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의료 현장에 스며드는 AI, 한국 기업에도 기회가 열려 있을까

영상진단부터 진료기록까지 AI 솔루션을 적용하는 사례 확대
현지 의료 환경에 적합한 솔루션과 전략적 협업으로 시장 공략 가능


스페인 의료산업, AI 기술 도입 가속화

최근 스페인에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의료 솔루션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으며, 실제 진료 현장에 도입하는 사례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는 의료 서비스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향상하기 위함으로, 영상진단, 문진 자동화, 환자 모니터링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 기술을 적용 중이다. 이를 토대로 병원 운영 방식이나 환자 대응 체계를 고도화하고자 한다.

시장조사기관 Spherical Insights에 따르면, 스페인 AI 의료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약 1억8000만 달러 규모로 추정되며, 2033년까지 44.1%의 연평균성장률(CAGR)을 기록해 약 69억5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스페인 바이오기업협회(Asebio)는 스페인 의료 종사자의 약 11%가 현재 AI 기술을 사용하고 있으며, 추가로 42%는 향후 AI 도입을 계획 중임을 발표했다. 이러한 시장 규모의 가파른 성장과 의료 전문가들의 도입 의향은 스페인 의료 분야에서 AI 기술의 활용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스페인 의료 분야 인공지능(AI) 시장 규모 추이>
(단위: US$ 십억)

스페인 정부는 보건의료 디지털화 전략 속에 AI를 핵심 기술로 선정하고 제도 정비와 인력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스페인 보건부 장관 모니카 가르시아(Mónica García)는 2025년 2월 인공지능(AI) 기술을 스페인 국민보건 시스템(SNS)에 통합하기 위한 정부의 전략을 발표했다. 이 전략은 의료진의 행정 업무 부담을 경감하고, 의사의 진단 및 의사결정 지원을 통해 의료 서비스의 효율성과 품질을 향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가르시아 장관은 AI 기술이 의료진의 업무를 보완하는 도구로 활용돼야 하며, 인간 중심의 접근 방식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보건부는 의료진이 AI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에서의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으며, 진료실, 수술실, 보건소 등에서 AI 기술을 적용하는 데 필요한 역량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의료현장 곳곳에서 AI 솔루션 도입 본격화

스페인 의료현장에는 현재 영상진단, 문진·진료기록, 환자 모니터링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 솔루션이 도입되고 있다. AI는 진단 정확도 향상과 업무 자동화를 통해 의료진의 부담을 덜고 환자 돌봄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스페인 민간 최대 의료그룹 키론살루드(Quirón Salud)는 자체 개발한 생성 AI 도구인 ‘Scribe’를 2024년 도입해, 환자-의사 간 대화를 자동으로 기록하고 요약된 진료노트를 생성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의사가 진료 중 키보드 입력에 신경 쓸 필요 없이 환자와 눈을 맞추며 소통함으로써, 환자에게 더 공감하는 진료 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 현재 키론살루드 산하 50개 병원에서 2500명 이상의 의사가 Scribe를 활용 중이며, 진단서 작성과 처방전 발행 같은 행정 업무가 자동화되면서 의사가 환자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영상진단 분야에서도 AI 활용이 두드러진다. 세비야의 비르헨 델 로시오(Virgen del Rocío) 대학병원 피부과 팀은 2019년부터 AI를 피부암 진단에 응용해, 악성 피부병변을 89% 이상 정확도로 식별하는 딥러닝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또한, 해당 병원은 ChatGPT 기반의 음성 챗봇을 도입해 초진 문진에도 AI를 활용하고 있으며, 의사와 동일한 목소리의 AI 아바타가 환자에게 먼저 증상과 병력을 질문하고 기록한 뒤, 잠정 진단과 치료법까지 제안해 주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의료진은 AI가 수집한 정보를 검토해 진료에 반영하고 있다.

영상의학 분야도 AI 기술과의 융합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바르셀로나 클리닉 병원(Hospital Clínic de Barcelona)과 IDIBAPS 연구소는 2024년 11월 전립선암 진단을 지원하는 인공지능(AI) 기반 도구를 개발해 발표했다. 해당 기술은 유럽연합(EU)의 Horizon 2020 프로그램이 지원하는 INCISIVE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개발됐으며, 전립선암을 포함한 주요 암종의 진단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즉, 자기공명영상(MRI) 데이터를 분석해 전립선암의 존재 가능성과 병변의 악성도를 예측하는 보고서를 생성한다. 의료진은 이를 통해 병변의 위치와 특성을 더욱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으며, 이는 불필요한 생검을 줄이고 환자 맞춤형 치료 결정을 지원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전망 및 시사점

AI 기술의 도입은 병원, 의료진, 환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효용을 제공하며 의료 서비스의 질적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병원 입장에서는 AI를 통해 진료 기록, 문진, 영상 판독 등의 반복적 업무를 자동화함으로써 전반적인 운영 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의료진은 진료 집중도가 향상돼 환자와의 상호작용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고, 임상 의사결정 과정에서 AI가 제시하는 참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더 정확하고 빠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환자 역시 진료 대기 시간 단축, 오진 가능성 감소, 맞춤형 치료 기회 확대 등 직접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어, AI는 의료 접근성과 서비스 품질을 동시에 개선하는 도구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AI 기술은 향후 스페인 의료 시스템 전반에 걸쳐 보다 빠르고 폭넓게 확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스페인 의료 서비스 분야의 AI 시장은 아직 초기 형성 단계에 있으며, 특정 기업이 주도하거나 독점적인 기술로 시장을 선점한 상황은 아니다. 이에 따라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지 의료 인프라에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갖춘 기업이라면 누구든 시장 진입을 시도해 볼 수 있는 여지가 크다. 한국 기업 역시 이러한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 하며, 특히 진출 시에는 스페인 의료진 및 병원과의 네트워킹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분야별 학술행사 및 전문 학회에 참가해 제품을 홍보하고 시연을 진행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상의학 분야의 경우 유럽에서는 매년 유럽 자기공명 의학 및 생물학회(European Society for Magnetic Resonance in Medicine and Biology)가 개최되고 있으며, 2025년에는 10월 8일부터 11일까지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열릴 예정이다.

AI 기반 의료영상 분석 솔루션을 개발한 한국 기업 A 사는 KOTRA 마드리드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해당 학술대회에 참가한 바 있으며 유럽 의료 전문가들에게 높은 관심을 받았다고 밝혔다. A 사 관계자는 “당시 유럽 내에 유사한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많지 않아, AI를 활용한 질병 판별 기술에 대해 의료 전문가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또한, 이와 같은 네트워킹 활동을 계기로 현재 스페인 내 여러 사립병원에 솔루션을 공급해 시범 운영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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