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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 (240824)파월의 항복 문서(feat. 잭슨홀 관전평) - 오건영에세이 본문
주말 에세이 시작합니다. 전일 밤이었죠. 밤 9시 정도부터 마켓을 보려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는데요, 시장이 잭슨홀 시작 이전부터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죠. 이제 연준을 무릎꿇렸다라는.. 사실 상 승리에 도취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기다렸죠. 파월 의장이 등장해서 항복 선언을 하는 순간을요. 시장에서는 이미 금리 인하 선언에 대한 확신을 반영한 흐름이 나타났구요.. 금 가격 급등 & 달러 가치 하락 & 채권 금리 급락 & 주가 급등으로 보답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주식 시장에서는 파월의 연설이 시작하자마자 나스닥과 엔비디아와 같은 금리 인하 수혜주들을 중심으로 계속해서 뜨거운 입김을 뿜어내었습니다. 시장이 연준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죠. 연준을 어려울 때 곶감 빼먹을 수 있는 곳간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닐까요? 애니웨이.. 그런 구도 속에서도 어쩔 수 없이 금리 인하를 선언할 수 밖에 없는 파월 의장의 처지도 안되었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파월 의장의 연설에서 주요한 부분을 5가지 정도 추출해봤습니다. 우선 터닝 포인트가 되는 거죠. 금리 인하 시기를 말하고 있구요,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제약적이라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현재 금리가 제약적이라면 인플레이션이 안정되었을 때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가 되겠죠. 두번째 발언이 보다 중요한데요… 물가의 상방 위험보다는 성장 둔화로 인한 하방 위험이 보다 크게 느껴진다는 얘기를 했죠. 얼마 전까지는 물가의 상방 위험과 성장의 하방 위험이 밸런스를 이루고 있다고 했는데요… 지금은 성장의 하방 위험에 보다 무게를 두겠다는 의미입니다. 그럼 첫번째의 제약적 수준의 금리와 결합했을 때에는 금리 인하의 가능성을 높이는 발언이 될 수 있죠. 네.. 이제 물가는 대충 된 것 같고… 성장이 무너지면 제대로 박살날 수 있으니 이제는 금리 인하에 나서야한다.. 라는 점을 말한 겁니다. 그러면서 이제는 정책을 변경할 타이밍이 되었다고 말하죠. 시장은 여기에 제대로 환호합니다.
하나 더.. 그런 성장에 대한 하방 위험이 커지는 만큼 그 위험을 제어하기 위해 연준은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있음을 말합니다. 이런 비슷한 얘기는 4번째로 듣습니다. 첫번째는 2012년 포르투갈 신트리에서 드라기 총재가 무엇이든 하겠다라고 했던 것이었구요.. 세번째는 2020년 코로나 당시.. 시장이 원하는 만큼 자금을 주입해주겠다고 했던 것이었죠… 그리고 네번째가 이번입니다. 엥? 두번째가 빠졌쟎아.. 라는 반문을 해주실 듯 한데요… 그건 2019년 어벤져스 엔드게임 예고편에서… 아이언맨이 하던 얘기였죠… “Whatever it takes…” ^^;;;;; 어쨌든 과거의 기억을 갖고 있는 분들이라면 이 대목에서 환호성을 질렀겠죠. 그리고 한방 더 터집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충분한 무기를 갖고 있다고 했죠. 5.25~5.5%면… 25bp씩 금리를 인하해도 22번이나 할 수 있습니다. 과거 기준금리가 1.5%.. 이런 시절과는 사뭇 다르죠. 무기고에 던질 수 있는 충분한 무기들이 있다는 것이죠.
앞의 세가지는 파월이 시장 친화적으로 던진 얘기들이구요.. 다음의 두가지는 다소… 다소 실망스러운 부분일 겁니다. 네번째로 금리 인하의 속도와 인하 폭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9월 금리 인하는 뭐.. 잭슨홀 이전에도 이미 대부분 알고 있었는데… 그 이후의 금리 인하 행보에 대한 힌트를 얻고 싶었던 거겠죠. 그런데… 거기에 대해선 특별한 얘기가 없었구요… 그냥 data dependent로 퉁치고 가려는 모습이었습니다. 향후 데이터가 빠르게 주저앉으면 그 땐 더 큰 폭 인하가 되는 거고.. 아님 말고.. 식이죠. 어쩌면 9월 50bp 인하 가능성에 대한 힌트를 듣고 싶었던 시장에게는 이 부분이 다소 실망스러웠을 겁니다. 시장은 연준의 의도와는 달리… 연내 100bp, 그리고 내년까지 200bp인하를 기대하고 있는데요… 시장의 하방 위험이 커진 만큼 큰 폭 인하에 대한 얘기를 듣고 싶었을텐데.. 크음.. 조금 실망스러운 대목이라고 할 수 있죠.
마지막으로 말씀드릴 부분은 파월 발언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고용 시장이 다소 식었다고 했는데요… 여기서 더욱 뜨거워지는 것은 우리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식의 코멘트를 했었죠. 이게 무슨 얘기냐면… 고용이 여기서 크게 주저앉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런 절벽같이 떨어지는 충격을 막기 위해 무슨 수이건 쓰겠다는 말은 했지만… 여기서 더욱 뜨겁게 만들기 위해 돈 뻠쁘질을 하는 건 아니라는 얘기가 되겠죠. 결국 성장을 탄탄하게 하는 게 아니라 현재 수준에서 성장이 완만한 속도로 식는 것… 이건 연준이 원하는 겁니다. 그럼 마일드하게 성장이 안정된다면… 굳이 금리를 인하할 필요가 없겠죠. 현재 둔화된 성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서 나선다면… 과감한 금리 인하가 필요하겠지만… 일단은 성장 둔화, 즉 실업률의 추가적인 급등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연준은 굳이 행동에 나설 필요가 없게 됩니다.
일단 이상의 다섯가지 포인트를 정리해보면 비둘기파적인 코멘트를 던진 것은 팩트라고 볼 수 있죠. 그런데요.. 시장이 원하는 그 이후의 흐름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얘기만을 했구요… 성장에 대해서는 더욱 식어나가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지.. 여기서 더 뜨거워지는 것을 유도하지는 않을 것임을 말한 겁니다. 일단 시장은 전반적으로 비둘기적인 발언에 힘입어 주가 상승(특히 금리 인하 시그널이 나온 이후부터 더욱 더 강한 모습을 보이는 소형주의 강세가 두드러졌죠), 금리 하락, 달러 약세 & 금 가격 급등이라는 기존의 흐름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다만… 장 중반에 앞서 말씀드렸던 시장의 기대에 충족되지 않는 면 등을 읽으면서 잠시 주춤했던 적은 있지만 장 막판에 다시금 긍정론이 힘을 얻으면서 회복, 마감했습니다.
그렇다면 잭슨홀 이후 우리는 무엇에 주목해야할까요? 저는 저 많은 이슈를 통해 많은 분들이 금리에 주목하고 있지만… 되려 환율이 포커스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환율의 프레임이 바뀌는 것인데요… 달러 강세에서 달러 약세의 흐름이 나타난다는 거죠. 전일 엔화는 달러 당 144엔 수준까지 하락하면서 8월 5일 시장을 깜놀하게했던 142엔 수준에 빠른 속도로 수렴해갔죠. 유로화 역시 1유로 당 1.12달러까지 올랐습니다. 유로화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죠. 위안화 약시 달러 당 7.11위안, 그리고 원화는 달러 당 1323원 수준을 보이면서 대부분의 통화 모두 피벗 기대가 과!도!하!게! 깔려있던 지난 연초 이후 달러 대비 가장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달러 스마일에 의한 되돌림, 그리고 미국의 성장이 그래도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라는 식의 끈기를 보여주었을 때 재차 달러 강세가 간헐적으로 나타날 수는 있지만 당분간은 달러 약세 기조가 시작된다고 봐도 문제는 없을 겁니다.
그럼 달러 강약세의 전환점이라는 의미가 되는 건데요… 가장 최근에 만났던 달러의 전환점이 2021년 하반기였죠. 원달러 기준으로 달러 당 1100원이 털려나갔던 때였는데요.. 21년 하반기 미국의 테이퍼링 선언 이후 완만한 상승세를 보인 이후.. 2022년 엄청난 달러 강세를 보였던 바 있습니다. 그리고 2021년 하반기가 주식 시장을 비롯한 대부분의 자산시장에는 일시적인 변곡점이 되었던 바 있습니다. 무언가 환경의 변화가 크게 나타난다는 것… 시장에서는 긍정적인 기대를 갖는 경우도 있지만.. 익숙하지 않았던 환경의 도래로 인해… 기존과는 다른 패턴의 흐름을 보이면서… 기존에 강세를 보였던 자산들이 고전하는 일들이 벌어지곤 하죠. 달러 약세라는 변화의 시기… 매크로 변화를 충분히 감안한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봅니다.
다음으로 약달러로 인한 캐리 트레이드 우려를 짚어볼 필요가 있죠. 지난 8월 5일 우리는 엔캐리 청산을 두려워했었죠. 전방위적인 달러 약세는 유로 캐리 및 위안 캐리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캐리 트레이드를 자극한다면 달러 약세 속도가 빨라질 수 있는데요… 그럼 일순간 글로벌 금융 시장의 유동성 흐름에 상당한 혼란이 나타날 수 있죠. 환율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게 나타나게 된다면 그런 시기에는 조금 더 시장을 보수적으로 보실 것을 당부해드립니다. 결국 달러 흐름의 변화… 이게 포인트가 될 겁니다.
다음은 시장의 기대와의 괴리인데요… 9월 FOMC에서 시장은 점도표에 주목할 겁니다. 이번 잭슨홀에서 얼마나 낮춰줄지.. 어느 속도로 진행할지… 이제 방향을 바꾼 연준은 어느 정도로 항복한 것인지… 그래서 얼마나 저 선물 보따리를 풀어줄 것인지.. 이제 연준이 진짜 시장을 위해서 헌신봉사할 수 있게 얼마나 정신을 차렸는지 확인하고 싶어할 겁니다. 만약 점도표에 연내 2회 수준의 인하만이 찍혀있다면… 혹은 내년까지 200bp인하를 기본으로 생각하는 시장에게 그만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점도표를 제시한다면 시장의 기대가 흔들릴 수 있죠.
그리고 시장의 욕심은 현재 점도표를 바라보는 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갈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힘들 거 같아서 금리도 낮출 것인데… 금리만 낮출 게 아니죠. 지금 매월 250억 달러씩 진행하고 있는 그 말도 안되는 양적 긴축도 이제는 끝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질문을 던지게 될 겁니다. 실제 얼마 전 파이낸셜 타임즈에서부터 군불이 올라오고 있죠. 미국, 영국, 유럽에 이어 일본도 양적긴축을 한다고… 이렇게 되면 유동성 기대가 큰 시장에 큰 부담이 되시는 거 아니냐는 얘기를 담은 기사였죠. 양적긴축을 화두로 몰아넣으려는 듯 하네요. 시장은 아마도 연내 4차례 인하와 함께 양적긴축의 중단을 연준에게 청구서처럼 들이밀 겁니다. 그 청구서를 본 연준이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관건이 되겠죠. 애니웨이.. 9월 FOMC에서 다루어지게 될 주요 이슈입니다. 시장한테 사랑한다고 커밍아웃하는 연준에게 시장이 이제 묻는 거죠.. 얼마나 사랑하는데??라구요… 금리 2번 인하할 만큼 사랑한다는 말을 하면 좀 싸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얘기인데요.. 강달러 고금리로 눌러놓은 인플레이션인데요.. 약달러와 저금리가 너무 빠른 속도로 나왔을 때… 연준은 곤혹스러움에 피벗 시사를 했다가 되돌리곤 했던 경험이 있죠. 거의 끝나가는 인플레가 다시 고개를 들게 되면… 정말 곤혹스러운 상황이 될 수 있죠. 개인적으로는 앞의 모든 요인들 중에서 끝판왕은 인플레이션의 부활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이니까요..
또 한 번의 매크로 변곡점에 와 있습니다. 여행 가기 전… 그 설레임을 안고 가는데요.. 막상 가서.. 그 기대만큼 충족이 되는지.. 그 변곡점의 한복판에서 시장은 계속해서 고민하게 될 겁니다. 체크포인트를 중심으로 보시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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