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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정부, 퍼스트리퍼블릭 개입 꺼려”…“서머스, 연방 디폴트 확률 2~3%”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본문
2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마이크로소프트(MS)의 7.2%가 넘는 주가 급등에도 퍼스트리퍼블릭뱅크 주가 폭락에 혼조세로 마감했습니다. 나스닥이 0.47% 오른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38%, 0.68% 내렸는데요.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한때 연 3.37% 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3.45%를 넘기도 했습니다.
이날 퍼스트리퍼블릭은 수차례 거래정지가 이뤄졌음에도 29.75% 폭락해 역대 최저치를 새로 썼는데요. 앞으로 며칠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영국은 MS의 블리자드 인수를 불허했는데요. 블리자드 주가가 11.45% 폭락했습니다. 장마감 후 예상을 뛰어 넘는 실적을 내놓은 메타 한때 12% 넘게 올랐는데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가능한 한 빨리 휴전 협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독일 정부는 당초 예상의 2배인 올해 0.4%의 경제성장을 예상한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퍼스트리퍼블릭의 상황을 추가로 알아보고 증시 전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최대 이슈인 퍼스트리퍼블릭 상황부터 보죠. 이날 미 경제 방송 CNBC는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측에서 대형 은행들에 도움을 한 번 더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는데요.
개념은 이렇습니다. 어제 블룸버그가 퍼스트리퍼블릭이 자산 500~1000억 달러를 매각하려고 한다고 한 바 있죠.
3월 말 현재 퍼스트리퍼블릭의 대출 잔액은 약 1730억 달러입니다. 이중 약 1000억 달러가 모기지인데요. 대출과 채권 모두 금리가 낮을 때 보유하게 된 것들이라 지금은 값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특히 퍼스트리퍼블릭이 재무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지금 팔면 제값을 받기 힘든데요. 이를 대형 은행들이 비싸게 사주는 겁니다. CNBC는 “대형 은행들이 이 과정에서 수십 억 달러의 손해를 볼 수 있다”고 했지요.
언뜻 대형 은행이 이 카드를 받아들일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이들 은행은 퍼스트리퍼블릭에 300억 달러의 예금이 들어가 있습니다. 발목이 잡혀 있죠. 처음부터 시작이 안 좋았던 건데요.
만약 퍼스트리퍼블릭이 자산 매각에 실패해 영업정지를 당하면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첫째, 미 연방보험공사(FDIC)가 실리콘밸리은행(SVB) 때처럼 특별히 전액 예금보장을 해주는 겁니다. 둘째는 FDIC가 별도의 예금보장을 해주지 않는 거죠.
첫 번째의 경우 300억 달러는 살릴 수 있지만 별도의 예금보험료 부담이 생깁니다. FDIC는 현재 SVB와 시그니처뱅크 전액 보장에 225억 달러를 썼습니다. 여기에 퍼스트리퍼블릭 전액보장에 따른 추가 보험료를 납부해야 할 수 있는데요.
두 번째는 더 심각합니다. 대형 은행은 300억 달러 예금 가운데 상당 수를 잃을 수 있죠.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채권을 비싸게 사서 막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건데요. CNBC는 “미국 정부가 퍼스트리퍼블릭을 살리는 일에 개입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민간 차원에서 해결하라는 뜻인데요. 블룸버그는 “FDIC가 퍼스트리퍼블릭에 대한 자체 평가등급을 낮출 수 있으며 이는 퍼스트리퍼블릭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할인창구 대출이나 이번에 새로 만든 은행기간대출프로그램(BTFP) 접근을 제한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여기에도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퍼스트리퍼블릭과 대형 은행에 거래를 빨리 끝내라는 압력을 주면서 만에 하나 생길 수 있는 영업정지를 대비하려는 거죠. 영업정지를 당할 수 있는 은행에 정부 자금을 더 빌려준다는 건 말이 안 될 겁니다. 연준은 은행의 자본과 감독 등급을 고려해 돈을 빌려주는데요. 이는 대출 횟수와 기간에 영향을 주죠.
결국 여진이 지속할 수밖에 없습니다. 퍼스트리퍼블릭을 둘러싼 거래가 최종 결렬되고 FDIC마저 전액 예금보장을 하지 않을 경우 다시 한번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인데요. 대형 은행 주주들은 퍼스트리퍼블릭 추가 지원에 배임 문제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평가처럼 무엇 하나 쉬운 길이 없는데요.
밥 미쉘 JP모건 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의 은행 위기는 퍼스트리퍼블릭 뿐만 아니라 금융권 전체의 문제기도 하다. 나는 이것이 퍼스트리퍼블릭에만 제한돼 있다고 말하는 이들은 순진하다(naive)고 생각한다”며 “지역은행들은 지금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와 연방주택대출은행에 극도로 의존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언제 (완전히) 끝날지 모른다”고 지적했습니다.
물론 이날 다른 지역은행인 팩 웨스트는 주가가 7.47% 폭등했습니다. 3월 말 현재 예금이 작년 말 대비 57억5000만 달러 감소했지만 4월 들어 7억 달러 증가했다는 발표 때문인데요.
하지만 2차 효과인 지역은행의 대출 축소와 상업용 부동산, 나아가 그림자 금융 쪽의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리서치 헤드는 “회계처리 문제와 별도로 현실은 대출과 채권의 가치가 (금리상승으로) 훨씬 낮고 누군가는 그 손실을 감당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은행이든 비은행이든 같은 위험에 직면해 있다. 은행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그림자 금융이란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비은행 금융사나 금융상품을 뜻합니다. 각종 펀드나 신탁, 자산유동화 상품을 의미하는데요. 연기금과 생명보험사, 헤지펀드 등도 포함되죠.
그레그 입 월스트리트저널(WSJ) 수석 경제논설위원은 “지금의 은행 문제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그림자 은행은 빠르게 성장했고 은행과 마찬가지로 높은 금리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지난해 9월 영국의 연기금 손실과 한국의 레고랜드 사태를 언급했는데요. 그는 “은행 파산의 드라마가 아니더라도 금융시장에 긴장감이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크리슈나 구하 에버코어ISI 부회장은 “퍼스트리퍼블릭 문제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5월 금리인상을 건너 뛰고 6월에 금리를 올리겠다는 신호를 보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지만, 앞서 미국 정부가 퍼스트리퍼블릭 개입을 최대한 꺼리고 있다는 것을 보면 미 정부가 퍼스트리퍼블릭의 영업정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기준금리에 영향을 줄 큰 사안으로 본다면 그냥 놔두지는 않겠죠.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때도 그랬고 아직 통화정책과 금융안정을 별도로 대응한다는 방침도 바뀐 게 없는데요.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5월 0.25%포인트(p) 금리인상 확률이 오후2시12분 현재 76.7%입니다.
실제 인플레이션 우려는 여전하죠. 이날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경기침체 없이는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인 2%로 되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는데요. 그는 이날 “최근의 은행 위기가 연준의 금리인상 작업의 효과를 내는 신용축소로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코로나19 때의 대규모 재정부양과 저금리가 미국을 2% 인플레이션 국가에서 5% 인플레 국가로 바꿔놓았다. 경제가 크게 둔화하지 않는 한 2% 인플레 타깃으로 가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부채한도 도달에 따른 연방정부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에 대해 “기술적 디폴트 확률은 2~3% 수준이며 실제로 발생하더라도 재빨리 해결될 것”이라며 "인플레를 다루는 과정이 의미 있는(meaningful) 수준의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는데요.
이날 나온 3월 내구재 수주는 예상보다 높았습니다. 보잉사의 항공기 수주에 힘입어 3월 내구재 수주가 전월 대비 3.2% 상승했는데요. 블룸버그통신 집계치 중앙값이 0.7%였습니다. 2월 수치는 -1.0%에서 -1.2%로 조정됐는데요.
내구재는 3년 이상 쓸 수 있는 물품을 말합니다. 오래 쓰는 물건인 만큼 경기선행 지표로 여겨지는데요. 바산트 프라부 비자 카드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소비자들이 여전히 좋은 상태에 있다. 여행과 엔터테인먼트를 포함해 서비스 전반에 걸친 지출이 매우 강하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내구재를 볼 때는 항공기와 국방의 변동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이를 발라 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이번 3월 내구재 자료는 투자 쪽을 눈 여겨 봐야 하는데요. 항공기를 제외한 비국방 자본재 수주가 0.4% 하락해 예상(-0.1%)을 밑돌았죠. 2월 수치도 기존의 -0.1%에서 -0.7%로 내려왔습니다.
GDP 계산에 쓰이는 항공기 제외 비국방 자본재 출하도 -0.4%로 월가 전망(0.1%)을 하회했는데요. 블룸버그는 “경기가 둔화하고 대출 조건이 강화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투자 계획을 철회하고 있다”며 “이코노미스트들은 자본 지출의 감소를 경기침체의 주요 요인으로 보고 있기도 하다”고 설명했습니다.
‘GDP=가계지출+기업투자+정부지출+순수출(수출-수입)’인데요. 내일인 27일 나올 1분기 GDP를 보면 경기 흐름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질 수 있습니다. 시장의 전망은 다소 엇갈리는데요. 이날 기준 블룸버그통신 1분기 GDP 집계치는 연율 기준 2.0%입니다. 최저치가 0.4%, 최대는 3.5%인데요. 가장 최근인 이날 전망치로는 웰스 파고가 0.8%, TD증권 1.2%, UBS 증권 1.5%, JP모건증권 2.6% 등입니다. 범위가 넓죠.
베로니카 클라크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27일 나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2.3%가 될 것으로 예상하며 가계소비가 강할 것”이라며 “소비 5.0% 증가를 전망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반면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은 이날 미국의 1분기 GDP 전망치를 1.1%로 낮춰 잡았는데요. 지난 18일에는 2.5%였습니다. WSJ은 “1분기 GDP에 실망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는데요. 2.1%를 점치고 있는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금까지는 경제가 회복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앞으로 훨씬 더 느린 성장이 예상된다”며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성장률이 1% 수준이고 일자리 증가는 정체되며 실업률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좋은 것으로는 이번이 마지막일 수 있다는 말이죠.
내일 나올 지표 전망치를 좀 더 보면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24만8000건으로 전주(24만5000건)와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최소 2주 연속 실업수당을 청구하는 계속 청구건수도 186만8000건으로 3000건 정도만 증가했을 것으로 예측되는데요. 1분기 GDP 물가지수는 3.7%로 전기(3.9%)보다 다소 감소했을 것으로 나옵니다.
시장 상황 더 보면, 존 우즈 크레디트 스위스 그룹의 아시아 태평양 CIO는 “시장은 어닝 이야기 중 일부에 매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경기둔화를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며 “여러 기술적 신호에 따르면 위험을 회피해야 하는 시기”라고 했습니다.
이날 나스닥이 상승하긴 했지만 베어드의 로스 메이필드 투자 전략 애널리스트는 “어닝이 시장을 더 끌어올리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며 “주가가 한 단계 더 오르기 위해서는 더 좋은 어닝이 있어야 한다. 특히 다른 역풍이 있을 때는 더 그렇다” 했는데요.
물론 모든 주식에 조심하라는 건 아닙니다. 조시 브라운 루트홀츠 자산운용의 최고경영자(CEO)는 “인공지능(AI)에 대한 거품이 커질 수 있는데 MS 주식은 안전하게 AI에 투자하는 방법”이라고 했는데요. 퍼스트리퍼블릭이 오늘 부로 되돌아 오기 힘든 강을 건넌 만큼 이번 주 어떤 추가적인 움직임이 나올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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