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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나타난 AI 치과 주치의 본문
오늘날 인공지능(AI)은 일상의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이용되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예시로 Siri, Cortana, Alexa 등의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부터 Tesla 등 자율주행 자동차 조작, 생산시설의 자동화를 담당하는 인공지능 기반 시스템이 있다.
의료 분야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의료 현장에서의 인공지능 활용에는 진단의 정확도 향상, 진료 효율성 향상, 병원 업무 최적화, 인건비 절감, 최적의 치료 방식 선택 등 다양한 기대 효과가 있다. 영상의학과에서는 인공지능이 X-ray, 자기공명영상(MRI), 유방조영술, 초음파, 컴퓨터단층촬영(CT) 등 다양한 촬영본의 분석에 활발하게 활용되며 의료 현장의 훌륭한 도우미로 각광받고 있다.
유사한 방식으로 치과 치료에서 역시 인공지능이 활용되고 있다. 치아 X-ray 및 구강 내 촬영을 통해 초기 단계의 충치를 진단하는 과정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방안이 제안되었고, 이는 실험을 거쳐 실사용 단계에 접어들었다. 가령 치주과학 분야에서는 임상진단 결과가 온전히 의사의 경험과 지식에 달려 있어 종종 정확하지 않은 편으로, 파노라마 X-ray를 통해 파손 치아 및 치주 골조직 손상을 진단하는데 인공지능이 활용된다. 복잡한 절차로 점철된 치아교정 분야의 경우, 진료계획 수립 및 결과 예측, 교정 필요성 진단, 치아 발치 여부 판단, 두부계측(頭部計測) 지점의 결정 등을 위한 X-ray 및 치아 단층촬영 활용, CAD/CAM 시스템으로 제작되는 복합 레진 교정장치의 색상 선택 및 탈착(debonding) 결과 예측 등 다양한 목적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다.
러시아의 치과 AI 도입 현황
러시아에서도 AI를 치과 치료에 성공적으로 도입한 사례가 확산되며, 2030년까지 러시아 AI 개발 국가전략의 핵심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구강의학 분야에서 AI 산업이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대형 치과뿐만 아니라 공공 및 민간 의료기관에서도 AI 기반 시스템을 활용해 엑스레이 분석, 충치 및 악관절 질환 감지 등을 수행하고 있다. 높은 도입 비용, 전문인력 부족, 지속적인 교육 필요성으로 소규모 병원에서 도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AI의 이점으로 인해 투자와 관심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현재 여러 주요 의료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러시아에서 이 분야의 AI 기술 구현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해외 시장에도 진출한 러시아 기업 Diagnocat의 AI 솔루션이 성공 사례로 주목받으며 러시아 치과 AI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해당 기업의 사례를 통해 러시아형 치과 AI 현황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러시아 최대 치과 AI, Diagnocat
Diagnocat(Diagnosis and Computer-aided Treatment의 약자)은 2017년 치아 X-ray 분석을 위한 AI 솔루션으로 출시됐다. Diagnocat 시스템은 치아 X-ray를 통해 불과 몇 분만에 치아 종합 검진을 수행하고, 치료계획 수립에 최적화된 진단 결과를 제공한다. 여기에는 3D 콘빔 컴퓨터 단층촬영(cone-beam computed tomography; CBCT) 파노라마 X-ray 사진, 교익·치근단 방사선 사진 등의 2D 이미지가 포함된다.
Diagnocat 시스템 개발 총책임자는 러시아 의학박사이자 사업가인 블라디미르 레오니도비치 알렉산드로프스키(Vladimir Leonidovich Aleksandrovskiy)이다. 그는 각 분야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소아 치과 체인 Dental Fantasy와 성인 치과 체인 Belgravia Dental Studio의 소유주이기도 하다. 과거 알렉산드로프스키는 100여 명이 넘는 의사들을 거느린 치과 체인을 운영하며 몇 가지 문제점을 겪고 있었다.
첫째, 소속 의사들의 경험 및 숙련도 편차가 심하다는 점이었고, 둘째, 의사의 피로도, 진료시간 부족 등 지극히 인적인 요소에 의한 의료사고 발생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이었다. 이 경우 환자들의 건강과 돈만 희생하며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해 상태가 악화되고, 또 병원은 사업장으로서 수익과 평판에 손상을 입을 위험성이 있었다. 고민의 결과로 2017년 Diagnocat 시스템이 탄생한 것인데, 이는 당시 유사품을 찾아볼 수 없는 독창적인 시스템이었다. 최초에 Diagnocat 시스템은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 분석에 사용되었고, 이후 점차 그 활용 범위를 넓혀 갔다. 현재는 Diagnocat 시스템을 통해 모든 종류의 치과용 촬영 결과도 분석해낼 수 있으며, 치과 치료의 일부 단계에서의 계획 수립에도 활용되고 있다. 2023년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35,000종 이상의 방사선 사진 데이터 분석이 가능하다. 최신 버전의 사용자 매뉴얼에 명시된 바에 따르면, Diagnocat 시스템을 통해 진단 가능한 치아 상태의 전체 목록은 아래의 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
<Diagnocat 시스템으로 진단 가능한 치아 상태의 전체 목록>
촬영 종류 | 진단 가능한 질병 및 상태 |
Diagnocat은 상업화의 3단계를 거쳐 완전히 상업화가 이루어진 사업이다. 대리점 및 총판이 소재한 국가로는 현재 러시아, 미국, 캐나다, EU(체코), 영국, 스위스, 뉴질랜드, 남아공 및 이스라엘이 있으며, 골성형 계획 수립 기능, 부비동 진단 기능 등을 확충하여 미국과 중국에서 사업을 확장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Diagnocat AI 소프트웨어의 이용 가격은 공식 홈페이지 상으로 3가지 요금제가 있다. 우선, 2D 요금제에는 한 달에 129유로의 가격으로 500개의 FMX 분석 및 500개의 파노라마 사진 분석, 환자 정보 공유 시스템, 온라인 지원, 10GB의 클라우드 용량이 포함된다. 3D 요금제는 한 달에 249유로로, 2D 요금제의 모든 기능에 더해 5개의 CBCT 사진 분석, X-ray 분석 기능, DICOM 파일 STL로 변환, STL 파일 열람, 100GB의 클라우드 공간이 제공된다. 마지막으로 종합 요금제에는 3D 요금제의 모든 기능이 포함되며 CBCT 분석 기능 확장, 맞춤형 설정 기능, 협업 도구, API, 그리고 1:1 환자 관리 서비스가 포함된다. 가격은 협의 후 결정된다.
현지 치과의사 S씨는 사용 경험에 대한 인터뷰에서 “Diagnocat 시스템은 환자의 CBCT 사진을 분석해 충치 여부를 탁월하게 진단할 수 있고, 또한 치근관 충전이 잘 되었는지 판별할 수 있습니다. 방사선과 의사를 따로 부를 필요 없이 CBCT 촬영 결과를 환자들에게 직접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아주 편리합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병원 운영을 편리하게 할 수 있지만, 필수적인 것은 아닙니다. 가끔 오류가 발생하곤 해서 아직 프로그램 분석 결과를 전적으로 믿을 수는 없습니다. 아마 중대형 병원에서 진료 질 향상을 위해 이용하는 것이 더 적합할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제 경우에 이 프로그램 활용의 주된 장점은 환자와의 소통의 질이 개선되었다는 점입니다.” 라고 답했다.
보편적인 질환을 진단할 경우 Diagnocat의 정확도는 90%를 상회하지만, 희귀질환 진단 시에는 정확도가 내려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럼에도 방사선 및 파노라마 사진 분석을 보다 용이하게 해주는 보조수단으로는 유용하며, Diagnocat 시스템이 공식적으로 추구하는 바 또한 '인간 의사의 완전한 대체재'가 아닌 '치과 촬영본 분석을 위한 보조수단'이라고 밝히고 있다.
시사점
러시아는 치과를 비롯한 의료기기 전반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한국은 러시아의 최대 치과의료기기 수입국으로 자리잡았다. AI 진단과 연관된 X-ray 장비의 경우에도 한국이 수년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는 수도 모스크바가 아닌 지방 거점 도시에서도 한국 치과병원에 컨설팅을 요청하는 등 의료서비스 향상에도 관심이 높다. 러시아 인구의 고령화와 정부의 보건 투자 증가에 따라 러시아 치과 산업은 중장기적으로 우상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추세와 국가 AI 발전 전략이 맞물려, 치과 AI 진단 분야에서도 새로운 협력 기회가 생겨날 수 있다. 한국 의료, IT 기술에 대한 현지 의료인력의 긍정적인 인식도 잠재적인 플러스 요인이다. 다만 비용 문제로 인해 아직까지 AI가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과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러시아 정부의 수입대체화 정책은 도전 과제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러시아는 BRICS(브라질, 중국,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회원국과 힘을 합쳐 AI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의료 분야와 생산성 향상 등에 AI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지속되는 서방의 대러 제재로 인해 특히 AI 하드웨어 수급에 어려움이 있지만 최대 IT 기업 얀덱스(Yandex)의 얀덱스 GPT, 스베르은행의 기가챗(Gigachat) 등 성공 사례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의 AI 육성 움직임 속 우리 제품의 진출 기회와 치과의료기기 시장 동향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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