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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OLKONG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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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

DDOL KONG 2022. 2. 28. 02:37

- 윈터링이란 추운 계절을 살아내는 것이다. 겨울은 세상으로부터 단절되어 거부당하거나, 대열에서 벗어나거나, 발전하는 데 실패하거나, 아웃사이더가 된 듯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인생의 휴한기이다. 이 시기는 질병으로 인해 찾아올 수도 있고, 사별이나 아이의 출생과 같은 큰 사건으로 인해 찾아올 수도 있고, 또는 치욕이나 실패로 인해 찾아올 수도 있다. 겨울나기를 하는 사람은 과도기에 있는 것일 수도 있고, 일시적으로 현실 세계와 어딘가 다른 세계 사이에 떨어진 것일 수도 있다. 어떤 겨울은 우리에게 아주 천천히 살금살금 다가오는데, 질질 끌어온 인간관계의 종결, 부모님이 나이 듦에 따라 점진적으로 늘어난 돌봄의 부담, 가랑비에 옷 젖듯 서서히 줄어드는 확신 따위와 함께 온다. 어떤 겨울은 몸서리쳐지도록 갑작스럽게 온다. 하루아침에 당신의 기술이 시대에 뒤떨어진 것 취급을 받는 걸 깨닫게 되거나, 근무해온 회사가 파산하거나, 당신의 파트너가 새로운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게 된 경우처럼. 어떤 식으로 찾아오든, 윈터링은 보통 비자발적이고, 외롭고, 극도로 고통스럽다.

그러나 윈터링은 불가피한 것이기도 하다. 언제나 여름만 계속되는 인생도 있는데 우리만 그런 인생을 성취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기 쉽다. 우리는 영원히 태양 가까이 있는 적도의 보금자리와 끝없이 계속되는 불변의 전성기를 꿈꾼다. 그러나 삶이란 그렇지 않다.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어디쯤에선가 넘어지게 되고, 겨울은 그렇게 조용히 삶 속으로 들어온다.

일상의 삶에서 낙오된 시간에 대해 말하는 게 금기로 여겨진다. 우리는 겨울나기를 인지하는 법이나 그 불가피성을 인정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오히려 수치스럽게 생각하면서 세상이 동요하지 않도록 우리의 겨울나기를 숨기기에 급급하다. 겉으로는 대범한 표정을 지으며 속으로 고통을 삭이고, 남의 고통을 못 본 체한다. 우리는 윈터링이 찾아올 때마다 곤혹스러워하며 이를 숨기거나 무시해야 하는 비정상 상태로 치부한다. 완전히 정상적인 과정을 비밀에 부침으로써, 겨울을 견뎌내는 사람들을 결국 발붙일곳 없는 신세로 떠밀고 실패를 감춘답시고 일상으로부터 떨어져 나가도록 내몰아온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우리는 값비싼 비용을 치르고 있다. 윈터링은 인간의 경험 중 가장 심오하고도 영감에 찬 순간을 경험하게 하고 겨울을 난 이들 안에 깃든 지혜를 가르쳐주니 말이다.

우리는 겨울을 삶 안으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의 주제다. 겨울나기의 과정을 인식하고, 그것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소중하게 간직하는 법을 배우는 것. 우리는 겨울은 선택할 수 없지만, 어떻게 살아낼지는 선택할 수 있다.

- 나는 불행이 삶을 이루는 단순한 요소들 중 하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음미할 수는 없더라도 존중해야 하는 순수하고 기본적인 감정. 나는 우리가 불행 속에 뒹굴어야 한다거나, 불행을 줄이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들로부터 발을 좀 빼야한다고 말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불행에는 유익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불행은 우리에게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시사해주는 기능이 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의 슬픔에 근본적으로 정직하지 못하면, 우리는 상황에 대응하라는 그 신호를 놓치게 된다. 우리는 행복해지라는 요청이 빗발치는 시대에 사는 듯하다. 그러나 우울함의 홍수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는 작은 일에 끙끙대지 말라는 소리를 듣지만, 만성적으로 불안하다. 나는 이런 감정이 지극히 정상적인 것인데도 우리가 그것을 부인함으로써 괴물처럼 변하는 것이 아닌가 의아해하고는 한다. 인생의 많은 부분은 언제나 형편없기 마련이다. 한껏 높이 비상하는 순간이 있는가 하면, 아침에 일어나기 조차 버거운 순간들도 있다. 둘 다 정상이다. 사실 둘 다 어느정도 필요하다.

 

- 우리는 삶이 직선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시간은 순환적이다. 물론 우리가 점차 늙어간다는 점을 부인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살아나가는 동안 우리는 건강할 때와 아플 때, 낙관론과 회의론, 자유와 구속의 국면들을 거쳐간다. 모든 것이 쉬워 보일 때가 있다가도, 모든 것이 어렵게만 느껴지는 때가 있다. 그것을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현재가 언젠가는 과거가 되고, 우리의 미래가 언젠가는 현재가 된다는 것을 기억하는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미 겪어 보았기 때문에 그것을 알고 있다. 우리가 과거의 것으로 제쳐둔 일이 다시 되돌아오는 경우가 흔히 있듯이, 지금 우리를 괴롭히는 일이 언젠가는 지나간 역사가 된다. 그 순환을 견뎌낼 때마다, 우리는 조금씩 성숙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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