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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OLKONG

중독에 빠진 뇌 과학자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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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에 빠진 뇌 과학자

DDOL KONG 2022. 8. 27. 01:55


- 우리는 수많은 선택과 마주하는데, 그 선택들에 좋고 나쁨, 질서와 무질서, 삶과 죽음을 선명하게 구분해주는 선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쩌면 누군가는 규칙이나 관습을 따랐기 때문에 자신이 순수하고, 안전하고, 지금 누리는 유복한 상태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착각하며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만약 세상에 악마가 있다면 그건 바로 우리의 내면에 있다. 내가 가진 가장 큰 자산은 바로 나의 주적이 외부에 있지 않다는 깨달음이다. 그덕에 나는 내가 겪는 모든 일에 감사를 느낀다. 우리는 모두 잘못된 길을 갈 가능성을 안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사실상 자유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일 테니까.
내가 배운 것은 중독의 반대는 단순히 약물을 취하지 않은 상태가 아니라 자신의 삶의 방향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상태라는 사실이다. 나같은 사람에게 약물은 자신이 자유로운 존재임을 망각하게 만드는 잠재적 도구로 작용한다. 하지만 그 누구라도 수없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직업이나 가족, 그리고 그 밖의 여러 가면과 익숙한 허울 들을 벗어 던지고 탈선을 감행할 수 있다. 제임스 볼드윈의 표현처럼 '자유란 견디기 힘든 것'이다. 만약 우리를 둘러싼 상황이 얼마나 쉬이 변할 수 있는지 알아차리지 못했다면, 그저 앞으로도 자신의 습관과 은행 계좌를 비롯하여 삶을 지탱하는 버팀목들이 무탈하게 제자리를 지킬 수 있기를 기도하기 바란다.

- 약물은 그동안 내 삶의 문제들에 해결책을 제시해준 것이 아니라 삶이 완전히 텅 빌 때까지 회생의 싹을 조금씩 전부 잘라낸 것이었다.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애쓰던 나는 병을 얻었고, 즐거움을 좇다 불안과 두려움이 지속되는 상태로 지내야 했으며, 자유를 원했지만 결국 노예가 되었다. 겨우 10년 사이, 위안의 원천이었던 약물들은 완전히 나를 배신해 내 삶을 누구도 살 수 없는 깊은 골짜기로 만들어놓았다.

- 뇌와 척수를 일컫는 중추신경계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복잡하기는 하지만 사실 이를 구성하는 세포들이 하는 일은 끊임없이 두 가지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다. 바로 환경에 반응하고 적응하는 일이다. 이 두 가지 기본 기능이 곧 약물이 어떻게 우리 몸에 작용하고, 또 어떻게 중독으로 발전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핵심이 된다.

- 뇌는 기본적으로 대비 탐지기 역할을 수행한다. 우리가 일상적인 상태와 확연하게 다른 경험을 하게 되면 뇌의 특정한 회로에서 신경화학적 변화가 일어나 먹거나 마시거나 성관계를 할 기회, 위험이나 고통, 아름다움이나 쾌락이 주어지는 상황처럼 우리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온갖 정보를 알려준다. 뇌가 이 대비 탐지 작업을 수행하는 데 핵심이 되는 안정적인 기저선을 유지하는 능동적인 과정을 항상성이라고 하며, 이는 설정값, 비교 대상, 조절 기제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러한 원리는 인간의 체온이 약 36.5도로 유지되는 현상을 통해 이해하면 쉽다. 우리의 몸은 체온이 이보다 높아지거나 낮아지면 이를 알아차리고 땀을 흘리거나 신체를 떠는 등 본래의 기저 온도로 되돌리려고 한다. 기분 역시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좁은 범위안에서만 변화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기분은 자신이 개인적으로 정해둔 중립상태의 괜찮음인데, 만약 이 상태가 기본으로 유지되지 않는다면 '좋은' 혹은 '나쁜' 사건을 감지할 수 없을 것이다.

- 중변연계는 음식을 먹거나 성관계를 하는 등의 행동을 증진하기 위해 진화했으며, 이로부터 얻어지는 쾌감은 전희와 연관된 '스릴'이나 즐거움 같은 정서적 경험과 달리 감정적인 상태가 아니다. 아울러 이제는 쾌락의 반대가 우울이 아니라 안헤도니아(무쾌감), 즉 쾌락을 경험하는 능력이 결여된 상태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물론 우울과 안헤도니아가 서로 완전히 다른 개념은 아니다. 실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 중 상당수가 쾌감 또한 잘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중변연계 경로는 우울증을 해결하는 데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안정적인 희망이 아니라 일시적인 즐거움만을 전해줄 따름이다. 물리적으로 뉴런을 절단하거나 약물로 도파민을 차단하는 등의 방법으로 중변연계 경로의 활동을 막으면 유기체는 쾌락을 경험할 수 없게 된다.

- 중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도파민 회로가 또 하나 있다. 뇌 아랫부분의 흑질과 각 반구의 중심부에서 큰 영역을 차지하는 선조체를 잇는 흑질선조체 경로다. 흑질선조체 경로 내의 도파민은 우리가 어떤 자극에 가까워지거나 멀어지는 행동을 취하게 한다. 측좌핵에서 분비된 도파민이 주변에서 뭔가 새롭고 흥미로운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과정에서 이 두 번째 회로를 활성화해 우리가 몸을 움직이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 중변연계 경로의 도파민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일의 가치를 일깨워주고, 흑질선조체 경로의 도파민은 이를 직접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게 해준다. 남용약물은 이 두 가지 경로를 모두 자극하므로 약을 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이를 계속해서 찾게 되는 것이다.

- 일반적으로 약물의 사용이 예측 가능하고 빈번해질수록 중독성은 커지게 된다.

- 중독성 약물을 규정하는 세 가지 법칙
1. 모든 약물은 이미 진행 중인 과정의 속도를 변화시킴으로써 작용한다.
2. 모든 약물에는 부작용이 존재한다.
3. 뇌는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약물에 대해 그 효과를 상쇄하는 방식으로 적응한다.

첫 번째 법칙은 약물이 전혀 새로운 작용을 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가리키는데, 약물은 기존의 뇌 구조물들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통해서만 효과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약물이 이미 진행 중인 신경활동의 속도를 높이거나 낮추는 식으로만 작용함을 의미하며, 그것이 약물이 가진 능력의 전부이다.

두 번째 법칙은 모든 약물에는 부작용이 있다는 사실이다. 정상적인 신경전달물질과 달리 약물은 특정 세포나 회로에만 전달되도록 정확하게 조준되지 않기 때문이다. 약물은 주로 혈액을 통해 전달되어 신경계 전반에 상당히 균일한 농도로 존재한다. 그리고 마주치는 모든 수용체에 마구잡이로 작용한다.

세 번째 법칙은 가장 흥미로우면서 중독과 특히 관련이 깊다. 이 법칙은 뇌가 약물에 어떻게 반응하는가(약물이 뇌에 어떻게 작용하는가가 아닌) 에 관한 것이다. 뇌는 단순히 약물 작용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존재가 아니라 약물의 효과에 능동적으로 반응하는 기관이다. 뭐가 되었든 뇌 활동에 영향을 주는 약물을 반복해서 사용하면 뇌는 해당 약물과 관련된 변화들을 상쇄하기 위해 신경적응을 일으킨다.

- 중독자는 피곤해서 커피를 마시는 게 아니다. 커피를 마셨기 때문에 피곤한 것이다. 일상적으로 술을 마시는 사람은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칵테일을 들이켜는 게 아니다. 술을 너무 많이 마셨기 때문에 온종일 긴장과 불안이 가득했던 것이다.헤로인은 초심자에게는 황홀감을 주고 고통을 없애주는 약이지만 중독자들은 헤로인이 없다면 극심한 고통을 느끼다 보니 약을 끊을 수가 없다. 뇌는 언제나 약물이 내는 효과와 정반대의 상태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반응한다. 그러므로 정기적으로 약을 사용하는 사람이 정상 상태를 찾는 유일한 방법은 약을 하는 것뿐이다.

- 솔로몬은 자신의 제자였던 존 콜비트와의 연구를 통해 신경계는 우리의 기분에 변화를 일으키는 자극이라면 무엇이든,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효과를 상쇄한다고 주장했다. 그 자극이란 약물일 수도 있고, 좋거나 나쁜 소식, 사랑에 빠지는 것, 혹은 스카이다이빙이 될 수도 있다. 솔로몬과 콜비트는 반대과정이론으로 기분 상태도 체온이나 수분 균형과 마찬가지로 '설정값' 부근으로 유지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아울러 '좋음', '나쁨', '행복함', '우울함', '신남'을 비롯한 모든 감정은 우리가 '중립정서'라고 지각하는 안정적인 기분 상태가 붕괴되었음을 나타낸다고 주장했다. 그러니까 반대과정이론은 뇌 기능에 변화를 가해 우리의 기분에 영향을 주는 자극은 모두 그 자극의 효과와 정확히 반대되는 뇌 반응을 야기할 것이라고 상정한다.

- 정보는 뇌세포들의 고정적인 '시그니처' 활동(뇌세포 고유의 기본 활동) 수준과 대비가 이루어짐으로써 탐지되고, 전달되고, 지각되며, 그에 따라 뇌세포의 활동이 느려지거나(억제) 빨라지는(흥분) 반응을 낳는다. 그 결과 우리의 감정 상태는 고정불변까지는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로 안정을 이룰 수 있다. 사람마다 설정값에 조금씩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한 개인의 고유한 중립상태는 생애 전반에 걸쳐 견고하게 유지된다. 따라서 태평한 아이는 자라서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어른이 되고, 비관적인 아이는 상황에 관계없이 염세적인 사람으로 살아갈 확률이 높다.


뇌가 자극에 처음 노출됐을 때는 a과정이 아직 뇌의 상쇄 기제에 의해 감소되지 않았으므로 A 상태를 온전히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b 과정이 진행되기 시작하면서 A 상태의 강렬함이 다소 약화된다. 이러한 조절 현상에 따라 처음 최고조에 다다랐던 기분은 점차 안정단계에 접어든다. a 과정은 자극을 직접적으로 반영하기에 자극이 같은 한(특정한 양의 알코올이나 헤로인 등) 언제나 결과가 동일한 반면 이를 상쇄하는 b 과정은 자극에 대한 노출시간이 늘어나고 횟수가 거듭되면 학습을 하기 시작한다. 자극을 반복적으로 마주하게 되면 b 과정은 항상성을 위협하는 상황이 닥쳐도 중립을 잘 유지할 수 있게 큰 강도로 빠르게 나타나 오랜 시간 지속된다. 더구나 b 과정은 a 과정이 닥칠 것을 예고하는 환경 자극만으로도 발동한다. 음식이 눈앞에 없을 때도 침을 흘리도록 학습한 파블로프의 개처럼 말이다.

자극으로 인한 경험이 얼마나 극적으로 달라졌는지 보기 위해 b과정이 일어난 후에는 기분 상태에 겨우 미약한 상승밖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하자. 외부 자극이 초래한 생물학적 변화에 강력한 상쇄 작용으로 대응하는 뇌의 학습 능력이 있는 한 그 어떤 약물도 금단증상과 갈망을 면하기 위한 수단일 뿐 그 이상의 상승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절묘하게 그려낸 이 그림은 중독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이론적 중심이자 이 책의 핵심이다. 아울러 어째서 금단과 갈망 상태는 언제나 그 약물이 내는 효과와 정반대의 형태로 나타나는지 또한 설명해준다. 만약 어떤 약물이 기분을 진정시켜주었다면 그에 대한 금단증상과 갈망으로는 불안과 긴장감을 경험하게 된다. 어떤 약물이 각성을 도왔다면 적응 시 무기력을 겪게 되고, 고통을 덜 느끼게 해주었다면 괴로움은 온전히 사용자의 몫이 된다.


- 술이 대형 망치, 일명 오함마이고 코카인이 레이저라고 한다면 대마는 한 통의 새빨간 페인트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비유가 성립하는 데는 적어도 두 가지 근거가 있다. 첫째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시피 대마가 음악이 경이롭게 들리고, 음식이 맛있게 느껴지고, 농담이 유쾌하게 여겨지고, 눈에 들어오는 모든 색깔이 찬란하게 보이는 등 갖가지 환경적인 자극의 속성을 매우 강렬하게 경험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둘째는 약의 효과가 섬세하고 특정적이기 보다는 변화무쌍하고 광역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마치 4인치 대형 붓으로 20리터에 달하는 페인트를 온갖 신경전달 과정에 처덕처덕 칠하는 것과 같다.

- 사람들은 불쾌한 기분을 줄이기 위해서도 약물을 복용한다. 이러한 경향성을 부적 강화라고 하며, 여기서 유발되는 동기가 알코올남용을 야기하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알코올 및 진정제들은 불안 수준을 낮춰준다는 점에서 부적 강화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아편이 그토록 매력적인 것도 고통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각성제 또한 지루함을 감소시킨다는 점에서 마찬가지 이점이 있다. 게다가 알코올이 감소시키는 불안이 선척적으로 불안 수준이 높은 이들에게 더 큰 강화가 되다 보니 불안한 성향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상습적으로 음주를 하게 될 위험이 더 높다.

- 정적 처벌은 약물을 다시 사용할 가능성을 감소시킬 만한 불쾌한 결과에서 비롯된다. 예컨대 술을 마시고 토하거나 숙취에 시달린다든지 벌금과 대중의 질타 등의 결과를 경험할 경우 상습적으로 음주를 할 경향이 줄어들 수 있다.

- 어떤 이들은 흔한 유전자 변이로 인해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하는 효소가 선천적으로 결핍되어 평생을 안타부스를 복용한 것 같은 상태로 살아가기도 한다. 이 돌연변이는 유럽계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드문 반면 동북아시아인의 경우에는 인구의 약 절반에게서 나타난다. 이런 사람들은 알코올 섭취 후 한 시간 내에 얼굴이 붉어지고 두드러기가 나고 숨이 가빠지는 등 알코올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을 경험한다. 이 돌연변이는 폭음 경향성을 낮춰주지만 그렇다고 알코올중독을 완전히 예방하지는 못하는데, 처벌이 행동에 미치는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한편 니코틴 대사를 담당하는 1차 효소가 결핍된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흡연시 혈중 니코틴 농도가 남들보다 높고 지속시간 또한 길다. 니코틴 과다 역시 불쾌감을 유발하므로 이들도 마찬가지로 흡연을 할 가능성이 적으며, 담배를 피운다고 하더라도 남들보다 금연에 성공하기가 쉽다.

- 뇌 발달이 빠르게 이루어지는 시기에 술에 취하지 않는 것이 중독의 위험성을 낮추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다. 실제로 13세부터 21세 사이에는 음주를 시작하는 시기가 1년씩 늦춰질수록 물질남용 및 의존에 빠지게 될 위험이 약 5퍼센트씩 감소한다. 그럼에도 젊은 사람들은 폭음하기가 쉬운데, 신경생물학적으로 이 무렵이 새롭고 위험성 높은 경험을 추구하고 즐기도록 생겨먹었다는 점도 한 가지 이유다.

- 약물의 역사를 연구해온 니콜라스 라스무센은 이렇게 말했다. "진정제의 역사는 매번 아무런 부작용이나 중독성이 없는 척하는 '제품 혁신'의 끝없는 반복이다. 그러다 부작용이 밝혀지면 제약 회사는 그저 다른 새로운 제품을 홍보한다."

- 우리의 부모나 조부모가 남용약물에 노출되는 것이 곧 우리의 약물복용 가능성 또한 높아지게 만든다는 가설은 점점 더 기정사실화되어가고 있다. 사실상 b 과정이 대를 이어 이루어지는 것이다.

- 청소년기의 경험은 뇌와 행동에서 영구적인 패턴으로 구체화된다. 청소년기에 약물에 노출될 경우 약물로 인한 신경생물학적 변화가, 신경발달 과정에서 성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는 연령인 25세 이후에 약물을 접했을 때보다 훨씬 크고 오래도록 지속된다

- 최신 신경과학이 밝혀낸 가장 놀라운 사실은 모든 신경활동이 맥락 의존적인 특성을 지닌다는 것이다. 우리의 사고와 감정, 행동은 전부 신경화학적인 뇌 활동의 산물인데도 이 활동을 일으키는 원인은 대부분 뇌 안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뇌는 우리가 속한 진화론적, 사회적, 문화적 맥락을 반영한다. 뇌는 우리의 사고, 감정, 행동이 자라날 수 있는 흙의 역할을 하지만, 이들 각각은 뇌 내부의 구조물 및 외부의 요인들이 상호작용한 결과물이다. 우리는 사회적 동물로 유전체의 구조와 활동, 그리고 뉴런 간의 전기화학적 흐름에 깊은 영향을 미쳐 결국 우리의 모든 행동과 경험에까지 영향을 주는 다양한 맥락 속에서 성장한다. 그러므로 중독 문제의 해답은 뇌 안에서만 찾을 것이 아니라 여러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 현재 인류는 진화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세계가 겪는 비극과 고통을 날카롭게 인식한다. 그에 따른 부담을 외면하고 부정하려는 시도가 점점 더 절박하고 만연해가는 고통스러운 상황이기도 하다.

- 우리의 신경생리학은 분명 기울어진 운동장이지만 우리가 취하는 행동이 뇌의 구조와 기능을 변화시킬 수 있고 실제로 변화하고 있으므로 우리의 삶과 타인의 삶에서 우리는 아마도 자신이 깨닫고 실행하는 것보다 더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약물을 손쉬운 편법으로 여기는 성향이 남들보다 더 강하기 마련이지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우리는 모두 같은 저울 위에 올라 있다. 중독률의 증가는 고독, 미래에 대한 불안, 페이스북 '친구'가 있음에도 겪는 외로움, 일상화된 탐욕과 이기심의 부조리, 공감과 연결성을 평가절하하는 사회적 구조가 지우는 짐의 무게로 인해 눈금이 한쪽으로 젖혀진 것을 나타낸다.

- 갖가지 약물남용과 외부의 도움없이 문제를 해결해보려는 시도는 병적인 개인주의를 비롯하여 중독이 발생하는 데 필요한 요소들을 제공한다. 중독의 원인(혹은 치료제)을 찾으려는 시도는 아직 이렇다 할 결과를 내지 못했지만, 자신의 고통을 회피하고 타인의 괴로움을 측은지심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이기심이 이토록 만연한 중독 문제의 분명한 원인 중 하나다. 나는 인생의 참스승으로서 고통이 지닌 가치가 지나치게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나의 실패 경험과 단점들은 성장과 변화의 원천이 되어주었지만 이는 내가 이 고통들을 직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어떠한 형태든 절망감은 타락 행위를 낳는다. 건실한 시민과 타락한 범죄자 사이의 주요한 차이는 그 인물이 처한 상황이며, 그중 상당수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 있다는 사실을 사회심리학이 증명해주었다.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성향, 어린 시절의 경험, 그리고 현재 속한 환경이 모두 합쳐져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이 폭을 대폭 제한한다. 한 인간을 중독으로 몰아가는 것은 헤로인이나 알코올, 니코틴, 코카인 따위가 아니다. 바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다.
이 같은 타락을 남의 일이라 치부하며 우월감을 느낄까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화학물질만이 일탈의 유일한 수단은 아니다. 인터넷중독, 오락 중독, 음식 중독, 쇼핑중독, 일중독 등 수많은 중독자가 있으며, 어쩌면 이 또한 물질사용으로 문제를 겪는 사람의 수만큼이나 많을 것이다.

- 중독이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이미 많은 사람이 겪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중독에 빠질 잠재력을 충분히 알아차리지 못할 경우에는 모두의 삶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문제를 인정하고, 외면하는 대신 깊이 들여다보며, 생각과 마음, 행동으로 도움이 필요한 이들과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이들이 손을 맞잡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중독은 우리 모두가 함께 해결해나가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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