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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SVB 파산, 오히려 좋아? ‘주담대 금리’ 더 내릴 듯 본문
정점에 도달한 뒤 조금씩 내려갈 조짐을 보이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의 내림세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주담대 준거 금리가 되는 지표들이 빠른 속도로 내리막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이 불러온 나비 효과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은행연합회는 올해 2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를 전월 대비 0.29% 포인트 낮은 3.53%로 공시했다. 신규 취급액 코픽스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SC제일·한국씨티은행 8곳이 은행채 발행과 정기 예·적금 모집 등으로 새 자금을 조달할 때 얼마나 큰 비용을 치렀는지를 집계한 지표다. 신규 취급액 코픽스가 하락했다는 것은 은행권 자금 조달 비용이 줄었다는 의미다. 은행권이 향후 주담대를 내줄 때 더 낮은 금리를 매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신규 취급액 코픽스는 지난해 11월 4.34%까지 상승했다가 같은 해 12월 4.29%, 올해 1월 3.82%,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내림세인데 더 내릴 가능성이 크다. 우선 코픽스 구성 요소 중 하나인 은행채 금리가 급락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 AAA등급 무보증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 13일 연 4.08%로 SVB 파산 사태 발발 직전인 지난 10일(4.29%)보다 0.21% 포인트나 하락했다. 지난 2일(연 4.56%)과 비교하면 11일 새 낙폭은 0.48% 포인트에 이른다. 국채 3년물 금리도 지난 13일에는 기준금리(3.5%)보다 낮은 연 3.43%까지 하락했다.
다른 코픽스 구성 요소인 은행권 정기 예·적금 금리도 낮아질 전망이다. 은행권이 정기 예·적금 금리를 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은 기준금리다. 애초 세계 금융 시장에서는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오는 21~22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빅스텝(기준금리 0.5% 포인트 인상)을 밟아 현재 4.5~4.75%인 기준금리를 5~5.25%로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SVB 파산 이후 미국 금융 시장이 출렁이면서 연준의 돈줄 죄기에 제동이 걸렸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최근 “연준이 이달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하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연준이 통화 긴축 속도를 늦추면 한국은행(한은)의 정책 결정에도 여유가 생긴다. 지난달 23일 열렸던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를 제외한 금융통화위원 6명 중 5명은 기준금리를 0.25%가량 추가 인상할 가능성을 시사했었다. 그러나 SVB 파산에 따른 여파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삼성증권은 “예상치 못한 SVB 파산 사태로 금융 불안 위험은 커지고 연준의 최종 기준금리 상단에 대한 눈높이는 낮아졌다”면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중 동결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부 시중은행에서는 주담대 금리 상단이 연 5%대로 하락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은 변동형 주담대 금리를 연 4.33~5.73%로 낮추기로 했다. 지난 9일 발표한 가계대출 상품 금리 인하에 코픽스 하락분을 적용한 결과다. 우리은행의 경우 신규 코픽스를 기준으로 하는 변동형 주담대 금리를 연 5.39~6.39%에서 5.1~6.1%로 인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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