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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가 재벌들에 던진 돌…사모펀드(PEF)의 역할론을 바꿨다 본문
김 회장은 투자자들에게 연례 서한을 보내는데 지난 4월 서한에선 "가족 소유 재벌 기업들은 역사적으로 비핵심 자산의 전략적 매각과 유동성 필요 차원에서 다수의 딜 플로우를 생성시켰다"고 평가했다. 최근 경영권 분쟁에 공개적으로 뛰어드는 걸 보면 이젠 소수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하는 가족 소유 재벌 구조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이고 본인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과 해결해야 하는 당위성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한국 자본시장에 MBK가 던진 돌은 생각보다 더 큰 파문을 만들 수 있다. 그동안 정책적 지원 하에 몸집이 커진 국내 PE들이 제색깔을 띨 계기가 마련됐다. 표면적으로는 여타 PE들이 MBK의 불만을 표하고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나쁘지만은 않다. 누군가는 특정 업종에 전문가가 될 수 있고, 누군가는 친재벌 전략, 또 누군가는 반재벌 전략를 펼치는 다양한 그림이 만들어질 수 있다. 본의 아니게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건에서는 이권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재벌들간의 연합도 조성되는 분위기다. 한국 자본시장에서의 '쩐의 전쟁'과 '합종연횡'은 이제 시작인지도 모른다.
MBK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아무리 재벌이 해체되는 분위기라지만 여러 혼맥으로 몇 십년 공고하게 얽히고설킨 재벌들이 PEF에 무릎을 꿇을거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아직 많지 않다. 김병주 회장이 글로벌 스탠더드 관점에서 접근한다고 하더라도 재벌의 결속력을 너무 얕본거 아니냐는 얘기들이 벌써부터 나온다. 또 눈도장 찍혔으니 앞으로 재벌 딜을 따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정부 당국과의 싸움도 본격 시작될 수 있다. 김 회장이 연례 서한에서 직접 밝혔듯 자본시장법은 한국 사모펀드 시장을 육성시키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고 이런 정책적 지원이 지금의 PE들이 시장 리더십을 갖출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 그런데 지금부터 그 대척점에 서는 모양새를 펼치게 될 경우 정치적 저항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 벌써부터 국가 기간산업을 흔들고 있다며 여야 정치권은 김병주 회장에 대한 국감 소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대로 신경을 안 쓸거라는 평도 있다. MBK가 이제는 빚 질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한국 기관들로부터 받는 돈도 전체 굴리는 자산에 비하면 일부에 불과하다. 다양한 국적의 자본을 받아 아시아에서 투자를 더 늘리며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본분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MBK에 있어 한국은 그런 투자지역 중 하나뿐이다.
올해부로 한국 자본시장에서 PEF들의 역할론은 바뀔 수 있다. MBK의 행동주의적 전략이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고 이는 김 회장의 자신감일 수도, 오만함일 수도 있다. 다만 한국판 '문 앞의 야만인들'이라 할 수 있는 MBK는 그 문턱을 넘기 위해 한 발 더 내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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