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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 틀 벗어나야 초일류 강대국 된다"…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첫 보고서 본문
경제·외교 등 세계가 한국 통하는 '萬事韓通' 지향
기술전쟁 시대…국가혁신 이끌 민간 재단 확대해야
국내 최대 싱크탱크인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IFS)이 초일류 강대국론(論)을 주창했다. 폐쇄적 민족주의에 기반한 중국몽(夢), ‘아메리칸 팩토리’로 불리는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는 한국에 위기인 동시에 기회라는 분석이다. 주요 2개국(G2)의 전략에 편승하거나 균형을 잡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강대국으로 발돋움할 미래상을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FS는 6일 ‘글로벌과 한국’을 주제로 첫 번째 보고서를 내놨다. 발간을 맡은 손인주 IFS 부원장(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은 “한국이 개방형 네트워크의 중심으로서 초일류 강대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비전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보고서 표제도 ‘강대국 외교 구상: 한국 주도 동심원 전략’이다.
( 보고서 원문 다운로드 받기 / 링크 https://zrr.kr/EXTY )
IFS는 이념을 떠나 정체성부터 재정립할 것을 주문했다. 지향점은 ‘만사한통(萬事韓通)’이다. 경제, 외교, 문화 각 분야에서 세계가 한국을 통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북미(멕시코), 아시아(베트남), 아프리카(탄자니아) 등 각 대륙에 개방형 네트워크를 구축해 강력한 해양 강국으로 올라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선결 과제로는 민간 혁신을 통한 복합 자본 국가로의 전환을 강조했다. 물류, 금융, 무역을 ‘3위 일체’로 글로벌 무대의 중심에 서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이 미국으로 제조 시설을 옮기는 ‘기술 전쟁’ 시대에 ‘국민 기업’의 개념은 존재하기 어렵다는 게 논지다.
혁신을 위해 민간 재단을 확대하라는 파격 제안도 내놨다. 보고서는 “재단(foundation)을 통해 가업 승계 및 부의 상속을 제도화하는 대신 기업 수익금을 재단에 귀속시켜 공익사업에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적시했다. 미국의 록펠러, 게이츠 재단을 비롯해 독일 보쉬, 네덜란드 이케아, 덴마크 칼스버그 재단 등은 상속 과정에서 형성된 민간 자본이 혁신을 지원한 대표적 사례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원장,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명예원장을 맡은 IFS는 세계적 수준의 국가 싱크탱크를 목표로 지난해 4월 출범했다. 이번 보고서를 시작으로 내년까지 민주주의, 팬데믹, 과학과 기술의 미래, 경제 안보, 인구, 탄소중립 등 총 7개 클러스터에서 연구 성과를 담은 국가 미래 전략을 제안할 예정이다.
① "민간 재단 통해 가업승계 길 트고…한국의 발렌베리 키워내야"
1970년대 수도권에 소규모 제조기업을 창업한 A씨는 50년 넘게 회사를 이끌며 지난해 기준 매출 1000억원, 종업원 200명이 넘는 중견기업으로 키웠다. 80대가 된 그는 네 명의 자녀 중 경영 능력이 뛰어난 차남에게 회사를 물려주고 싶지만, 상속재산의 50%에 달하는 상속세가 발목을 잡고 있다.
국내 산업화 1세대가 물러나는 과정에서 최고 60%에 달하는 ‘징벌적 상속세’ 때문에 가업 승계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급증하고 있다. 동진섬유(신발 원단), 락앤락(밀폐용기) 등 업종별 국내 1위 업체가 상속세 부담에 회사를 매각했고 세계 시장을 휩쓸던 유니더스(콘돔), 쓰리세븐(손톱깎이)마저 가업 승계를 포기했다.
◆가업 승계와 공익사업 동시에
국내 최대 싱크탱크인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IFS)은 6일 낸 보고서에서 해결책을 제시했다. ‘민간 재단’을 통해 세금 부담 없이 가업 승계를 지원하고, 대신 기업의 수익은 재단에 귀속해 공익사업에 활용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민간 자본’을 형성해 한국을 ‘자본 국가’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다.
‘부자는 많지만 자본가는 적고, 기존 제도로는 자본가로의 전환이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IFS의 문제의식이다. 그러면서 민간 자본이 기술 혁신을 지원한 다양한 해외 사례를 들었다.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이 5대에 걸쳐 160여년간 이끄는 발렌베리그룹이 대표적이다. 이 그룹은 지주회사를 통해 아스트라제네카(제약), 에릭슨(통신), 일렉트로룩스(가전), 사브(항공) 등 핵심 자회사를 관리하고 가문이 세운 재단이 세금 부담 없는 승계와 차등의결권 제도를 활용해 지주회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가문의 경영권을 보장받는 대신 재단을 통해 수익금의 80%를 과학·기술·의학 분야 연구 등 공익적 목적에 사용한다.
유럽 기업뿐 아니라 미국 빅테크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메타(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모기업)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와 부인은 2015년 당시 페이스북 지분의 99%에 달하는 약 52조원의 주식을 자선사업을 위한 유한책임회사(LLC)인 첸-저커버그이니셔티브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대신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페이스북 주식을 클래스A·B·C 등 세 종류로 나눈 뒤 본인은 클래스A 주식을 소유해 전체 주식의 15%만 가져도 54%에 달하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했다.
그렇다고 ‘제왕적 창업자’를 만들자는 것은 아니다. 구글은 창업자와 전문경영인이 공존하고 있다. 구글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2019년 일선에서 물러났고, 전문경영인인 순다르 피차이가 이끌고 있다. 페이지와 브린의 알파벳(구글 모회사) 지분은 각각 6% 안팎이지만, 주당 10배의 차등의결권 덕분에 전체의 절반이 넘는 의결권을 갖고 있다. 이들은 이사회 멤버이자 피차이의 조언자로서 미래 신기술에 집중하며 전문경영인과 역할을 나눴다.
◆공익법인 옥죄는 규제 해소해야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율 탓에 가업 승계가 매우 어렵다. 상속세율 60%를 적용하면 창업주가 가진 주식 100%가 2세대에는 40%로 줄어들고 3세대와 4세대엔 각각 16%, 6.4%로 급감한다. 기업집단이 해체될 수밖에 없다. 차등의결권도 허용되지 않는다.
IFS는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 민간 재단처럼 국내에서도 기업 공익법인을 지배구조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업이 공익법인을 통해 사회공헌을 강화하고, 동시에 소유지배구조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자는 것이다.
풀어야 할 규제가 한둘이 아니다. 상속·증여세법은 공익법인이 주식을 5%(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기준) 넘게 취득하면 증여세를 물리고 있다. 공정거래법은 공익법인의 주식 의결권 행사를 15%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등 글로벌 수준으로 공익법인 관련 규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공정거래법상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을 폐지하거나 20% 이상으로 상향하고, 상속·증여세법상 면세 비율도 20%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익법인이 설립 취지에 맞게 활동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김일규 기자
② "脫중국 글로벌 기업 R&D센터 유치…韓을 과학 혁신 허브로"
③ AI·양자과학 혁신모델 마련
④ 물류·금융 발전이 출발점
⑤ 선진국 걸맞은 국격 갖춰야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서 자본과 기업의 탈중국 현상이 가시화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중국 밖으로 이동하고, 글로벌 기업은 새로운 전진기지를 찾고 있다. 이는 한국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게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IFS)의 진단이다.
국가미래전략원은 6일 낸 ‘글로벌 한국 클러스터 연차보고서’에서 한국이 강대국이 되기 위한 전략으로 이 같은 방안을 제시했다. 산업 분야별로 지역을 정해 연구개발(R&D)센터 10여 개를 유치하자고 제안했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관련 R&D센터는 경기 화성과 성남 판교가 후보지로 거론됐다. 네덜란드 ASML과 일본 알박 등을 공략 대상으로 꼽았다. 삼성전자가 일본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일본 기업이 한국에 기술센터를 짓는 방안도 언급했다. 테슬라, 구글 등 빅테크의 자율주행자동차와 로봇 등 디지털 관련 센터의 유력 후보지로는 인천 송도와 김포·마곡 지구 등을 꼽았다.
외국인 투자자금은 중국을 이탈해 한국으로 일부 유입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외국인직접투자액은 114억5894만달러로 작년 2분기(56억3953만달러)의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170억달러를 넘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중국 리스크를 분산하는 차원에서 주변국으로 투자금이 들어오는 것으로 파악된다.
핵심 연구개발 분야에서 세계 최고를 목표로 하는 선도형 혁신모델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선진국을 따라잡는 추격자형 전략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정보통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주요 과학기술에서 한국의 기술력은 1위 국가의 80%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은 89.1%, 자율주행차 88.4%, 양자정보통신 86.9%, 전파·위성은 85.9% 등이었다. 국가미래전략원은 AI와 양자과학 기술에서 선도형 혁신 모델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혁신을 위해선 인프라와 제도 등 제반 환경이 중요하다. 국가미래전략원은 물류와 금융의 발전이 전제조건이라고 판단했다. 항만도시이자 금융 중심지인 홍콩, 싱가포르와 같은 도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베트남 탄자니아 멕시코 등에 물류거점을 조성하고 이를 부산, 인천의 역량과 연결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 같은 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상황 변화가 중요 변수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은 세계 10대 컨테이너 항만 중 7개를 보유한 국가다. 선진국과 중국 경제가 점진적으로 탈동조화(디커플링)하는 과정에서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이 주도적 강대국이 되기 위해선 국력 강화와 함께 정체성 확립도 시급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한국은 경제 발전 등으로 국력이 크게 강해진 것으로 평가됐다. 경제뿐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세계를 주도할 역량을 갖췄다.
정신력과 정체성 측면에서는 ‘사춘기 청소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역사적으로 고착화한 피해의식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국민 스스로 민주적·자주적으로 만든 건국 헌법의 정신을 강조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는 한국의 미래 발전 방향인 ‘개방적 네트워크 강대국’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15/00048885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