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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OLKONG

생각한다는 착각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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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한다는 착각

DDOL KONG 2021. 12. 28. 01:10

- 인간의 지성은 오랜 생각으로부터 새로운 생각을 만드는 훌륭한 능력을 보여 준다. 그리고 그러한 자유와 창의성은 보기 드문 천재성이나 가끔 생겨나는 영감의 불꽃에 달려 있지 않다. 기본적인 뇌의 작용, 즉 우리가 어떻게 인지하고 꿈꾸고 이야기하느냐에 달렸다.

물론 우리의 자유에는 한계가 있다. 아마추어 색소폰 연주자는 찰리파커처럼 '자유롭게' 연주할 수 없고, 새로 영어를 배운 사람이 자연스레 실비아 플라스를 따라 할 수는 없으며, 물리학도들이 저절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처럼 사고할 수 없는 법이다. 새로운 행동과 기술과 생각은 풍부하고 심오한 정신적 전통을 쌓아가기를 요구하며, 전문 지식이 기반된 다양한 흔적을 따라가는 수천 시간 동안 우리의 새로운 생각과 행동이 만들어진다. 따라서 우리 각자는 나름의 방식으로 행동하고 쓰고 생각하게 된다. 물론 가끔은 놀라운 유연함을 발휘하기도 한다(음악가와 시인은 서로를 흉내 낼 수 있고, 물리학도 세대는 뉴턴의 영향 아래에서 추론하는 법을 배울 수도 있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도 똑같은 특징이 나타나는데, 바로 우리의 두려움과 걱정, 그리고 때로는 다른 사람들과의 평탄치 않은 상호작용이다. 자유는 한 번에 한 단계씩 생각과 행동을 바꿀 수 있는 마법처럼 자신을 변화시키는 능력이 아니다. 현재 생각과 행동은 설령 느리더라도 지속적으로 우리 마음을 다시 조정한다.

- 똑같은 것을 선택하고 거부하는 것은 특이해 보이지만, 결코 별개의 사건이 아니다. 실제로 판단과 의사결정, 행동경제학 그리고 사회인지의 넓은 영역을 포함해 연구의 분야 전체에서 이러한 모순적인 사례가 수도없이 발견되었다. 같은 질문을 던지고, 같은 태도를 면밀히 살피고, 같은 선택을 다른 방식으로 제시한다면 거의 예외 없이 사람들은 다른 대답을 내놓는다.

- 정신적 깊이가 착각이라면, 이는 당연히 우리가 예상하는 바일 뿐이다. 우리의 숨겨진 깊이에 도사리는 위험에 대한 기존의 신념, 욕망, 동기, 태도는 지어낸 허구이며, 우리는 내면의 자아를 표현하기보다는 순간순간의 도전을 다루기 위해 우리 행동을 즉흥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식으로 질문을 해야(어느 쪽을 선택하겠는가? 어느 쪽을 거부하겠는가?)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이야기해 주는지 궁금해할 필요는 없다. 이 세상에는 끝도 없이 많은 질문과 끝도 없이 많은 대답이 있다. 마음이 평면이라면, 시장조사와 가설, 심리치료, 뇌 촬영을 끌어들인다고 해도, 이러한 질문에 답할 방법은 없다. 우리의 정신적인 동기와 욕망, 선호를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 아니라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 평생 생각의 흐름은 복잡한 형식을 만들어내고, 또 그 형식에 맞춰 다듬어진다. 그러한 형식이 바로 마음의 습관이자 정신적 레퍼토리다. 이러한 과거의 생각 형식과 기억의 흔적은 우리의 놀라운 정신적 능력을 뒤받침해 주며, 우리가 어떻게 행동할지 형태를 잡아주는 한편, 우리 각자를 독특하게 만들어준다. 따라서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는 결국 어떤 내면의 정신적 풍경을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외부 세계의 내적인 복제본이 아니며, 신념과 동기와 희망과 두려움으로  이뤄진 것도 아니다. 그 대신 이는 과거의 생각 주기가 주었던 영향력의 기록이다.

뇌는 원리가 아닌 선례에 의해 작동한다. 매번 새로운 생각의 순환은 과거 관련된 생각들의 자투리를 재작업하고 변형해서 우리가 현재 주목하는 정보를 이해한다. 그리고 각 생각의 순환의 결과는 그 자체로 미래의 생각을 위한 원재료가 된다.

- 생각의 '감옥'은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고, 만들어진 것처럼 해체될 수도 있다. 마음이 평면이라면, 우리가 마음과 삶과 문화를 상상해 낼 수 있는 것이라면, 그렇다면 우리는 감동적인 미래를 상상하고, 또 현실로 이뤄낼 힘을 지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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