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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OLKONG

은둔의 즐거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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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의 즐거움

DDOL KONG 2021. 8. 15. 21:38

- 은둔은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때로는 불행을 건너는 다리가 되기도 하고, 삶의 역할을 바꿔주는 신비한 터널이나 나를 충전하고 위로해주는 안식처가 되기도 한다. 이때 느끼는 '혼자'라는 감정은 내가 점점 고립되어가는 외로움이 아니라, 삶의 좀 더 깊은 본질을 경험하게 하는 더 '좋은 고독'에 다가가게 한다. 좋은 고독은 내 삶의 면역을 키우는 가장 훌륭한 치료제이기도 하다.

- 은둔의 처세는 내가 잘하고 즐거워하는 것을 통해 은둔하는 소은, 또 다른 기회를 기다리며 위기를 인내하는 중은, 그리고 불행을 통해 삶의 성찰을 이루는 대은으로 크게 구분해 설명할 수 있다.

'소은'이라 함은 소소한 즐거움을 누리는 '작은 은둔'을 뜻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나를 쉬게 할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을 갖는 것이다. 위급한 환자가 긴급 수혈을 받으며 생명을 유지하듯,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나를 위로하고 치유하는 시간을 보내며 힘든 순간을 버티는 것이다. 그런 치유의 시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내가 평소에 잘하고 좋아하던 것들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중은'은 또 다른 기회를 만들기 위한 생업 중의 은둔을 말한다. 현실을 위한 생업을 이어가면서 한편으로는 또 다른 미래를 맞이할 능력을 키워가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마지막 방법인 '대은'은 겨울의 추위를 피하지 않고 온전히 받아들이며 내가 바라는 원대한 뜻을 이루는 '깊은 은둔'의 삶을 말한다. 불가에서는 이를 '입전수수(入廛垂手)'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한다. 입전수수란 가게에 들어와 손을 내민다는 뜻이다.

- 리추얼은 습관처럼 의미 없이 반복되는 버릇이 아니라 어떤 특별한 정서적 반응을 일으키며 되풀이되는 행동을 말한다. 그렇게 특정한 정서적 반응을 동반하기에 때로는 특정 정서를 유발하기 위해 의도적인 리추얼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랬을 때 리추얼은 일상을 변화시키는 강한 힘을 만들어준다.

10분 은둔의 핵심은 10분이라는 시간의 길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10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 반복되어 일상 속에 스며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10분의 은둔을 통해 역할을 바꿀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가져야 한다. 그곳이 자동차 안이어도 좋고 짧은 산책이어도 좋다. 혼자 앉아 있는 카페나 가볍게 음료 한잔을 마시는 편의점도 좋은 장소가 될 수 있다. 은둔의 공간이라고 해서 모두와 동떨어진 외롭고 쓸쓸한 곳만을 떠올릴 필요는 없다. 

- 익숙함은 시야를 좁게 만든다. 낯익은 도로에서 사고가 나고, 가까운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생소하다면 조심하고 경계했을 일도 익숙함에 길드는 순간 방심하게 된다. 내 방식이 숙달될수록 새로운 것은 불편한 것이 되고 전에 없던 제안은 세상 물정 모르는 치기로 여기기도 한다. 결국 이런 식의 공부로는 성장을 위한 열정이 오히려 무기력함만을 가중시켜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게 한다.

그러니 내 전공, 내 분야를 더 깊이 파고드는 공부에 한계를 경험하고 초조함을 느낀다면 내가 경험하지 못한 분야를 느슨하게 둘러보는 공부가 오히려 내게 영감을 주고 새로운 돌파구를 발견하게 해 줄 것이다.

- 초연결 시대의 은둔이란 단절을 의미하지 않는다. 원하는 것을 연결하고 원하지 않는 것을 차단하는 선택적 연결을 의미한다.

- 우리가 건너야 할 고독의 사막에서도 가장 필요한 것이 헌신의 마음이다. 그렇기에 고독을 극복할 수 있는 고독의 상대어는 홀로 외롭지 않은 상태도, 혼자지만 외롭지 않은 상태도 아닌 '헌신'이어야 한다. 헌신은 고독을 부정하기 위한 개념이 아니다. 헌신은 고독을 피하거나 고독 속에 즐거움을 느끼는 법이 아니라 지금 겪고 있는 고독보다 더 '좋은 고독'을 얻는 법이다. 좋은 고독이란 때론 억지로 만들어낸 가벼운 기쁨보다 훨씬 더 나를 가치 있게 만들어준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고 해서 마음마저 혼자 둘 필요는 없다. 혼자 있는 시간에도 마음은 함께하는 사람들을 위해 열려 있어야 한다. 

- 철학자 니체는 하루를 기분 좋게 보내고 싶다면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오늘은 어떻게 타인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남에게 기쁨을 줄수록 내 삶이 가장 충만한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니체의 말은 평생을 고독 속에 살아야 했던 자신이 어떻게 그 고독과 함께 지낼 수 있었는지를 말해준다. 

타인에게 줄 기쁨을 생각하는 마음은, 그러면서도 대가를 바라지 않는 마음은 고독 속에서 충만함을 느끼는 헌신의 은둔자로 만들어줄 것이다. 그랬을 때 고독은 나의 충실한 반려 감정이 되어 '좋은 고독'의 즐거움이라는 기쁨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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