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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지표의 그늘, 체감되지 않는 숫자 - 한국은행 본문
최근 주요 선진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객관적 경제지표와 경제주체들의 주관적 체감경기 간 괴리가 두드러지고 있다[1]. 경제성장률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둔화 추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경제주체들이 소득, 체감물가, 타인과의 자산 격차 등을 감안하여 평가한 주관적 경기는 이러한 지표경기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2].<그림 1, 2>
그림 1. 선진국 지표경기 vs 체감경기1)
그림 2. 우리나라 지표경기 vs 체감경기1)
주 : 1) 추세선(검은색 점선)을 하회할수록 경기심리지수(체감경기)가 경기동행지수(지표경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함을 의미
자료 : 한국은행
이러한 체감경기와 지표경기 간의 괴리를 분석하는 것은 경제지표가 포착하지 못하는 경제주체들의 경제적 만족도 변화를 파악하고, 향후 경제전망에도 도움이 되므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3]. 본 블로그에서는 우리나라의 체감경기가 지표경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한 원인을 분석함으로써 장차 체감경기를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경기회복이 수출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가계와 내수기업은 회복 온기를 체감하기 어려워
우리경제는 작년 하반기 이후 IT 경기 호조에 힘입어 수출은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내수는 더딘 회복세를 나타내는 등 수출과 내수 간의 회복 속도 차이가 두드러지고 있다.<그림 3> 이러한 수출과 내수 간 불균형은 전반적인 경제지표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경기회복을 실제로 체감하기 어렵게 만드는 핵심 요인이다. 내수 업종의 종사자가 다수인 점을 고려하면 해당 업황의 부진이 체감경기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수출 업황 개선으로 인한 긍정적 영향에 비해 더욱 컸을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취업자 수를 가중치로 사용한 '고용 가중 성장률'은 작년 하반기 이후 경제성장률(GDP 성장률)을 지속적으로 하회하였다.<그림 4>
그림 3. 주요국 수출·내수간 성장률 격차1)
그림 4. 고용가중 성장률1) vs GDP 성장률
이처럼 수출과 내수 간 회복 속도의 차이가 지속되고 있는 현상은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구조적 요인과 최근 고물가·고금리 등 경기적 요인으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먼저 구조적 요인을 살펴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반도체, IT 기기 등 자본집약적 산업 중심으로 수출업종이 재편되면서 수출이 고용 및 가계소득에 미치는 영향이 약화되었다.<그림 5> 또한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분야의 해외직접투자 증가도 국내 설비투자 필요성을 약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그림 6> 건설투자 측면에서도 최근 해외공사 수주는 확대되는 반면, 국내 공사 수주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그림 7>
그림 5. 업종별 고용유발계수
그림 6. 해외 생산비중과 국내 설비투자1)
그림 7. 건설사 국내외 수주실적1)
다음으로 경기적으로 봤을 때는 최근의 고물가·고금리 기조가 가계의 실질소득 증가를 제약한 것으로 분석된다.<그림 8> 더욱이 작년에는 제조업 실적이 악화되면서 기업의 재무상황이 나빠짐에 따라 투자마저 위축되었다.<그림 9> 이처럼 가계소비 및 기업투자 여력의 부진으로 인해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내수는 그동안 뚜렷한 개선을 보이지 못했다[4].
그림 8. 가계소비 여력1)
그림 9. 기업투자 여력1)
높은 체감물가로 인해 저소득층, 고령층의 경제적 어려움이 커져
높은 생활물가 수준 또한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체감경기를 저하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의 의식주 물가는 낮은 개방도, 높은 거래비용 등의 구조적인 요인들로 인해 주요국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다.[5]<그림 10> 이에 더해 최근 물가급등기에 식료품 등 필수 소비재의 가격이 여타 상품에 비해 더 크게 상승하였다.<그림 11> 그 결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추세적으로 둔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필수 소비재를 포함한 생활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6] 이는 대다수 경제주체가 느끼는 체감물가가 지표물가보다 더 높은 수준임을 시사한다.
그림 10. OECD평균 대비 가격수준
그림 11. 소비자물가, 생활물가 상승률
특히 높은 생활물가는 의식주 소비의 비중이 높은 저소득가구, 고령층 등 취약계층에게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그림 12> 소득분위별로 해당 계층이 실제로 직면하는 물가상승률(실효 물가상승률)을 계산해보면, 최근 물가상승기에 저소득가구가 고소득 가구보다 물가 부담이 더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7]<그림 13>
그림 12. 소득분위별·품목별 소비비중1)
그림 13. 소득분위별 실효 물가상승률1)
고금리의 무게를 짊어진 자영업자와 30·40대 가구
고물가에 대응한 금리인상이 자영업자와 30~40대 가구에 더 크게 영향을 미친 점도 지표경기와 체감경기 간 괴리의 원인 중 하나다.
우리나라는 자영업자 비중이 주요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그림 14> 팬데믹 기간 강력한 방역조치 등으로 자영업자의 부채가 가파르게 증가한 가운데, 금리상승이 뒤따르면서 이들의 이자 부담은 더욱 커졌다. 반면 음식, 숙박, 도소매 등 주요 자영업종이 더딘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자영업자의 채무상환 능력은 저하되었다.[8]<그림 15> 그 결과 자영업자의 연체율과 폐업률이 높아지고 전체 체감경기도 악화되었다.[9]<그림 16>
그림 14. 주요국 자영업자 비중
그림 15. 팬데믹 이후 산업별 자영업자 수와 성장률1)
그림 16.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1) 및 연체율
한편, 고금리의 영향은 30∼40대 가구에도 크게 나타났다. 주요국 대비 높은 가계부채 수준을 보인 우리나라는 2020년 이후 30∼40대를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하였다.<그림 17, 18> 높은 가계부채에 고금리가 더해지면서 해당 연령층을 중심으로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게 증가하였다. 또한 30~40대 가구는 단기 금융부채가 단기 금융자산보다 많은 이른바 '금리상승 손해층'의 주된 연령층으로 금리상승에 따른 소비 감소폭이 클 수밖에 없었다.<그림 19> 이에 따라 30~40대 가구가 느끼는 체감경기는 다른 연령대보다 더 위축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림 17. GDP 대비 가계신용1) 비율
그림 18. 연령별 1인당 가계대출 잔액
그림 19. 팬데믹 이후 가계 계층별 소비1) 변화2)
일부지역 중심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자산 불평등 심화
마지막으로 팬데믹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자산 불평등이 심화된 점 또한 체감경기 부진에 일조했을 가능성이 있다. 경제주체가 느끼는 체감경기에는 심리적 요인도 작용하므로 자신의 소득이나 자산변동뿐 아니라 다른 주체와의 상대적 격차에도 영향을 받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소득 불평등 정도는 주요 선진국에 비해 높지 않으나,<그림 20> 불평등에 대한 사회적 민감도는 여타 국가에 비해 높은 편이다.<그림 21>
그림 20. 소득 불평등 추이1)
그림 21. 소득·자산 불평등에 대한 주관적 인식1)
이는 부동산을 중심으로 자산 불평등 정도가 단기간에 급격히 심화됨에 따라 계층 간 상대적 박탈감이 확대된 데 주로 기인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팬데믹 초기에 나타난 주택가격의 가파른 상승과 작년 상반기 이후 서울 등 주요 선호지역을 중심으로 한 주택가격 차별화는 자산 불평등을 심화시켰다.<그림 22, 23>
그림 22. 지역별 아파트매매가격 추이1)
그림 23. 팬데믹 전후 국가별 자산불평등1) 비교
실제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오름세를 보였던 2018년 및 2020년을 살펴보면, 부동산을 소유한 가계의 자산 증가폭이 소유하지 않은 가계에 비해 더 컸다.<그림 24> 또한, 부동산을 소유한 가계 중 수도권에 위치한 부동산을 소유한 가계의 경우 비수도권에 부동산을 소유한 가계보다 자산 증가폭이 더 큰 모습을 보였다.<그림 25>
그림 24. 부동산 소유 여부에 따른 가계 평균자산
그림 25. 소유 부동산 위치에 따른 가계 평균자산
앞으로 체감경기는 점진적으로 개선되겠으나,
경제구조 개선을 위한 정책적 노력도 병행할 필요
향후 우리경제는 내수가 회복흐름을 재개함에 따라 수출·내수간 격차가 점차 줄어드는 가운데 물가 둔화 흐름도 지속되면서 체감경기 부진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체감경기 부진에는 경기적 원인 외에도 구조적 요인의 영향도 있는 만큼 체감경기는 점진적인 속도로 개선될 것으로 판단된다.[10] 따라서 체감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경기 대응책뿐 아니라 수출·내수 산업의 균형발전, 유통구조 효율화를 통한 물가수준 안정,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 등과 같은 구조개혁 정책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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