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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반도체 패권 재편과 인도의 기회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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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반도체 패권 재편과 인도의 기회

DDOL KONG 2024. 8. 19. 03:35

이보담 EY인디아 코리아데스크 과장
bodam.lee@in.ey.com


세계는 반도체 산업에서의 우위를 확보하고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상당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분류된다. 반도체 기술 연구개발을 선도하는 국가나 기업이 주도하는 새로운 트렌드와 혁신은 곧 경제적 이익을 동반한 자산을 보유한 것과 같고, 이는 국방 또는 안보 등의 첨단 기술에도 중요한 만큼 반도체 패권이 강조된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흔들리기 전, 설계·장비 분야는 미국, 소재는 일본, 칩 생산은 한국과 대만, 핵심 지식재산권은 유럽, 그리고 후공정(ATP, 조립·테스트·패키징), 범용(레거시) 칩 생산은 중국을 중심으로 자리잡은 공급망이 원활히 운영되고 있었다. 그러나 팬데믹으로 인한 수요 예측의 실패와 공급망 차질은 전 세계적인 반도체 칩 부족 현상을 야기했다. 러-우 사태로 인한 원자재 및 부품 부족, 제조 공장 가동 중단, 물류 차질 등도 반도체 칩 부족 현상에 한 몫 함에 따라 전반적인 반도체 칩 생산이 차질을 빚었고, 기업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이에 많은 기업과 국가가 공급망의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시작한 것이 공급망 재편의 핵심이다.

미중 관계를 중심으로 심화된 무역 갈등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불확실성을 더했다.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제조 기술 접근을 강력히 방어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소재지와 무관하게 미국 기술이 적용된 반도체, 반도체 제조 장비, 소프트웨어를 사실상 중국에 판매하지 못하도록 막는 전면적인 수출 통제안이 발표됐고, 미국 시민권자와 영주권자가 중국의 특정 공장에서 반도체 개발, 생산을 지원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등의 조치로 중국의 기술 성장을 의도적으로 저해하고자 했다. 이는 다른 국가들이 자국의 공급망 안정성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촉발시켰다. 이에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공급망 다각화와 자국 내 생산 능력 확충에 주력하며 반도체 산업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인도의 기회는 미국의 자체 공급망 확보 전략이자 중국 견제 전략인 디리스킹(Derisking)에 발맞춰 중국을 대체할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마침 미국이 중국을 벗어나 인도와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반도체 후공정 지역으로 활용하려고 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이에 인도 정부는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에 대응한 대규모의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을 내놓았다. 인도 정부는 국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2021년 12월 전략적 이니셔티브 세미콘인디아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독립 사업부로 인도반도체미션(ISM)을 창설했다. 세미콘인디아는 인도의 반도체 생태계 구축을 위한 종합적인 지원 정책으로, 반도체 제조, 설계, R&D 분야에 걸쳐 다양한 인센티브와 투자 지원을 목표 하고 있다. 반도체 설계 및 제조 시설에 대한 자본금 지원이 가장 큰 특징이며, 기술 이전 및 토지/인프라 지원과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이 포함된다. 추가로 정부는 투자 유치를 위해 외국 기업에게 매력적인 세금 혜택과 규제 완화 정책을 단행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대규모 반도체 제조 시설과 선진 장비 및 기술의 부족으로 국내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생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인도 정부의 지속적인 투자와 정책 지원에도 불구하고, 인프라와 숙련된 기술 인력 부족, 고가의 투자를 위한 자금 조달의 어려움 등 여러 과제가 남아있다. 인도의 반도체 산업은 극 초기 상태로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 재편 가운데 인도가 어떤 역할을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포지셔닝(Positioning)이 중요한 쟁점이다.

반도체 생태계에서 인도의 제조 역량은 설계 및 R&D 강화, 인재 양성 등의 과제를 상대적으로 매력적이게 만든다. 인도는 풍부한 엔지니어 인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제조 기반이 약해 하드웨어 엔지니어링에 강한 편은 아니다. 그러나 전문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인도의 반도체 서비스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구체적으로는 IT분야를 반도체 설계기술, 생산에 접목한다면 수백만 개의 트랜지스터를 하나의 칩에 통합하는 과정과 같은 VLSI(Very Large Scale Integration) 설계, 임베디드 시스템(Embedded system, 내장형 시스템)과 소프트웨어 개발, 반도체 테스트 후공정, 우수 공학 인력을 활용한 기술 연구 개발 등에 강점이 있을 수 있다.

이는 글로벌 기업이 인도에 서비스 오프쇼어링(offshoring) 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의미다. 실제로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인도에서 연구소를 운영하며 인도의 설계 및 개발 역량을 높이는 긍정적인 신호도 발견된다. 인도가 자국의 IT산업 발전에 기여한 여러 요인들을 학습했다면, 수많은 공학생의 배출, 상대적으로 저렴한 노동력 비용에서 이점이 있는 글로벌 아웃소싱, 디지털화 등으로 반도체 산업의 서비스 부문의 접목 가능성에 큰 기회를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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