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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산업용 로봇 주문량 감소세 지속될까 본문
2023년 북미 지역 상업용 로봇 주문량, 2022년의 3분의 1 수준
노동시장 여건의 개선, 전기차 캐즘 등이 요인
상반기 북미 산업용 로봇 주문량 감소
미국 내 제조업 분야에 투자가 집중되고 타이트한 고용 시장이 지속되면서 크게 성장했던 산업용 로봇 도입이 주춤해졌다. 팬데믹 직후 급증했던 제조업 분야 주문량이 감소한 데다 고용시장도 수급 균형을 이뤄가면서 로봇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첨단자동화협회(A3, Association for Advancing Automation)에 따르면, 올 상반기 북미 지역의 산업용 로봇 주문량은 총 1만570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9% 줄었다. 매출액은 9억8283만 달러로 같은 기간 6.8% 감소했다. 지난 한해 로봇 주문량도 로봇 도입이 많이 증가했던 지난 2022년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월스트릿저널은 고용시장과 제조업 여건, 로봇을 이용한 시설 운영 애로, 로봇 도입 확대에 대한 기존 노동자들의 반발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로봇이 노동자에게 밀리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코로나19 이후 공급망 병목현상과 노동력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자동화 설비를 도입했다. 가와사키 로보틱스 USA 관계자는 월스트릿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기업들이 두려움에 필요 이상으로 많은 로봇을 구매했다”라며 “지금은 두려움에 구매를 결정하는 피어-바이(fear-buy) 필요성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산업생산 부진과 로봇을 운행할 수 있는 기술자 부족도 한몫했다. 2023년 2분기 하락세로 전환한 산업생산지수는 2024년 2분기 반전 상승에 성공했으나 3분기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팬데믹 기간 급하게 로봇을 도입하기는 했으나 로봇이 좀 더 세밀하고 복잡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프로그래밍하는 작업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제조기업인 저겐스의 잭 슈론 대표는 “로봇은 매우 세심한 주의를 요한다”라며 “로봇 사용이 아예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그 속도는 둔화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고용시장의 수급이 점차 균형을 찾아가면서 로봇 도입 필요성도 과거보다 낮아졌다. 여전히 숙련공을 찾는 것은 쉽지 않지만, 직원들의 퇴사율이 낮아짐에 따라 새로운 직원 채용으로 생산성이 떨어지는 문제는 어느 정도 개선됐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미시간주립대학이 집계한 센서스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제조업체 가운데 노동력 부족을 꼽은 비율은 21%로 지난 2022년 2분기 45%에서 많이 감소했다.
미국 내 전기차 판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도 요인 중 하나다. 3A는 산업용 로봇의 최대 사용자를 자동차 제조 업계에서 지난 2분기 로봇 주문량이 지난해 동기비 20% 감소했다고 밝혔다. 전체 로봇 주문량에서 자동차 제조 업계가 차지하는 비율도 2022년 2분기 60%에서 46%로 크게 줄었다. 전기차 제조 업체와 협력 업체들이 미국에 경쟁적으로 제조 공장을 설립해 왔으나 미국 기업들이 전기차 판매 부진을 이유로 신규 모델 생산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한편, 식품과 소비재 제조 부문의 로봇 주문량은 늘었다. A3에 따르면 지난 2분기 해당 부문의 로봇 주문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4% 증가했다. 로봇 기술이 정교해짐에 따라 메뉴 구성이나 생산량을 변경해도 로봇이 빠르게 대응해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또 사람이 근무하기 어려운 온도에서도 가동이 가능해 요식업계에서도 빠르게 로봇 도입을 늘리는 추세다.
미 로봇 주문 주춤해도, 국내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은 활발
미국 시장 내 산업용 로봇 주문량은 팬데믹 직후인 2022년에 비해 감소했으나, 한국 기업의 미국 진출은 여전히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로봇 주문이 줄어든 것은 대내외 여건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로봇 도입은 꾸준히 늘어날 것 같다는 것이 업계 측의 전망이다.
지난해 미국의 산업용 로봇 수입은 5억1347만 달러로 지난해 대비 1.8% 감소했다. 노동시장 여건의 개선, 전기차 캐즘 등 여러 가지 여건으로 산업용 로봇 수입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전체 수입시장 내 상위 10개국 가운데 5개 국가의 미국 수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한국의 대미 수출은 지난해보다 15.1% 증가한 4254만 달러를 기록했다. 수입 시장점유율도 지난해 7.1%에서 1.2%P 오른 8.3%로 미국의 5대 로봇 수입국으로 올라섰다.
국내 기업은 미국의 제조업 붐을 호재 삼아 미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협동로봇 제조기업인 뉴로메카는 지난해 미국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자동화 솔루션을 전시하는 쇼룸을 공개한 바 있다. 동 사는 북미 주요 거점별 파트너사를 발굴해 주요 제품인 협동로봇과 자율이동로봇, 산업용 로봇의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방침이다. LIG넥스원은 지난 7월 미국의 사족보행로봇 기업인 고스트로보틱스 인수를 완료했다. LIG넥스원은 이번 인수를 통해 미래 성장 플랫폼을 확보하고, 미국 방산시장 진출에 도전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힐스로보틱스도 지난 6월 안내로봇인 하이봇과 물류로봇인 로로봇을 미구에 수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전망 및 시사점
제조업 분야의 투자가 활발하고, 자동화가 대세가 된 만큼 중장기적 관점에서 산업용 로봇의 도입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A 로봇 기업 관계자는 KOTRA 뉴욕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2022년 팬데믹 직후 경제 재개 과정에서 기업들이 이미 로봇 구매에 대규모로 투자했고, 그 사이 기준금리도 크게 올라 현시점에서 로봇을 구매하기에 기업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라며 “금리 인하가 시작됐고, 제조업 분야가 반등하게 되면 다시 주문량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제조업 외에도 서빙이나 안내, 조리, 방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로봇 활용도가 높은 만큼 우리 기업들은 로봇 수요가 높은 산업군을 파악해 해당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도 더욱 중요해졌다. 동시에 원활한 로봇 도입을 위해 현장에서 로봇을 다룰 수 있는 전문가 트레이닝에도 힘을 쏟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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