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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거의 마지막 말…"인생 3~4회 기회, 왔을 때 잡아라" [김재현의 투자대가 읽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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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거의 마지막 말…"인생 3~4회 기회, 왔을 때 잡아라" [김재현의 투자대가 읽기]

DDOL KONG 2023. 12. 16. 12:20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단짝인 찰리 멍거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이 지난달 28일 만 100세를 한 달 남기고 9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1959년 멍거를 알게 된 후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통화를 하며 서로의 인생에 큰 영향을 주고받은 워런 버핏의 상심이 가장 컸겠지만, 버핏과 멍거를 오랫동안 인터뷰 해온 베키 퀵 CNBC 앵커의 충격도 컸다. 특히 베키 퀵은 지난 11월 14일 미국 로스엔젤레스에 위치한 멍거의 자택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등 멍거의 만 100세 생일을 위한 특집을 준비하던 중이었다.

지난 11월 30일 미국 CNBC가 멍거의 100분짜리 인터뷰를 내보냈다. 만 100세를 한 달여 남기고 우리 곁을 떠난 멍거가 남긴 마지막 인터뷰다. 멍거의 마지막 인터뷰 제목은 '찰리 멍거: 위트와 지혜의 삶'이다. 인터뷰 초반에 멍거는 변호사로 시작했다가 구루(Guru)에 더 가까운 정체성을 갖게 된 특이한 인생 사례라고 자평했다.

멍거는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후 변호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나 1959년 버핏을 알게 된 후 서서히 투자자로 변신했고 1978년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을 맡으며 버핏과 함께 버크셔 해서웨이를 일궈왔다. 2005년 멍거의 연설을 엮은 '가난한 찰리의 연감(Poor Charlie's Almanack)'이 출판된 후 멍거의 위트와 지혜에 매료된 사람들이 늘면서 투자대가뿐 아니라 일반인의 '인생 구루'가 됐다.

비아 네가티바: 잘못된 길을 피해 옳은 길 찾기

베키 퀵이 만 100세를 한 달 남긴 멍거에게 "100년을 산 비결이 뭐냐"고 묻자 멍거는 "내 인생의 게임은 항상 모든 표준적인 실패 방식을 피하는 것"이었다고 답한다. 포커를 치는 잘못된 방법을 알려주면 그 방법을 피하고, 다른 일을 하는 잘못된 방법을 알려줘도 피할 것이란 얘기다.

멍거의 이 같은 사고방식은 전형적인 '비아 네가티바(via negativa)'에 닿아 있다. 비아 네가티바는 '부정의 길'을 뜻하는 라틴어로 진리가 아닌 것들을 제거해 나가면서 진리를 찾는 방법을 뜻한다.

하지만 멍거도 모든 방면에서 완벽한 건 아니다. 퀵은 "좋아하는 일도 하지 않나요, 피넛 브리틀도 드시잖아요?"라고 물었다. 피넛 브리틀은 캐러멜과 땅콩이 어우러진 바삭한 과자로 멍거는 올해 5월 버크셔 주총에서도 버핏 옆에서 끊임없이 피넛 브리틀을 먹는 모습을 보여줬다.

멍거는 "그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나는 다이어트 콜라도 마시는데, 다이어트 콜라가 내 수명을 조금 단축시킨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의식없이 누워있는 시간을 건너띌 수 있다면 나는 신경쓰지 않겠다. 내가 원하는 건 인생의 좋은 순간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멍거 옆 탁자에는 다이어트 콜라가 놓여있었다. 멍거는 파킨슨 병에 걸려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환자와 가족이 고통스럽게 보내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다이어트 콜라가 (의식없이 누워있는 인생의 마지막 달을) 건너 뛸 수 있도록 도울지도 모른다"고 얘기하자 퀵은 웃음을 찾지 못했다.

다시 퀵이 진지하게 "사람들이 가장 좋은 삶의 방식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한다면, 미친 짓을 피하고 자신을 무너뜨리는 일을 피하라고 말하겠느냐"고 묻자 멍거는 "어떤 일이 있어도 미친 짓은 피해야 한다"며 "광기는 생각보다 훨씬 흔하며 광기에 빠지기 쉽다"고 강조했다.

美 최고 농구코치 우든에게 배운 최고의 7명에 집중하는 법

멍거는 버크셔가 보여준 트릭은 '우든 효과'라고 말했다. 존 우든(1910~2010) 전 UCLA 농구 감독은 미국 농구 역사상 가장 유명한 감독으로 40여 년의 감독 생활 중 664승 162패를 기록했으며 승률이 80.4%에 달한다. 그가 이끈 UCLA 농구팀은 3년 동안 88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멍거는 "우든은 90%의 경기 시간을 7명의 선수에게 집중했으며 다른 선수는 단지 스파링 파트너였다"면서 "최고의 선수를 알아내고 대부분의 경기시간을 최고의 선수에게 집중하는 방식이 농구시합에서 이길 수 있는 최고의 시스템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또 "슛 연습만 해서는 결코 배울 수 없는 걸 시합에서 배울 수 있다"며 "더 많이 뛰는 선수가 더 훌륭한 선수가 된다"고 덧붙이면서 우든이 경기시간을 최고의 선수들에게 집중한 것처럼 버크셔도 똑같이 했으며 더 나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부연했다.

멍거는 체스 토너먼트에 한정된 자원만 투입할 수 있는 경우도 사람들은 '우든 효과'를 위해 최고의 선수들에 집중하며, 투자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렇게 많은 실전 기회를 얻은 뛰어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올바른 자세를 익히고 '아웃라이어(outlier·탁월한 사람)'가 돼 큰 성과를 올린다는 얘기다. 투자에서도 "소수의 아웃라이어가 (대부분의) 수익을 올린다"고 멍거는 덧붙였다.

멍거, 최악의 투자는 알리바바

만 100세를 한 달 반 정도 남기고 찍은 TV인터뷰에서 멍거는 '셀프 디스(자신을 깎아내리는 것)'에도 망설임이 없었다.

베키 퀵이 멍거에게 최악의 투자를 묻자, 멍거는 "최악의 투자는 멍거 가족을 위해, 상당히 좋은 회사인 알리바바를 매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멍거는 "알리바바가 과대평가됐다고 본다. 그리고 마윈이 중국 정부를 다루는 데 있어 실수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멍거는 "나도 나쁜 날이 있고 사람들은 누구나 일이 풀리지 않는 날이 있다. 아무리 뛰어난 테니스 선수라도 코트에 나가서 안 좋은 날을 보내기도 한다. 그럴 때도 있다"고 덤덤히 말했다.

이번 인터뷰에서 멍거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면모도 많이 보여줬다. 고등학교 때 다른 아이처럼 멋있게 보이기 위해서 담배를 배우려 했다는 말을 하면서 "내 인생을 망치기 위한 시도였다"고 평가했다. 다행히 담배를 피면 토할 것처럼 역겨워서 담배를 피지 않았다고 한다.

"기회가 주어질 때 확실히 움켜쥐어라"

이날 멍거의 말 중 가장 인상적인 건 인생에서 3~4번 기회가 주어졌을 때 과감히 베팅해 움켜쥐라는 얘기다. 멍거는 자신은 '이미 세상에 없는 사람'한테서도 많이 배운다며 자신이 태어났을 때 이미 돌아가신 잉검(Ingham) 할아버지를 예로 들었다.

잉검 할아버지는 미 동부지역에서 은행 부도로 빈털터리가 된 후 중부지역에 위치한 아이오와 주로 와서 갖은 고생 끝에 지역 최대 은행의 대주주가 되는 등 해당 지역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 됐다. 잉검 할아버지는 손주들을 데리고 온갖 고난을 극복한 이야기를 하는 걸 좋아했는데, 모든 손주들에게 강조한 이야기가 있었다.

"세상이 진정한 기회를 주는 일은 그리 흔치 않다. 파이 카운터(pie counter)로의 초대장은 단지 3~4번밖에 받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초대를 받으면 제발 작은 도움은 받지 말라"는 얘기다. 또 잉검 할아버지는 "네가 옳다고 확신하면 지렛대를 올려라"고 말했다.

잉검 할아버지의 말은 인생에 단지 몇 번만 맛있는 케이크와 파이가 잔뜩 놓여있는 진열대로 초대받을 수 있으며 이런 기회가 왔을 때 확신이 든다면 크게 베팅하라는 의미다.

멍거는 "좋은 충고지만, 자신이 옳다는 걸 확신하는 게 어려운 부분이며 그게 요점이다. 자주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잉검 할아버지나 워런 버핏도 평생 몇 번만 파이 카운터에 초대장을 받았다"며 "만약 버핏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10번의 파이 카운터 초대장을 뺀다면 버핏의 전체 투자수익은 별 볼 일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마지막에서 멍거는 기본적으로 힘든 일을 계속해 나가는 '시스템상의 병사(soldier on system)'를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들 테디를 9살의 어린 나이에 백혈병으로 잃고 나서는 날마다 울음을 터뜨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멍거는 "많은 고난이 닥치겠지만, 역경과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계속 나아가야 한다. 그러면 몇 개의 드문 기회를 만날 수 있다"면서 "기회가 왔을 때 알아보는 법을 배우고, 기회가 주어졌을 때 파이 카운터에서 너무 적게 가져오지 말라"고 재차 강조했다.

멍거는 2023년 11월 28일 미국 캘리포니아의 병원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 멍거의 농담처럼 다이어트 콜라가 도왔는지는 모르지만,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병상 위에서 고통스럽게 보내지 않고 홀연히 떠났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08/0004974895?sid=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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