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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선박으로 2030년 선박 수주 선두 탈환을 노리는 일본 본문
글로벌 수요 증가에 따른 일본 조선업의 부활 조짐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한국기업에겐 협력의 기회로 작용 가능
긴 침체가 이어져 온 일본의 조선산업이 글로벌 조선 수요 확대에 힘입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선 건조량은 2030년대에 과거 최고 수준에 이를 전망이며, 해상 수송량의 증가세까지 더해져 시장환경은 개선되고 있다. 일본선박수출조합에 따르면, 2024년 6월 말 기준 조선 수주 잔량은 3025만 톤으로 8년 만에 3000만 총톤을 돌파해 약 3년분에 해당하는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일본은 오랜 기간 조선산업 강국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1800년대 중반부터 조선 해운 산업을 육성해 1956년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 국유화 등에 따른 물류 문제로 해운 수요가 급증한 시기에 ‘수에즈 붐’을 타고 처음으로 세계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1980년대 중반까지 일본은 조선 해운 사업에서 세계 최고 점유율을 자랑했으나 이후 국가의 지원을 받아 한국과 중국 기업들이 급성장하면서 이들 기업에 뒤처지기 시작했다.
이에 대응해 일본 기업들은 인수합병(M&A), 구조조정 및 신규 사업 전환 등 사업 재편을 통한 변화를 꾀했다. 일본 국내 1위인 이마바리조선은 창업자가 경영의 실권을 지니고 있는 조선 전업 기업으로, 조선 불황을 가속시켰던 오일쇼크, 엔고 등 상황 속에서도 M&A를 통해 성공적으로 사업 확대를 도모했다. 이마바리조선의 2024년 1분기 매출액은 전기 대비 18% 증가한 4431억 엔으로 호조를 보였으며, 준공량은 69척, 총 357만 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다. 현지 점유율 2위인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는 사업 재편 끝에 생긴 기업 중 하나로, JFE엔지니어링, 히타치조선의 일부를 통합한 유니버설조선, IHI마린유나이티드가 합병해 탄생한 기업이다.
<2022년 일본 국내 기업별 선박 준공 점유율>
(단위: 톤, %)
차세대 선박으로 조선·해운 산업 선두 탈환을 꾀하는 일본
한편, 일본 정부는 최근의 신조선 수요 확대를 한때 세계 선두였던 자국의 조선업을 부흥시킬 기회로 보고, 2024년 7월 '2030년까지 암모니아 연료 선박 등 차세대 선박 수주 세계 점유 선두 확보'를 목표로 내세웠다. 차세대 선박에는 암모니아, 수소나 메탄올 등 환경 부담이 적은 연료를 활용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실질적으로 제로로 만드는 탄소 배출 제로 선박 등이 포함된다. 관련해 정부는 ‘GX(그린트랜스포메이션) 경제이행채’를 활용해 2024년 94억 엔을 시작으로 최대 600억 엔 규모를 보조할 예정이다.
전 세계 조선업계 역시 차세대 선박으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3년 7월 국제해사기관(IMO)은 국제 해운의 온난화 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2050년까지 50% 이상 감축'에서 '2050년경까지 실질 제로'로 상향 조정했다. 또한, 기존 대형 선박의 연비 규제와 연비 실적 등급제도 2023년 1월에 시작돼 선주들의 대응이 요구되고 있는바, 일본 업계는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선박을 직접 건조하는 조선 기업들에 한정되지 않는다. 상선미쓰이, 가와사키기선, 일본유센 등 일본의 3대 해운회사 및 선박기자재인 엔진, 강재 등을 생산하는 IHI원동기, JFE스틸 등 기업 역시 차세대 선박 생산을 위한 탈탄소 대응에 나서고 있다.
조선업 인력부족의 해결책으로 떠오르는 DX
차세대 선박으로 조선 세계 선두 탈환을 목표로 하는 일본이 맞닥뜨리고 있는 또 하나의 과제는 인력 부족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디지털 전환(DX)이 주목받고 있다.
가와사키중공업은 배를 부두에 정박시킬 때의 로프 부하 감시 시스템을 발표했다. 기존에는 선원 2명이 1시간에 한 번씩 30분간 투입되던 작업을,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1명이 복수 선박의 상황을 확인 가능하도록 만든 시스템이다. 당사는 이 시스템을 통해 해운업계의 인력 부족 문제에 대응하는 동시에, 2030년까지 연간 수억 엔의 매출을 목표로 한다.
독립계 조선회사인 신크루시마독크는 선박 건조 현장의 디지털 전환에 나서고 있다. 현장 데이터 수집 기반을 구축해 지금까지 숙련자의 경험에 의지하고 있던 공정 및 기자재 관리를 가시화하고, 데이터 활용 건조 공정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2024년 중에 완성할 계획이다. 공정표의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작업별 QR코드를 활용해 작업자가 공정 시간을 체크하고 집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업별 예정 소요 시간 등을 재설정해 현장 실태에 맞는 인원 계획과 공정을 설계한다. 공정 전체에 인재를 효율적으로 배치함으로써 1인당 생산효율을 높임과 동시에 업무 수행 방식의 개선을 이끌어내는 것이 목표다.
시사점
일본이 조선업 부활을 꿈꾸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은 한국과 중국의 新조선 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 구도로 인식한다. 일본 대표 K 해운회사 A 담당자는 KOTRA 일본지역본부와의 인터뷰에서 "특히 조선 해운 관련 기술 경쟁력과 품질 면에서는 여전히 한국이 중국을 능가한다고 일본 업계에서는 판단한다"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실제로 한국은 고도 기술과 고품질이 요구되는 LNG선 시장의 70~80%를 점유하고 있으며, 최근 주목받는 차세대 선박인 대형 암모니아 운반선(VLAC) 시장에서도 2023년 이후 발주된 45척 중 싱가포르 선주 물량 6척 제외 전량을 한국의 조선소가 수주했다.
일본의 조선산업 부흥을 위한 움직임은 조선 해운 탈탄소, DX 등 측면을 고려할 때 우리 기업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즉, 관련이 있는 현지 대·중·소기업들과의 협력을 토대로 한국에서 선박 건조에 활용해 온 선진 제품과 기술을 일본 기업에게도 제공할 기회다. 선진 시장인 한국에서의 레퍼런스를 기반으로 일본 기업과의 협력 기회를 모색하고자 하는 우리 기업들은 KOTRA 일본 지역 무역관의 문을 두드려 주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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