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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부족, 임금 인상 압박... DX, RX로 대응하는 日기업 본문
DX, RX를 통한 노동생산성 향상으로 활로를 모색
일손 부족과 임금 인상 압박에 시달리는 日기업
일본 경제를 들여다 볼 때 눈에 띄는 것은 다양한 '〇〇부족' 현상이다. 전선, 의약품, LNG, 택시, 중소기업 후계, 일손 등이 OO에 들어가는 예이다. 이 중 '일손 부족' 문제는 코로나 사태 이후 경제활동이 정상화되면서 심각성이 증가하고 있다. 2024년 4월부터 건설, 물류, 운송, 의료업계의 시간외 근로 상한 규제에 따라 해당 분야의 인력 부족 문제이 우려되고 있으며 이를 '2024년 문제'라고 부른다. 또한, 방일 외국인 수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면서 관광업계에 인력 부족이 발생하고, 일본 사회의 디지털 전환(DX) 가속화와 함께 IT 인력 부족도 큰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제국데이터뱅크의 조사에 따르면, 인력 부족으로 인한 도산 건수가 2023년 260건으로, 통계가 시작된 2013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건설-물류업에서 인력 부족 도산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올해 1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2.5배 증가한 30건의 인력 부족 도산이 발생해 단월 기준 최다 기록을 갱신했다. 내년에는 일본 국민 5명 중 1명이 후기 고령자(75세 이상)가 되는 '2025년 문제'가 다가오고 있어, 노동인구 감소와 고령화 문제도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 인력 부족으로 인한 부도건수 추이 및 업종별 인력 부족 비율>
[자료 : 제국데이터뱅크]
고용 관련 지표에 따르면, 최근(2023년 12월) 유효구인배율은 1.27배, 완전실업률은 2.4%로 코로나 이전과 같이 유효구인배율은 높아지고, 완전실업률은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또한, 30년 동안 일본 경제를 압박해 온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며, 기업에 대한 임금 인상 압박도 증가하고 있다. 명목 임금도 상승 추세에 있으나 아직 물가 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며, 실질 임금은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일본의 고용 관행 중 임금 하락의 어려움(임금 하방경직성)이 임금 인상에 대한 기업의 신중한 태도(임금 상방경직성)를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 경제 정상화를 달성하기 위해선 물가 상승에 따른 임금 상승이 필수적이다.
DX, RX를 통한 노동생산성 향상으로 대응
인력 부족과 임금 인상 압박 속에서 일본 기업들은 '노동 생산성 향상'을 통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본의 1인당 노동생산성은 G7 국가 중 최하위이며, OECD 38개국 중에서도 31위를 차지하고 있어, 1970년 이후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후생노동성의 노동경제백서 2023에 따르면, 2021년 일본의 1인당 노동생산성은 101.6으로 1996년의 100 이후 거의 변동 없이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이나 영국과 같이 2배 이상 증가한 국가들에 비해 성장세가 크게 둔화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일본의 낮은 노동생산성 문제는 오랫동안 지적되어 왔으나, 최근에야 개선 노력이 본격화되고 있다. DX와 로봇 기술 전환(RX, Robotics Transformation) 등을 통해 생산성 향상을 모색하는 일본 기업들의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노동생산성의 국제 비교>
[자료 : 일본 생산성본부 「노동생산성 국제비교 2023」, 후생노동성 「노동경제백서 2023」]
상품 패키지의 교정-교열 업무를 AI로 (DNP)
다이니폰인쇄(DNP)는 AI를 활용하여 상품 패키지, 브로셔, 웹사이트 등의 교정-교열 작업에 필요한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는 클라우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그동안 기업의 발행물 교정-교열 작업은 주로 인력에 의존해 왔으며, 이로 인해 비효율성과 인위적 오류 문제가 계속 지적되어 왔다. 특히, 상품 패키지 제작 시에는 식품 표시법, 경품 표시법, 저작권법 등 법률 외에도 로고 및 마크 표시 방법 등 기업 고유의 규칙을 따라야 하므로, 다수의 사내외 인원이 부서 간 교열과 검토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야 했다. 'DNP AI 심사 서비스'는 이미 음료업계 대기업 산토리, 생명보험 대기업 메이지야스다생명 등에서 도입하여 활용 중이다. 산토리는 연간 1만 건 이상의 교정 작업에 AI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며, 2024년에는 작업 시간을 3,000시간 이상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DNP AI 심사 서비스'는 9월에 생성 AI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다. 이 서비스는 초기 비용이 800만 엔부터 시작하며, 월 유지 비용은 60만 엔부터이고, 2025년까지 누적 매출 40억 엔을 목표로 하고 있다.
건설 공사 '먹매김' 작업을 로봇으로 (가시마건설)
대형 건설업체인 가시마건설은 건축공사에서 필수적인 '먹매김 작업'을 전자동으로 고정밀하게 수행하는 로봇 프린터 '로보프린'을 개발하여 여러 건축현장에 도입하였다. 일본어로 스미다시(墨出し)인 '먹매김'은 건축공사 시 기둥의 중앙선이나 벽의 마감면 위치 등을 바닥에 표시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불규칙한 근무시간(주로 야간이나 새벽에 작업), 숙련공의 감소, 건설 수요의 증가 등으로 인해 스미다시 작업자 부족과 작업의 인적 오류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로보프린은 시공 도면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동 주행하며 콘크리트 바닥에 공사 필요 지시선을 인쇄한다. 특별한 장치나 앱 없이도 도입이 가능하며, 직경 약 350mm, 높이 약 200mm, 무게 약 15kg의 경량 소형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로보프린 도입으로 먹매김 작업 생산성을 2배 향상되었다고 한다. 가시마건설이 주관사인 '건설 RX 컨소시엄'의 회원사에 로보프린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러한 기술 도입으로 육체노동이 중심인 건설업에서 RX를 통한 생산성 향상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숙련공의 기술 계승을 AI로 (TOTO)
상업시설이나 오피스 빌딩 등의 변기 아래에 설치되는 도판(바닥재, 도자기)은 토토가 일본에서 유일하게 대형 사이즈를 생산하고 있다. 이전까지 대형 도판의 색조와 잉크 배합 비율 결정은 숙련공이 생산 전 약 3시간 동안 수행하는 색상 매칭 테스트를 통해 이루어졌다. 그러나 '도판 소성색 예측 AI'의 도입으로 색합성 테스트의 필요성이 사라져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었을 뿐만 아니라, 숙련공의 '경험과 감'에 의존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고 또 기술 계승의 과제도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日 정부의 생산성 향상 정책
일본 정부는 일본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목적으로 DX 및 기타 설비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보조금 지원, 감세 정책 등을 실시하고 있다. 중소기업청과 경제산업성에서 주관하는 제조업 보조금, IT 도입 보조금, 노동력 절감 보조금(가칭), 중소기업 경영강화 세제가 대표적인 예이다.
'2023년도 경제재정백서'에 따르면, 노동 생산성 향상을 위한 설비투자의 중요성은 두 가지 주요 측면에서 강조된다. 첫 번째 측면은 설비투자를 촉진하여 노동자 한 명당 자본설비 수, 즉 자본집약도를 높이는 것이다. 이를 통해 노동 생산성을 상승시킬 수 있는 큰 여지가 있다고 해당 백서는 지적한다. 두 번째 측면은 일본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노동 생산성 상승률에서 소프트웨어, 연구개발(R&D) 같은 무형자산의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이다. 이러한 무형자산의 기여도를 증가시킴으로써 노동 생산성의 큰 향상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는 일본 내에서 물리적 설비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및 R&D 투자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는 방향으로 경제정책이 나아갈 것임을 시사한다.
아울러, '부가가치 노동 생산성'은 일본이 현재 직면한 인력 부족 문제 해결 및 노동 생산성 향상을 위한 중요한 키워드이다. 일본에서 노동 생산성 향상에 대한 논의는 대체로 '물적 노동 생산성'(생산량/노동자 수)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는 '얼마나 적은 노동력으로 더 많은 생산량을 처리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는, 즉 노동력 절감을 목표로 한다. 저출산, 고령화 및 인구 감소가 지속되는 일본 사회에서 이러한 접근은 필수적이며, 그 필요성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반대로 '부가가치 노동 생산성'(부가가치액/노동자 수)은 '얼마나 적은 노동력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두고 있어, 고수익화를 목표로 한다. 이는 임금 상승을 통해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고, 일본 시장을 넘어 해외 시장에 진출하여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일본 기업에게 중요한 과제이다. 부가가치 노동 생산성의 향상은 인력 부족 문제 해결을 넘어 기업의 수익성 증대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는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일본 기업은 국내외 시장에서의 경쟁력 유지 및 확장을 위해 부가가치 노동생산성 향상에 더욱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시사점
일본 기업들은 '노동력 부족'과 '임금 상승 압박'이라는 중요한 이슈에 직면해 있으며,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기업들은 디지털 전환(DX)과 로봇기술 전환(RX)을 통한 노동생산성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비교할 때 일본의 노동생산성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개선을 위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오랜 기간 지속된 디플레이션의 영향으로, 비용 절감과 다운사이징에 초점을 맞춘 소극적인 설비투자가 일반적인 상황이었다.
최근 코로나 팬데믹의 수습, 인플레이션, 인바운드 관광의 부활 등 사회적 변화와 함께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30년'의 장기 디플레이션 경제에서 벗어나려는 패러다임 전환을 맞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기업들의 설비투자 자세도 단순한 인력 부족 대책을 넘어서 보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일본으로 수출을 목표로 하는 한국 기업들에게 큰 비즈니스 기회이다. 디지털로의 전환을 위한 다양한 솔루션, 소프트웨어, 기기 등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일본 IT시장, DX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일본 정부 및 지자체의 실증실험사업 참가, 한·일 기관이 주최하는 스타트업 행사, 현지 대형 전시회, KOTRA가 주관하는 상담회 등을 통해 레퍼런스 축적이 필요하다. 일본 IT업계에 진출해 실적을 내고 있는 한국 기업 A사는 "일본 비즈니스 특성상, 진행속도가 늘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며, "실적 쌓기에만 포커스를 맞추기 보다는 일본 현지에서 어떤 가치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지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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