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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양극화 경제의 도래, 고가품 소비 호황과 저가품 프로모션 확대 본문
지속된 인플레이션으로 고소득층과 저소득층간 소비 격차 확대
수출 시 실사용자의 소득구간 사전 분석 후 맞춤형 마케팅 추진 필요
고소득층과 저소득층간 소비 격차 심화
CNN 비즈니스는 올해 5월 미국에서 소비 양극화(Bifurcation)에 따른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로 구분되며 그 격차가 점차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KOTRA 시카고 무역관이 진행한 인터뷰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파이퍼 샌들러(Piper Sandler)는 이와 같은 미국의 최근 경제 동향을 ‘양극화 경제’로 정의했다. ‘양극화 경제’란 저소득층은 극도로 비용을 줄이고 고소득층은 초고가의 제품과 서비스를 구입하며 서로 다른 소비 양상이 양립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국제 비영리 기구인 ‘세계 경제 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에 의하면 미국의 약 18%가 고소득층에 속하고, 44%가 중소득층, 38%가 저소득층에 해당한다고 한다. 세부적인 금액으로 분석했을 때, 미국의 평균 가구 인원수가 2.6명인 점을 감안해 고소득층은 3인 가구 기준 15만6000달러 이상의 소득을 가지고 있고 중간 소득 범주는 5만2000달러 ~ 15만6000달러라고 발표했다. 또한 저소득층은 5만2000달러 이하의 소득 수준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소비 격차는 최근 지속된 인플레이션과 높은 실업률 등으로 심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연평균 인플레이션율은 2020년 1.2%를 기록한 이후 2022년 8.0%으로 고속 상승한 바 있다. 이후 2023년에 4.1%로 낮아졌으나, 올해 6월까지도 3%대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실업률 또한 2022년 이후 3.5%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고소득층이 주도하는 미국 소비 호황
소비 규모만 분석했을 때 미국 경제는 순항하는 것처럼 보인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Deloitte에 따르면 미국의 2024년 소비 규모는 약 19조 달러로 전년 대비 2.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글로벌 조사기관인 Statista에 의하면 2024년 미국 1인당 식료품 및 무알코올 음료 지출액은 전년 대비 10% 증가한 3870달러를, 의료 지출액은 8.9% 증가한 1만2000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의류 및 신발 지출액은 3% 증가한 1690달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CNN 비즈니스는 전체적인 소비 확대가 고소득층의 고가품 소비 증가로 파생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유고브(YouGov)의 보고서 'The US Luxury Boom 2024'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명품을 구매한 미국인의 비율은 15%로 2021년 대비 6%P 증가했다. 명품 구매자의 43%는 지난 12개월 동안 명품을 구매하는 데 1000달러 이상을 지출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보고서를 위한 설문조사 응답자의 26%는 향후 12개월 내 명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으며, 이는 2023년 대비 5%P 증가한 수치이다. 설문조사에 응한 사람의 33%는 명품 브랜드에 더 큰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와 같은 높은 수요로 미국 고가품 시장 규모는 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 미국 고가품 시장 규모는 899억 달러이며 2030년까지 연평균 6.5%씩 성장해 약 1401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의류가 제일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그 외 화장품, 시계, 장신구 등이 사치품 시장의 성장을 이끌 것으로 예측된다.
<2024~2030년 미국 명품 시장 규모>
(단위: US$ 십억)
저소득층의 소비 감소, 경기 침체를 신호하다
그러나 고소득층과 달리 저소득층은 소비를 점차 줄이고 있다. 식품 업체인 Nestlé는 4월 실적 발표에서 수년 간의 누적 인플레이션과 팬데믹 때 시작된 ’보조 식품 지원 프로그램‘의 종료(2023년 3월)로 인해 미국 저소득층 가구의 구매력이 약 50% 감소했다고 말했다.
또한, 가구별 누적 현금 보유액은 감소하고 가계 부채는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방 준비 기관(Federal Reserve)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37%가 예기치 못한 400달러의 지출을 감당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는 2021년에 비해 5%P 증가한 수치이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올해 5월에 발표한 가계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2024년 1분기 신용카드 미결제 잔고는 1조1200억 달러(약 1526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13.1% 증가했다. 또한 2023년 4분기 기준 90일 이상의 연체 상태로 전환돼 '심각한 연체'에 빠진 신용카드 미결제 총액 중 부채비율은 6.4%로 집계됐다.
미국 경기 침체 우려와 기업 대응
상반된 소비 동향이 지속되면서 미국 경제 지표 또한 나빠지기 시작했다. 미 노동부는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 대비 0.1%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3%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2020년 5월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는 점에서 경기 침체의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로이터 통신은 해당 수치가 주유비 감소와 부동산 가격 안정화로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6월 주유비는 전월 대비 3.8% 감소했고, 월세 등 부동산 가격은 0.2% 증가했다. 또한 Santander Bank가 자사 고객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60%가 미국이 향후 12개월 내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 답변했으며 62%는 가계 지출을 현저히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년간 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변동 추이>
월스트리트저널(The Wall Street Journal)에 따르면 많은 기업이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소비 격차를 인지하며 고객층에게 맞는 맞춤형 마케팅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먼저 고소득층을 겨냥하는 기업은 품질 개선과 가격 인상을 통한 ‘프리미엄화’(premiumization)를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소비재 업체인 ‘프록터 앤 갬블’(Procter & Gamble, P&G)은 질레트(Gillette) 면도기부터 바운티(Bounty) 페이퍼 타올까지 다양한 프리미엄 카테고리를 보유하며 기존 소비층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중∙저소득층을 타깃으로 하는 식품 기업들은 수년간의 가격 인상 이후 할인 및 프로모션을 다시 진행하고 있다. 특히 저렴한 가격을 강조하는 패스트푸드 회사는 저소득층이 주요 고객으로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다. 올해 2월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연간 소득이 5만 달러 미만인 저소득층 소비자의 약 25%가 패스트푸드를 덜 먹고 있다고 답했다. 패스트푸드 음식점의 방문자 수도 작년보다 3.3% 줄었다고 한다. 이로 인해 맥도날드와 버거킹은 각각 5달러 세트 메뉴를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그 외 약 30%의 미국 패스트푸드 음식점도 자체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시사점
글로벌 금융 서비스 회사인 Northwestern Mutual의 2024년 연례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금융 불안감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33%가 재정적으로 안정감을 느끼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는 2023년 대비 6%P 증가한 수치로 연례 조사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의 재정적 불안 수치를 기록한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이러한 재정적 불안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미국인의 54%가 올해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가계 소득이 이를 앞지르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9%에 불과했다.
소비 지출 경향은 소비자의 소득 수준 등의 영향을 받는다. 최근 심화하는 소비 양극화 현상은 모든 소비자를 동일한 타깃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서로 다른 두 개의 그룹으로 구분해 각각에 맞는 맞춤형 마케팅을 추진해야 할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고소득층은 고가품이 더 비쌀수록 구매하며, 저소득층은 생활 소비재나 식음료가 저렴할수록 구매한다는 점은 소득 구간별로 상이한 품목과 마케팅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미국 소비재 시장에 진출을 희망할 경우, 수출하고자 하는 품목의 실사용자를 분석한 후 니즈에 맞는 상품 기획/개발을 통한 진출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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