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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엔화 움직임에 대한 평가 및 시사점 - 한국은행 본문
장기 약세 흐름을 보이던 엔화가 최근 강세로 전환
엔화는 2012년 말[1]부터 추세적인 약세 흐름을 보였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고수한 반면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큰 폭으로 금리를 인상하면서 주요국과의 통화정책 차별화로 엔화가 가파르게 약세 기조를 이어갔다. 아울러 일본 경상수지 흑자중 외화유입 효과가 미약한 직접투자수익 비중이 증가한 점도 장기 약세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러한 흐름에 변화가 나타났다. 엔/달러 환율은 강세 흐름으로 반전되었고 변동성도 확대되었다. 금년 7.11일 엔화는 강세 전환되었고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7.31일, 0.0~0.1%→0.25%) 이후에도 이러한 흐름은 계속 이어지면서 9.6일 현재 13.6% 절상되어 주요 통화중 엔화의 절상율이 가장 컸다. 한편 5월 이후 1,385원 내외에서 등락하던 원/달러 환율도 최근의 엔/달러 환율과 동반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림 1. 엔/달러 환율
그림 2. 주요 통화 절상‧절하율1)
미·일 금리차 축소 기대가 엔화 강세를 견인
최근 엔화의 강세 전환은 미·일 양국간 통화정책의 기조전환에 따른 금리차 축소 기대가 크게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7월 들어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예상치보다 낮아지는 등 인플레이션이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미 연준의 금리인하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졌다. 반면, 일본은행은 장기간 유지되어 온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양국간 금리차 축소 기대가 강화되며 엔화는 강세를 보였다.
일본계 해외투자자금이 일본으로 되돌아오면서 엔화 환전수요가 증가한 점도 엔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미국 빅테크 기업의 이익 성장률이 2/4분기 들어 상당폭 하락하였으며, 7월 미국의 고용지표 발표 이후 경기둔화 우려가 확산되면서 글로벌 위험회피심리가 커졌다. 이에 따라 일본계 투자자들이 미 증시 등에 투자한 자금을 본국으로 회수하면서 엔화 환전수요가 크게 늘었다. 한편 미‧일간 금리차 축소 기대와 함께 시장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일부 청산된 점도 엔화 강세를 가속화하였다. 엔캐리 트레이드는 내외금리차가 커질수록, 환율 변동성이 작아질수록 이득이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 외환당국이 엔화 절하가 일본 경제에 더 이상 득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공유하며 대규모 시장안정화조치를 단행한 점도 엔화 강세 심리를 자극하였다. 일본의 고위급 외환 당국자들은 물가 상승 및 성장둔화 가능성을 염려하여 엔저에 대한 지속적인 우려를 표명하고 필요시 당국이 개입할 수 있음을 시사[2]하였다. 실제로 7월중 일본 외환당국은 5.5조엔(약 350억달러) 규모의 외환시장 개입을 실시했다고 발표하였다. 이러한 인식 하에 일본은행은 7월 금리를 인상하였으며, 금리 인상 결정에 있어 환율을 고려하였다고 언급하기도 하였다.
엔화 환율은 당분간 강세 흐름을 보일 전망
미·일간 금리차 축소 기대가 커지면서 엔화는 당분간 미 달러화 대비 강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 고용지표 부진 등으로 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폭과 횟수가 당초 예상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일본은행의 경우 추가 금리인상 의지를 밝힌 상황[3]이어서 양국간 정책금리 격차는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일본 투자자의 해외채권 투자유인이 줄어들면서 300조엔을 넘어서는 일본계 글로벌 채권투자자금이 일본으로 환류되고 엔화는 강세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일본계 투자자금이 환류되고 엔캐리 트레이드도 줄어들 경우 엔캐리 투자유인이 컸던 신흥국에 부정적 영향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튀르키예, 멕시코, 브라질,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의 통화가 고금리라는 점에서 엔캐리 트레이드 유인이 컸던 만큼 이들 금융시장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4]. 또한 일본계 자금을 비롯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은 미 증시의 하락요인으로 작용하면서 미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더욱 확대시킬 수 있다.
다만, 최근 엔화 선물의 투기적 매도 포지션이 상당부분 정리되었기 때문에 엔화 매도포지션의 급격한 청산(short squeeze) 등 시장의 쏠림현상으로 엔/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낮아질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보인다. 엔화의 장기국채 수익률이 1% 내외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고 일본은행이 장기금리의 급격한 상승은 통제하겠다는 입장[5]이어서 일본계 투자자의 해외채권투자 유인 역시 향후에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그림 3. 주요 신흥국 엔캐리 투자유인1)
그림 4. 비상업용 엔화 선물매도 포지션
원화도 엔화와 동반 강세 압력을 받을 가능성
원화는 미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 확산이 글로벌 달러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엔화와 동반 강세 압력을 받을 수 있다. 한국의 경우 정책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있으나 미국 금리 인하폭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기대되면서 한·일 양국 모두 미국과의 금리차가 축소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안전자산 선호 증대로 일본계 자금이 회수되고 엔캐리 트레이드가 줄어들면 엔화 강세는 심화될 수 있으나, 원화의 경우 위험회피 심리 강화와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유출이 맞물릴 경우 약세 압력을 받을 수도 있다.
자본유출입 측면에서는 우리나라의 경우 엔화 차입 규모가 크지 않아 일본계 자금의 본국 환류가 발생하더라도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글로벌 불확실성 증대 등으로 위험회피심리가 전반적으로 확산되면서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증폭되는 경우 외국인의 자금유출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겠다.
그림 5. 한‧미 및 미‧일 금리차 전망1)
그림 6. 일본계 자금의 지역별 투자비중1)
[1] 아베정권 이후 양적완화, 재정확대, 성장전략 등 3개의 화살로 불리우는 정책을 시행하였는데, 이중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기 위한 양적완화 정책으로 엔화가 약세 흐름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2] 미무라 재무성 차관은 엔화 약세는 에너지‧식료품 물가상승을 유발하는 등 단점이 더 많으며, 필요시(if it’s really needed) 다각도로 검토하여 관련 조치를 취할 것이라 언급하였다.
[3] 일본은행 우에다 총재는 경제재정자문회의(9.3일)에서 현 전망대로 경제와 물가경로가 이어질 경우 금리 인상을 이어갈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4] 아시아 지역의 경우 일본과의 금리차가 상대적으로 적고 전체 채권시장에서 일본 투자자의 비중이 크지 않아 일본계 투자자금 환류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지만, 무역 연관성이 높기 때문에 엔화 움직임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5] 일본은행은 7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장기금리가 급격하게 상승하는 경우 신속하게 국채매입액을 증액하거나 지정가격 오퍼레이션 등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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