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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완전정복](27)타이어·신발밑창 재료, 배터리서도 쓴다…도전재가 뭐길래

DDOL KONG 2024. 3. 9. 10:10

LG전자는 2017년 1월 무게를 낮추면서도 사용 시간을 크게 늘린 노트북 신제품 '올데이 그램'을 발표했다. 이 노트북에 들어있는 배터리에는 그동안 쓰이지 않았던 특별한 소재가 적용됐다.

2014년 첫선을 보인 '그램' 노트북은 얇은 두께와 무게로 큰 인기를 끌었으나 사용 시간이 짧다는 불만이 많았다. 사용자들은 충전기나 보조배터리를 별도로 가지고 다녀야 했다.

LG전자 PC 개발팀은 무게에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도 배터리 지속 시간을 늘릴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분리막의 두께를 줄이는 방식을 생각했으나 발화 위험이 제기되면서 제외됐다. 고민 끝에 개발팀은 당시 신소재로 주목받고 있던 탄소나노튜브(CNT)를 도전재에 적용하기로 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CNT 도전재를 적용한 결과 배터리의 사용 용량을 기존보다 1.7배 늘릴 수 있었다. 60와트시(Wh)의 배터리를 탑재했는데 이는 한번 충전으로 최대 24시간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이었다.. 배터리 용량이 늘어났음에도 노트북의 무게는 오히려 줄거나 조금 늘어나는 데 그쳤다. 13.3인치 제품의 경우 940g으로 기존보다 40g이나 줄었고, 14인치 제품은 970g으로 10g이 줄었다.

도전재는 활물질 도우미

도전재(導電材)는 한자로 전기를 인도하는 재료라는 뜻이다.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도전재는 양극과 음극의 활물질 사이에서 전자의 이동을 돕는 역할을 한다. 활물질 사이를 연결해 전기적 특성을 갖게 하는 재료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리튬이온과 전자가 양극과 음극 사이를 오가면서 동작하게 되는데 양극과 음극의 활물질 자체는 전기전도성이 낮기 때문에 도전재를 추가해 전도성을 높여주는 것이다.

이외에도 도전재는 활물질 사이 간격을 유지해 접촉 저항을 줄이고 전해액이 쉽게 스며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도 한다.

도전재는 영어로 컨덕티브 애디티브(conductive additive)라고 표현한다. 전도성을 갖도록 첨가하는 물질이라는 뜻이다. 다른 말로 컨덕티브 에이전트(conductive agent)라고도 한다.

도전재는 이차전지 제조의 첫 번째 단계인 믹싱(mixing) 공정에서 사용된다. 믹싱 공정이란 활물질과 도전재, 바인더를 함께 넣고 슬러리(slurry) 형태로 혼합하는 과정을 말한다. 활물질은 배터리의 양극재와 음극재에서 화학적으로 반응해 전기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활성 물질이다. 바인더는 활물질과 도전재가 잘 붙게 하는 일종의 접착제다.

이렇게 만든 슬러리를 집전체에 도포하는 방식으로 전극을 만든다. 전극에서 도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전극의 성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반대로 도전재가 부족하거나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활물질이 제대로 반응하지 못해 전지의 용량이 감소하게 된다.

전극 전체에서 활물질과 도전재, 바인더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게 기준으로 95:5:5 정도다. 최근에는 도전재의 성능이 개선되면서 비중이 감소하고 있다. 도전재의 함량이 줄어들면 대신 더 많은 활물질을 넣어 에너지 용량을 증대시킬 수 있다. 성능이 우수한 도전재를 쓰면 배터리 용량을 늘릴 수 있는 이유다.

타이어·신발 밑창 재료였던 카본블랙, 도전재로

좋은 도전재는 여러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우선, 도전재를 첨가하는 가장 큰 목적이 전기전도성을 높이는 것인 만큼 기본적으로 전도성이 우수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전해질과 불필요한 산화 및 환원 반응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

전극 공정에서는 슬러리를 건조한 후 고압으로 압축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에 따라 도전재는 고압에서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높은 강도를 유지해야 한다.

이차전지에 사용되는 도전재는 금속계(은가루·동가루·니켈가루 등), 금속산화물계(산화주석·산화철·산화아연 등), 카본계(카본블랙·흑연·탄소나노튜브 등), 복합재(복합분말·복합섬유 등)이 있다.

이중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이 탄소계 도전재다. 탄소 기반 도전재는 비용이 저렴하고 무게가 가볍다는 장점이 있다. 탄소계 도전재로는 카본블랙,(carbon black), 소립 흑연, 탄소나노튜브(CNT), 유사 그래핀(Graphene-like) 등이 있다. 도전성 및 기타 특성 향상을 위해 2개 이상 도전재를 같이 사용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가장 많이 쓰인 도전재 재료는 카본 블랙이다. 카본 블랙을 그대로 해석하면 '탄소 검정'이다. 탄소로 이루어진 물질이 불완전 연소하면서 생긴 그을음을 말한다. 과거 중국에선 그을음을 모아 먹 대신 사용했다고 한다.

현대에 와선 석유나 천연가스 등 탄화수소물을 불완전 연소하거나 열분해해서 카본 블랙을 만든다. 카본 블랙은 독특한 특성을 갖고 있어 다양한 분야에서 공업용 재료로 쓰이고 있다.

우선 잉크나 페인트 등의 색소로 사용된다. 프린터 잉크나 토너에도 카본 블랙이 들어 있다. 특히 고무에 카본 블랙을 추가하면 강도와 내마모성, 내열성을 향상할 수 있어 타이어나 신발 밑창 등 고무 산업에 필수 재료로 쓰인다. 실제로 카본 블랙의 가장 큰 쓰임새는 타이어로 수요의 약 70%를 차지한다.

열분해를 이용해 생산한 카본 블랙은 전기전도성이 뛰어나 배터리 도전재로도 활용된다. 현재 일반적으로 전극 총 무게 기준으로 양극에는 2~3%, 음극에는 0.5~1%의 카본 블랙이 첨가된다.

최근에는 카본 블랙에 그래핀이나 흑연을 추가해 도전재의 성능을 강화하는 추세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로 이루어진 얇은 막이다. 탄소원자 6개가 모여 벌집 모양의 2차원 평면 구조를 갖고 있다. 전기 전도성과 강도가 우수해 도전재로 활용된다.

CNT, 이차전지 도전재로 급부상

최근에는 CNT가 도전재 재료로 주목받고 있다. CNT는 육각형의 그래핀 층이 관(튜브)처럼 둥글게 말려져 있는 구조다. CNT는 1991년 일본 전기회사 NEC의 이지마 스미오 박사가 발견했다.

CNT는 구조에 따라 탄소 튜브가 하나의 벽을 가지면 SWCNT(Single Wall CNT), 다수의 벽을 가지면 MWCNT(Multi Wall CNT)로 부른다. 구조에 따라 기계, 전기, 화학적 성질이 다르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CNT의 구조를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게 됐는데 SWCNT가 MWCNT에 비해 구현이 어렵고 가격도 훨씬 비싸다.

CNT는 지름이 수 나노미터(nm)이면서 길이는 수~수십 마이크로미터(?m)를 이룬다. 지름은 머리카락의 10만분의 1 크기에 불과하지만 강도는 강철보다 100배 가량 뛰어나고 구리에 버금가는 전기 전도성을 갖고 있다.

CNT는 우수한 성능에도 불구하고 높은 가격으로 인해 상당기간 수요처 발굴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데 최근 수년 사이 이차전지 시장이 커지며 도전재로 급부상했다. CNT를 이차전지 전극에 사용할 경우 기존 카본 블랙 대비 30% 가량 사용량이 줄어드는 대신 도전성은 10% 정도 향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CNT는 카본블랙 대비 적은 양을 도전재로 사용할 수 있다. 그만큼 활물질을 추가로 넣을 수 있어 전지 성능을 높일 수 있다. 값비싼 바인더의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CNT 도전재는 실리콘 음극재용 도전재로도 주목받고 있다. 실리콘 음극재는 기존 흑연 음극재에 비해 에너지 용량을 크게 확대할 수 있으나 부피 팽창의 문제가 있어 기존 흑연에 5% 안팎으로 소량 첨가하는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다. CNT는 도전재는 실리콘 음극재의 팽창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첨가 용량을 늘릴 수 있다. 음극용 도전재로는 SWCNT가 사용된다. (실리콘음극재에 대해선 배터리완전정복 11회 참조)

다만 CNT는 전도성, 내열성, 강도 등에서 뛰어난 특성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응집성이 강하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CNT는 용매에서 잘 분산하지 않고 뭉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분산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이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사전에 CNT를 용액에 분산시키거나 복합체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030년 2.8조 시장…MWCNT가 60% 차지"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이 성장하면서 도전재의 사용량과 시장도 함께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리튬이온배터리용 도전재 시장 규모가 2022년 8억달러에서 2030년 21억달러(약 2조8000억원)로 연평균 12%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중 MWCNT는 22년 2억9000만달러에서 2030년에 12억5000만달러로 증가하면서 전체 시장의 약 60%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SWCNT는 적은 수요에도 불구하고 높은 단가로 인해 2030년 29%의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신 카본블랙과 소립 흑연의 경우 사용 비중이 줄면서 2030년에는 시장 점유율이 10% 정도로 축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카본블랙은 미국의 캐봇(Cabot), 일본의 덴카(Denka)와 라이온(Lion), 스위스 이메리스(Imeys)가 주요 공급사다.

MWCNT는 한국의 LG화학, 제이오, 중국의 C나노(Cnano), 다쟌(Dazhan), 타임스나노, DH나노 미국의 SUSN(카봇의 자회사)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LG화학은 2011년 2차전지 시장에 사용하기 위해 CNT를 연구하기 시작했으며 2014년 관련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LG에너지솔루션에 CNT도전재를 공급하고 있다.

LG화학은 2017년에 500톤 규모의 CNT 1공장을 처음 가동했으며 3공장까지 합쳐 2023년 현재 총 2900톤의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2025년 충남 대산의 CNT 4공장까지 완공되면 생산능력은 6100톤으로 늘어난다.

제이오는 2006년 국내 최초로 MWCNT 대량 생산에 성공했으며 2014년에는 소수벽 탄소나노튜브(TWCNT·Thin Wall CNT)를 개발했다. SK온과 CATL에 CNT도전재를 공급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 생산능력을 연간 5000톤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SWCNT는 러시아의 옥시알(OCSiAl)이 9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코본, 나노신소재가 SWCNT 시장에 진출해 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277/0005389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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