488만 명에 달했다. 이 기간에 각지의 박물관들이 역대 최다 관광객 수를 기록했으며, 고궁박물관은 전년 동기 대비 6.74% 증가한 51만6600명의 방문객을 맞았고, 랴오닝성박물관은 전년 대비 51.82% 증가한 15만8800명의 방문객을 기록했다. 중국 언론매체인 관찰자망에서 일부 인기 박물관 예약 플랫폼을 확인해 본 결과, 고궁박물관, 국가박물관, 쓰촨 삼성퇴박물관 등 박물관은 예약 티켓이 모두 매진돼 5일에서 최대 7일간 예약이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30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삼성퇴’ 유물이 북경대운하박물관에서 전시된다는 소식에 전시 당일 4만 명에 달하는 인파가 몰려 그 인기를 실감케 했다. 삼성퇴 유물은 중국의 고유한 문화와 역사를 담고 있어 전 세계 고고학자들과 관광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문화 요소가 젊은 층에 주목받는 사례

과거 박물관은 주로 높은 연령층의 방문이나 초등학생 견학 중심이었으나, 최근에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박물관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와 함께 박물관과 다양한 브랜드의 콜라보레이션이 주목받고 있으며, 삼성퇴 유물이나 산수화 같은 문화유산의 보존과 전승에 대한 관심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중국의 젊은 세대는 전통문화를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하며 이를 즐기고, 새로운 방식으로 문화유산을 계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 현대 시극으로 재해석한 중국의 산수화 “천리강산도(千里江山图)”

2022년 설 특집 프로그램인 춘완(春晚)에서 시극 “지차청록(只此青绿)”무대가 단숨에 화제의 반열에 올랐다. “지차청록”은 중국의 10대 명화중 하나인 ‘천리강산도’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전권’(展卷), ‘문전’(問篆), ‘창사’(唱絲), ‘심석’(尋石), ‘습필’(習筆), ‘쉬묵’(淬墨), ‘입화’(入畫) 7편을 통해, 고궁박물관 청년연구원이 ‘천리강산도’를 연구하는 중에 북송 시대로 타임슬립 해 당시 화가 왕희맹(王希孟)을 만나서 벌어진 이야기를 그려낸다.

청록색 복장을 착용한 무용수들은 산과 계곡,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등 장면을 연출해 내어 ‘천리강산도’와의 싱크로율을 높였다. 해당 무대는 인터넷상에서 3억 회에 달하는 '좋아요' 수를 기록하며 그 인기를 입증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전국 여러 지역 순회공연에서 입장권 매진 행진을 이어가는 등 흥행을 거두기도 했다.

‘지차청록’은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했을 뿐 아니라 현대예술과 전통문화의 결합을 통해 대중의 공감대를 얻고 나아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작품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 10월에는 현대 시극의 흥행에 힘입어 해당 작품을 영화로도 선보였다. 해당 영화는 3년에 거쳐 제작됐으며 상영 16일 만에 4321만 위안의 흥행수익을 냈다.

2. 박물관과의 콜라보가 화제

박물관과의 콜라보 사례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현재 의류, 화장품, 소비재, 음식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박물관과의 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이는 Z세대를 겨냥한 획기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① 고궁박물관 X 마오거핑 콜라보 사례

중고급 화장품 시장을 겨냥한 중국 로컬 브랜드 마오거핑(毛戈平)은 차별화된 브랜드 포지셔닝을 통해 성장한 색조화장품 브랜드다. 이 브랜드는 2019년부터 고궁박물관과 협력해 ‘고궁 기온동방(气蕴东方)’ 시리즈를 출시하여 큰 호평을 받았다. 이는 문화유산을 디자인에 접목한 중국풍 화장품으로, 유행에 민감한 지우링허우(90后)와 링링허우(00后) 세대의 구매 욕구를 자극했다.

마오거핑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서양 미학이 산업문명을 통해 자리를 잡아가는 동안 동양 미학은 한동안 소외됐다. 그러나 최근 들어 우수한 로컬 브랜드들이 다시 동양 미학을 주목받게 만들고 있다. ‘기온동방’ 시리즈는 동양 문화의 재해석을 통해 고대 문화 요소들을 현대적으로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이 시리즈는 고궁의 붉은 벽과 황금색 기와에서 영감을 받은 황실 건축 스타일을 비롯해, 송나라 때의 '초서천자문(草书千字文)', '백두총죽도(白头丛竹图)', '매화수안도(梅花绣眼图)' 등 문화요소가 어우러진 색조화장품을 잇달아 출시하면서 비주얼과 기능을 모두 갖춘 제품으로 호평을 얻었다.

② 상하이박물관X유니클로 사례

올해 상하이박물관과 유니클로의 콜라보도 큰 화제를 모았다. 40주년을 맞이하는 유니클로는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문화유산을 마케팅 수단으로 선택했다. 유니클로는 상하이박물관과 협업하여, 대극정(고대 냄비형 기물), 부을굉(맹수 모양의 청동 술잔), 자중강반(춘추 초기 청동 세숫대야)에서 영감을 받은 독특한 디자인의 티셔츠와 에코백을 선보였다. 특히 문화유산의 특징을 귀여운 디자인과 색상으로 표현한 UTme! 시리즈는 출시 직후 각종 커뮤니티에서 인기 키워드로 떠오르며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

상하이박물관 동관에서는 9월 25일부터 3개월간 콜라보 제품 팝업스토어가 운영되기도 했다. 팝업스토어에서는 본인의 취향에 따라 티셔츠와 에코백을 직접 DIY 할 수도 있다. 문화 요소가 담긴 그래픽을 조합해 나만의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방식이다. 일반 티셔츠 79위안, 어린이 티셔츠 59위안, 미니백 79위안, 일반 에코백 149위안 등으로 부담 없는 가격을 구성했다.

이렇듯 박물관에서만 감상할 수 있었던 문화유산이 이제는 패션 아이템으로 일상에 녹아들었다. 이러한 사례는 중국이 개성 넘치고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디자인을 통해 문화요소와 패션을 결합하고, 팝업스토어를 통해 소비자들이 직접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젊은 세대의 문화적 자신감을 높이고, 전통문화에 대한 친근감을 형성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③ 삼성퇴박물관 X 맥도날드 사례

올해 중국에서 삼성퇴의 인기가 크게 상승하자, 중국 맥도날드는 삼성퇴박물관과의 이색 콜라보를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햄버거와 청동기, 감자튀김과 고대 문명의 조합은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며 웨이보와 샤오훙슈 등 소셜 플랫폼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삼성퇴 문화는 약 3000~5000년 전의 유물로, 당시 알려진 중국 예술 양식과 전혀 다른 독자적 예술미를 담고 있다. 문헌 기록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 고고학자들의 흥미를 자아내는 삼성퇴 유물은 그 자체로도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에 중국 맥도날드는 삼성퇴 유물에서 영감을 받아 훠궈맛 햄버거라는 독특한 메뉴를 출시했으며, 유물 모티브를 활용한 포장백도 화제가 돼 바이럴 효과를 일으켰다. 중국 맥도날드는 “음식과 함께 삼성퇴 문화를 알리는 이번 협력은 소비자에게 문화유산의 의미를 전달하며 관심과 보호 의식을 제고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러한 행보는 맥도날드의 혁신적 마케팅 전략을 보여주는 동시에, 문화유산 전파의 새로운 방식을 개척하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유행과 문화를 접목시킨 문화산업의 혁신적인 도약

올해 각 박물관에 관람객들이 많이 모인 가운데 ‘박물관 굿즈’의 인기 또한 특히 뜨겁다. 박물관 굿즈는 문화 요소가 깃든, 소장 가치가 있는 작품으로 박물관을 방문해 구매할 수 있다. 그 외 문화가 어우러진 카페와 체험존들도 등장하면서 이용객들이 직접 방문해 문화를 느껴보고 체험해 볼 수 있게 되었다.

① 소장 욕구를 불러 일으키는 간쑤성박물관의 굿즈

간쑤성박물관의 초록말 인형은 2022년 출시 이후 꾸준한 인기를 끌며 왕홍(인플루언서)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이 인형은 간쑤성 우웨이의 레이타이한묘에서 출토된 마타페이옌(‌马踏飞燕)을 모티브로 제작된 것으로, 실제 마타페이옌은 높이 34.5cm, 길이 45cm, 무게 7.15kg의 청동 조각품으로 간쑤성박물관의 상징적인 유물이다.

박물관에 전시된 마타페이옌은 역동성과 기개를 자랑하지만, 굿즈 인형은 친근한 디자인의 캐릭터로 디자인되면서도 상징적인 포인트를 유지해 많은 MZ세대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이 인형은 출시 두 달 만에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품절 대란을 일으켰으며, 간쑤성박물관은 "이에 힘입어 마타페이옌과 관련된 블록 퍼즐, 액세서리, 키링 등의 굿즈 출시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② 재활용 소재로 제작한 친환경 굿즈

국경절 기간 동안 고궁박물관에서 마련한 스페셜 전시존이 많은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전시된 40여 개의 굿즈들이 모두 재활용 소재로 제작된 것이 주목을 받은 이유다. 볏짚, 왕겨, 찻잎 줄기와 같은 농업 폐기물뿐 아니라, 재활용 생수병, 낙엽, 나뭇가지 등 다양한 폐기물들이 고궁 굿즈로 새롭게 재탄생한 것이다.

고궁박물관은 2020년 1월부터 '고궁 제로 폐기물 프로젝트'를 실시해 4년 동안 성과를 쌓아왔다. 이 친환경 굿즈들은 전통 문화 보존과 지속가능성의 결합으로 호평을 받았다. 고궁박물관에서 시작된 '제로 폐기물' 이념은 신속히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며 환경보호 의식을 높였고, 문화유산과 지속 가능한 발전 개념을 결합한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시사점

중국에서는 현재 문화와 현대 유행을 결합한 마케팅 사례가 성행하며,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가 문화적 상징성을 지닌 새로운 형태의 문화예술로 재탄생하고 있다. 이러한 마케팅 전략은 문화 요소에 활력을 불어넣고, 젊은 세대의 문화적 자신감을 높이며, 궁극적으로 소비로 이어져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고궁박물관 관계자는 KOTRA 베이징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문화재를 통해 선조들의 지혜와 역사적, 예술적 가치를 이해할 수 있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문화재의 매력을 느끼도록 현대적 방식으로 이를 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문화와 혁신을 결합한 중국의 최신 마케팅 트렌드를 잘 보여준 사례인 것이다.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들은 이러한 문화와 유행 요소를 결합한 마케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굿즈 제작이나 프랜차이즈 운영을 계획 중인 기업은 문화적 요소와 현대적 감각을 반영한 전략을 통해 중국에서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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