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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급과잉에 대한 주요국 대응 및 시사점 - KITA 한국무역협회 본문
최근 낮은 가격을 무기로 한 중국산 상품 수출 증가가 글로벌 이슈로 부각되면서 미국과 EU 등 주요국들의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 공급과잉 문제는 주로 철강과 같은 일부 전통적 제조산업에서 발생했으나, 중국의 소위 ‘新산업’이 급성장하며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분야에서 공급과잉이 갈등을 빚고 있다. 해당 분야 성장의 배경에는 대규모 산업보조금 지원 등 정부 주도의 육성정책이 있다. 중국 정부는 자국 우선주의 정책 기조 하에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을 국가 차원의 차세대 성장 동력인 ‘3대 신산업’으로 지정하고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해 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중국이 신산업에 지급한 전체 보조금 규모는 OECD 국가 평균의 3 ~ 9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러한 지원으로 중국의 녹색산업은 기술과 규모 면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 그러나 중국 내수 시장 침체로 공급이 자국 내 수요를 초과하면서 경쟁이 과열되자 정부 보조금을 받은 상품이 저가로 해외시장에 수출되며 공급과잉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다. 공급과잉은 가격하락, 재고압박, 공장 가동률 저하 등을 초래하고 해외시장을 교란하여 수입국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다. 중국의 공급과잉율은 다른 국가 보다 높고 생산능력은 현재 세계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규모를 상당히 넘어섰다. 일부 산업에서 중국기업들은 최대 생산능력을 유지할 것으로 계획하고 있어 향후 공급과잉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더욱 심화 및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을 시작으로 주요국들은 중국의 공급과잉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반덤핑 및 상계관세 조치를 통해 수입 상품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해결해 왔는데, 대선을 앞두고 대중국 반덤핑·상계관세 조사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앞서 2018년부터 철강·알루미늄에 대해 232조 조치로 수입을 제한하고 있다. 232조 조치는 공급과잉 문제보다 국가안보를 이유로 수입을 제한하나 그 원인에는 중국산 저가공세에 대한 목적도 담겨있다. 최근에는 중국의 불공정 경쟁으로 인한 공급과잉을 문제 삼으며 301조의 적용을 확대하고 있는데 기존의 25%이던 전기차에 대한 301조 관세를 100%로 대폭 인상했으며, 배터리, 태양광, 반도체 등 주요 전략 품목으로도 301조 관세(▲철강·알루미늄: 0-7.5%→25%, ▲반도체: 25%→50%, ▲배터리:7.5%→25%, ▲태양광: 25%→50% 등)를 확대하였다.
EU는 중국을 경쟁국이면서도 협력 및 협상 파트너로 인식하며, 미국과는 다른 방식으로 대중국 정책을 모색하고 있다. EU는 무역구제수단으로 반덤핑 및 상계관세, 세이프가드 등 WTO 규범에 합치하는 조치를 취해왔다. EU는 정치적 부담을 피하고자 주로 특정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반덤핑조치를 활용해왔다. 최근 EU는 중국의 공급과잉 현상에 대해 중국이 정부 보조금을 받아 저가 전기차를 과도하게 생산함에 따라 EU시장이 왜곡된다고 주장하며 이례적으로 집행위 직권으로 보조금 조사를 개시하였다. 또한 집행위는 덤핑·상계관세 조사 외에도 역외보조금규정(FSR)에 근거한 보조금 조사를 확대하여 중국의 보조금에 대한 견제도 시도한다.
미국은 중국의 산업 역량이 미국과 유럽 기업뿐만 아니라 신흥 시장 국가의 산업 발전을 위협한다고 강조하면서 동맹국에 협력을 촉구했다. G7은 공동성명에서 중국의 노동자·경제 회복력을 저해하는 비시장적 정책·관행의 광범위한 사용에 우려를 표명하며, 과잉생산의 잠재적·부정적 영향을 모니터링하고 WTO 원칙을 준수하며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기 위해 협력할 것을 발표하였다. 멕시코, 태국, 인도, 브라질 등은 중국산 철강에 대해 반덤핑 조사 개시·관세 부과·기존 관세 인상 등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튀르키예는 중국산 자동차에 대해 40%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기로 결정하는 등 각각 중국산 공급과잉 대응에 나섰다.
주요국의 대중국 규제 움직임에 맞서 중국은 중국의 합법적인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시사하였다. 특히 중국은 EU가 중국 전기차에 대해 잠정 상계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것을 강력히 비난하며 보복조치 가능성을 경고했었다. EU가 중국 전기차 보조금 조사를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유럽 주류 생산업체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발표하였으며, EU의 항공 및 농업부문에 대해서도 보복조치 가능성을 시사하였다. 이 외에도 “중화인민공화국 관세법(中·人民共和···法)”을 제정하여 중국과 약속한 최혜국대우·관세 혜택을 이행하지 않은 국가에 대해 상응 조치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국제조약·협정을 위반하여 중국의 정상적인 무역에 영향을 미칠 경우 해당 국가에서 생산된 수입품에 대해 보복관세 부과를 허용하였다.
중국의 공급과잉과 주요국의 대응조치로 인한 통상환경은 우리 수출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EU의 대중국 관세정책으로 인해 일부 산업에서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에서는 쿼터가 있는 철강을 제외하고 배터리, 태양광, 석유화학 등에서 시장확대 기회가 예상되며, EU에서는 높은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중국 전기차 업체가 위축될 경우 한국 전기차 기업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중국산 저가 공급과잉으로 인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주요국들의 무역장벽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경우 공급망 전반에 리스크가 증대되어 우리 기업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미국의 수입규제 조치는 한국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2002년 부시 행정부의 미국 철강 세이프가드 조치로 대미 철강재 수출이 20%정도 감소할 우려가 있었고, 트럼프 행정부의 232조 관세조치로 대미 철강 수출물량이 제한되는 등 한국에 직접적인 피해가 있었다. 더불어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치 및 232조 조치에 대응하여 주요국이 무역구제조치를 시행하면서 글로벌 무역장벽이 확산되어 우리 기업에도 직·간접적 영향이 미치고 있다. 미국이 국가안보 및 자국 산업 보호 등의 이유로 철강산업에 대해 232조와 세이프가드 조치를 발동했던 사례가 있어 현재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등 중국의 공급과잉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신산업 분야에 대해서도 이러한 조치가 발동될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다. 미국 232조 및 세이프가드 조치는 301조나 반덤핑·상계관세 조치와 달리 모든 수입을 대상으로 할 가능성이 높아 우리 기업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