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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인간 뇌 닮은 NPU, 엔비디아 GPU 대체재 될까 본문
우황제 작가 “차량·가전 등 틈새시장 활용도 높아… 아직은 ‘가성비 GPU’ 수준”
인공지능(AI) 산업이 급성장함에 따라 핵심 부품인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에서 80%를 차지하는 엔비디아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반면 반도체 경쟁업체는 물론, 엔비디아로부터 GPU를 공급받는 기업은 울상이다. 엔비디아가 공급을 틀어쥔 GPU 개당 가격이 5000만 원을 호가할 정도로 높은 데다, 전력 소모량도 고사양 컴퓨터에 필적할 만큼 많기 때문이다. AI 서비스 기업들이 GPU보다 ‘가성비’ 높은 칩을 찾아나서면서 신경망처리장치(NPU)가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NPU 관련 부정확한 정보 많아”
이에 대해 반도체 전문가 우황제 작가는 “향후 NPU가 AI 산업 틈새시장에서 널리 쓰일 것으로 예상돼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아직 NPU 시장이 초기 단계인 데다, 부정확한 정보가 많이 돌아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 작가를 6월 7일 만나 NPU의 특징과 쓰임새, 투자 측면에서 허실(虛實)에 대해 들어봤다.
NPU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NPU의 궁극적 종착지는 이름 그대로 뉴로모픽(neuromorphic) 반도체다. 인간 뇌를 모방한 칩으로 발전하는 게 목표다. 크게 뉴런과 시냅스로 이뤄진 뇌는 연산과 저장을 동시에 할 수 있다. 반면 반도체는 연산 기능을 맡은 비(非)메모리 부분과 저장 역할을 하는 메모리가 따로 있다. 두 가지 부분을 한데 합칠 수 없기에 각각 따로 만들어 붙이는 게 오늘날 반도체 기술 수준이다. 지금 기술로는 뉴로모픽 반도체를 구현할 수 없다 보니 아직 NPU는 이름값을 온전히 못 하는 ‘가성비 GPU’에 가깝다(표 참조).”
GPU와 비교하면 어떤 특징이 있나.
“GPU의 가장 큰 특징은 범용성이다. 그 덕에 다양한 AI에 필요한 기능을 제공할 수 있다. 건물에 비유하자면 최고급 주상복합아파트와 같다. 건물 한 채에 아파트와 상가, 호텔 등 다양한 공간이 있는 것이다. GPU는 칩 자체가 크고, 내부를 뜯어보면 구역마다 서로 다른 기능을 담당하는 영역이 나뉘어 있다. NPU는 아파트, 상가처럼 특정 역할에 맡는 건물을 각각 따로 짓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말하자면 GPU를 축소해 한 기능에만 집중하는 칩이다. 특정 기능에 집중한 일부 NPU는 GPU에 비해 전력 소모량이 절반에 불과하다. NPU도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기존 GPU 기능을 상당 부분 대체하는 고사양 제품은 1000만 원대를 호가할 수 있다. 기능을 대폭 축소해 가격 경쟁력을 우선시한 제품은 100만 원에도 내놓을 수 있다.”
NPU는 주로 어떤 분야에 쓰이나.
“AI 분야에선 행렬연산에 쓰이는 경우가 많다. 사업 효율성을 높이려는 AI 서비스 기업 입장에서 GPU만으로 서버를 구축하려면 비용 부담이 너무 크다. 따라서 큼직큼직한 기능은 GPU로, 나머지 틈새 기능은 NPU로 보완하는 추세다. NPU는 지금도 스마트폰에 주요 부품으로 들어간다. 가령 삼성전자 빅스비, 애플 시리 등 AI 비서 기능이 NPU 칩으로 구현된다. 스마트폰의 뇌라고 할 수 있는 모바일 중앙처리장치(CPU)인 AP(Application Processor)라는 칩이 있는데, 여기에 NPU가 들어가는 것이다. 이처럼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NPU의 기술 수준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NPU 성능이 GPU보다 뛰어나다”고 하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여기서 NPU 성능이 GPU를 뛰어넘었다는 것은 특정 기능에 국한된 얘기다. 현 기술 수준에서 NPU가 GPU의 전체 성능을 대신할 수는 없다. NPU가 대안으로 언급되지만 GPU 대체재로 보긴 어렵다. AI 서비스를 구현하는 데 GPU만큼 성능이 뛰어나면서도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칩은 아직 없다. NPU는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다품종 제품, GPU는 범용적 기능을 맡는 비교적 소품종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NPU 관련주 테마성 짙어, 투자 주의”
해외 유명 반도체 기업들이 NPU 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엔비디아, 퀄컴이 NPU 사업 규모를 키우고 있고 인텔, AMD도 가세했다. GPU 시장에서 승기를 못 잡은 기업들이 GPU와 흡사한 역할을 하는 NPU를 내놓고 있다. 이런 고사양 NPU는 구형이긴 하나 HBM(고대역폭메모리)을 탑재하는 등 사실상 GPU 축소판이다. 후발 주자들은 아예 다른 분야 NPU에 눈독을 들이는 경우가 많다. 가령 한국 기업들은 차량용 NPU 개발 비중을 키우는 모습을 보인다. 투자자 관심은 NPU를 당장 투자 소재로 삼을 수 있을지, 관련주는 무엇인지에 쏠린다. 최근 우 작가가 투자자들로부터 자주 받는 질문이기도 하다. 이에 대한 그의 설명이다.
“엔비디아, 퀄컴, AMD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이 NPU 관련주로 분류되긴 한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이미 GPU(엔비디아), 통신 칩(퀄컴), CPU(AMD) 등 기존 주력 사업의 비중이 크다. NPU 제품을 들고 나와도 비중이 작을 수밖에 없다. NPU 수혜주로 언급되지만 사실상 기업 실적에 기여하는 정도는 미미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거론되는 소위 NPU 관련주는 엄밀히 말해 테마성에 가깝다. 한국 주식시장에도 NPU 관련주로 묶여 뜬 종목이 많다. IR 담당자가 ‘우리 회사는 NPU 관련 제품이 없다’고 밝힌 기업 주가가 테마성으로 뜨기도 했다. NPU뿐 아니라 각종 테마주 투자는 실패 가능성이 큰 만큼 주의할 필요가 있다.”
향후 NPU 산업 전망은.
“AI 서버 산업이 성장하면서 NPU의 쓰임새도 커질 것이다. 최근 자동차 산업에서도 AI 도입이 확대되는 추세다. 음성인식과 자율주행은 물론, 차량 내부 환경 관리에도 AI가 도입되고 있는데, NPU 활용도가 높아 보인다. 백색가전도 NPU가 적용되기에 적합한 분야다. 대다수 가전제품에 요구되는 AI 기능은 대단한 것이 아니기에 NPU가 제격이다. 향후 NPU 수요처는 이처럼 AI가 어느 분야에 새롭게 쓰일지 고민해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NPU 다품종 비즈니스를 빠르게 구축하는 기업이 오래 살아남을 것이다.”
“현재 AI 반도체 주식시장은 승자 영역”
우 작가는 현재 AI 반도체 주식시장이 ‘승자 영역’에 있다고 말했다. 기존 보유자는 그대로 가져갈 수 있지만 신규 진입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자칫 주가 상승세가 멈추거나 꺾일 수 있기 때문이다. 주가가 하락할 경우 뒤늦게 진입한 투자자는 물리기 십상이다.
당장 AI 반도체주 투자가 어렵다면 어디에 주목하면 좋을까.
“지난해 말부터 언급되는 게 낸드플래시다. 지난 사이클 때 공급 과잉으로 아직 관련 종목 주가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낸드플래시는 AI 서버에 GPU, D램, HBM 등과 함께 쓰인다. HBM이 각광받는다는 것은 낸드플래시 업황도 따라서 뜬다는 뜻이다. AI 시장 초창기에는 학습 분야가 먼저 부각되며 D램에 이목이 쏠렸지만, 점차 추론 영역이 늘어나면서 낸드플래시도 주목받을 것이다. 업계의 공급 축소로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 조짐이 보이고, 올해 하반기에는 증산 얘기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낸드플래시 관련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NPU와 관련해 중장기투자 포인트를 짚는다면.
“국내에서 NPU 칩을 개발하는 팹리스는 대부분 규모가 작다. 이들 기업이 본격적으로 NPU 생산을 발주해도 파운드리 입장에서는 기존 칩 사업 규모가 더 클 것이다. 팹리스가 파운드리에 제조를 맡기는 과정에서 칩 재설계를 담당하는, 흔히 ‘디자인하우스’로 불리는 기업들이 있다. 제조용 설계도를 다시 그려주는 곳이다. 이들 기업은 비교적 규모가 작은데, 향후 AI NPU 사업이 확장되는 과정에서 이익이 유의미하게 커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NPU 수혜주를 찾는다면 디자인하우스 분야 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37/0000034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