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5/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DDOLKONG

안정효의 글쓰기만보 본문

Book

안정효의 글쓰기만보

DDOL KONG 2017. 6. 29. 04:15

 

- 조금씩, 날마다, 꾸준히 이것이 글쓰기의 세 가지 원칙이다.

  인간은 실제로 작업을 하는 동안이 아니라, 계획하고 기다리는 동안 가장 많은 일을 한다.

- 능력 대신 요령을 익히면, 그만큼 손해를 본다. 손해를 보는 듯싶지만 남의 일까지 대신 다 하는 사람은 능력 또한 남의 몫까지 얻는다. 그러니까 손해를 봐야 손해를 안 본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이다. 미련하게 힘든 글쓰기가 요령 좋은 글쓰기를 이긴다.

- 먼저 나에게 원칙이 있어야 타인의 원칙을 만날 때 비판하고  취사선택 할 능력이 생겨난다. 그래야 나 스스로 계속해서 새로운 원칙을 만들어낸다. 남이 글로 써놓은 원칙을 읽고 머리를 끄덕이며 무작정 그대로 따르는 사람은 엄마가 해주던 숙제에 익숙한 사람이다. 흉내는 결코 창조가 아니다. 남이 멋진 표현을 사용하면 그 맛을 음미하기만 하고, 훔쳐다 쓸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에 맞먹을 만큼 훌륭하고 좋은 표현을 생각해낼 능력이 없으면 차라리 입을 다물어야 한다. 그래야 남이 한 말이나 싱싱함을 유지한다.

- 번역을 가르칠 때 나는 학생들에게 처음 몇 달 동안 그들이 써놓은 글에서 '있었다'와 '것'과 '수'라는 단어를 모조리 없애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시킨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그 세 단어를 문장에서 너무 자주 사용한다. 믿어지지 않으면 지금까지 써놓은 일기에서, '이었다'와 '것'과 '수'에 모두 빨간 줄을 쳐보기 바란다. 자신이 쓴 글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쓴 비소설류의 모든 글이 비슷한 지경이다.

  어쨌든 이제부터는 한두 달이 아니라 적어도 몇 년 동안 자신이 쓰는 글에 이 세 단어가 들어가지 않도록 노력하기 바란다. "있을 수 있는 것" 단 세 가지 단어를 제거하기만 하더라도 글이 얼마나 윤기가 나는지 스스로 놀라게 되리라고 생각한다.

- 평생 성공하는 가수들은 가장 중요한 기본을 갖추었다. 목소리가 그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춤이 아니라 음악을 안다. 가수는 혼자서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이다. 글쓰기는 축구나 정치처럼 떼를 지어서 하는 활동이 아니다. 이러한 개별성은 글쓰기 작업 자체에서도 나타난다. 실질적인 글쓰기는 사상에 대한 이해보다 낱단어를 다루는 방법과 기술에서 시작된다. 이것은 똑같은 표현을 다른 여러 방법으로 다양화하는 첫걸음이다.

- 기억은 결코 확인을 이기지 못한다.

- 몰입, 작품에 대한 몰입 상태는 영화나 소설에서 전개되는 상황이 완전한 진실이라는 착각에 기초를 둔다.

- 미국에서 출판되는 글쓰기 안내서 < 단락과 주제[Paragraphs and Themes] > (P.Joseph Canavan)

  1. 목적을 확고하게 마음속으로 정해놓는다.

  2. 전개하고 발전시킬 소재(대상)에 대해서 충분한 지식을 확보했는지를 확인한다.

  3. 원인과 결과를 분명하게 구분한다.

  4. 직접적인 원인과 간접적인 원인들을 분류한다. 자신이 설정한 기본적인 구상을 전개하기에 가장 효과적인 원인들과 결과들을 선정한다.

  5. 어떤 한 가지 사건에서 작가가 특별히 관심을 느끼는 요소가 조건들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6. 복합적인 사건이나 상황은 흔히 몇 가지 조건이나 환경의 영향을 함께 받아서, 어떤 조건들을 중요하고 직접적인 관련이 분명하지만, 어떤 조건은 중요하지 않고, 또 어떤 조건은 우발적이기도 하다.

  7. 진정한 원인이 아니라면 원인으로 수용해서는 안 된다.

  8. post hoc(논리학에서 전후관계나 인과관계를 혼동하는 오류를 뜻하는 라틴어 표현)을 저지르지 마라. "post hoc, ergo propter hoc"이라는 말은 "이런 일이 일어났고, 그래서 이것 때문에"라는 뜻이다.

  9. 연쇄적인 원인과 결과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하나의 원인은 다른 결과를 가져오는 효과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 "하고 싶은 말을 다 했으면, 끝내라."

  '정곡'은 항상 뒤집기만 하지도 않는다. 무엇인가 질펀하게 얘기를 늘어놓다가, 느닷없이 결론을 지어 독자의 기가 막히게 만드는 기법 또한 절묘하다. 예를 들어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레이더스 (Raiders of the Lost Ark)]에서 인디아나 존스가 아랍인과 장터에서 벌이는 대결 장면이 그러하다. 아랍인이 멋지게 칼을 휘두르며 뜸을 들이자 인디아나 존스는 한참 구경하다가 한심하다는 듯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고는 권총을 꺼내 쏴버린다. 극장 안에서 폭소가 터진다.

- 장단은 문장과 문단 또는 단어의 길이뿐 아니라 구두점에서도 나타난다. 마침표는 한 박자를 쉬고, 쉼표는 반 박자를 쉰다. 그래서 쉼표는 문장에서 박자와 음악을 만든다.

- 지적한 바와 같이 이미 써놓은 글에서 형용사와 부사를 아무리 없애려도 해도 안 없어진다면, 형용사와 부사가 주류를 이루는 글을 쓰면 된다. 자신이 쓰는 글의 성향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문체를 스스로 개발하면 그만이다. 문학적 글쓰기만이 모든 글쓰기는 아니고, 대중적 글쓰기도 분야는 무진하다. 자신의 글쓰기 습성을 바꾸기 어렵다면 자신에 맞는 글쓰기 분야를 찾아야 한다.

- 막상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 너무 할 일이 많다. 그것도 지금까지 살펴 본 바와 같이 한꺼번에 할 일이 너무 많다. 낱단어 고르기부터 시작하여, 문장을 만들고 의도적으로 균형을 깨뜨리고, 남들과 다른 독창적인 시각을 부여하고, 눈에 보이는 생생한 묘사를 하여 다채로운 인물상을 만들어내는 따위의 온갖 사항을 고려하며 한 줄 한 줄 써내려가야 한다.

- 반복은 기대감을 자극할 뿐 아니라, 새로운 얘기를 들어도 친숙한 느낌을 받고, 귀소의 안도감까지 느끼게 만든다.

  마음이 편한 사람을 만나면 우리는 경계심이 풀어져 의심을 하지 않고, 의심을 하지 않는 사람은 남의 말을 잘 듣는다.

- 영감(inspiration)은, 특히 장편소설의 경우, 한 순간에 반짝 떠오르는 축복이 아니라, 이렇게 오랜 시간이나 세월에 걸쳐 공을 들여 조금씩 쌓아 올리는 무형의 집 한 채와 같다.

- 속이려는 자와 속지 않으려는 독자 사이에는 항상 긴장이 존재한다. 이러한 긴장의 대결에서 독자보다 상상력이 미치지 못하는 작가라면, 특히 추리소설 작가가 그렇다면, 얼른 직업을 바꿔야 마땅하다.

-  글쓰기에서도 무엇 하나가 특별히 중요하다기보다는 모든 과정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되겠지만, 그래도 화법이나 주제 또는 전개방법 따위 하나가 압도적이면 다른 약점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모든 것을 조금씩 다 잘하기보다는 무엇인가 하나를 출중하게 잘해야 한다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무엇인가 하나를 잘하기 위해서는 모든 면에서 기본은 갖춰야 한다. 어떤 면에서나 하나가 크게 잘못되면 전체를 망친다는 역 또한 성립되기 때문이다.

- 쪽지는 좋거나 멋진 어떤 생각이 날 때마다, 길을 가다 걸음을 멈추고라도, 즉시 적어두는 습관이 좋다.

- 남들보다 조금 먼저 알기보다, 늦게라도 좋으니 스스로 깊게 깨치는 배움이 필요하다.

- 글쓰기의 기본적인 도구는 언어이며, 작가는 어휘를 지배해야지, 화려한 어휘의 거짓된 매력에 끌려 다녀서는 안 된다.

  낱단어의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그 단어를 꼭 쓰기 위한 문장을 만들었다면 그것은 잘라버려도 좋은 군더더기이다. 비만성 단어는 남들이 고치자고 덤비기 전에 스스로 찾아내고 잘라내어 살빼기를 해야 한다.

 < 모든 고전은 시대를 이겨낼 만한 가치를 지닌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