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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평] 인생은 늘 짐을 지고 산다 본문
지고 가는 배낭이 무거워 벗어버리고 싶었지만 참고 정상까지 올라가 배낭을 열어보니 먹을 것이 가득했다. 인생도 이와 다를 바가 없다.
짐 없이 사는 사람은 없다. 사람은 누구나 이 세상에 태어나서 저마다 힘든 짐을 감당하다가 저 세상을 간다. 인생 자체가 짐이다. 이 세상에는 누구나 짊어지고 있는 여덟 가지 고통의 짐이 있다. 생로병사(生老病死)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 애별리고(愛別離苦) 내가 좋아하는 것들 사랑하는 사람 등과 헤어지는 아픔, 원증회고(怨憎會苦) 내가 싫어하는 것들의 원수 같은 사람 등과 만나지는 아픔, 구부득고(求不得苦) 내가 원하거나 갖고자 하는 것 등이 채워지지 않는 아픔, 오음성고(五陰盛苦) 즉, 육체적인 식욕, 수면욕, 성욕, 명예욕이 지배하는 아픔 등의 네 가지를 합하여 팔고(八苦)라고 한다. 이런 것은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누구나 겪어야 하는 짐수레와 같은 것 옛날 성인께서 주신 답이다. 가난도 짐이고 부유도 짐이다. 질병도 짐이고 건강도 짐이다. 책임도 짐이고 권세도 짐이다. 헤어짐도 짐이고 만남도 짐이다. 미움도 짐이고 사랑도 짐이다. 살면서 부닥치는 일 중에서 짐 아닌 게 하나도 없다. 이럴 바엔 기꺼이 짐을 짊어져야 한다.
아프리카 원주민은 강을 건널 때 큰 돌덩이를 진다. 급류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란다. 무거운 짐이 자신을 살린다는 것을 깨우친 것이다. 헛바퀴가 도는 차엔 일부러 짐을 싣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짐은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니다.
누군가 나를 기억해 주는 이가 있다는 건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누군가 나를 걱정해 주는 이가 있다는 건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요즘 어떻게 지내지, 괜찮은 거지, 별일 없지, 나도 누군가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내 마음속에 늘 함께 같이 있다. 행복은 절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가까이 있어도 알지 못할 뿐이다. 언제나 있는 것을, 가진 것을 보이지 않아 내게 없는 것 같이 생각할 뿐이다.
일체유위법(一切有爲法) 몸이나 생명이나 형체 있는 것은, 여몽환포영(如夢幻泡影) 꿈같고 환상 같고, 여로역여전(如露亦如電) 이슬과 같고 또한 번갯불과 같은 것이니, 응작여시관(應作如是觀) 이를 잘 관찰하여 사는 지혜가 필요하다. 세상 살며 스스로 나서서 기쁘게 일하자. 언제 해도 할 일이라면 미적거리지 말고 지금 당장에 하자. 오늘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 정성을 다 쏟자. 운다고 모든 일이 풀린다면 하루 종일 울겠다. 짜증 부려 일이 해결된다면 하루 종일 얼굴 찌푸리겠다. 싸워서 모든 일 잘 풀린다면…. 그러나 이 세상일은 풀려가는 순서가 있고 순리가 있다. 내가 조금 양보한 그 자리, 내가 조금 배려한 그 자리, 내가 조금 덜어놓은 그 그릇, 내가 조금 낮추어놓은 눈높이, 내가 조금 덜 챙긴 그 공간 이런 여유와 촉촉한 인심으로 조금 불우한 이웃은 물론 다른 생명체들의 희망공간이 되어야 한다.
누구나 어제를 추억하고 오늘을 후회하면서도 내일의 희망을 바라보고 살아간다. 수없이 반복되는 습관처럼 어제와 오늘을 그리며 내일을 바라고 그렇게 사는 게 인생이다. 삶이 힘들어도 세월은 야속하게 위로해 주지 않는다. 버거운 짐을 내리지 못한 채 끝없이 지고 가야 하기에 어깨가 무너져 내린다. 한없이 삶에 속고 내일에 속아도 희망을 바라며 내일의 태양을 기다리는 것이 바로 인생의 짐이 아니더냐? 낭떠러지인가 싶으면 오를 곳을 찾아 헤매고, 암흑인가 싶으면 빛을 찾아 한없이 뛰어야 하는 게 인생이다. 죽음의 끝이 다가와도 애절한 삶에 부질없는 연민을 갖고 가야 한다. 산처럼 쌓아둔 재물도 호사스러운 명예도 모두 벗어놓은 채 언젠가는 우리는 떠나더라도 생명이 붙어 있는 날까지는 누구나 짐을 풀 수가 없다. 삶이란 그런 것이다. 가질 수도 버릴 수도 없는 것이 짐이다.
항상 있는 것에 감사하면 누구보다도 행복하다는 걸 깨닫게 마련이다. '구두 없는 발을 원망하지 말고, 발 있는 것에 감사하란' 말이 있듯, 오늘도 건강함에 감사하고, 오늘 숨 쉴 수 있음에 감사하다. 채홍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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