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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비밀공장에, 인재 빼가기…美 제재, 우회로 찾는 中/ "페이가 대세"…간편결제, 하루 8000억 돌파 역대 최대 본문
[美 제재 틈새 찾는 中]①
습격, 비밀공장 돌리고 인재 뺏기
진격, 차세대 기술·장비 개발 자립
반격, 필수광물 수출제재로 맞불
"합격시 연봉은 이슈가 안된다"
최근 한 채용 사이트에 올라 온 익명의 중국 반도체 기업 구인 공고에 담긴 처우와 관련한 내용이다. 미국의 압박으로 중단한 해외 인재 유치 프로그램을 은밀히 재가동한 중국이 국내에선 기업 간판을 숨기고 반도체 전문인력 영입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중국은 비밀 공장 건설, 우방국을 통한 장비 수입 등 미국의 감시를 피할 수 있는 각종 수단과 편법을 총동원해 인재·기술·장비 확보에 나섰다.
'치밍'으로 간판 바꾼 천인계획…中, 은밀한 인재 영입
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헤드헌팅 업체들은 중국 현지 기업에서 근무할 반도체 전문 인력을 모집하면서 기업명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한 업체는 채용 사이트를 통해 S(삼성전자), H(하이닉스) 반도체 회사 출신의 D램 양산(PIE) 및 개발(PA) 경험을 갖춘 인력을 뽑는다고 공고했다. 하지만 근무지를 구인 공고 제목엔 '성남 분당(국내)'이라고 해놓고, 공고 본문엔 '해외'로 명시했다. 여기에 중국어 가능시 우대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채용 주체가 중국 반도체 기업이라고 한 것과 다름이 없다.
이 업체는 "채용 공고 등록상 부득이하게 국내로 체크했다"며 "해외 소재 대규모 반도체 회사이며 해외 근무 포지션이다. 적임자에게만 근무지 공개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봉, 주거, 교통, 자녀 국제학교 등 최고 수준의 대우를 약속했다.
또 다른 채용 사이트에서도 중국에서 근무할 반도체 전문 인력을 뽑는다는 구인공고가 올라왔다. 이 업체 역시 구체적인 기업명을 언급하지 않고 중국 광둥성에 소재한 직원수 1000명 규모의 기업이라는 점만 밝혔다. 공고에는 반도체 정전척(ESC), 세라믹 파우더, 전자 페이스트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8~10년 이상의 경력 보유자를 스카우트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연봉 수준과 관련해선 "합격시 연봉은 이슈가 안된다"며 파격적인 처우를 시사했다.
중국의 '인재 사냥'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 양상은 미국의 제재와 압박으로 변화했다. 과거에는 대놓고 인재를 빼앗았다면 최근에는 주요국의 눈을 피해 은밀한 사냥에 나선 모습이다.
특히 미국이 중국의 해외 인재 유치 프로그램인 '천인계획'에 제동을 걸자, 중국은 '치밍(Qiming)'이란 이름으로 간판만 바꾼 프로그램을 다시 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프로그램은 반도체처럼 민감하거나 기밀정보가 많은 과학·기술 분야 인력을 모집한다. 중국이 2008~2018년 운영했던 천인계획과 달리, 채용 대상자 정보를 정부 홈페이지 등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외신들은 앞서 미국이 천인계획에 대해 정부 주도 산업 스파이 양산 프로그램이라 비판하고, 미 시민권자·영주권자의 중국 첨단 반도체 분야 취업을 금지한 것을 의식한 조처로 분석했다.
중국 당국은 치밍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 인재를 영입하며 주택 구입 보조금과 300만~500만 위안(한화 약 5억4500만~9억1000만 원) 상당의 계약 보너스를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다이아몬드, 가방, 자동차 등을 제공한다는 파격적인 조건까지 내건 것으로 전해졌다.
가명 기업, 비밀 공장, 장비 우회 수입
중국은 해외 인재 영입 뿐 아니라 반도체·장비 수입, 기술 확보 등에 있어서도 다양한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목표는 미국의 눈을 피하는 것이다. 미국의 수출 블랙리스트에 오른 화웨이는 중국 당국의 강력한 지원을 받아 지난해부터 중 전역에 반도체 제조시설을 비밀리에 건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 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화웨이는 중국 정부와 선전시에서 약 300억 달러(약 40조 원)를 지원받아 기존 공장을 두 곳 이상 인수했고, 신규 공장도 세 곳 이상 건설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다른 기업의 이름을 빌려 공장을 인수·건설하고 있다는 게 SIA의 설명이다. 미국 정부가 2019년부터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화웨이와 미 기업의 거래를 금지하자, 다른 간판을 달아 미국의 눈을 속이려는 전략이다.
중국이 우방국을 통해 미국이 통제 중인 반도체 장비를 수입했을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유엔무역통계에 따르면 말레이시아가 지난해 글로벌 3대 반도체 장비 수출국인 미국, 네덜란드, 일본에서 수입한 반도체 장비는 5억8000만 달러(약 7700억 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127.7% 늘어난 규모다.
특이한 것은 중국이 말레이시아에서 들여온 반도체 장비 규모도 5억9000만 달러(약 7800억 원) 불어났다는 점이다. 시장에선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제재를 피해 말레이시아를 통해 반도체 장비를 추가 확보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현지에서는 대(對)중국 수출이 금지된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고급 반도체인 'A100'을 편법으로 들여와 거래하는 암시장까지 형성됐다. 해외 기업들이 구매하고 남은 재고를 시장에 내놓으면 중국 판매상들이 이를 사들여 선전 등에서 판매하는 것이다. 인도, 대만, 싱가포르에 법인을 설립하고 이 회사를 통해 A100을 우회 수입하는 수법도 쓰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암시장을 통해 거래되는 제품 가격은 2만 달러(약 2600만 원)로 정상가의 두 배에 달하며, 중국의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수준의 물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중국은 자본을 통한 반도체 등 기술 기업 인수도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가 노골화되기 이전인 2021년 중국계 사모펀드(PEF)인 와이즈로드 캐피탈의 한국 매그나칩 반도체 인수 추진과 같은 작업들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매그나칩은 뉴욕 증시에 상장돼 매각을 위해선 미국의 승인을 얻어야 했는데, 당시 미 당국은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불허' 결정을 내렸고 결국 매그나칩 매각은 무산됐다. 최근에는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가 미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의 이름으로 미국, 영국의 기술 기업 등을 인수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시장에선 미중 반도체 패권전쟁의 승자가 누가 될 지 주목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반도체 봉쇄를 '전쟁 행위'로 묘사하며 "통제가 성공하면 중국은 한 세대 동안 불리한 상황에 놓이겠지만 실패할 경우 미국이 필사적으로 막으려는 그 미래를 앞당기는 등 엄청난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https://n.news.naver.com/article/277/000531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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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article/003/0012072770?sid=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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